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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손질하다 사망, 비브리오 패혈증은 살인 박테리아인가?(상편)

 

 

 

수조에 오래 방치된 활어

#. 비 오는 날 회는 정말 맛이 없을까?
옛말에 “비 오는 날 회는 먹는 것이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 분명, 양식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국내에는 양식 산업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자연산에 의존해야 했기에 기상 문제로 인한 어선의 출항 여부가 중요했습니다. 

 

설상가상 태풍이라도 불어 닥치면 며칠 동안 출항이 묶였고, 그로 인해 횟집 수조에는 싱싱한 횟감이 없었다고 생각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제는 세월이 흘렀고 반나절이면 싱싱하게 포장된 회가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가 먹는 횟감은 대부분 양식 활어이고, 유통 시스템은 혁신적으로 발달했습니다. 전국의 고속도로에는 반나절만에 국토의 끝에서 끝을 오가는 일명 물차(활어차)가 달리고, 활어 보관과 숙성 기술도 발달했지요. 때문에 폭우가 쏟아진다 한들 생선회의 자체 품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습도가 높은 날은 주방 위생을 더욱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위상상 문제를 제치더라도 비 오는 날 회가 맛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특히, 장마철에 한반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습도가 90%에 육박합니다. 비는 온종일 내려 축축하며 불쾌지수는 올라갑니다. 

 

이런 날 둘러보던 횟집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없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웃어른 말대로 비 오는 날 회를 먹으면 안 되기 때문일까요? 혹은 본능적으로 회 맛이 떨어짐을 느꼈던 걸까요?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위생상 문제와 별개로 우리의 후각이 예민해 식욕을 떨어트릴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정말 비오는 날은 회 맛을 떨어트릴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기압골의 영향으로 공기 밀도에 변화가 생깁니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아스팔트나 흙내음이 좀 더 선명히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이렇게 축축한 날, 조금이라도 위생 상태가 불량한 식당에는 평소 느끼지 못한 각종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깨끗하지 못한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했을 때 올라오는 냄새, 오래된 식당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 찌든내와 곰팡내, 그리고 주방에서 세어 나오는 비린내 등이 우리의 식욕을 떨어트리면서 결과적으로 회 맛을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여름철일수록 위생 강화에 힘써야 

#. 반드시 위생적인 곳에서 섭취해야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유형을 추려보면 대체로 40~50대 이상 간질환을 앓았거나, 고령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식중독 및 기생충 감염에 의한 사고 소식을 종합해 보면 대게 행락객을 상대로 한철 장사하는 횟집 및 시장터가 많이 차지합니다. 

 

그만큼 회는 신선도 뿐 아니라 위생 관념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경우 간 기능과 면역력이 정상이라면 발병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름 생선회는 모두 비브리오 불니피스 균에 감염되었을까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장마철 폭우로 인해 해수의 염도가 낮아져서 세균이 번식했거나 또는, 저층에 있던 박테리아가 상층으로 올라와 물고기를 감염시킨다고 하는데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장마철이면 폭우로 인해 댐을 열고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내려야 바다로 유입됩니다. 이로 인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역은 염분 농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데 비브리오 균은 오히려 담수에 취약하므로 이러한 저염분 상태가 증식에는 도움을 못 줍니다. 

 

 

위생 상태가 좋은 횟집 또는 단골 횟집을 정해두는 것도 요령이다 

비브리오 균은 염분 농도와는 별개로 해수온에 영향을 받습니다. 좀 전에도 설명했지만, 해수온이 20도가 넘으면 번식이 왕성해지는데 이때 물고기로 침투하는 것이 아닌 표면(비늘, 아가미, 지느러미 등)에 붙게 됩니다. 

 

따라서 회를 먹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된 것은 오염된 횟감을 먹어서가 아닌, 손질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위생적인 처리 때문입니다. 특히, 위생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관광지 횟집과 재래시장에는 일부 위생관념이 실종된 상태에서 조리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칼과 도마를 통해 표면에 묻어 있던 균이 살에 옮을 확률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름철에 생선회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위생 관념이 검증된 식당 및 횟집, 일식집을 이용하길 권하며, 회전율이 높고 입소문 난 맛집을 이용하는 것도 여름철 회를 안전하고 맛있게 즐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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