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를 잡아도 양이 푸짐해 회 마니아들로부터 사랑받는 부시리! 부시리는 예부터 제주도에서 빠지지 않은 횟감이었다고! 그런데 최근 들어 방어가 그 자리를 메꾸면서 부시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데, 그래도 부시리의 맛을 기억하는 이들은 방어 대신 부시리만 찾아 먹을 만큼 맛은 빼어나고 가격은  부담이 적은 횟감입니다. 부시리와 방어의 형태적 차이는 지난 시간 ‘방어 편’에서 충분히 알아보았으니 오늘은 부시리에 관해 알아봅니다. 

 

 

부시리

#. 닮았지만 습성이 다른 부시리와 방어
시장에선 보통 ‘히라스’라 불리는데 히라스는 일어명인 히라마사의 관서지방 방언입니다. 국명은 부시리이며 방어와 함께 모두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한 어류입니다. 생물학적 분류상 고등엇과에 최상위 포식자가 참치를 비롯한 다랑엇과라면 전갱잇과 최상위 포식자는 방어와 부시리, 잿방어 등이 있습니다. 

 

최대 성장 크기는 잿방어가 약 2m, 부시리가 1.6m 이상, 방어가 약 1.4m 정도입니다. 세 어류는 모두 닮았고 사촌 뻘인데 유독 방어와 부시리는 형태적으로도 구분하기 힘들 만큼 닮았으니 때로는 상인들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갯바위 낚시로 잡은 70cm급 부시리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란 말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방어가 맛있고, 여름에는 부시리가 맛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맛 외에도 여러 다양한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어류가 좋아하는 적서수온(해당 어류가 먹이활동 및 산란을 왕성히 할 수온)과 상관관계가 있는데 방어는 연중 잡히지만 찬바람이 불 무렵인 11월경부터 동해 및 제주 먼바다에서 올라오는 방어는 자리돔 같은 물고기를 개걸스레 먹으며 살을 찌웁니다. 방어는 부시리보다 찬 수온에 사는 온대성 어류입니다.

 

월동을 나기 위해 먹이활동을 왕성히 하고 지방을 찌울 시기가 곧 겨울이었던 것. 반대로 부시리는 방어보다 따듯한 난류를 좋아하는 난류성 어류입니다. 수온이 부쩍 오르는 늦봄부터 가을 사이 남해안 일대로 들어와 먹이활동을 왕성히 합니다. 난류성이니 아열대성 어류니 하는 어류의 제철이 대부분 여름인 것도 저 멀리 남쪽 바다(동중국해 및 일본 남부)에서 강하게 발달한 난류를 타고 올라올 시기가 곧 한반도의 여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시리의 일부 무리는 겨울철 방어와 섞여 놀다 혼획되기도 합니다만, 그것도 12~1월까지만 해당, 영등철 어한기에는 다시 따듯한 수온을 찾아 먼 남쪽으로 회유하는 것이 부시리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살찐 방어

방어의 경우 해안가 일대 즉, 해변이나 갯바위 근처로는 좀처럼 접근하지 않는 습성 탓에 방어를 잡는 낚시나 어선은 대부분 망망대해에서 잡아들이지만, 부시리는 난류를 따라 들어왔다 한꺼번에 빠지는 습성이 있어서 그 난류가 갯바위를 강타하게 되면, 갯바위 근처에서도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갯바위에서도 잡을 수 있다는 것. 결국, 방어와 부시리의 서식지는 잠시나마 겹치지만, 대부분 따로 놀며, 회유 반경과 분포, 무리 지어 들어오는 시기도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맛본 모둠 선어회

#. 부시리 VS 방어 누가 더 비쌀까? 
생선의 가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합니다. 과거에는 너무 흔해서, 너무 못 생겨서, 혹은 저평가 돼서 잘 먹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에 일등공신은 매스컴이며, 너무 흔해 처치 곤란한 생선을 지역 특산화로 추진하고, 가치를 창출한 것도 한몫합니다. 

