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어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민물장어’와 ‘바닷장어’. 그리고 ‘장어를 좋아하는 사람’과 ‘장어를 싫어하는 사람’. 물론, 여기에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먹지 않아 관심을 두지 않은 이들도 포함됩니다.

 

흔히 민물장어라고 하면 풍천장어를 떠올립니다. 정식 명칭은 ‘뱀장어’입니다. 이름에 ‘뱀’이 들어가긴 했지만, 파충류가 아닌 어류입니다. 우리가 흔히 ‘꼼장어’로 알고 있는 먹장어는 이름에 ‘장어’란 말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장어가 아닌 원구류에 속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바다뱀’이 파충류가 아닌 장어류라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입니다. 바닷장어류 중에는 정식 명칭이 ‘바다뱀’이란 것도 있습니다. 표준명이 바다뱀일 뿐, 우리가 알던 파충류의 바다뱀이 아닌 뱀장어목에 속하는 어류입니다.

 

영문명인 ‘Longbill eel’에서도 장어류임을 확인할 수 있죠. 이렇듯 이름에서 오는 혼란이 적잖은데요. 이는 표준명과 실생활에서 쓰는 명칭상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온난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인해 대만에서나 서식하던 바다뱀이 제주도나 부산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 바다뱀은 우리가 익히 알던 파충류이며, 표준명은 코브라과에 속하는 ‘넓은띠큰바다뱀’입니다. 일반 독사보다 20배 이상 강한 맹독을 지니기 때문에 한번 물리면 사망에 이를만큼 무시무시합니다. 

 

장어는 이름 그대로 긴 ‘장(長)’ 자를 써서 장어라 하지만, 생물학적 분류상으로는 어류인 장어도 있고, 어류인데 이름만 바다뱀인 것도 있으며, 무시무시한 파충류 바다뱀도 공존합니다. 이 중에서 오늘 다룰 이야기는 ‘민물장어’와 ‘바닷장어’입니다. 우리는 장어류를 얼마나 알고 먹어왔을까요?

 


#. 불가사의한 뱀장어의 비밀 
흔히 ‘몸 보신하러 장어 먹으러 가자’라면 대게 민물장어를 의미합니다. 이 장어의 정식 명칭은 ‘뱀장어(학명 : Anguilla japonica)’. 실제로 뱀장어는 기가 허한 시기인 여름~가을이 제철이며,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서 체력회복에 좋은데요.

 

특히, 비타민 A가 풍부해 대표적인 자양 강장 식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식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제법 넓은 분포도를 보이며, 강과 호수, 늪, 논 등 민물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 다금바리 통발 조업에 잡힌 뱀장어(민물장어)

더욱이 불가사의한 것은 이 장어가 바다에도 서식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주도 자바리(제주 다금바리) 통발 조업 배에서 뱀장어가 잡힌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강에 살던 뱀장어가 어째서 제주 앞바다에 잡힌 걸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실 뱀장어가 스테미나 음식의 대표 주자가 된 것은 그만큼 끈질긴 생명력에 있다고 봅니다. 한여름 밤이면 밤마다 한강, 금강 등지에서 뱀장어 낚시가 성행합니다. 강에 살다 포획된 자연산 뱀장어는 어른 팔뚝보다 굵고 깁니다. 시세만 해도 kg당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데요. 

 

이 뱀장어가 낚시나 조업에 잡히지 않고 살아 남게 되면, 서해로 진출해 남하하게 됩니다. 이 시기가 대략 8~10월. 기나긴 여정 끝에 도착한 뱀장어 무리의 종착지는 다름 아닌 마리아나 해구. 필리핀 근처에 있는 이 해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수심을 가진 곳으로 8천 여 미터를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보다도 더 깊습니다.

 

 

뱀장어가 필리핀 마리아나 해구로 향할 때 중간 기착점이 제주도 근해입니다. 좀 전에 ‘뱀장어(학명 : Anguilla japonica)’란 종은 일본과 대만, 중국에도 서식한다고 알려졌는데, 모두 산란기가 되면 필리핀 마리아나 해구로 집결해 짝짓기를 하며, 아직도 인류가 밝히지 못한 심해 어딘가에서 알을 낳고 죽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태어난 유생은 활발하게 헤엄쳐 갖은 포식자를 따돌리고 일부는 중국과 대만, 일부는 일본과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한반도로 들어오는 개체 중 일부는 제주도의 하천으로, 일부는 서해로 올라와 금강과 한강 등지로 올라가는데 이 여정만도 수 개월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은 실뱀장어를 잡아다가 양식으로 기르는데 그것이 커서 출하되면, 우리가 여름 보양식으로 구워 먹는 민물장어가 됩니다. 양식이라지만,  씨앗은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심해에서 올라온 자연산 치어였던 것.

