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골뱅이(표준명 콩깍지고둥)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고둥류(=골뱅이) 중 상당수가 독이 있습니다. 물레고둥과에 속한 종류 이를 테면, 백골뱅이와 흑골뱅이(논골뱅이), 황골뱅이는 독이 없어 통째로 먹어도 안전하나, 물레고둥과를 제외한 나머지 고둥류는 '테트라민'이라 불리는 신경독이 있어서 손질 시 제거해야 맛있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테트라민 신경독이 있는 대표적인 고둥류라면 1) 삐뚤이소라, 2) 나팔골뱅이(나팔고둥), 3) 전복소라(전복고둥) 등이 있으며 오늘 소개할 털고둥 종류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아이 주먹 이상의 크기를 가진 나선형의 고둥류는 대부분 테트라민 독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독성은 있지만 잘만 제거하고 먹는다면 그 어떤 소라, 골뱅이보다도 탁월한 맛을 지닌 털골뱅이 요리를 소개합니다. 

 

 

냉장고라면 2~3일은 거뜬히 사는 털골뱅이

털골뱅이는 강원도 고성부터 포항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일대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고둥입니다. 통발로 잡으며, 산채로 어획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생존합니다. 때문에 이 지역에선 털골뱅이를 횟감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서울, 수도권에선 좀 처럼 구매하기 힘든 만큼 동해안 일대를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포구에 잠시 들러 털골뱅이를 구매하면 맛있는 털골뱅이 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독이 있기 때문에 구매시 손질해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질해줍니다. 대신 횟감으로 이용하겠다면, 손질한 이후부터는 최대한 빨리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는 하루 이틀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므로 통째로 구매했습니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작은 대야에 15마리 정도 든 것이 2만 원선. 보관 시 바닷물이 필요하지 않으며, 단지 비닐에 담아와 냉장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2~3일 생존에 무리가 없습니다. 

 

 

활 털골뱅이라도 배설물 냄새는 고약하다는 것이 단점

다만, 털골뱅이가 살아있다더라도 고약한 냄새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시간 뒤 꺼내보면 패각의 입구를 비롯해 껍데기 여기저기에 하얀 알갱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털골뱅이의 배설물로 그 냄새는 마치 항구 한쪽의 썩은 내와 비슷할 만큼 고약합니다. 물론, 회맛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됩니다.

 

 

호리호리털골뱅이(왼쪽) 콩깍지고둥(오른쪽)

동해에 서식하는 수염고둥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왼쪽은 표준명 호리호리털골뱅이이고, 오른쪽은 콩깍지고둥입니다. 

 

 

털이 짧고 어두운 호리호리털골뱅이와 털이 길고 밝은 색인 콩깍지고둥

호리호리털골뱅이는 털이 짧고 채색이 짙으며, 서식지에 따라 녹색과 핑크색 등 다양한 빛깔이 나타납니다. 털은 짧으나 콩깍지고둥보다 약간 억새기 때문에 맨손으로 작업 시 가시에 찔릴 위험이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콩깍지고둥은 털이 길고 채식이 밝으며 일괄적으로 황토색을 띱니다. 털은 3~5개씩 그룹을 형성해 촘촘히 박혔으며 보기보다는 거칠지 않은 편입니다. 

 

이 둘은 한눈에 봐도 쉽게 구별되지만, 동해안 일대에서는 구분 없이 '털골뱅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며, 두 종류 모두 살 속에는 테트라민 신경독을 품고 있는 타액선(귀청) 덩어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편의상 두 종을 '털골뱅이'라 부르겠습니다. 

 

 

껍데기에서 분리한 콩깍지고둥의 육

#. 털골뱅이의 독성 제거하기

앞서 털골뱅이는 회로 먹어야 특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숙회(데침)를 하게 되면 여느 소라, 골뱅이와 다르지 않아서 털골뱅이만의 특별한 매리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숙회 맛을 보겠다면 껍데기째 통째로 삶고, 젓가락이나 포크를 이용해 육을 빼내면 됩니다. 

