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가시가 발달해 꽃게라 부른다

꽃게는 꽃처럼 빨갛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아닌 뾰족한 가시를 의미하는 ‘곶’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 ‘곶’은 꽃게 다리를 비롯해 온몸에 가시처럼 돋아나서 맨손으로 만지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옆구리 양 옆에 자리한 크고 강력한 가시가 상징인 ‘곶게’는 오늘날 ‘꽃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가시가 크게 발달한 바닷게인 셈입니다. 

지금 꽃게 시즌이 한창입니다. 봄에는 알이 가득 차는 암꽃게가, 가을에는 살이 차오르는 수꽃게가 제철을 맞는데요. 이번 시간에서는 시장과 마트, 어디서든 꽃게를 고르는 데 필요한 혜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싱싱하고 좋은 꽃게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 싱싱하고 좋은 꽃게, 어디서 구매할까?
비단 꽃게 뿐 아니라 갑각류는 바다에서 막 건진 것일수록 살이 꽉 차고 맛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바다에서 막 건진 꽃게를 단 시간 내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당일바리’입니다.

 

꽃게의 경우 우리나라 동, 서, 남해 모두 서식하지만, 서해에서 생산되는 꽃게가 80% 이상을 차지하며, 맛과 품질도 우수합니다. 대표적인 꽃게 산지라면 서산(안흥)과 군산을 들 수 있고, 가을이 깊어 가면 연평도로 올라옵니다.

 

이들 산지에서 그날 조업한  ‘당일바리’를 산지 직송으로 배송하는 쇼핑몰이 많이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질 좋고 싱싱한 꽃게를 먹으려면 산지로 가서 직접 구매하거나, 산지 직송으로 배송받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활꽃게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구매할 때는 이미 활어차로 실려와 중간 도매를 거친 것이므로 아무래도 산지 직송보다는 활력에서 떨어집니다. 다만, 상품성을 헤칠 만큼 급격한 차이는 벌어지지 않아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차선책이 됩니다. 

 

 

 

수산시장은 일부 점포의 바가지 상술 예를 들어, 가격적인 상술보다는 중량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장 본문에서 설명하는 ‘꽃게 고르는 법’을 어느 정도 알고 가면 좋습니다. 

 

활꽃게를 저렴하게 구매하겠다면 그래도 수산시장이 강점을 보이는데, 직접 고르기가 귀찮거나 좀 더 간편하게 구매하고 싶다면, 근처 재래시장이나 마트가 무난한 구매처가 되겠습니다. 특히, 활꽃게가 아닌 냉동꽃게를 구매하겠다면, 품질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대형 마트가 믿을 만합니다.

 

가끔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마트에서  톱밥 꽃게를 판매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탕감용으로 제격인데요. 살아있기 때문에 찜을 해서 먹기에도 좋습니다. 이러한 톱밥 꽃게는 9~10월에만 한시적으로 판매되며, 가격 대비 성능비가 뛰어나니 추천할 만합니다.

 


#. 꽃게의 암수 구별
이제는 상식이 되었듯 봄에는 알을 가득 찌운 암꽃게가, 가을에는 살을 가득 찌운 수꽃게가 제철을 맞습니다. 우선 암수 구별법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게의 암수 구별은 꽃게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게’ 종류에 해당됩니다. 

 

다만, 킹크랩과 대게 같은 일부 게들은 생산국에 따라 암컷의 포획 및 유통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시중에 흔히 보이지는 않습니다. 꽃게의 경우 산란철이라고 예상되는 6. 21~8. 20 사이 포획을 금하는 금어기이므로 이 시기는 생물 대신 냉동 꽃게가 유통된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배딱지가 뾰족하면 수컷이고 둥그스름하면 암컷

사진에서 오른쪽은 암꽃게입니다. 꽃게의 암수는 배딱지 모양으로 구별하는데 보시다시피 배딱지가 널찍하고 둥그렇습니다. 반면, 수꽃게의 배딱지는 뾰족합니다. 가끔 암꽃게와 수꽃게의 중간 형태를 띠는 것이 있는데 이는 미성숙 꽃게로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를 충남도에서는 사투리로 ‘사시랭이’라 부르며 사람으로 치면 다 자라지 않은 청소년기에 해당하므로 포획과 유통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알이 꽉 찬 암꽃게와 살이 꽉 찬 수꽃게는 어떻게 고를까요? 

 


#. 알이 꽉 찬 암꽃게, 어떻게 고르나?
암꽃게는 금어기에 해당하는 6. 21~8. 20일에 걸쳐 2~3회 가량 다회 산란을 합니다. 하지만 이 기간은 사람의 달력으로 정한 기간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9월, 심지어 10월에도 포란 게(산란이 임박해 알을 바깥으로 꺼낸 임신 말기의 암꽃게)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꽃게의 산란은 제법 방대한 기간에 이뤄지며, 그해 먹잇감이 풍부했는지, 수온이 적당 했는지에 따라 산란 시기가 결정됩니다. 대체로 6~9월 사이 산란한 암꽃게는 속이 텅텅 비어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이때는 허물(탈피)을 벗고 몸집을 키운 수꽃게가 제철을 맞이합니다. 

