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하면 제주 은갈치를 떠올립니다. 밥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만큼 부드러운 살점과 고소함이 매력인데요.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장바구니에 담기 직전, 갈치를 들고 한참을 고민하던 풍경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물론, 물가 상승률에 따른 가격 상승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갈치 가격의 비밀이 있습니다.   


정부비축갈치

#. 중간 상인의 버티기 한 판으로 일궈낸 갈치 가격 
첫 번째는 갈치 어획량 감소와 해마다 줄어드는 크기입니다. 갈치 어장은 여름~가을에 집중되는데 이 시기 갈치 어획량이 집중되다 보면 무분별하게 잡아다가 냉동 창고에 보관합니다. 이를 정부비축갈치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아래쪽에 다시 설명합니다.  

두 번째는 갈치 가격이 폭락했는데 소비자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는 겁니다. 최근 몇 년간 갈치 풍어가 있었습니다. 여름에 집중적으로 잡히면서 산지 가격이 떨어졌고, 심지어 제주도에 있는 몇몇 갈치배들은 갈치 값이 헐값에 팔려 인건비도 못 건진다는 이야기가 신문과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산지 가격’ 즉, 경매에 부쳐지는 경락단가가 폭락했다는 뜻이며, 소비자 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연산은 수요 대비 공급(어획량)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갈치의 경우 너무 한꺼번에 많이 잡히면, 수협이 수매해 전국의 냉동 창고에 비축해 두었다가, 적절한 시기에 풉니다.


가격 방어엔 성공했을지 몰라도 소비자들은 갈치 풍어에도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

이를 ‘정부비축 갈치’라고 합니다. 정부비축 갈치는 갈치가 많이 잡힐 때 수매하여 냉동 창고에 보관합니다. 나중에 갈치가 많이 잡히지 않을 때를 대비해 유통량을 조절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갈치 가격은 방어가 되고, 갈치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관점에서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갈치가 많이 잡힐 때 무조건 수매하고 보는 방식입니다.
다른 수산 선진국처럼 쿼터제를 도입해 조업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닌, 수매부터 하는 것은 자칫 무분별한 남획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합니다. 갈치 조업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한다면, 갈치 자원도 보호하고, 산지 가격도 방어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어민의 소득 보전에도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또한, 해마다 ‘가격 폭락’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는데요. 결국, 소비자 가격과는 상관 없는 ‘산지 가격만 폭락’이란 어불성설이 남발되는 상황입니다. 기사만 보면 갈치가 저렴해졌다는 내용인데, 실제 마트와 시장에서 갈치를 구매할 때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가격에 분통을 사는 일이 반복됩니다. 
  


갈치

#. 갈치 금어기의 모순 
해양수산부는 갈치 자원을 보호하고자 산란기인 7월 한달 동안은 갈치를 잡지 못하도록 금어기를 설정했습니다. 특히, 갈치 산란장에 해당되는 여수 연도와 진도 부근에는 산란 갈치와 치어가 모이므로 자망 조업도 금지됩니다. 만약, 금어 기간에 갈치를 잡으면 어업인은 물론, 낚시인, 스쿠버다이버 등 레저 인구도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문제는 갈치 금어기에 예외 조항을 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위 33도 이남인 제주 남부 해역은 금어 기간에도 갈치 조업이 허용됩니다. 때문에 금어기인 7월 한 달 동안도 생물 갈치 유통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갈치 생산량은 제주 남부 해역인 배타적경제수역과 동중국해가 과반을 차지합니다. 한마디로 상대적으로 조업량이 적은 낚시와 근해 채낙기를 상대로 보여주기식 금어기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작 대량 조업선에는 생계와 직결된단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셈입니다.


007 7월 금어기를 지키는 건 낚시도 예외가 아닌데

#. 예외 조항에 유명무실한 갈치 금어기
앞서 말했듯 갈치 금어기는 북위 33도 이북 해역에만 적용됩니다. 제주 남부는 이 조항에서 제외됩니다. 즉, 모슬포나 서귀포 항에서 1시간 가량 내려가면 금어기와 상관없이 갈치를 잡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까운 바다에서 잡는  '근해채낚시어업'과 낚싯대를 사용하는 '연안복합어업'은 금어기와 상관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외 조항을 비웃는 듯 일부 갈치 낚싯배는 낚시꾼을 선원으로 임시 고용해 조업에 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승객을 선원으로 고용해 낚시로 잡으면 금어기와 상관 없이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결국, 금어기에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갈치 자원을 보호하자는 근본적인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금어기인 7월은 산란을 앞둔 갈치가 한반도 해역으로 북상하는 기간입니다. 이 갈치들은 일본 남부 및 동중국해에서 발달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옵니다. 그리곤 남해와 서해로 들어와 알을 낳게 될 갈치들입니다. 갈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금어기 설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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