 

여기서는 횟감으로 이용할 때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봅니다. 우선 위 사진처럼 껍데기에서 육을 분리하려면 망치나 벽돌을 이용해 껍데기를 부수어야 합니다. 파편을 정리하고(흐르는 물에 씻으면 됩니다.) 물기를 털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내장 패각 뚜껑 육

칼을 이용해 털골뱅이의 육과 내장, 패각 입구의 딱딱한 뚜껑을 분리합니다. 

 

 

타액선 제거를 위해 육을 세로로 절단

육은 세로 방향으로 썰어주세요.

 

 

노란 알갱이가 바로 테트라민 독성분이 든 타액선(귀청)

이렇게 육을 반으로 가르면 노란 알갱이가 보이는데 이것이 테트라민 독이 들어 있는 타액선입니다. 이 타액선을 현지에서는 귀청, 침샘, 골 등으로 부릅니다. 

 

 

털골뱅이 종류는 독성이 강한 편이라 반드시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털골뱅이 한 마리에서 나온 타액선 덩어리입니다. 지방 덩어리와 비슷한 모습이며, 골뱅이 종류에 따라 크기와 색깔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 타액선을 모르고 다량 섭취할 경우 현기증, 두통, 졸음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오한, 설사, 구토를 동반합니다. 

 

골뱅이의 테트라민을 먹는다고 하여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꼬박 고생할 수 있으며 밤새 응급실을 가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으므로 이 알갱이만큼은 제거해서 드시길 권합니다. 

 

 

통째로 삶은 육수에도 테트라민이 녹아들기 때문에 주의

참고로 테트라민 독성분은 물에도 잘 녹아듭니다. 따라서 골뱅이탕 같은 국물 요리로 활용하려면, 타액선을 제거한 육만 넣고 탕을 끓여드시길 권합니다. 

 

 

털골뱅이 회

#. 털골뱅이 회 만들기

이렇게 손질을 거친 육은 소금으로 문질러 진액을 빼고 흐르는 물에 씻어둡니다. 여느 횟감과 마찬가지로 해동지나 키친타월을 이용해 말아서 물기를 닦아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먹으면 됩니다. 이때의 소스 궁합은 초고추장도 좋지만, 털골뱅이 자체에서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간장, 와사비 조합도 잘 어울립니다.

 

 

식감이 재미있는 콩깍지고둥

콩깍지고둥과 호리호리털골뱅이는 모두 수염고둥과에 속한 고둥류지만, 식감은 사뭇 달랐습니다. 먼저 호리호리털골뱅이는 겉은 야들야들, 속 심지는 꼬득꼬득해 마치 뿔소라나 전복회를 씹는 느낌과 닮았습니다. 반면, 콩깍지고둥의 식감은 여느 골뱅이와 달리 사각거리면서 바삭하게 씹히는 등 매우 특색 있는 식감을 줍니다. 굳이 비슷한 식감으로 비유하자면, 코코넛 과육을 씹는 느낌과 닮을 만큼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을지로식 털골뱅이 회무침

#. 을지로식 털골뱅이 회무침 만들기

횟감으로 이용하다 남은 것은 회무침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흔히 을지로식 골뱅이무침은 데친 골뱅이살이 들어가지만, 여기서는 데치지 않은 생살이 들어간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을지로식 골뱅이 무침이 그렇듯 각종 채소류를 배제한 오로지 파무침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로 맛을 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재료(한 접시 기준)

골뱅이살과 파채 비율을 1:1로

 

- 양념

고춧가루 2숟가락, 식초 2숟가락, 설탕 1숟가락, 참기름 1숟가락, 통깨 약간, 미원(MSG) 극소량

 

 

 

털골뱅이는 숙회보다 회맛이 월등히 나았다

간단히 삶은 소면은 찬물에 헹궈준 뒤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트려 조물조물 무쳐냅니다. 이렇게 하면 소면이 서로 엉겨 붙지 않으면서 모양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파채와 버무린 골뱅이 회무침과 소면, 여기에 막걸리까지 더한다면 어디서도 맛보기 동해 깊은 바닷속 털골뱅이 무침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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