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멜트 다운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엄청난 규모의 방사선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쏟아부으며 주변 국을 위협하였고,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에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당시 인터넷에는 진실과 괴담이 마구 뒤섞인 내용 즉, “일본은 몇 년 안에 끝이 난다.”, “주변국도 방사능 오염으로 수산물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와 같은 기사가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주변 8개 현에 대한 농수산물은 수입이 금지된 상황이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국산 수산물을 식탁에 올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먹는 고등어(국산)는 방사능에서 얼마나 안전할까요? 

 

 

국산 고등어

#. 우리 바다는 원전 오염수에서 안전할까?
한때 일본산 고등어가 국산 고등어로 둔갑돼 판매된 적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충격을 준 것은 평소 믿고 먹었던 ‘안동 간고등어’란 이름으로 포장돼 판매하다 적발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계속되는 방사능의 위협 특히, 다량의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정부의 예고에 일본산 고등어는 물론, 국산 고등어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바다는 국경이 없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고등어라면 원산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립니다. 고등어는 우럭과 광어와 달리 광활한 바다를 누비고 다니니까요. 행여라도 원전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는 바다를 거쳤거나 혹은 그곳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을 먹고 자랐다면, 그 고등어는 방사능에 피폭될 것이고 그것이 우리 식탁에서 우리 아이의 입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국산 고등어는 방사능에서 얼마나 안전할까요? 고등어 뿐 아니라 우리가 주로 먹는 국산 수산물의 현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따지려면 우리 나라 연근해가 얼마나 방사능에 오염됐는 알아봐야 합니다. 

 

clean.kins.re.kr/info/in03_rept_detail.jsp 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공하는 환경방사능 정보 사이트입니다. 환경방사능정보 > 방사능 분석 관련 보고서에서는 최근 5년간 해양 방사능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으며 PDF 파일로 다운로드해 누구나 열람해서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보고서인 2019년 해양방사능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 후쿠시마 동아시아 지진 이후 한반도 주변 해역의 감시망을 강화하고 이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어패류 및 해조류를 분석해 방사능 오염 여부를 추적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선 원소인 세슘 137(137Cs)를 비롯해 아이오딘(131I)과 삼중수소(Tritium, H3), 플루토늄(plutonium, Pu), 스트론튬(90Sr)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방사선을 중심으로 우리 바다의 표층과 수심별 해수, 해저퇴적물의 방사능 농도를 조사한 것입니다. 

※ 자료가 방대하여 여기서는 '세슘'을 중점적으로 알아봅니다. 아래 도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공된 자료입니다.

 

 

해구도를 이용한 어류의 조사 정점

왼쪽과 아래에 표시된 숫자는 위도와 경도이며, 해구도 및 해양생물 조사 정점을 표시한 것이니 참고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수심별 해수 채취 정점

위 도표는 수심별 바닷물을 채취한 정점을 표시한 겁니다. 파란색 점은 표층수이고, 붉은색 화살표는 해수 채취 정점입니다. 주의 깊게 볼 만한 자료는 아니므로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연도별 세슘 방사능 농도 변화

지금부터 열거한 자료들이 중요합니다. 앞서 조사된 정점에 의거하여, 위 도표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세슘의 방사능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것입니다. 세슘의 농도 단위는 밀리베크렐(mBq/kg)입니다. 

 

 

표층 해수의 세슘 방사능 농도

위 자료는 지난 수년 간의 세슘 농도를 나타냅니다. 각 해역에 세슘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조사된 연도는 2018년까지만 나와서 아쉽지만, 그래도 추이를 살피는 데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적 퇴적물의 세슘과 포타슘의 방사능 농도

위 자료는 해저 퇴적물에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 것으로 세슘(Cs137)과 포타슘(K40)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참고로 K40은 우리가 평소 먹는 식품에도 들어 있는 천연 방사성 물질입니다. 

 

연도별 해양생물의 세슘 방사능 농도 변화

이 도표는 이런 조사 결과도 있구나 정도로만 참고하시고.. 

 

 

연근해 어류의 세슘 방사능 농도

위 도표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국산 어류의 세슘 오염을 나타냅니다.

