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마트에서 판매되는 전복

 

올해 들어 전복 가격이 폭락했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을 겁니다. 전복 가격이 '반 토막' 나면서 어민은 울상이고 소비자는 웃는다는 내용인데요. 여러분! 지금까지 전복을 구매하면서 정말로 '반값'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습니까?

 

"전복이 확실히 싸졌네~" 그래서 예전보다 전복을 많이 사 드시냐는 겁니다. 올해(2018년) 봄부터 '전복 가격 폭락'이라는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갔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5월에는 산지에서 전복 할인 행사가 있었고, 6월에 대형 마트에서 50% 할인 행사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싸게 드셨다는 분들은 대부분 이때 타이밍이 맞았던 것), 마트 전복은 5마리(小) 10,000~11,000원, 3마리(中) 8,000~10,000원 선으로 작년,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뉴스와 기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폭락', '반값'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그 말에 사러 가면 여전히 비싼 전복.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요? 여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참고 자료 : 한국해양수산연구원의 동향 분석 보고서(그래프 : 입질의 추억)

  

#. 전복 생산량의 불편한 진실

전복 가격이 폭락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생산량 증가'입니다. 국내 전복 양식 산지로는 완도, 진도, 흑산도 등 서남해 일대가 총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일대는 지난 10년 동안 전복을 키우려는 어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해상가두리 시설은 3배나 증가했으며, 6000톤 정도 생산하던 전복이 지금은 16,000톤으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참고 자료 : 수산물 수출 정보 포털(그래프 : 입질의 추억)

 

언론에서는 전복 가격의 폭락 원인을 '중국 수출량 감소' → '생산량 증가' → '가격 폭락' → '소비자 웃고' 식으로 결론 짓는가 하면, 어떤 언론은 '소비 부진'을 원인으로 꼽는데, 이러한 접근은 근본적인 원인과 거리가 있습니다. 현재 넘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폭락하게 된 주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중국으로 수출 물량이 현저히 감소

2) 일부 어민에 의한 '불법 가두리 시설 증가'

 

이미 그래프를 보면서 짐작하시겠지만, 한국이 중국으로 대대적인 수출을 이뤄낸 것은 2016년뿐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수출했지만, 그 양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 딱 한 번 중국에 589톤이나 팔아치운 이유는 '한 중 FTA 발효(2015. 12. 20)'와 '중국의 전복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 입니다. 여기에 중국 내 전복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7년에는 수출량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원인은 사드 배치로 인한 한, 중 관계 악화로 수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중국 내 전복 생산량이 크게 회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가두리 시설 증가'는 2016년 중국으로 수출량이 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불법적으로 중축한 가두리 시설과 면허지 이탈, 이로 인한 무분별한 생산이 전복 양식의 과밀집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로 여름철 고수온에 의한 폐사율을 높아지면서 출하를 부추기게 된 것입니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전복(참고로 18미 전복으로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 가격은 폭락했는데 여전히 비싼 이유

출하를 부추기고 생산량이 늘자 산지 가격은 폭락했는데 정작 소비자가 구매할 때는(행사 때를 제하면) 크게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불필요한 유통 구조와 비싼 중간 마진에 있습니다. 산지에서 내놓는 가격은 2012년 기준으로 1kg당 10마리가 67,000원, 올해는 28,000원까지 반 이상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구매할 때는 산지 직송으로 구매해도 40,000~50,000원입니다. 

 

 

산지 온라인 직거래 활성화가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완도 직거래 쇼핑몰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들어갔는데 원하는 옵션(무게와 크기)을 선택하면 결국, 마트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 이렇듯 중간 유통을 생략하고 산지 직송으로 판매해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이고, 중간 유통을 거치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가고. 결국, 중간 유통업체에 제공되는 가격만 반값으로 폭락했을 뿐..

 

 

여전히 비싸서 안 팔리는 것인데 그 원인을 '국민적 인식 탓'으로 돌리는 기사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기사와 뉴스에서는 전복이 팔리지 않은 원인을 국민 탓으로 돌리기 급급합니다. 비싼 수산물'이란 인식에 소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복이 여전히 비싸니 소비가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넘어 그 원인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없습니다. 지역에서는 전복 소비 촉진을 위해 할인 행사를 하고 관련 레시피도 개발하는 등 안간힘을 쓰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유통 구조의 혁신이 있던가, 생산량 증가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불법 양식장을 강력하게 단속하던가, 혹은 산지 가격을 조금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국민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으면 어민과 소비자 모두 어려질 수 있습니다.

 

전복의 최종 소비자는 유통 업자가 아닌 국민입니다. 전복 생산량이 많아지면 그로 인해 득을 보는 것도 어민과 국민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가격은 여전히 비싼데 이를 소비하지 않은 국민 탓만 할 게 아니라 '전복은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먹는 보양 음식이 아니다.'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하려면 유통 구조와 가격부터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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