 

아직도 뱀장어는 인공 부화나 종묘 생산이 되지 않아서 정확한 산란 장소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실뱀장어 잡이와 양식은 고부가가치가 산업입니다. 때로는 법을 어기면서 말이지요.

 

한 예로, 해마다 봄이면 일부 어민들이 서로 실뱀장어를 잡기 위한 출혈 경쟁을 일으킵니다. 일반적으로 실뱀장어 한 마리 몸 값은 약 3,000원. 그러나 올해(2019년)의 경우 지속된 남획과 개체 수 급감에 5,500원까지 육박했습니다. 한두 달 바짝 잡아다 팔면 1~2억을 버는 한탕주의 풍토가 돼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 앞바다에는 실뱀장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다가 팔려는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렸고, 정부는 단속에 나섰습니다. 여름철 민물장어 구이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만, 계속되는 무분별한 남획에 앞으로는 맛보기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아무쪼록 민물장어에 대한 연구와 종묘 생산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해 우리에게 풍성한 자원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흔히 아나고라 알려진 붕장어

#. 서민의 횟감, 붕장어
한때 ‘아나고’로 더 많이 알려진 붕장어는 70~80년대를 대표하는 서민 횟감이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횟집이나 선술집이 도심과 내륙지방 곳곳에 있지 않았던 때라 주로 실비 식당이나 포장마차를 위주로 소비되었습니다. 그러던 붕장어가 어느 순간 훅 하고 인기가 떨어진 계기가 있습니다. 

 

80년대 말, 국내 양식 산업이 부흥할 때를 기점으로 붕장어 소비량이 점차 감소한 것입니다. 그토록 서민이 애용하던 붕장어(일명 아나고)가 추락하게 된 이유.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양식 산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굳이 여름 바다에서 나는 붕장어가 아니어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횟감이 일 년 내내 유통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붕장어에서 기생충의 일종인 ‘고래회충’이 자주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포항식 붕장어회 한상

지금이야 고래회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그 정보가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생선에서 기생충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 취향에 맞는 우럭, 광어의 보급률이 크게 한몫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렀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2019년에 붕장어 회는 40~50세대들이 먹던 아련한 향수이자 추억의 음식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지요.  

 

 

포슬포슬 숟가락으로 떠 먹기 좋은 붕장어회

한편, 붕장어는 여름 한철 가장 맛있는 제철 횟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곳은 부산 기장과 칠암이며, 그 주변인 창원, 진해, 통영, 포항 등이 붕장어 산지로 유명합니다. 

 

특히, 칠암식 붕장어는 여름철에 있을지도 모를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살짝 데친 회를 제공하기도 하며, 기장식은 눈꽃처럼 뼈째 썬 붕장어회에 각종 쌈채를 곁들여 먹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붕장어는 콩가루와 깻잎에도 잘 어울립니다. 

 

큼지막한 깻잎에 붕장어회를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으로 가득 퍼서 담습니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과 콩가루를 듬뿍 올리고, 마늘과 편 썬 고추를 막장에 찍어 올린 뒤,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소주 한 잔 원샷으로 털어 넣습니다. 

 

그리곤 붕장어 쌈을 한입 가득 싸서 넣으면, 이게 바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붕장어 회 맛. 우적우적 씹고 있으면, 처음에는 초고추장과 막장의 강렬한 맛 때문에 느껴지지 않았던 붕장어 맛이 뼈가 씹힘으로 인해 고소함이 올라오게 됩니다. 

 

 

여수에서 맛본 붕장어탕

붕장어는 회 뿐 아니라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조림, 탕 등 다방면으로 이용됩니다. 남해안 일대 붕장어 탕은 어죽 같은 감칠맛과 구수함이 일품인데요. 삼천포와 여수가 붕장어탕으로 유명합니다. 

 

 

예부터 식용하던 망둑엇과의 사백어

최근에는 거제도에서 나는 ‘사백어(경남 사투리 병아리)’가 유전적 분석 끝에 붕장어 새끼로 밝혀지면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사백어는 망둑엇과의 소형 어류로 죽으면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사백어라 불렀는데요. 

 

거제도 일대에서는 예부터 봄마다 채집해 식용으로 이용했으며, 음식 활용도는 충남 장고항의 실치와 비슷한 초무침, 부침 등으로 이용됐습니다. 경남 남해수산연구소에 의하면, 이제껏 우리가 알던 사백어가 붕장어의 치어였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었는데요. 

