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목에 속하는 물고기의 총칭으로 ‘비목어(比目魚)’란 말이 있습니다. 비목어는 양 눈이 한쪽에 몰린 어류로 우리나라에서는 넙치와 가자미, 서대과로 분류합니다. 이 중에서도 넙치는 넓을 ‘광(廣)’, 물고기 ‘어(魚)’를 쓴 광어란 말이 친숙하지요.

 

광어는 국내에 대량 양식이 시작된 1980년도부터 사랑받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횟감이자 양식 업계에서는 명실상부 생산량 1위를 차지하는 효자 생선입니다. 수율(뼈와 내장을 제외한 순살의 비율)이 50%에 육박, 타 어종보다 월등히 높아 타산성이 좋을 뿐 아니라 숙성이 잘 먹혀 예부터 일식 업계에서는 참돔과 함께 가장 선호하는 횟감이기도 합니다. 

 

 

표준명 넙치(전국 방언 광어)

 

#. 넙치
표준명 : 넙치(가자미목 넙치과)

방언 : 광어(전국)
영명 : Bastard Halibut
일명 : ヒラメ(히라메)
전장 : 1m
분포 : 우리나라 전 연안, 쿠릴열도, 일본, 동중국해, 남중국해
음식 : 회, 초밥, 탕, 국, 조림, 짬, 튀김, 스테이크
제철 : 11~2월(겨울)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 특징과 생태
광어는 우리나라 동, 서, 남해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어류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양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적어도 광어만큼은 일본에서 사갈 정도지요. 광어는 부화 후 12일째까지는 부유 생활을 합니다. 형태도 납작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어류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부화 14일부터는 등지느러미 전단부가 늘어나며 체고가 높아집니다. 부화 후 22일을 넘기면 오른쪽에 몰린 두 눈이 몸의 왼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반대로 강도다리를 제외한 가자밋과 어류는 양 눈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부화 63일째가 되면 색과 모양이 어미와 같이 되는데 이때 몸길이는 약 40mm입니다.

 

※ 넙치의 부화는 ‘토호쿠 국립 수산 센터의 보고서를 참고.

 

이때부터 광어의 양 눈은 왼쪽에 치우치지만, 300~400마리 중 한 마리꼴로 양 눈이 오른쪽에 치우친 돌연변이가 나오기도 합니다. 광어는 기본적으로 배를 바닥에 붙이고 사는 저서성 어류로 알고 있지만, 먹이를 사냥할 때만큼은 바닥에서 2~3m 정도 뛰어올라 유영층을 확보합니다. 이러한 공격성을 이용한 낚시가 서해에서 유행하는 광어 다운샷이지요.

 

 

넙치(광어)와 도다리의 입 비교(왼쪽은 넙치, 오른쪽은 도다리)

 

#. 넙치(광어)와 가자밋의 차이
넙치과 어류와 가자밋과 어류의 가장 큰 차이는 양 눈이 몰린 위치뿐 아니라, 입의 생김새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광어는 입이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죠. 이러한 이빨은 먹잇감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형적인 육식성 어류에 포악성까지 지닙니다.

 

반면, 문치가자미를 비롯한 가자밋과 어류는 갯지렁이류를 비롯한 작은 저서생물을 잡아먹기 좋은 입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며, 종류에 따라 잔 이빨만 있다는 점에서 넙치와 차이가 있지요.

 

 

양식 광어도 산란 전인 3~4월에는 알을 품는다

 

#. 봄에 가장 많이 잡히지만, 맛은 떨어져
광어는 성장 속도가 빨라 일찌감치 양식어로서 주목받았는데 특히, 산란 전인 2~4월에 몸집을 많이 불립니다. 이는 봄에 있을 산란에 대비하기 위함이지요. 국내 연안에서의 산란은 보통 5월부터 시작되는데 서식지 수온에 따라 편차가 생기면서 늦으면 7~8월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때문에 광어가 가장 맛이 없을 시기는 산란 직전인 3월부터 8월까지로 보고 있습니다. 양식 광어도 3~4월에는 알을 찌우므로 눈썰미 좋은 업자들은 이 시기 광어를 고를 때 알집이 작은 광어를 고르거나, 아예 수컷을 고르기도 합니다.


 

 

5~6월에 자연산 광어는 기름기가 빠져 있고 물컹물컹하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만큼은 비교적 영양 상태와 비육 상태가 양호한 양식 광어가 자연산보다 낫습니다.

 

 

왼쪽은 산란기 자연산 광어 지느러미살, 오른쪽은 산란기 양식 광어 지느러미살

 

산란기 때 광어는 지느러미살만 따로 떼어다 비교해도 자연산과 양식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광어는 산란철면, 얕은 앞바다로 몰려드는데 이때 그물에 많이 걸립니다. 

