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회충(아니사키스) 

 

이제는 생선회를 잘 몰라도 '고래회충'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래회충의 위험성에 대해 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과장 보도로 불필요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했으며, 일부 오보로 밝혀지기도 했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3월에 있었던 고래회충 오보 사건입니다. 한 방송사가 망상어에서 나온 기생충의 일종인 필로메트라 선충을 고래회충으로 오인하면서 전국의 횟집과 수산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선 망상어는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생선이 아닌 데다 필로메트라 선충 또한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은 무해한 기생충임에도 불구하고, 고래회충으로 잘못 보도하면서 고래회충과 상관없는 양식업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해당 뉴스를 접한 저는 영상에 비친 것이 고래회충이 아님을 직감하고 서둘러 반박 글을 쓴 일이 기억납니다. 이후 몇몇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고,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지만, 해당 방송사는 끝내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사건은 묻히고 말았지요. 



#.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고래회충은 대부분 유충이다. 
고래회충은 이름 그대로 고래를 종숙주로 삼은 바다 기생충입니다. 중간 매개체인 갑각류와 어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되는데 이때 발견되는 것은 모두 성장기에 있는 유충입니다. 길이는 1~3cm 정도며 중간 숙주에서나 발견되는 미성숙 개체인 거죠.

 

 

양식 활어에는 좀 처럼 발견되지 않으며, 대부분 자연산 생선회에 기생합니다. 따라서 여름철 위생 처리가 안 된 자연산 생선회를 잘못 먹게 되면, 가끔이지만 고래회충증에 걸리는 것입니다. 미성숙 개체지만, 사람의 위에 들어가면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기에 분명 조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종숙주인 고래의 내장에는 얼만한 크기의 성체가 자리할까요? 제가 알기에는 8~10cm에 달하는 그야말로 지렁이 크기의 고래회충이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이를 본 사람은 대단히 드물죠. (고래의 배를 가르지 않은 이상)

 

  

고등어 한 마리에서 나온 고래회충 

저는 어류 칼럼니스트로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획된 생선은 해부하고 살피는 습관이 있습니다. 사진은 고등어 한 마리에서 나온 고래회충입니다. 기생충 번식률이 가장 높은 계절은 여름~가을이며, 이 시기에 잡힌 고등어에는 마리 당 평균 10~30마리 혹은 그 이상도 발견됩니다.  

흔히 고래회충은 고등어나 갈치 내장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외에도 작은 베이트 피시와 갑각류를 잡아먹는 바닷물고기에는 적든 고래회충을 보유하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생선회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일본은 날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있으니 고래회충(아니사키스)을 늘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 고래회충의 생활사

고래회충은 부화 후 여러 단계의 중간 숙주를 거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녀석의 종착지는 고래와 상어 뱃속이며 여기서 알을 낳고 분변을 통해 자손을 뿌립니다. 그 분변이 한동안 부유하다 부화하는데 여기서부터 부화 →  동물성 플랑크톤 → 갑각류 → 작은 베이트 피시 → 큰 물고기 → 더 큰 물고기 → 고래나 상어, 물개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먹이사슬의 중간에는 인간이 개입하게 되고, 생선회로 먹던 사람 중 극히 일부는 고래회충에 감염됩니다. 

 

 

갈치구이에서 발견된 고래회충

#. 고래회충이 산채로 입에 들어갔을 때의 증상

일단 감염되면 복부에 극심한 통증을 일으킵니다. 구충제 한두 알로는 잘 듣지 않으니 미리 복용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회를 먹고 3~5시간 즈음에 복통이 오면 빨리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으며, 최악의 경우 내시경을 통해 고래회충을 적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래회충은 먹이사슬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활어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양식 활어회를 먹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생충 감염에서 자유롭습니다.

 

다만, 여름부터 가을 사이 자연산 생선회를 드실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래회충은 평소 내장에만 기생하다가 숙주가 죽으면 무너진 생체방어력을 틈타 수시간 내 근육에 파고듭니다. 이를 '근육 이행률'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전부 파고드는 것이 아닌 '일부'입니다. 한 마리가 보유한 여러 고래회충 중 근육에 파고든 비율을 따지는 것입니다.

 

모든 고래회충이 살로 파고들 수 없는 이유는 해당 개체의 활력 둔화와 환경적인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생선에는 내장을 감싸는 내장 막이 있습니다. 이 내장 막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에 옆구리의 연한 살을 통하거나 항문 근처를 통해 살 속으로 파고들며, 이러한 근육 이행률은 전체 개체 수 중 10%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10% 라도 산술적으로는 발생 가능한 확률이므로 전처리(활어가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제거해 신선한 횟감 상태로 만드는 작업)가 이행되지 않은 일부 생선에서는 고래회충의 근육 이행이 나타납니다. 

그것을 모르고 회로 먹다 걸리는 것이 고래회충증입니다. 이 고래회충증은 자체 검열이 까다로운 일식집이나 마트(마트는 거의 양식만 사용)에서는 발생하기 어렵고, 주로 위생의 사각에 놓인 횟집 및 좌판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여름에 회를 먹고 배가 아파 응급실에 간 사례는 대부분 산지로의 여행 및 그 지역 수산시장을 이용했거나, 행락객이 주로 찾는 관광지 횟집, 그리고 낚시꾼이 직접 잡아먹은 경우입니다.   

그러니 일반 소비자가 멀쩡한 식당에서 회를 먹고 고래회충에 감염될 확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하로 낮다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수치적으로 나타내자면 1/10,000도 되지 않습니다. (하루 평균 생선회를 구매한 소비자가 전국적으로 만 명 이상은 넘을 테니 감염률은 한없이 낮아지겠지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고래회충은 무엇이고, 왜 감염되며, 어떻게 하면 감염률이 높아지는지(?)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이 고래회충은 발생 빈도만 높을 뿐, 겨울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여름에 회를 무조건 배제한다는 관점보다는, 위생 관념이 좋은 검증된 횟집 또는 회전율이 높거나 입소문 난 맛집에서 회를 먹는다면, 여름이라도 즐겁고 건강하게 회를 즐길 수 있음을 이 자리를 통해 알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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