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리(제주 방언 다금바리)와 붉바리는 늘 형제처럼 붙어 다니는 비교 대상입니다. 같은 '농어목 바리과'에 속할 뿐 아니라, 두 어종의 서식지가 일부 겹치기 때문에(예 : 제주, 대마도 및 나가사키현) 여러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 것. 

 

자연산은 어획량이 많지 않아서 가격이 비싸다는 점, 맛과 기품이 있는 고급 생선회란 점에서 미식가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한때 무용담에 가까울 만큼 희귀성을 지닌 붉바리가 지금은 지속적인 치어 방류 사업으로 개체 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급 생선회의 대명사 붉바리를 비교적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붉바리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알아봅니다.

 

 

붉바리

#. 붉바리에 대해서
표준명 : 붉바리(농어목 바리과)
방언 : 꽃능성어(고흥), 붉발.
영명 : Red spotted grouper
일명 : 키지하타(キジハタ)
전장 : 60m
분포 : 한반도 남해, 제주도, 동중국해, 일본, 대만
음식 : 회, 탕
제철 : 봄~여름(5~8월)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누구나 아는)


#. 특징과 생태
붉바리의 평균 몸길이는 40cm, 다 자랐을 때 성어는 60cm 정도로 다른 바리과 어류에 비해선 작은 편입니다. 몸통에는 적갈색의 얼룩무늬와 함께 붉은 반점이 산재해 있고, 등지느러미 가운데 아래에는 어두운 반점이 있는데 이 반점은 물 밖으로 꺼내어져 스트레스를 받거나 죽고 난 후 선도가 떨어지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붉바리가 가장 많이 어획되는 지역은 외나로도와 평도를 포함한 고흥 일대 앞바다입니다. 제주도는 오히려 자바리(제주 방언 다금바리)의 개체수가 많은 편이고, 고흥에는 지속적인 치어 방류 사업으로 붉바리가 많은 편이지요. 

 

서식 환경은 수심 50m 이하의 암반층이며, 수온이 많이 오르는 7~9월경 산란하며, 이때 가장 많이 잡입니다. 육식성으로 새우, 게, 작은 어류를 잡아먹고, 밤에 활동력이 높습니다. 

 

 

나로도 위판장에 입고된 붉바리들

#. 고흥 외나로도는 국내 붉바리 최대 산지
책이나 지식백과에서는 붉바리 산지를 제주도로 기술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고흥 외나로도가 최대 산지입니다. 다만, 붉바리 자체가 워낙 귀하고 희귀 어종이라 한창때인 6~7월이라 해도 하루 위판량이 100kg가 될까 말까 합니다. 

 

 

주말보다는 평일 가격이 저렴하며, 경매로 낙찰된 가격이 kg당 4만 원선. 물론, 전량 자연산이기 때문에 그날 잡히는 어획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은 크지만, 대략적인 경매가는 3~4만 원 선이며, 일반 소비자에게는 약 2~2.5배 정도의 차익을 남기고 판매되는 식입니다. 그나마 붉바리가 많이 잡히는 시즌이라 조금 저렴할 뿐, 겨울에는 어획이 잘 안 될뿐더러 어쩌다 한두 마리 잡히면 부르는 게 값이 돼버리곤 하지요. 

 

그보다 남쪽인 제주도는 오히려 붉바리가 귀해 kg당 약 23만원(반찬 포함) 혹은 그 이상에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붉바리(고흥 방언 꽃능성어)

#. 붉바리와 능성어, 자바리의 관계 
국내 어류대도감에서는 붉바리와 능성어, 자바리의 차이를 확연하게 구분합니다. 물론, 이를 취급하는 상인과 어부들도 구분해서 취급하기는 마찬가진데, 문제는 부르는 명칭이 지역마다 상이해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참에 정리해 둘 필요가 보입니다. 

1) 표준명 붉바리
고흥, 여수, 외나로도에서는 붉바리를 꽃능성어 또는 능성어라 불리는 경향이 있고, 제주도의 일부 상인은 이를 구문쟁이로 부르기도 합니다.

 

 

능성어(제주 방언 구문쟁이)

2) 표준명 능성어
제주에서는 통상 구문쟁이로 불립니다. 문제는 거문도입니다. 거문도에서는 능성어를 대놓고 '다금바리'로 취급해 혼란이 야기됩니다. 한때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았고, 다금바리를 이용한 상술이 문제시되었습니다.