 

 

수산 연구소에서 사백어라 불린 엽상자어(렙토세팔루스)상태의_어린붕장어(출처 경남수산자원연구소)

알고 보니 수산 연구소가 말한 사백어와 거제도에서 식용하던 사백어는 서로 다른 어종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게 되면, 멀쩡히 식용하던 사백어가 졸지에 붕장어 치어가 되면서 이를 파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 애꿋게 도마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이름이 같아서 생긴 헤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붕장어 치어인 사백어는 개체 수 보존을 위해 조업을 금하는 것이 맞지만, 망둑엇과에 속한 사백어는 다 자라도 7~8cm 내외이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하모로 알려진 갯장어

#. 하모는 일본말, 갯장어가 우리말
갯장어 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모’라고 해야 ‘아~ 그거’ 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 명칭이 우리 수산업계에 뿌리 깊히 박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적으로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면 그 나라 말을 그대로 불러주는 것이 맞지만, 앞서 알아본 아나고나 하모처럼 우리 말이 버젓이 있다면, 우리말을 위주로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갯장어에 대해 간략히 알아봅니다. 갯장어는 붕장어와 마찬가지로 뱀장어목에 속한 어류입니다. 붕장어와 마찬가지로 여름이 제철입니다. 

 

 

말끔히 손질된 하모(전남 고흥)

앞서 붕장어가 서해 및 남해안 일대 그리고 동해 남부에 고루 분포된다면, 갯장어는 갯벌과 모래, 암반이 적절히 섞인 해역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여수와 고흥, 완도, 목포 일대인 서남해를 중심으로 분포합니다. 일부 어민은 ‘참장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밤에만 활동하기에 갯장어 조업도 철저히 밤에만 행해집니다. 포악한 육식성 어류이며, 통발 또는 낚시로 잡기 때문에 조업량이 많지 않습니다. 붕장어와 갯장어의 영양 성분을 비교해 보면 탄수화물은 100g당 각각 0.3g과 0.4g으로 근소하게 갯장어가 앞서고, 단백질은 17.4g과 17.9g으로 이 역시 근소하게 갯장어가 앞서는데 지방의 경우는 6.4g과 9.9g으로 갯장어가 많습니다.

 

칼로리 또한 각각 126kcal과 160kcal로 갯장어가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요? 회로 먹었을 때는 갯장어가 좀 더 풍성한 지방감을 느낄 수 있으나, 샤브샤브로 먹었을 때는 두 장어를 같이 비교 시식하지 않은 이상 맛의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할 만한 구분점이 없었습니다. 

 

 

갯장어 샤브샤브

언젠가 갯장어 샤브샤브로 정평 난 전문 음식점에서 맛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자리에 붕장어를 가져다 놓으면, 사람들이 갯장어와 구분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을 해당 음식점 대표에게 전달하였습니다. 

 

갯장어 뿐 아니라 공수한 모든 식재료에 자부심이 상당한 그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들은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샤브샤브로 먹는다면, 붕장어든 갯장어든 맛을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잘게 칼집 내 더욱 맛깔스러워 보이는 갯장어 샤브샤브

참고로 2019년 8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시세를 기준으로 붕장어는 kg당 3만원 선이었고, 갯장어는 9~10만원 선이었습니다. 갯장어가 붕장어보다 3배 이상 비싼 이유는 그만큼 갯장어가 귀해서인데요.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샤브샤브에서 맛의 차이가 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래도 귀하고 값비싼 갯장어를 택할까요? 아니면 가성비 좋은 붕장어를 택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지금 이 시각에도 갯장어(하모)를 취급하는 전문점에는 접대를 위한 손님들로 붐빈다는 것입니다. 

 

 

흔히 꼼장어라 불리는 먹장어

#. 곰장어 지렁이설
흔히 ‘꼼장어’로 알려졌지만, 표기는 곰장어, 학술적 명칭은 먹장어입니다. 먹장어는 눈이 멀어서 붙은 이름이고, 부산에서는 꼼지락 꼼지락 거린다고 하여 꼼장어라 부릅니다. 산지로 유명한 곳은 부산 기장이며, 지금은 전국적으로 별미로 인정받아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산 곰장어

하지만 다 같은 곰장어가 아니란 사실을 아시나요? 곰장어 어획량은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대부분은 산지에서 소진되고 일부 물량만이 전국으로 유통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곰장어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산입니다.  