 

부시리의 산지라면 제주도가 떠올립니다. 과거 제주인들은 부시리를 먹었지 방어는 먹지 않는 생선이라며 평가 절하했습니다. 2020년인 지금은 그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방어 축제가 열리고, 방어 먹으려는 관광객으로 붐비며, 방어와 관련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부위별로 즐기는 숙성 부시리회(맨 앞에 네 가지만 해당)

불과 20년 전만해도 이러한 현상이 무색했다는 점을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요, 부시리 입장에선 청출어람(靑出於藍) 같고, 방어 입장에선 어변성룡(魚變成龍)일 것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 동안 방어, 부시리에 관한 인식도 시세(가격)도 적잖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지금도 부시리는 제주도 및 남도에서 방어보다 한 수 위인 횟감으로 인식합니다.

 

양식으로도 곧잘 유통되는 방어와 달리 국내 유통되는 부시리는 전량 자연산인 탓에 평상시 가격은 kg당 약 3만원 전후로 방어와 같거나 소폭 우위에 있습니다. 이 가격은 겨울이 되어도 큰 변동이 없는 반면, 방어는 11월부터 가격이 상승해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 연초에 절정에 이릅니다. 한창 비쌀 때는 kg당 4만 원 이상 나가기도 하나, 제철이 아닌 여름에는 kg당 15,000원 정도로 계절에 따른 가격 변동이 부시리보다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름진 방어회의 위세에 눌려 부시리가 큰 빛을 발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로는 서로 경쟁하듯 보도하는 매스컴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으며, 고등어처럼 기름진 생선을 좋아하는 국민적 취향 탓도 일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방어가 유명해지기 이전인 2000년대 이전에는 부시리가 방어보다 맛이 뛰어난 횟감으로 인식되었음을 제주도 및 남해안 일대 수산업 종사자와 낚시인 및 선장으로부터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초밥을 담고 있는 스시 장인

방어와 부시리의 소비량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이 전 세계의 모든 국가를 합친 것 이상으로 압도합니다. 그들의 선어 숙성 사시미 문화와 더불어 초밥에 특화된 횟감이 방어와 부시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방어와 부시리를 모두 양식하는데 일부는 수출, 상당 부분을 내수용으로 씁니다. 

 

가격은 부시리가 방어보다 비싸게 거래되며, 방어보다 고급 횟감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는 생선을 대하는 일본인의 취향 때문으로 너무 기름진 것보다는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경향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름진 고등어는 한국의 인기 생선이고, 상대적으로 담백한 전갱이는 일본의 국민 생선이 되었습니다. 뱀장어와 갯장어(하모)도 기름기가 과하지 않은 8월 이전의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방어보다 덜 기름지면서 좀 더 흰살생선에 가까워 차진 식감을 자랑하는 부시리를 고급 횟감으로 치는 것도, 광어(히라메)를 값비싼 어종으로 취급하는 것도, 회를 숙성했을 때 쉽게 풀어지지 않고 차진 식감이 나는 흰살생선회를 좋아하는 것도 이러한 취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가장 맛이 좋은 몸길이 70cm의 낚시 부시리

#. 부시리 VS 방어, 뭐가 더 맛있을까?
부시리는 6월부터 10월 사이가 가장 맛있고, 겨울에도 그 맛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산란철인 3~5월은 방어와 마찬가지로 년중 맛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방어는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큰 편입니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름기가 없고 살도 무를 뿐 아니라 기생충(방어사상충) 보유 확률도 높기 때문에 횟감으로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경부터 기름기가 차기 시작해 제철은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생선이 이러한 규칙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방어의 경우 산란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 개체(몸길이 약 40~60cm) 무게 2kg 정도까지는 산란 후 살과 지방이 빠지는 현상이 매우 적어서 여름에도 맛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봄에 산란하는 대부분 어류가 해당합니다.

