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을 나고 이제는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장바구니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봄 해산물 품목 즉, 4~5월에 먹으면 좋은 해산물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만둥이(왼쪽)와 미더덕(오른쪽)

#. 멍게, 미더덕, 오만둥이

오늘은 생선이 아닌 해산물 위주로 알려드립니다. 먼저 봄 하면 우렁쉥이 종류들. 다시 말하자면, 멍게, 미더덕, 오만둥이 같은 해산물이 제철을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멍게는 회로 먹는데요.

 

최근에는 멍게젓이 인기가 있습니다. 미더덕은 안에 짠물을 품고 있고, 오만둥이는 씹는 맛이 각별해 두 종류 모두 탕과 해물찜에 사용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더덕이 많이 귀해졌다는 겁니다. 마트에서 파는 것은 대부분 오만둥이죠. 만득이나 오만디로도 불리는데요. 미더덕보다 빨리 출하되기 때문에 겨울부터 줄곧 볼 수 있었다면, 미더덕은 3~5월 사이에만 바짝 나오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 이 철이 아니면 맛보기가 어렵습니다.

 

 

멍게

그러고 보면 멍게와 미더덕, 오만둥이는 맛과 향에서 웬지모를 공통점이 느껴지는데요. 씹었을 때 살짝 쌉싸름하면서도 시큼만 맛이 도는, 그러면서 바다의 향이 쨘하게 들어오는 그 맛에 먹는데요.

 

이 특유의 향의 정체는 신티올에 있습니다. 멍게와 미더덕은 열량과 콜레스테롤이 적으면서 각종 비타민과 엽산, 타우린,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가 많이 들어서 건강식품으로 손색없습니다.

 

 

뿔소라

#. 소라, 골뱅이

두 번째 추천 해산물은 소라와 골뱅이입니다. 시중에 흔히 판매하는 것은 뿔소라와 참소라가 있습니다.

 

뿔소라를 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숙회보다는 싱싱할 때 회로 먹는 게 낫고, 내장은 탈을 일으킬 수 있으니 섭취를 금하는 게 좋습니다. 

 

뿔소라는 주로 남해와 제주도 앞바다에서 채취된 것으로 이것의 정식 명칭은 '소라'입니다. 진짜 소라인 뿔소라를 제외한 나머지 무슨 소라, 무슨 골뱅이는 모두 '고둥류'에 속합니다.

 

 

참소라

그러니 서해에서 많이 나는 참소라는 소라가 아닌 '피뿔고둥'이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보다는 주로 참소라로 통용되기 때문에 이 장에서도 흔히 부르는 말로 설명하겠습니다.

 

진짜 소라(뿔소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고둥류는 종류에 따라 타액선의 테트라민 독이 든 것과 들지 않은 것으로 나뉘는데요.

 

 

백골뱅이(표준명 물레고둥)

 

흑골뱅이(깊은골물레고둥)

위 사진의 백골뱅이와 흑골뱅이는 모두 타액선이 없기 때문에 통째로 드셔도 안전합니다. 백골뱅이는 주로 수육과 무침, 탕으로 이용되고, 흑골뱅이는 가공(통조림) 및 수육과 무침으로 이용됩니다.

 

 

 

삐뚤이소라

이밖에도 동서남해 모두 볼 수 있는 삐뚤이 소라.

 

 

나팔골뱅이

여기에 나팔골뱅이와

 

 

나팔골뱅이와 털골뱅이

여기에 털골뱅이, 전복골뱅이 같이 아이 주먹 크기 이상이면서 나선형 구조로 된 것은 대부분 테트라민 독을 품고 있습니다. 

 

제거 방법은 간단합니다. 삶은 골뱅이 살을 세로로 쭉 갈랐을 때 그 안에 있는 희고 누런 덩어리를 빼면 됩니다. 한두 개  정도는 드셔도 상관없는데 내성이 약한 분들은 어질어질할 수 있어요.

