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고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참다랑어임에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다랑어의 맛과 가치는 회, 초밥 문화가 없는 서양권에서도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지금은 지중해 연안을 비롯해 멕시코 해안, 호주 연안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계에서 참다랑어 소비량이 가장 많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지만, 참다랑어의 뛰어난 맛은 초밥 형태로써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참다랑어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오늘은 참치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입니다. 1편에서는 최고가에서 저렴이까지 다양한 종류의 참치를 소개하고, 2편에서는 참치 부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참다랑어 모둠회 

#. 참다랑어는 고등어의 조상
우리나라는 예부터 ‘참’이란 말을 좋아했습니다. 진짜 란 의미의 ‘참’은 가치가 있는 물건 또는 생선 따위에 붙여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마케팅에 자주 거론됨을 넘어서 진짜나 참된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과장된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참치’란 말은 1980년 경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82년 처음으로 출시한 참치 캔 통조림이었습니다. 참치 캔의 주원료는 다랑어의 일종인 ‘가다랑어’를 주원료로 썼지만, 이때부터 우리 국민은 ‘참치’란 말에 익숙해졌고, 지금은 거의 모든 다랑엇과 어류를 통틀어 참치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참치 무한리필 전문점에서 자주 맛볼 수 있는 저렴한 새치류까지도 뭉뚱그려 참치라 부르면서 이제 ‘참치’는 다랑어와 새치류를 통합하는 단어이면서, 사람들에게 ‘매우 맛이 좋은 생선’으로 각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치류 중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있는 참다랑어는 사실 고등어의 조상격입니다. 생물학적 분류는 진화의 산물이며 그 분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농어목 고등엇과 다랑어속 
- 참다랑어 
- 남방참다랑어 
- 대서양참다랑어 
- 눈다랑어 
- 황다랑어 
- 백다랑어 
- 날개다랑어 

 

 

국내 해역에서 잡힌 참다랑어

커다란 참다랑어 사진이 없어서 5kg 남짓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이 참치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 들어온 생물 참다랑어입니다. 가끔 노량진에도 10kg 횟감이 들어오는데 최근 온난화의 영향으로 국내 해역에 참다랑어가 곧잘 잡히고 있습니다. 이 참다랑어는 무게 200kg 이상 거대하게 성장하는 종으로 그때는 마리당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게 될 것입니다. 

 

 

남방참다랑어

인도네시아에서 낚시로 잡힌 남방 참다랑어의 치어입니다. 참다랑어 만큼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성장하면 그것에 못지않은 덩치를 자랑합니다. 현재 자연산 남방참다랑어는 개체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으로 들어오는 남방참다랑어는 대부분 호주에서 축양 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참치의 축양이 가능한 것이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참다랑어의 완전 양식을 기대해 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눈다랑어(빅아이)는 2m 이상 성장하는 거대 참치류로 특히, 눈이 유달리 커서 눈다랑어라 불렀습니다. 국내 해역에는 서식 밀도가 매우 낮지만, 오키나와 및 대만, 멕시코 연안 등 아열대 해역에 주로 분포, 일부 지역에서는 스포츠 피싱 대상어로 인기가 높습니다. 동양권에서 눈다랑어는 참다랑어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횟감 및 초밥 재료로 선호됩니다. 

 

 

황다랑어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 고루 분포하는 황다랑어입니다. 과거에는 참치 캔 통조림의 고급 상품으로 이용됐고, 전 세계적으로 참치 스테이크라고 한다면 대부분 이 종이 쓰입니다. 국내에서는 저가형 참치회와 초밥으로 이용되며, 해외에서는 제법 고급 식재료로 활용됩니다. 

 

 

 

백다랑어

백다랑어 역시 과거에는 참치캔 통조림의 고급 원료로 쓰였지만, 가다랑어보다 향이 약해 인기가 높진 않았습니다. 백다랑어는 이름처럼 살빛이 흰 편이며, 담백한 맛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날개다랑어(알비코)는 옆 지느러미가 마치 날개처럼 길게 뻗은 어류로 서양권에서 통조림을 비롯한 가공 식품에 사용됩니다. 