 

한 예로 자연산 참돔은 늦봄부터 여름에 걸쳐 산란해 이 시기 가장 맛이 떨어진다지만, 몸길이 35cm 이하인 어린 참돔은 산란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붉은기가 강한 방어회

부시리와 방어의 맛은 우월을 가리기 어려우며, 이는 순전히 취향 차이로 선택돼야 합니다. 너무 기름져서 느끼한 맛을 싫어하거나, 애초에 참치회나 등푸른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부시리의 담백하면서 쫀득한 식감이 입에 맞을 것입니다.

 

 

붉은살생선과 흰살생선의 중간 형태를 띠는 부시리회

반대로 등푸른 생선회를 곧잘 즐겨먹는 사람이라면 부시리의 담백함보다 방어의 기름짐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맛에 대한 정답은 없으니 부시리와 방어의 장단점을 알고 내게 맞는 회가 무엇인지를 알고 먹는 게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대부시리회

※ 부시리와 방어 장단점 비교
1) 부시리의 장점
- 양이 푸짐하면서 가격 부담이 적다.
- 봄을 제외하면 대부분 맛있다. 
- 기생충이 나올 확률이 낮은 편이다.
- 등푸른생선이지만, 흰살생선처럼 쫄깃한 시각과 적당히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2) 부시리의 단점
- 전량 자연산이다 보니 유통량이 적고 흔하지가 않다. 
- 방어와 닮아 매우 헷갈리며, 여름철 부시리를 고를 때 가끔 방어가 부시리로 둔갑되기도 한다.
- 방어보다 인지도가 낮아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대방어회

3) 방어의 장점 
- 한 마리를 잡아도 양이 푸짐하다.  
- 자연산 양식할 것 없이 제법 많은 양이 유통되며, 비교적 손쉽게 맛볼 수 있다. 
- 참치회에 버금갈 만큼 기름짐과 고소한 맛이 발군이다.  
- 어린 방어는 여름에도 맛이 있다.  

4) 방어의 단점 
- 겨울이면 가격이 비싸진다. 
- 계절에 따른 맛의 편차가 크다.  
- 방어사상충을 보유할 확률이 높고, 이로 인해 살의 손실률이 높다.  

 

 

제주 모슬포를 통해 입하된 대부시리

#. 부시리는 몇 kg이 맛있을까?  
사실 부시리는 방어처럼 기름진 맛으로 먹는 생선이 아니므로 너무 큰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시리가 성장을 멈출 때는 몸길이 1.6m 이상 자란 거대한 개체인데 이는 국내에서 보기가 매우 드뭅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자연산 부시리는 대부분 몸길이 40~80cm가 가장 많고, 이 중에서 무난한 맛을 내는 것은 몸길이 50~60cm 전후, 무게 2~3kg 내외인 것이 적당합니다. 그랬을 때 수율 또한 60% 전후로 방어만큼 좋으며 한 마리를 잡아도 살이 푸짐하게 나옵니다.  

 

 

부시리의 등살
부시리의 중뱃살
고급 일식집의 숙성 부시리회

가끔 낚시로 잡힌 대부시리(몸길이 80cm 이상)가 입하되기도 하는데 방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부위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전갱이과 어류치곤 살이 제법 단단하며, 큰 것은 서너 시간 이상 숙성한 것이 더 좋은 맛을 냅니다. 여력이 된다면, 살아있을 때 척수 마비(신케지메) 한 것을 1~3일 정도 숙성하면 감칠맛과 단맛의 상승 작용으로 최고의 부시리 회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김과 쌈장에 싸먹는 두툼한 부시리회
남도식 부시리 물회
부시리 목살 구이

회를 뜨고 남은 부산물과 뼈는 매운탕이나 조림에 쓰이며, 대가리는 방어처럼 구워 먹거나 김치찜이 어울립니다. 또한, 횟감으로 쓰기 어려운 선어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내 생선가스나 튀김으로 이용하면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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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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