 

 

※ 단위를 보고 오염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 방사능 기준은 100베크렐(Bq/kg)입니다. 즉, 100 베크렐을 넘어서면 유통할 수 없습니다. 위 도표에는 밀리베크렐(mBq/kg)을 씁니다. 1000 mBq/kg = 1Bq/kg입니다. 위 도표에서 방어를 예로 들면, 방어의 세슘 농도는 57.5mBq입니다. 이를 식품 방사능 단위인 Bq로 환산하면 → 0.0575Bq/kg이 됩니다. 

 

조사 결과는 해역에 따라 상이하나 후쿠시마 원전수가 대량으로 유출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이렇다할 증가폭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많은 전문가들이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다시 한반도로 돌아오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으며, 그 사이 방사능은 태평양의 깊은 해저면으로 침전과 희석이 반복되었기에 9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해류도 

이러한 결과는 한반도로 유입되는 해류도로 설명됩니다. 우리나라는 크게 연안류와 쿠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쿠로시오 해류는 적도 부근에서 발달해 대만와 동중국해를 거쳐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갈라집니다.

 

이때 제주도, 남해안(통영, 거제, 부산)을 거쳐 대한해협으로 빠지는 해류는 쿠로시오 해류라는 대조류에서 파생된 ‘대만 난류’로 결국 이 난류와 연안류가 우리나라 동, 서, 남해에 분포하는 거의 모든 수산물에 영향을 줍니다. 

앞서 쿠로시오 해류는 일본 열도를 기점으로 갈라진다 하였는데 이때 일본 열도로 빠지는 해류가 후쿠시마 앞을 거쳐 북태평양으로 빠지며, 이 해류는 다시 하와이 제도를 지나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대양인 태평양을 거치며 캘리포니아 앞에서 굴절돼 북적도 해류를 따라 적도를 거치며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 해류가 태평양을 돌아 다시 한반도로 들어오기까지는 대략 5년의 시간이 걸리는데요. 2012년경 원전 오염수가 누출된 이후 7~8년이 지난 시점인 현재(2019~2020) 우리나라 연 근해를 조사한 해양 방사능 조사에서 방사능 수치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기존보다 낮게 측정되고 있다는 것은 원전 오염수가 거대하고도 방대한 태평양을 돌면서 대부분 희석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 참고

만약, 오염수 방류 지점이 후쿠시마가 아닌 대만이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해역 전역이 치명타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산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이 무너졌을 것이며, 여기저기서 식품 방사능 오염에 적신호가 켜졌고, 우리나라 국민 중 일부는 백혈병과 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증가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1> 국산 고등어 회유도 

#. 국산 고등어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
우리나라 연근해의 방사능 오염도가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란 것을 앞선 자료를 통해 알았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말입니다. 해양 환경과 방사능 오염의 기류 변화는 향후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고등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바다에는 국경이 없고, 고등어는 후쿠시마 앞바다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 것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위 그림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의 회류 경로를 나타낸 것입니다. 고등어는 군집을 이루며 계절 회유를 하는데 보시다시피 국산 고등어는 따듯한 동중국해에서 월동한 후 이듬해 봄부터 북상해 제주도와 남해를 거치며, 일부는 동해로, 일부는 서해로 갔다가 다시 찬바람이 불면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고등어 계군(무리)을 쿠로시오 계군이라 합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국산 고등어는 모두 쿠로시오 계군에 속하며, 총 어획량 중 70% 이상은 제주도 근해에서 조업돼 부산 공동어시장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합니다.

 

나머지는 동해와 남해, 서해에서 산발적으로 조업된 물량입니다. 정리하자면, 국산 고등어는 일본 열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방사능에서 안전하며, 실제로도 방사능 검사에서 특히 사항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2> 일본산 고등어 회유도 

#. 일본산 고등어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
앞서 국산 고등어(쿠로시오 계군)의 이동 경로를 알아봤듯이 이번에는 일본산 고등어의 이동 경로를 알아봅니다. 이 고등어 무리는 국산 고등어와 같은 종류지만, 태평양을 끼고 일본 열도를 따라 회유하는 태평양 계군(무리)입니다.