 

 

알이 가득 든 암꽃게

임산부였다가 산모가 된 암꽃게는 가을에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며 살을 찌우고, 그해 11월경부터는 수꽃게와 짝직기해서 몸에서 알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가을은 수꽃게가 맛이 좋다고 해도, 11월이면 암꽃게 또한 제법 먹을만한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이후입니다. 찬바람이 들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꽃게는 따듯한 바다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제주도 근처 깊은 바다에서 월동을 나기 때문에 한겨울에는 암꽃게가 알을 찌워도 어획과 유통이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이듬해 2~3월부터 다시 북진, 서해로 들어와 3월부터 잡히기 시작하는데요. 4월부터 6월 중순 사이에는 알을 찌운 암꽃게가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알이 들지 않은 암꽃게
알이 반밖에 들지 않은 암꽃게
알이 든 암꽃게

위 사진은 암꽃게가 알을 찌우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가장 위쪽은 가을에 알이 빈 상태로 배딱지 빛깔이 푸르스름하다가 점차 알을 갖추면서 붉어지고, 이듬해 봄이면 붉은빛이 완연해집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암꽃게에 알이 들었구나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상품성을 예단하기에 부족합니다. 확실히 알은 들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알이 구석구석 찼는지입니다. 

 

 

꽃게 옆구리는 알이 마지막으로 차는 종착지이다
꽃게 옆구리가 붉으면 알이 가득 찼다는 증거
산란기 암컷은 거뭇거뭇한 잔털이 많이 난다

알이 얼마나 찼는지는 서두에 언급한 옆구리 가시(곶)’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이 꽉 찬 꽃게는 옆구리 가시 부근까지 알이 차서 그 부근이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냉동 꽃게를 고를 때입니다. 4~6월 중순 사이에 잡힌 꽃게는 대부분 알이 찬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기와 상관 없이 구매해야 하는 냉동 꽃게 수요도 생각해야 합니다. 

 

알이 꽉 찬 암꽃게로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을 만들기 위해선 더더욱 싱싱할 때 급랭한 암꽃게를 선호하게 되는데요. (활꽃게는 싱싱하지만 살이 풀어져서 게장 담그기에 좋지 못해요.) 

 

11~12월에 잡힌 암꽃게의 경우 이제 막 알을 찌우기 시작했고, 2~3월의 꽃게 또한 알이 완전히 차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우리는 4~6월 사이 잡혀 급랭한 암꽃게를 선별해야 하는데 이때 유심히 보아야 하는 것이 옆구리 가시가 붉은지입니다. 

 

 

살이 차지 않아 불그스름한 빛깔을 띠는 햇꽃게

#. 살이 꽉 찬 수꽃게 고르는 법
알이 들지 않은 수꽃게는 달고 부드러운 살이 장점입니다. 금어기가 풀리는 8월 21일부터 조업이 시작돼 이른바 ‘햇꽃게’ 전쟁이 펼쳐지는데요. 

 

이 시기 대형 마트에서는 살이 덜 찬 햇꽃게 마케팅으로 저렴하게 상품을 구성해 내놓기도 합니다만,  ‘싼 게 비지떡’인 만큼 아무래도 수율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수꽃게가 제대로 살이 차려면 추석은 지나야 합니다. 때문에 추석을 기점으로 초반 시즌인 8월 말~9월 중순은 kg당 2만 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살이 꽉꽉 차기 때문에 마리 당 중량도 무거워지고 그에 따라 가격도 올라갑니다. 

현재(9월 중순) 기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 꽃게 시세는 3만 원 가량이고, 냉동은 2만 원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월이면 어획량에 따라 동결이 될 수도, 좀 더 비싸질 수도 있겠지만 살 수율은 확실히 좋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랬을 때 같은 수꽃게라도 살이 찬 것이 있고, 개체에 따라 덜 찬 것이 있으니 이 장에서는 살이 꽉 찬 수꽃게를 선별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1) 크다고 살이 꽉 찬 것은 아니야
꽃게는 클수록 상품성이 좋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살이 꽉 찬 것은 아닙니다. 잡히고 며칠 지났거나, 수조에 오래 둘수록 게살의 수율은 떨어지며, 9~10월에도 일부 개체는 탈피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탈피를 하고 나서 일주일 이하인 꽃게는 껍질이 단단하지 않거나 살이 덜 찼을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언제 잡혀 얼마나 보관됐는지도 모를 냉동 꽃게는 이 부분에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냉동 꽃게를 구매하겠다면, 어획 시기 또는 냉동 시기를 알아보고, 급랭 꽃게인지 여부도 확실하게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희고 단단하며 윤기가 나는 것이 좋은 수꽃게