 

 

등에 밝은 줄무늬가 있는 국산 곰장어

 

국산 곰장어와 같은 종이지만, 누런 빛깔이 도드라진 일본산 곰장어

이중에서 일본산은 국내에서 잡히는 곰장어와 ‘같은 종’이며, 미국 및 동남아산은 완전히 다른 종이기 때문에 구별이 가능합니다. 크게 미국산과 국산(또는 일본산)의 구별법은 등에 밝은 줄이 있느냐 여부입니다. 

 

전반적인 채색이 밝고 등에 선명한 줄이 있으면 국산일 확률이 높고, 채색이 어둡고 등에 줄이 없으면 미국산입니다. 맛과 식감은 국산이 월등히 좋으나 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곰장어를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곰장어를 먹지 않은 일본과 미국은 한 해 수백 톤 씩 한국으로 곰장어를 수출하고 있죠. 부산에선 훈연향을 입힌 짚불 소금구이가 유명하고, 일반적으로는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많이 먹습니다.

 

이 외에도 곰장어 매운탕이 있고, 껍질만을 이용한 묵도 있습니다. 곰장어 껍질은 한때 가죽과 지갑을 만드는데 쓰였습니다. 부산에는 곰장어 가죽 공장이 있었고, 껍질을 벗긴 속살은 버려졌죠.

 

그러다 6.25 전쟁이 일어났고, 이후 먹을 거리가 변변치 못했던 시절, 버려지는 곰장어 속살을 먹기 시작한 것이 유래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아니 있어도 국산 곰장어가 귀해 미국산을 주로 먹게 되는 현실입니다. 

곰장어는 생물학적 분류에 있어서 지금까지 소개한 장어와는 다른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는 모두 뱀장어목에 속한 어류지만, 먹장어(곰장어)만큼은 꾀장엇과에 속한 원구류입니다. 비슷한 위치로는 칠성장어가 있는데요.

 

먹장어와 칠성장어가 앞서 소개한 장어와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몸 구조 때문입니다. 보통의 어류는 척추를 가진 경골어류입니다. 그러나 먹장어와 칠성장어는 척추가 덜 진화된 ‘척삭’을 가집니다. 이 척삭은 기다란 몸을 지탱해주지만, 척추처럼 단단하지 않으며, 마치 연골처럼 물렁물렁한 구조를 갖습니다. 

 

 

턱이 없는 입구조

척추가 없으니 척추에서 이어지는 위턱과 아래턱도 없습니다. 입 구조를 보면, 마치 외계생명체를 연상시키는 듯한 원형 구조에 이빨처럼 생긴 돌기가 나서 이것으로 해저 밑바닥에 가라앉은 사체를 뜯어 먹습니다. 

 

즉, 곰장어는 물고기의 사체와 그 안에 든 내장을 뜯어먹으며 성장하는 원시 동물인 것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렁이와 비슷한 몸구조가 아니냐며, 환형동물로 보기도 하지만, 지렁이와는 달리 척삭을 가지기 때문에 지렁이도 장어도 아닌 별개의 생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손으로 만지자 위협을 느낀 곰장어가 점액질을 분비하는 장면

곰장어는 적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몸에서 끈끈한 점액질을 내뿜습니다. 

 

 

바닷물에서 꺼낸 점액질

이러한 점액질은 그 농도가 바닷물과 같아서 물속에서는 자기 몸을 감싸는 끈끈이로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물 밖에서 분비된 점액질 상태

반대로 이러한 점액질이 물밖에서 내뿜어지면 마치 풀 같은 접착 성질을 가집니다. 곰장어가 위협을 느끼거나 환경적 변화를 감지하면 ‘혈중 코르티솔(Cortisol)’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점액질을 내뿜는데요. 과다 분비하면, 활력은 급격히 저하되며, 결국 호흡 곤란으로 폐사합니다.

 

사실 곰장어는 껍질을 벗겨도 10시간이나 생존할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지만, 자신이 내뿜는 점액질에는 장사 없었던 것입니다. 

현재 국산 곰장어는 심각한 자원고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한국은 미국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베트남에서 매년 수천 톤씩 수입하고 있는데요. 이 모든 원인은 무분별한 남획에 있습니다.

 

돈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잡아다가 파는 행태. 해마다 어획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는데도 이렇다 할 규제가 없는 수산자원관리법과 솜방망이 처벌. 앞서 실뱀장어 불법 조업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인간의 탐욕이 과해지면, 정말로 이들 뱀장어 종류는 추억에서나 존재하던 음식이 돼 버릴지 모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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