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낚시 장비와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1990년대입니다. 그 전에도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소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인프라가 형성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최첨단 낚시 장비는 꿈도 못 꿨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낚시는 아저씨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것이 사실!

 

하릴없이 세월이나 낚으며 애먼 생명을 죽이는 악취미를 넘어, 낚시에 빠진 남편 때문에 주말이면 과부가 돼야 했던 강태공의 아내들. 심지어 가족과의 단란함을 헤치고 가정을 파탄 내기도 한다며,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그렇게 낚시에 대한 인식은 한동안 정체되었습니다.   

 

 

지금의 바다낚시는 과거와 사뭇 다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이 지나면서 국민 취미 부동의 1위였던 등산이 낚시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도시어부>와 <성난 물고기>같은 낚시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으며 좀 더 대중에게 친숙히 다가간 계기도 되었습니다.

 

낚시를 하지 않던 이들이 낚시장비를 구매하고, 낚시를 즐기는 연령층과 성별이 다양해지면서 소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낚시가 이제는 국민 레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낚시를 통해 지친 삶에 활력이 되면서 소소한 일탈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물론, 낚시란 취미는 물고기를 잡는 것부터 비롯되지만, 실제로 낚시해 보면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설렙니다. 자연과 함께 무언가를 교감한다는 것은 복잡한 세속의 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니까요.

 

하지만 겨울만큼은 베테랑 낚시인도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계절입니다. 겨울 바다낚시로 손꼽는 대표적인 어종, 무엇이 있을까요? 이 어종을 낚기 위해 필요한 장비, 주의사항까지 알아보도록 합니다.

 

 

대물 벵에돔

#. 겨울 바다낚시의 매력
겨울 바다낚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당찬 손맛’과 ‘한가로운 여유’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한 계절풍과 파도로 좀처럼 진입을 허용치 않지만, 일단 좋은 날씨를 고르고 갔다면, 한 마리를 낚아도 대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겨울은 낚시객 수요가 덜 몰리는 비수기라 평소보다 덜 북적대고 포인트 경쟁도 덜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전문 낚시인들이 기록 경신을 위해 뛰어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특히, 감성돔이 그러하며 감성돔이 아니더라도 겨울에 낚이는 어종은 대체로 맛이 뛰어나 직접 낚아 먹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 겨울철 바다낚시 대표 어종
겨울에 낚이는 대상어는 여름 가을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씨알이 굵고 당찬 손맛을 안겨주는 매력 있는 어종입니다. 대표적으로 감성돔, 조피볼락(우럭), 볼락이 있으며 남해 선상 외줄낚시에서는 열기가, 동해에서는 참가자미와 용가자미(어구가자미), 동네 방파제에서는 학공치가 인기입니다.

 

오늘은 바다낚시인이라면 누구나 잡아보고 싶은 꿈의 어종 ‘감성돔’과 국민 횟감 ‘우럭’, 그리고 남도의 진주 ‘볼락’ 낚시에 관해 알아봅니다. 

 

 

겨울바다 넘버원 대상어인 감성돔

#. 갯바위 낚시의 꽃 ‘감성돔’을 낚아보자
감성돔은 년 중 잡히지만, 11월부터 1월까지 잡히는 ‘초등 감성돔’은 씨알과 마릿수를 모두 만족하기 때문에 준비만 잘하면, 전문 낚시인이 아니더라도 손맛 볼 기회가 있습니다. 

 

다만, 2~3월은 일 년 중 수온이 최저로 떨어지는 어한기 즉, ‘영등 감성돔’ 시즌으로 한 마리를 낚아도 대물일 확률이 높지만, 기술과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보꾼들에게는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1) 언제 어디서 잘 잡힐까?
겨울 감성돔 낚시는 남해 일대에 집중됩니다. 감성돔이 잘 낚이기로 유명한 곳은 가거도, 추자도, 거문도 등 3대 원도권이 빠질 수 없습니다. 비록, 포인트 인지도에서는 밀리지만,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는 여수 금오열도와 고흥 손죽도, 전남 황제도, 덕우도, 완도 청산도 등이 감성돔 낚시터로 유명합니다.

 

남해 동부권으로 무대를 옮기면 거제 해금강 일대와 통영 국도, 욕지도가 감성돔이 잘 낚이기로 유명합니다. 시즌은 11월 후순부터 시작돼 1월까지이고, 1월 후순부터 3월까지는 3대 원도권에 집중됩니다. 잡히는 시간대도 점검해야 합니다.