 

 

참치 캔 통조림 원료인 가다랑어

가다랑어는 전 세계 참치 종류 중 가장 많은 개체 수와 폭발적인 번식력을 갖춘 종입니다.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선 흔하디 흔한 종이며 참치 종류 중 몸집이 가장 작지만, 특유의 육향이 강해 참치 캔 통조림은 물론 가다랭이포(가쯔오부시)의 주원료로 쓰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제법 유명한 훈제 가다랑어(차칼랑)

우동을 비롯한 일본의 국물 요리에서는 가다랭이포가 빠질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몰디브와 인도네시아처럼 인도양을 끼고 있는 나라에서는 주요 식량원이자 식재료로 오래도록 사랑받아왔습니다. 특히, 훈제한 가다랑어는 이곳 사람들의 훌륭한 단백질원이면서 특산물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농어목 고등엇과 다랑어속에 속한 참치류입니다. 아래는 같은 고등엇과에 속하지만 참치류가 아닌 가츠오속과 기타속을 소개합니다.

 

 

2) 농어목 고등엇과 가츠오속을 비롯한 기타속 
- 가다랑어 
- 점다랑어 
- 줄삼치 
- 개이빨다랑어

 

 

제주도에서 홍까스라 불리는 점다랑어

흔히 가다랑어와 혼동하는 점다랑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 일부 지역과 제주도 및 남해에 출현하며, 가끔 낚시로 걸릴 때면 매우 강렬한 손맛을 선사합니다. 살 자체의 맛은 좋지만, 부패가 빠르고 취급이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 편입니다.

 

 

가다랑어와 자주 혼동되는 줄삼치

이 역시 가다랑어와 혼동되는 줄삼치입니다. 국내에서는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권에 드는 제주도 및 남해 동부권에 자주 출현하는데 가끔 잡히면 짜릿한 손맛을 선사하지만, 갈치 낚시에 걸려들면, 채비를 휘감아버려 낚시를 망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줄삼치는 삼치와 더불어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을 자랑하기에 선도 유지와 훈제 기술만 따라준다면, 일식에서는 훌륭한 요리 식재료로써 가능성을 갖고 있는 어종입니다. 

 

3) 농어목의 각종 새치과 
- 황새치
- 청새치 
- 녹새치(흑새치) 
- 돛새치

- 그외 몇몇 새치류

 

 

새치류 중 가장 맛이 좋은 황다랑어 뱃살

황새치는 새치류 중 가장 작은 덩치를 가지지만, 횟감용으로는 새치류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고급 생선입니다.

 

 

녹새치

황새치를 비롯해 청새치, 녹새치(흑새치)는 농어목 새치과로 고등엇과에 속한 다랑어류와는 구분됩니다.

 

※참고

정확히 분류하자면 황새치는 황새치과, 청새치는 청새치과, 그런데 돛새치는 특이하게도 황새치과에 속하고 녹새치는 돛새치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익히 아는 참치 종류는 모두 농어목 고등엇과에 속하는데 여기서도 다랑어속에 속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됩니다. 앞서 거론한 참치 통조림의 주원료인 가다랑어는 예외적으로 다랑어과가 아닌 가츠오속이란 독자적인 분류에 속하며, 함께 거론된 점다랑어는 Euthynnus 속, 줄삼치는 줄삼치속에 속하기 때문에 이들 어종을 통틀어 가츠오속을 비롯한 기타속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생물 참다랑어회

#. 참다랑어는 지구 상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 
참다랑어는 지구상에서 거래된 물고기 중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어종이기도 합니다. 아래쪽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참다랑어만 해도 총 3종이 보고되며, 이 중에서 가장 으뜸은 북방 참다랑어를 꼽습니다. 북방참다랑어 중에서도 늦가을~겨울 사이 잡힌 오오마산 참다랑어를 최고로 칩니다. 