 

태평양 계군은 일본 동남쪽 해안을 따라 북상해 북해도에 당도하고, 찬바람이 불면 남하하는 계절 회유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 후쿠시마 오염수 유출 지점을 통과하거나 그 근방을 지나치게 됩니다. 따라서 일본산 고등어의 오염이 염려되고 있으며, 몇몇 시료 검사 결과에서는 미량의 방사선 원소가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일부 해역에 채집된 고등어에 한해 미량의 방사선이 검출된 것일 뿐, 표층으로 회유하는 어종의 특성상 바닥으로 침전되는 세슘의 영향권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게 방사능 오염에 취약한 수산물은 한 곳에 정착해 서식하는 토착성 어류(일명 붙박이)에서 나타날 때가 많습니다. 이를 테면, 가자미, 볼락, 쥐노래미, 각종 조개류 또는 인근의 해역에서 양식되고 있는 멍게, 가리비, 문어, 낙지 등이 그러합니다.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산물을 가공하거나 냉동 처리한 것 예를 들면,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은 그 원산지가 생산지가 아닌 가공된 지역으로 표기되므로 이러한 식품을 섭취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국산과 일본산 고등어의 차이
2013년만 해도 일본산 고등어가 냉동 상태로 대량 유통되었고, 일부 국산으로 둔갑되면서 적잖은 파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일본산이라고 판매하면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일본산으로 표기하고 판매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바로 그 점이 염려되는 상황인데요. 음지에서 국산으로 둔갑한 채 판매될 여지가 아주 조금은 남아 있는 만큼 이 둘의 차이점을 알아 둘 필요는 있겠습니다. 

 

 

국산 고등어
일본산 고등어 

먼저 국산 고등어와 일본산 고등어는 태평양 고등어(Scomber japonicus)라는 종으로 같습니다. 다만, 좀 전에 언급했듯이 계군이 다르고 회유 경로가 다르며, 그에 따른 환경과 먹잇감에서 적잖은 차이를 보이므로 이에 따른 외형적 차이가 나게 됩니다. 

 

 

줄무늬가 흐릿한 국산 고등어 

1) 국내산 고등어
- 쿠로시오 계군의 회유 반경을 가진다. <사진 1> 국산 고등어의 회유도 참고
- 등 무늬가 흐리다. (갓 잡힌 경우는 제외, 일반적인 유통 고등어일 경우)
- 무늬의 선이 가늘고 패턴이 조밀하다.
- 체고가 넓고 통통하다.

 

 

줄무늬가 선명한 일본산 고등어 

2) 일본산 고등어
- 태평양 계군으로 회유 반경을 가진다. <사진 2> 일본산 고등어의 회유도 참고
- 등 무늬가 푸르고 선명하다.
- 무늬의 선이 굵다.
- 체고가 좁고 날씬하다.

 

 

점이 없고 진한 줄무늬로 되어 있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대서양 고등어) 

일본산 고등어와 비슷할 만큼 줄무늬가 선명하지만, 점이 없고 오로지 줄무늬로만 되어 있는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태평양 고등어(국산 및 일본산)와 종류가 다르므로 별종으로 구분합니다. 

 


#. 결론
사실 당장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없습니다. 원전 오염수 누출에 대한 염려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며 방사능 피폭에 의한 부작용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습니다. 동아시아 대지진이 일어난 지 9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향후 일본과 태평양, 한반도 연근해가 어떤 환경으로 바뀔지는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알아본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자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한반도 근해의 방사능 오염도가 평상시와 같거나 소폭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며, 향후 연근해의 해양 방사능 조사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일본산은 제쳐두고 국산 고등어에 한정해서 결론을 짓자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로우며, 계군의 회유 경로가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식약처를 비롯해 방사능 관련 기관에서는 국내로 반입되는 수산물에 대해 지속적인 방사능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이러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어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의 안정성을 판단하는데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 참고 문헌
본 칼럼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공한 <2019 해양환경방사능 조사보고서>의 내용을 일부 참고하였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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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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