2) 희고 윤기가 나야 좋은 꽃게
배 부분의 껍질이 희고 윤기가 난다는 것은 그만큼 탈피한 지 오래 됐다는 증거입니다. 살이 투명하지 않고 흰색으로 반짝반짝 빛나야 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면 그 게는 수율이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살이 덜 찬 수꽃게

 

살이 비교적 찬 수꽃게

3) 다릿살을 주목하자
꽃게가 살을 찌울 때는 알을 찌울 때와 비슷합니다. 몸통부터 살을 찌우고 나서 꽃게의 얇은 다리로 살이 차기 시작하는데 이 다릿살이 투명하거나 불그스름하면, 살이 덜 찼거나 대신 물이 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살이 찬 수꽃게는 다리 쪽 껍질도 배딱지와 마찬가지로 희고 광택이 나야 합니다. 

 

 

상태가 좋지 못할 확률이 높은 수꽃게

4) 누렇거나 거뭇거뭇한 것은 피하자

일명 당일바리 꽃게를 보면 배 딱지 부근이 희고 깨끗합니다. 검거나 누렇게 변색된 것은 싱싱하지 못하거나 살이 덜 찼을 확률이 있는 B급 꽃게이니 이런 것은 가급적 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장이 몽글몽글 뭉치고 냄새가 나지 않아야 싱싱한 꽃게

5) 배딱지에서 냄새 나면 안 돼
꽃게 고를 때 애매하다 싶으면 배딱지에 코를 대 봅니다. 깡깡 언 꽃게로는 눈치채기 힘들지만, 죽은 지 얼마 안 된(혹은 상인이 얼마 안 됐다고 말하는) 꽃게가 상하기 시작하면 내장부터 상하기 때문에 배 부근에서 악취가 납니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냄새가 나면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 꽃게 요리 
꽃게는 암수와 계절에 따라 용도를 달리합니다. 암꽃게는 간장게장과 탕, 수꽃게는 양념게장과 찜이 어울리는데 게장은 활꽃게보다 살이 잘 뭉쳐지는 냉동(급랭) 꽃게가 유리합니다. 이밖에도 꽃게 된장탕과 죽이 좋은데 여기서는 꽃게의 대표적인 요리인 찜과 꽃게 된장탕 레시피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꽃게는 배가 위를 보게 해서 찌는 것이 기본이다

1) 꽃게찜 만들기
꽃게찜은 활꽃게가 가장 좋지만, 급랭한 신선한 꽃게도 괜찮습니다. 활꽃게로 찔 때는 수돗물에 약 10분간 담가 기절시킨 다음 찜기에 올립니다. (안 그러면 발버둥 치다 게장을 일부 흘릴 염려가 있어요.) 조리용 솔로 깨끗이 씻고 물로 한 차례 헹군 꽃게를 찜기에 올리는데 이때 배딱지가 위를 보게 합니다. 

 

 

배딱지를 제거하면 뚜껑을 열기 쉽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튼실한 가을 꽃게찜
남은 게장으로 밥 비벼 먹으면 별미다

찜기에 물을 조금만 넣고, 청주나 맛술 2~3스푼을 넣은 뒤 뚜껑을 닫아 약 15분간 찌고, 5분은 불을 끄고 뜸들입니다.

 

손질은 가위로 하는데 갓 찐 꽃게는 매우 뜨거우니 목장갑과 비닐 장갑순으로 착용 후 다리부터 자르고 몸통은 세로로 가릅니다. 아가미를 잘라낸 몸통은 먹기 좋은 크기로 2~3 등분하고, 집게 다리는 가위로 잘라먹기 좋게 냅니다. 

 

 

꽃게 된장탕 재료

2) 꽃게 된장탕
2인 기준으로 꽃게(大) 한 마리가 들어갑니다. 두부 반 모, 팽이버섯 한 줌, 애호박 1/2개, 양파 조금, 매운 고추 1~2개. 양념으로는 된장 2스푼, 고춧가루 2스푼, 소금 간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맛을 보고 싱거우면 조금만 합니다. 

 

 

된장 육수가 끓으면 각종 재료를 넣고 푹 끓인다
가을에 얼큰한 속풀이가 되는 꽃게 된장탕

우선 전골냄비에 물을 자작하게 담고 된장 2스푼을 넣습니다. 집에 두 종류의 된장이 있다면 섞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는 시판되는 된장과 찌개용 된장을 섞었습니다. 

 

다시 국물은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된장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고춧가루 2스푼을 넣고, 이어서 손질한 꽃게와 두부, 애호박, 양파를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국물이 한창 끓고 있을 때 팽이버섯과 고추를 넣고 마무리합니다. 총 조리시간은 불을 켜고 나서 10분이면 충분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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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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