 

오오마는 일본의 혼슈 최북단인 아오모리현에 있는 오오마항(大間港)과 그곳을 마주하고 있는 일본 최대 섬인 북해도(홋카이도)로, 그 근방인 쯔가루 해협에서 잡힌 참다랑어를 최고의 품질로 쳐줍니다. 역대 최고가 입찰은 일본의 초밥 체인인 ‘스시잔마이’의 기요시 대표가 278kg의 생물 참다랑어를 34억 7천만 원에 낙찰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2020년) 1월에는 비슷한 크기의 참다랑어를 20억 8천만 원에 낙찰해 역대 두 번째 낙찰가를 경신했습니다. 이렇게 낙찰받은 참다랑어는 즉각 해체 과정을 거쳐 스시잔마이 본점 고객에게 판매됩니다. 이때 판매가는 참다랑어 대밧살의 경우 1점당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4천 원, 중뱃살은 약 3천 원으로 오히려 고급 일식집이나 호텔에서 판매되는 냉동 참다랑어보다 저렴합니다.  

270kg대 참다랑어면 약 13,000개(피스)가 넘는 초밥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렇게 판매해도 벌어들인 수익은 단순 계산 시 5천만 원이 넘지 않을 것입니다. 참다랑어는 가격이 비싼 대뱃살도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등살이나 속살(아카미)도 있기 때문에 그 중간 값이라 할 수 있는 중뱃살(1점 = 약 3,000원)로 계산했을 때 3,000 x 13,000 = 3천9백만 원입니다. 

 

낙찰가인 20~34억을 생각해 본다면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스시잔마이가 이토록 비싼 값에 사들이는 이유는 홍보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참다랑어는 국민생선이라 할 수 있는 방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의 ‘스시 제국’이 있게 한 것도, 전 세계로 일본 초밥의 우수성과 맛을 전파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참다랑어가 크게 한몫했기 때문인데요. 이런 참다랑어가 새해 첫날 거래되는 첫 경매가일 경우 수많은 업계와 미디어가 주목할 것이고, 이것을 잘 이용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20~34억이란 금액도 납득된다는 것입니다.  

 

 

#. 현재까지 보고된 참다랑어는 총 3종 
참다랑어는 크게 ‘북방 참다랑어(Thunnus orientalis)’와 ‘남방 참다랑어(Thunnus maccoyii)로 나뉩니다. 이들 종은 단순히 서식지가 다를 뿐 아니라 유전적 종의 특성도 달라 이종으로 분류됩니다. 

 

과거에는 ’대서양 참다랑어(Thunnus thynnus)‘와 북방 참다랑어가 같은 종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아가미의 새파(鰓耙) 수가 다른 것(참다랑어 32-29, 대서양 참다랑어 34-43)과 배 속 근육의 모양, 가슴지느러미 길이가 다른 점을 들어 아종 또는 이종으로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최대 성장 크기는 대서양 참다랑어, 북방 참다랑어, 남방 참다랑어 순이며, 현재까지 잡힌 최대 기록은 몸길이 458cm, 체중 680kg을 기록한 대서양 참다랑어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1> 백다랑어

#. 참다랑어와 곧잘 헷갈리는 백다랑어
지금도 규모 있는 지역 수산시장에 가면, 생물로 어획된 참다랑어가 입하됩니다. 하지만 횟감용으로 팔리려면 최소 10kg 이상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작은 개체는 가다랑어, 백다랑어와 같이 취급되거나 구분 없이 팔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참다랑어와 모양새가 비슷한 백다랑어입니다. 

 

 

<사진2> 참다랑어와 백다랑어의 무늬 비교

<사진 1>은 백다랑어의 모습이고, <사진 2>는 참다랑어와 백다랑어의 차이를 비교한 것으로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혼동할 수 있습니다. 참다랑어는 몸통에 희미한 가로줄무늬(어류는 세웠을 때를 기준으로)와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가 하면, 백다랑어는 가로줄무늬가 없고 대신 물방울 모양의 밝은 점이 몸통 전반에 산재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제한다면, 체형과 옆 지느러미 길이에서도 비슷하기 때문에 가끔 백다랑어를 참다랑어로 오인해서 팔거나 구매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낚시 잡지를 보면 백다랑어를 잡았는데 참다랑어로 표기한 경우도 종종 보아온 만큼 둘의 구분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진 2>의 가로줄과 물방울무늬를 여부로 종을 가린다면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 2편에서는 참다랑어의 다양한 부위에 관해 알아볼 예정입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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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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