※ 지난 글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한 링크

1) 바다낚시 처음 하는 딸이 잡은 생애 첫 고기

2) 대마도 낚시, 철수 직전 극적으로 잡은 대물 감성돔

3) 어린 딸과 함께한 대마도 감성돔 낚시

 

 

대마도 낚시 3일 차 아침

 

주말이라 민숙집에 많은 손님이 찾은 토요일 아침아내와 딸이 곤히 잠들고 있어 오전 출조는 홀로 나갑니다.

 

 

마루시마

 

홀로 내린 자리는 미네만에서 외해로 나가는 입구 근처인 마루시마. 올해 1월에 아내와 함께 내린 적이 있었죠. 그때는 낱마리 벵에돔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봄철 감성돔을 노리고 들어온 이 날은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속에서 잠시 감상에 젖어봅니다. 바람 한 점 없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꽤 성가신 남서풍이 불고 있을 겁니다. 이 자리가 남서풍을 등지고 있어서 바람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느껴질 뿐.

 

제 생각에는 갯바위 낚시의 매력은 무려 1,000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상황이 나와주거든요. 그 경우의 수가 1,000가지는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함께 낚시하는 사람 X(곱하기) 사계절 X 다양한 지역 X 다양한 포인트 유형 X 다양한 날씨 X 다양한 필드 상황이 합쳐져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변수를 만들기에 깊고도 넓은 재미가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낚시하느냐? 장단점이 있겠지요. 가족과 함께 낚시할 때는 제가 딸을 봐줘야 해서 온전히 낚시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마음 맞는 지인들과 낚시하는 즐거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반면에 홀로 낚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요. 가끔 이렇게 혼자 낚시할 때면, 평소 느낄 수 없었던 운치와 정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성돔 속공 전유동으로 가닥을 잡았다

 

#. 나의 장비와 채비

로드 : 엔에스 알바트로스 1-530 치누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3000번 LBD릴

원줄 : Zen 세미 플로트 3호

어신찌 : 쯔리겐 프로그레스 치누 M 스텐다드 / 조수우끼고무 M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드 2호

바늘 : 감성돔 바늘 3~4호

 

채비가 생소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감성돔 낚시에 쓰이는 반유동이나 전유동과는 매우 다른 형태죠. 이 찌는 감성돔 전용으로 출시된 모델인데 일단 수면에 착수된 순간 찌와 채비가 천천히 잠기기 시작합니다. 왜 이런 채비를 하게 되었을까요? 

 

#. 속공 전유동을 쓰는 이유와 조작법

사실은 테스트를 위해서라도 이 찌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사용할 만한 상황과 조건이 나오지 않아 쓰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처음부터 이 찌를 쓴 것이 아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B찌로 시작했는데 바람과 조류 방향이 반대인 겁니다. 겉조류와 속조류도 서로 반대 방향인 데다 유속도 빨라서 부피가 큰 찌는 겉조류를 따라 흐르고, 그 아래 달린 조수고무와 목줄, 미끼는 속조류를 따라 반대로 꺾임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채비 정렬은 매우 늦어지고, 채비 선행도 되지 않으니, 성돔 낚시에서는 입질 수심층에 채비가 들어가지 않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대마도 감성돔 낚시는 바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중층은 뚫고 하층까지는 채비가 내려가야 입질 받는데 그조차 되질 않고 허공을 맴도니 속조류를 뚫고 내릴 만한 채비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속공 전유동 찌.

 

쯔리겐의 프로그레스 치누는 목줄에 봉돌을 부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찌 자체가 침력을 가지고 있어 착수와 동시에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그 속도를 다양한 라인업으로 갖추고 있기에 선택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데요. 제가 사용하는 M은 8~10m 수심대에서 쓰기 좋은 모델입니다. 유속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라앉는 속도가 마치 미끼 크릴과 흡사하죠.

 

조작도 간단합니다. 캐스팅 시 서밍을 걸어 4m 목줄을 일자로 펴줍니다. 릴을 2~3바퀴 감은 뒤 10~15초 동안 낚싯대를 살짝 들어줍니다. 그러면 찌는 그 자리에 머무는 동안 목줄은 조금씩 펴질 것입니다. 10~15초가 지나면 베일을 연 상태에서 허공에 챔질합니다. 1~2회가량 해주어 원줄을 방출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채비 내림이 좋아집니다.