 

감성돔은 이른 아침 동틀 때가 가장 확률이 높습니다. 시간대로 보면 6시 30분부터 9시까지다. 이후에도 입질을 들어오며, 해가 중천에 뜨고 한낮으로 갈수록 확률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해가 기우는 4~6시 사이에도 한 차례 입질 확률이 올라가니 일출과 일몰 전후를 집중해서 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 아래 내용은 초심자를 위해 구체적인 브랜드와 모델명을 거론했습니다.(협찬 아님)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일본 브랜드도 거론되지만, 채비 특성과 밸런스의 이점 때문에 포함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추천 릴 찌낚시 세트 2종
감성돔 낚시는 갯바위 릴 찌낚시로 잡아내며, 겨울철에는 고부력 반유동 채비가 유리합니다. 

- a 세트 
로드 : NS 클로져기SV 1-530
릴 : 시마노 울테그라 2500
원줄 : 선라인 이소 스페셜 플로팅 마커 2.5~3호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하이퍼 클리어 1.7~2.5호
어신찌 : 쯔리겐 M-16, 쯔리겐 급류심장, 쯔리겐 뉴 본류원투 1호, 1.5호, 2호
미끼 : 밑밥(밑밥 크릴 5장 + 파우더 2장 + 압맥 3봉), 선별 크릴

a세트의 특징은 가격 부담이 적은 중급기라는 점에 있습니다. 초보자의 경우 장비 다루기가 서툴기 때문에 사용감이 가중되며, 초릿대를 부러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과한 고가 장비는 사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a세트는 30~40만 원 선에서 갯바위 낚시 장비를 갖출 수 있는 경제성이 특징입니다. 다만, 낚싯대가 중급기다 보니 대물과의 파이팅에서 힘 싸움이 전개될 때 마냥 낚싯대를 세운다고 대상어의 힘이 빠지길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적절한 밀당으로 대상어를 제압해 나가는 파이팅 기술이 필요하며, 그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30~40cm급 감성돔과 50~60cm급 숭어를 상대로 낚싯대의 성능을 발휘하는 연습을 권합니다. 

- b 세트
로드 : 시마노 인해 스페셜 IM 1-530 2017년형 
릴 : 시마노 BB-X 하이퍼포스 2500~3000 LBD릴 시리즈
원줄 : 토레이 은린 SS 하이포지션 플로트 2.5~3호
목줄 : 토레이 슈퍼 L-EX 리미티드 클리어 1.7~2.5호
어신찌 : 쯔리겐 한국지누, 쯔리겐 탑 지누, 쯔리겐 직공 스페셜 에디션 1호, 1.5호, 2호
미끼 : 밑밥(밑밥 크릴 5장 + 파우더 2장 + 압맥 3봉), 선별 크릴

b세트는 감성돔 낚시에 재미가 붙은 중급자 이상을 겨냥한 타입입니다. 장비 구성이 하이 텐션을 바탕으로 한 대물의 제압에 있기에 어떤 필드, 어떤 크기라도 문제없이 낚아낼 수 있는 고탄성을 지닙니다.

 

릴 또한 하중의 힘을 적절히 분산하고 부드럽게 제압해 나가기 때문에 대물 감성돔 및 대물 벵에돔 낚시에 적합합니다. 단점은 고가의 가격입니다. 넉넉잡아 120만 원선에서 갖추기 때문에 경제성과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럽습니다.

 

하지만 일산 브랜드의 검증된 제품으로 성능의 발휘 면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물론, '이 시국에?'와는 별개로 하는 얘깁니다.) 

 

내가 만약 감성돔 낚시를 오랫동안 즐기겠다면 베테랑 프로 낚시인들이 쓰는 장비를 그대로 갖추는 것이 이중지출을 줄이는 안정적인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갓잡은 자연산 감성돔회

3) 감성돔 대표 요리
한겨울 감성돔은 살이 도톰하고 지방이 차서 빼어난 식감과 맛을 자랑합니다. 낚시로 잡은 감성돔은 생선회와 초밥이 빠질 수 없는데 활어회보다는 5~6시간 이상 숙성한 숙성회가 일미다. 회를 치고 남은 뼈는 매운탕이 어울립니다. 몸길이 30cm 전후의 중치급 감성돔은 소금구이와 간장 조림이 어울리며, 신선한 것은 도미 솥밥 재료로 훌륭합니다. 

 

 

대형 조피볼락(우럭)

#. 국민 횟감 조피볼락(우럭)을 낚아보자
한겨울 우럭은 반드시 배를 타야 잡을 수 있습니다. 서해는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씨알 굵은 우럭을 잡기 위해 남해 및 동해 남부(포항)으로 출조지를 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1) 언제 어디서 잘 잡힐까?
겨울철 우럭 낚시는 비교적 기후가 따듯한 동해 남부권과 남해 일대 특히, 통영과 여수권으로 집중됩니다. 선상낚시를 이용해 수심 40~50m 권을 노리며, 여밭 포인트와 어초 포인트로 나뉩니다.