 

 

서울, 수도권과 서해에서는 참소라가 가장 흔한데요. 내장에 있는 누런 똥은 먹되, 초록색 내장은 탈을 일으킬 수 있으니 빼고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게

#. 대게

세 번째로 추천하는 봄 해산물은 대게입니다. 겨울이 제철 아니냐고요? 시즌 초반에는 러시아산 대게가 들어오지만, 2월부터 5월까지는 국산 대게가 제철을 맞습니다. 이 시기에는 살이 꽉 차기 때문에 수율 걱정이 덜한 편입니다. 

 

 

백합(생합)

#. 각종 조개류

네 번째는 각종 조개류입니다 봄이 제철인 조개로는 바지락과 동죽, 맛조개, 그리고 생합이라 불리는 백합조개가 있으며, 여기에 제주도가 산지인 삿갓조개 보통 '배말'이라 부르는데 이들 조개야말로 봄에 먹으면 오동통한 살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배어드는 아주 맛있는 식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보리새우

#. 보리새우

이밖에도 봄에 거제도에는 자연산 보리새우가 제철을 맞습니다. 흔히 '오도리'라 부르는데 옳은 명칭은 아닙니다.

 

고급 새우이기 때문에 주로 횟감용으로 쓰이며, 살짝 대친 것은 초밥용으로 쓰입니다. 다른 새우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구워 먹기에는 조금 아까운 새우라 할 수 있겠지요.]

 

 

갑오징어

#. 갑오징어, 꽃게, 주꾸미

여수에는 갑오징어가, 서해안 일대는 알을 가득 배기 시작한 암꽃게가 제철을 맞이합니다. 즉, 간장 게장 담글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주꾸미가 빠지면 서운합니다.

 

시즌 초반인 3월부터 4월 초까지는 중국산이 들어오는데, 이 주꾸미는 중국 국적인 배에서 잡힌 것일 뿐, 서해에서 조업한 우리 주꾸미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맛 자체로만 본다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수입산 주꾸미
국산 주꾸미

4월부터는 국산 주꾸미도 소량 들어오는데요. 매년 개체 수가 주록 있어 지금은 산지에서나 소진되는 귀한 해산물로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배기 주꾸미 잡아다가 해마다 봄이면 주꾸미 축제를 해왔습니다. 비단, 축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갈수록 어획량은 줄고 가격은 비싸지고 있어서 걱정이 좀 됩니다. 낚시든 알배기 주꾸미 조업이든 좀 적당히 잡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새조개

이렇듯 과거에는 흔하디 흔했지만, 지금은 남획이나 온난화 현상, 서식지 변화 등으로 인해 이제는 산지에 가야만 겨우 맛볼 수 있는 귀한 해산물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새조개와 오분자기가 있는데요. 새조개는 올해 전례 없는 흉어에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 바람에 서울이나 지방에서는 맛보기가 무척 어려워졌지요.

 

불과 3년 전만 해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kg에 2~3만 원이면, 그래도 2~3인 가족이 둘러앉아 오붓하게 집에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분자기는 전복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제는 산지인 제주도에 가도 맛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제주도에 가면 한번쯤 맛본다는 오분자기 뚝배기. 그런데 오분자기는 100% 자연산이라 해녀가 직접 들어가서 소량 채취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분명 오분작을 쓰는 식당이 있기야 하겠지만, 이제 오분자기 뚝배기 하면 대부분 양식 전복, 그것도 아주 작은 30~40미 짜리를 쓰는 것이 일반화됐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메뉴판에 써붙인 오분자기를 지우고 전복 뚝배가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제철 해산물을 이야기하는데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는군요. 해마다 갈수록 왜래산은 물밀 듯 들어오고, 우리네 신토불이는 점점 사라져 간다는 현실이 말입니다.

 

오늘 글 제목이 봄에 안 먹으면 손해 보는 해산물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어쩌면 말입니다. 우리 생애에 안 먹으면 볼 수 없는 해산물이 되는 것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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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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