 

그 상태에서 낚싯대를 수면 아래로 내리고(바람이 불면 초릿대를 물속에 처박고) 기다리면, 찌는 밑 채비와 함께 서서히 하강하면서 안정적인 입질 궤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하층에 감성돔만 있다면, 입질 받는 것은 시간문제죠. 

 

포인트 주변 수심층은 7~8m 정도라(멀리 던지면 10m가 넘어감) 1분 이상 기다리게 되면 밑걸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적당한 시점에서 낚싯대를 50cm 간격으로 천천히 들었다 놔주면 바닥에 닿았던 미끼도 그만큼 나풀거리며 감성돔의 시야를 자극할 것입니다. 몇 차례 반복하다 걷어서 미끼를 점검하고 다시 던지면 됩니다.

 

제 생각에 이 찌는 쓰리제로와 비슷한 측면이 있기에 제주도 우도나 범섬 같은 포인트에서 벵에돔용으로 사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조만간 제주도 출조를 계획하고 있으니 그때 다시 사용해보고 사용 후기를 전하겠습니다.

 

 

몇 번의 캐스팅과 채비 교환 끝에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하려는데

 

 

호박돔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눈에 밟힙니다. ^^; 지금은 감성돔 출몰 시각이라 이 녀석과 노닥거릴 여유는 없는데요. 그래도 한 마리 낚고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호박돔을 유혹해 봅니다. 근처에 복어 한 마리가 자꾸 훼방을 놓는데

 

 

한두 차례 캐스팅 끝에 호박돔을 낚는 데 성공합니다. 그나저나 호박돔은 크릴을 입에 문 채 돌아다닐 만큼 우둔한 편이죠. 여기서 챔질하면?

 

 

씨알 굵은 호박돔 한수로 스타트

 

우다다다~ 힘 써보는데, 매번 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호박돔은 덩치에 걸맞은 힘을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수면 가까이에서 받은 입질이다 보니 더욱 그렇고요. 비교적 낭창한 감성돔 낚싯대로도 가지고 놀 만큼 기력이 변변찮습니다. 처음에는 힘을 빡 쓰는데 그 시점만 넘기면 금방 체력이 바닥나 질질 끌려오곤 하죠.

 

 

약 45cm급 호박돔입니다. 이걸 일부러 잡은 이유가 있는데요. 호박돔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상하는 요리가 하나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감성돔 낚시를 이어가는데 중층에 들어간 채비에는 벵에돔이 물고 늘어지고

 

 

하층에 진입한 채비에는 어김없이 어랭이가 물고 늘어집니다. 그런데 고기가 아주 찹니다. 전날에는 고기가 따듯했는데 이날은 청물에 수온까지 내려가서 감성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이는 미네만의 수려한 풍경

 

가까운 곳은 청물의 영향으로 큰 고기가 붙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래서 먼 곳도 노려보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감성돔 입질을 받아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감성돔의 입질을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골몰히 집중하는 갯바위 낚시가 매력이라면 매력이지만, 너무 머리를 써도 골치 아픕니다. 머릴 식히고 힐링하자고 하는 것이 낚시인데 실제로는 조과와 조행기의 재미를 위해 너무 전투적으로 행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쯤에서 잠시 시선을 옮겨봅니다. 앞서 열거했던 상황이 말해주듯이 이날 오전은 감성돔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봄철 감성돔 낚시는 기본적으로 산란이 임박한 감성돔의 암수컷을 잡는 것입니다. 암컷은 알을 배고, 수컷은 정소를 가득 배고 있죠. 해서 주로 노리는 곳은 해초 더미가 무성한 얕은 여밭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 자리는 사실 벵에돔 포인트이고 해초라 할 만한 특징이 보이지 않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산란을 앞둔 감성돔은 보통 내만 깊숙한 곳 얕은 바다에 들어옵니다. 미네만 중에서도 제법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을 확률이 높아 보이죠. 즉, 지금 시기는 외해와 인접할수록 감성돔 낚시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것.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포인트를 잠시 옮길까 하던 중 오른쪽에 불규칙한 지형을 발견합니다. 작은 홈통이 보이고요, 삐쭉삐쭉한 여들이 산재한 곳 뒤로는 급심을 이루는 턱이 나옵니다. 뭐라도 잡힐까 싶어 채비를 넣어보는데.. 한동안 입질이 없다가 갑자기 총알처럼 빨고 들어가는 녀석.