 

해마다 5월이면 충남 서천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가 열리는데, 저렴한 가격에 자연산 광어를 사 먹는 것은 좋지만, 일각에서는 제철 마케팅을 이용한 바가지 상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여름을 보낸 광어는 다시 산란과 월동을 위해 살을 찌우는데요. 광어 제철이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왼쪽은 양식 광어, 오른쪽은 자연산 광어

 

낚시로 잡히는 광어 중 흑화 현상이 있는 것은 양식장을 탈출한 개체이거나 방류 개체다

 

#. 양식산과 자연산의 구별
광어는 자연산과 양식의 구분이 뚜렷한 편으로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양식 광어는 무안부(배쪽)에 검녹색 이끼처럼 보이는 '흑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육상 가두리와 해상 가두리라는 환경적 변수에 의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게 양식 광어는 많든 적든 이러한 흑화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그물 및 낚시 포획에서도 양식 광어와 같은 특징을 가진 광어가 더러 잡힙니다. 이는 양식장에서 탈출한 광어이거나 혹은 인공 방류된 치어가 야생에서 자란 경우이죠.

 

물론, 부화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100% 야생에서 자란 자연산은 배에 검녹색의 흑화 현상이 없습니다. 예외로 조류 흐름이 적고 내만 안쪽 깊숙한 만에서 자란 개체는 스트레스성에 의한 흑화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는 해요. 이러한 예외성을 제쳐둔다면,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는 무안부의 흑화 현상으로 무리 없이 구별할 수 있습니다.

 

 

광어 다운샷으로 잡은 대광어 

 

#. 넙치와 낚시
지금과 같이 다양한 낚시 장르 및 루어의 보급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주로 원투 던질 낚시를 통해 잡았습니다. 지금은 선상낚시와 루어의 개념을 접목한 광어 다운샷과 웜과 지그헤드를 이용한 보팅 루어를 통해 광어 낚시를 즐길 수 있지요. 광어 낚시는 주로 서해와 서남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시즌은 4~11월 사이로 한정됩니다.

 

 

감성돔 낚시 도중 낚인 대광어

 

국내 광어 기록은 1m가 조금 넘는데 이는 광어의 최대 성장 길이와 비슷합니다. 일본에서는 산 전갱이를 꿴 텐야 채비로 광어를 노리는 조법이 유행하고 있지요.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광어회

 

#. 광어의 식용
넙치는 모든 형식의 요리가 가능한 훌륭한 식재료입니다. 회와 초밥은 물론, 산모에게 좋은 광어 미역국도 빠지면 서운한 보양식이죠. 다만, 좀 전에서 썼듯이 산란철(4~8월)에 잡힌 광어는 지방이 빠지면서 살이 물컹물컹하고, 숙성을 거치지 않으면 질깁니다.

 

숙성해도 맛이 밋밋한 편이기 때문에 늦봄부터 한여름 사이에 잡힌 자연산 광어를 회로 먹겠다면, 차라리 양식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광어 낚시꾼들은 이 시기의 광어를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지가 늘 고민거리죠. 아래는 생선회로 처치 곤란한 광어를 요리한 사례를 모았습니다. 모두 제가 만든 요리며, 개인적으로 즐겨 사용하는 요리법입니다.

 

 

광어 곤부지메(다시마 숙성회)

 

광어 곤부지메는 감칠맛을 높이는 숙성법입니다. 젖은 행주로 다시마 표면을 살짝 닦아준 뒤 청주를 고루 뿌립니다. 횟감에는 소금을 살짝 치고 다시마로 감싸 비닐 랩으로 바짝 감싸거나 혹은 밀폐 용기에 넣어 김치냉장고에서 8~12시간 정도 숙성하면 됩니다.

 

 

광어 가스

 

산란기 때 맛이 빠진 광어로 해 먹기 좋은 음식은 역시 튀김입니다. 광어 가스나 피시앤칩스는 살에 수분 감이 있으면서 부드러운 광어가 제격인데요. 만드는 방법은 생선 가스와 동일합니다.

 

 

광어 미역국

 

회를 치거나 요리를 하고 남은 서덜(뼈)은 매운탕도 좋지만, 미역국에 양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살점을 함께 넣어 푹 우리면 보양식이 따로 없죠.

 

 

중국식 광어찜

 

광어 한 마리면 일품요리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신선한 광어라면 찜기에 넣어 증기로만 쪄낸 뒤 파채와 고추를 듬뿍 올리고 양념(진간장 5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스푼, 물 1스푼, 다진 생강 약간)과 마늘 기름을 끼얹어 완성합니다.

 

 

광어 스테이크

 

마지막으로 특별한 날에는 광어 스테이크로 기분도 내고 호사도 누비는 것은 어떨까요?

 

#. 관련글 보기

대물 민어에 붉바리까지, 짜릿한 여름 보양 낚시

'생선회 뜨기'의 기본인 피빼기를 안 하면 벌어지는 일

한국에선 제일 흔하지만, 지금이 가장 맛있는 조피볼락(우럭)

생선회의 흔한 오해, 연어와 송어가 붉은살생선이 아닌 이유

"성질 급해서 죽는 건 오해" 고등어 참치가 빨리 죽는 진짜 이유

 

정기구독자를 위한 즐겨찾기+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17:0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