 

출항지는 통영과 여수이며, 주로 거문도 및 백도 해상, 통영 앞바다에서 행해집니다. 포항 및 부산에서는 주로 왕돌초나 6광구로 진출하는데 귀한 띠볼락(참우럭)이 낚여 즐거움을 더합니다. 선상낚시라 입질 시간대보다 물때 영향을 많이 받는데 조금 전후가 유리하며 만조에서 초썰물로 돌아설 때, 또는 간조에서 초들물로 돌아설 때가 확률이 높습니다.

2) 추천 우럭낚시 세트 2종
겨울철 우럭 낚시는 어초와 침선, 여밭을 타기 때문에 선상 전용 우럭대와 전동릴의 조합이 기본입니다.

- a 세트
로드 : NS 하이브리드 해검 V3 선상우럭대
릴 : 바낙스 카이젠 150
원줄 : 마루후지 다이니마 8합사 선상낚시줄 6호
미끼 : 오징어, 미꾸라지

a세트는 입문자나 초심자를 겨냥한 장비 구성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부담이 없으면서도 한번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할만합니다.

- b 세트
로드 : NS 골든베이 SV 100-215 선상우럭대 
릴 : 시마노 포스마스터 3000XP
원줄 : 선라인 슈퍼 PE 6호
미끼 : 오징어, 미꾸라지 


b세트는 장비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하는 중급자 이상을 겨냥했습니다. 가격대가 있지만, 선상낚시를 자주 나가고 향후 지속적인 출조가 있을 예정이라면 이와 같은 장비 구성을 추천합니다.

 

 

 

우럭 마늘 구이
말린 우럭찜]

3) 우럭 대표 요리
우럭은 생선회와 매운탕이 기본이지만, 40cm가 넘어가는 개우럭은 숙성회와 초밥이 맛있습니다. 꾸득히 말린 반건조 우럭은 우럭젓국과 찜이 좋고, 생물은 마늘구이와 버터구이가 별미입니다. 

 

 

남도의 진주 볼락

#. 남도의 진주 ‘볼락’을 낚아보자
볼락은 경상남도가 자랑하는 겨울철 별미 어종입니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한겨울부터 봄 사이 잡힌 우럭은 돔과도 안 바꿀 만큼 차진 식감과 단맛을 뽐내며,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생선이기도 합니다. 볼락은 크게 볼루(볼락루어)와 선상낚시로 나뉩니다. 

1) 언제 어디서 잘 잡힐까?
볼락은 통영 삼천포가 주산지지만, 통영과 부산, 거제, 남해, 여수 앞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거문도 백도 해상에서 외줄낚시로 낚는 열기 채비에 볼락이 혼획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10m 이하 얕은 암초대를 노리기 때문에 루어낚시든 선상낚시든 갯바위를 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밤에 잡히기 때문에 철저히 밤낚시가 성행하며, 집어등을 켜고 합니다. 방파제는 가로등이 환히 켜진 곳이 포인트입니다. 

 

 


2) 추천 볼락낚시 세트 2종
여기서는 볼락 루어 낚시와 선상낚시로 나누었습니다.

- a 세트
로드 : NS 다크호스 락피쉬 
릴 : 바낙스 자르곤 2500
원줄 : 선라인 트라우티스트 에어리어 LE 스텔스 0.5호
미끼 : 지그헤드+웜, 사백어(병아리), 볼락 전용 웜 

a세트의 특징은 갯바위 및 방파제 볼락루어(일명 볼루)에 특화된 장비입니다. 경량화된 장비로 작은 볼락의 손맛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며, 도보 포인트에서의 워킹 낚시 용으로도 부담이 없습니다.

- b 세트
로드 : NS 스프라이트 루어낚시대 
릴 : 시마노 스트라딕 2000
원줄 : 토레이 솔트라인 메바링 PE합사 0.5호~0.8호
미끼 : 지그헤드+웜, 사백어(병아리), 볼락 전용 웜, 크릴

b세트는 선상볼락낚시에 초점을 맞춘 장비 구성입니다. 초심자, 중급자 할 것 없이 11~5월 사이 행해지는 볼락 선상낚시에 적합한 구성입니다.

 

 

겨울바다의 맛을 품은 삼천포 볼락회
대충 구워도 맛있는 볼락 소금구이
언 몸을 녹이는 개운한 볼락탕

3) 볼락 대표 요리
볼락은 어떤 조리법이든 어울리고 맛이 좋은 생선입니다. 싱싱한 볼락은 회로 먹는데 작은 것은 뼈째 썰고, 큰 것은 통째로 포 떠서 껍질을 벗겨 썹니다. 소금구이가 유명하며, 배춧잎을 풀어 말간 하게 끓인 볼락탕도 별미입니다.

 

또한, 볼락은 김치와도 궁합이 좋습니다. 남도 지방에서는 예부터 싱싱한 볼락을 뼈째 썰어 김장김치와 함께 담가 숙성한 볼락 김치와 볼락 깍두기가 유명합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 중이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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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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