 

거문도의 경우 상술보다는 원래 그 지역에서 부르던 이름이기에 지금도 거문도에 소재한 횟집 및 쇼핑몰 메뉴에서는 능성어란 말 대신 다금바리란 이름을 당당히 올리고 판매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이며, 이는 시정 및 계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자바리(제주 방언 다금바리)

3) 표준명 자바리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어종을 다금바리라 불렀습니다. 도감상에 기술된 표준명 다금바리가 따로 있으나 국내에서는 어획량 및 유통량이 전무할 만큼 극소량이므로 표준명 다금바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자바리는 가끔 동해 왕돌초와 거제 및 통영 앞바다 정치망에 잡혀 화제가 되었는데, 고흥 앞바다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서식지 환경 때문인지 개체 수도 적은 편입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에는 자바리가, 고흥 앞바다에는 붉바리가 많이 서식하게 됩니다. 

 

 

민어 낚시 도중에 올린 씨알 굵은 붉바리

#. 붉바리와 낚시 
사실 붉바리의 자원량이 최근 들어 늘어났다곤 하나, 상업 낚시 대상어로 삼을 만큼은 아닙니다. 제주도에서는 참돔 타이라바에서 가끔 걸려들고, 평도나 거문도권에서 갯바위 낚시 중 손님 고기로 잡힐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붉바리를 주 대상어로 삼고 출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5월부터 9월 사이는 고흥 외나로도 인근 해역에 민어 잡이가 성행하는데 이때 민어 잡이는 주낙이며, 5인승 소형 선박으로 노리는 민어 외수질 낚시에서 붉바리가 간간이 걸려듭니다. 입이 커서 농어 바늘에 산 흰다리새우(양식)를 꿰어 쓰며 약간의 고패질로 입질을 기다립니다. 

 

 

평도 갯바위에서 낚은 붉바리

붉바리는 저서층에 서식하는 어류다 보니 한여름 수온이 높아도 바닥에서 잘 뜨지 않습니다. 이러한 습성에 바닥을 찍고 릴을 한두 바퀴 감아 올린 지점에서 고패질로 유혹하며, 전반적인 낚시 방법은 민어와 같습니다.

 

국내보다 붉바리 자원에서 월등히 많은 일본 나가사키 현 특히, 대마도 북부에서는 인치쿠 게임을 통해 붉바리, 능성어를 비롯한 바리과 어류를 노리는 낚시가 종종 성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붉바리는 자바리와 견줄 만큼의 상업적 가치와 맛으로 정평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석에서 썰어먹은 돌돔과 붉바리회
주로 횟감으로 이용되는 붉바리
붉바리 뱃살

#. 붉바리의 식용
붉바리는 자바리(제주 다금바리)와 함께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횟감으로 가장 귀품 있는 흰살생선회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붉바리도 양식에 성공해 내수용으로 유통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자연산에만 의존하다 보니 어쩌다 잡히는 귀물로 취급됩니다. 

 

자바리보다 더 귀한 제주도에서는 그 몸값이 매우 높고, 상대적으로 흔하다고 여겨지는 고흥 외나로도는 그날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이 고무줄, 그나마 전국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이것이 서울 및 수도권의 고급 일식집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제 잡혀 들어올지 모를 횟감이므로 단골이 미리 예약한 경우가 많고, 돌돔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인  kg당 15~20만원을 호가하기에 서민이 접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가격이 비싸고 귀하니 활용되는 음식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보통 붉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회와 초밥 정도이며, 뼈를 푹 끓여낸 붉바리 곰탕은 산모들이나 먹는 보양식 같은 인식이 떠오릅니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요리의 범위를 넓혀 간장 조림과 나베(전골)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낚시 중에 어쩌다 한 마리 건지면 즉석에서 썰어 먹는 맛에 한껏 기분을 내지만, 사실 붉바리란 횟감은 철저하게 숙성회로 먹어야 그 맛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습니다. 활어회 상태로는 다른 어떤 횟감보다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지요.

 

이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명성만큼이나 엄청난 맛을 내는 횟감이 아닐 뿐더러, 참다랑어 뱃살처럼 처음 입에 넣었을 때부터 쨘 하고 들어오는 강렬한 풍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붉바리는 적당한 숙성을 통해 형성된 차진 식감과 도드라지는 감칠맛 또는 단맛으로 맛의 이득을 취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누군가에게는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고 먹을 만한 횟감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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