 

 

통통한 벵에돔 한 마리가 물어줍니다. 이후 감성돔이든 참돔이든 하층 공략을 위주로 쪼아보았지만, 역시 청물의 영향 때문인지 잡어 입질도 없습니다.

 

 

왕 쏨뱅이를 낚은 딸

 

한편, 같은 시각 민숙집 선착장에서는 충분히 자고 일어난 아내와 딸이 낚시하고 있는데요. 최근 우리집 냉동실에는 반찬감이 떨어져서 보충 중입니다. 우선은 쏨뱅이를 맛깔스럽게 튀겨 소스를 뿌린 쏨뱅이 탕수가 간절한데요. 그런 제 생각을 읽었는지 딸이 쏨뱅이를 잡고 있습니다. ^^;

 

 

왕 쥐치까지 잡아내는 딸, 갈수록 낚시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

 

이번에는 큼지막한 쥐치까지!! 말쥐치가 아닌 오리지널 쥐치네요. 고작 선착장인데 이런 어종이 잡혀도 되나요? ㅎㅎ 처음에는 집에 육포 건조기 하나 마련해 저걸로 쥐포를 만들어 먹을까 생각해보았지만, 그걸 레시피로 쓴들 따라 할 사람도 없을뿐더러(실용성 제로) 무엇보다도 귀차니즘이.. 해서 쥐포 정도는 그냥 사 먹기로 합니다. ^^;

 

 

갯바위에서 열낚 중인 저는 청물과 저수온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갯바위에는 새끼홍합과 따개비, 거북손이 아주 지천으로 널렸는데요. 일본에서는 외국인의 해산물 채취를 금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거북손만큼은 조금 따다 삶아 먹고 싶었는데 이것도 그냥 사 먹기로 결정. ^^;;

 

 

잠시 후, 긴꼬리벵에돔이 나와주는데요. 이것으로 오전 낚시를 마무리합니다. 앞서 두 번의 출조에서 연달아 대물 감성돔이 잡히길래 세 번 연속도 기대해 보았지만, 저의 운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

 

 

철수 길에서 본 요시마입니다. 미네만 한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간출여인데요. 저는 두 번 내려 두 번 모두 큰 손맛만 보고 터트린 곳입니다. 아마 대물 돌돔이 아닐까 예상하는데요. 특히, 사진에서 가장 왼쪽에 서신 분의 자리가 낚시는 까다로워도 대물 히트 확률이 있는 곳입니다. 그곳은 여 덩어리가 육지 쪽으로 쭉 뻗어있어 좌우 수심에 차이가 큰데 조류 방향만 맞아준다면 여 주변에서 대물 돌돔과 벵에돔 입질을 받아낼 수 있는 자리죠. 

 

 

철수 중 오전 낚시를 마친 다른 팀을 태웁니다. 뭘 잡으셨나 보니

 

 

제법 큰 돌돔이 보이네요. ㅎㅎ

 

 

40cm급 돌돔과 54cm급 감성돔을 잡으신 두 분이 이날 오전 낚시에서 장원입니다. 돌돔은 원투가 아닌 감성돔 채비에서 물고 올라왔습니다. 감성돔 잡으신 분은 생애 첫 감성돔이라고 합니다. (생애 첫 감성돔이 54cm라니~ 수많은 감성돔 조사들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ㅎㅎ)

 

 

이날 오전, 아내와 딸의 선착장 낚시 조과

 

아내와 딸은 그 많은 전갱이를 놔두고 바닥 낚시에 집중한 탓에 요 정도만 잡으셨어요. 이날도 어김없이 등장한 능성어. 어제도 한 마리 빼 먹었는데 그 자리에 한 마리가 없어지면 다른 한 마리가 들어와 보충됩니다. 능성어, 자바리 특성이죠. ㅎㅎ

 

 

저의 조과는 보시다시피 호박돔과 벵에돔.

 

 

아무래도 호박돔은 옆으로 계측하지 말고 위로 계측해야 할 듯. 이마가 저리 나온 녀석은 수컷이죠. 혹돔과 비슷합니다. 혹돔 한 마리는 우리 가족이 요리해서 먹을 예정이고, 아는 지인에게도 한 마리 선물할 예정이기에 앞으로 한 마리만 더 잡을 생각입니다. 

 

 

점심은 소박하게 우동과 유부초밥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는 가족 모두 데리고 갯바위로 향합니다. 과연 그곳에서는 아내가 5짜 감성돔으로 오짜 조사에 등극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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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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