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부리를 닮은 학공치의 독특한 주둥이 

학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리는 ‘학공치’(= 학꽁치와 함께 복수 표준명).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맛의 진객입니다. 그러나 남도 지방이 아니라면 학공치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요. 어떤 이들은 학공치와 꽁치를 헷갈리기도 하며, 둘 다 붉은살 생선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학공치만큼 국내에서 천대하는 고급 횟감(?)도 없을 것 같습니다. 초밥 문화가 뚜렷한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학공치가 국민 초밥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회(사시미)로 즐기기도 하지만, 초밥(스시)로서 학공치(사요리)의 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생선회 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일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학공치가 생소합니다. 학공치를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지역 또한 포항을 비롯한 경상도 일부에 그치므로 그 수요와 저변이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잡히는 학공치 중 상품(上品)은 일본으로 수출됩니다. 그 양이 어림짐작으로 70% 이상이니 일본의 학공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학공치에 대한 인지도가 얼마나 낮은 지도 알 수 있습니다.


#. 학공치? 학꽁치? 뭐가 맞는 이름일까?
원래는 학공치가 표준명이었지만, 지금은 학꽁치도 복수 표준명이 되었으므로 둘 다 맞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 어류 대도감에서는 '학공치'로 표기되어 있으며, 표준국어대사전과 동아 국어사전에는 '학꽁치'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술적 명칭이라 할 수 있는 '학공치'로 서술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금도 적잖은 술집에서는 학공치를 ‘사요리(サヨリ)’로 표기하는데 가급적이면 우리말인 학공치 또는 학꽁치로 부르길 권합니다.

3월에 맛보았던 달짝지근한 학공치회 

#. 학공치가 맛있는 철은 언제?
학공치는 우리나라 삼면에 고루 분포합니다. 수온과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계절별로 출현하는 시기가 다릅니다. 동서 상관없이 한반도를 가로로 갈랐을 때 중부지방 해역에는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가을에 출현하고, 남북 할 것 없이 한반도를 세로로 갈랐을 때는 동해와 동해 남부, 서해와 서해 남부로 나뉩니다.

동해와 동해 남부는 주로 한겨울에 출현합니다. 이 때문에 울산 및 포항, 부산권에서는 12~3월 사이 학공치 낚시가 성행하며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평가됩니다.

수면에 뜬 학공치 무리

같은 시기 거제와 통영, 남해도에서도 햇볕이 드는 날이면 수면에 학공치 무리가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여수를 비롯한 전라도와 서남해권은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학공치를 쉬이 볼 수 있습니다. 

위도가 높을수록 학공치의 시즌이 점점 짧아지는데 충남 군산과 서천권에는 5~6월에 나타나며, 그보다 북쪽인 서산과 태안은 7~10월, 그보다 더 북쪽인 경기권은 9~10월에 출현 강세를 보입니다. 이토록 지역에 따른 학공치 출현 시기가 다르지만, 맛은 일 년 내내 큰 변화가 없으며, 제철의 인식은 학공치의 주 산지라 할 수 있는 포항을 기준으로 12~4월로 보고 있습니다. 

갓잡은 학공치의 선명한 자태 

#. 투명감으로 알아보는 학공치회의 신선도
11월부터 3월이면 학꽁치가 제주도 일부와 동해에 출현하는데 이때 잡힌 학꽁치가 가장 맛있으며 그물을 이용한 어획이 이뤄집니다. 이때의 학꽁치 잡이(그물)는 동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주선과 보조선 등 두 척이 한 조가 되어 협공으로 그물질합니다.

어군탐지기로 학꽁치를 찾으면 양조망을 펼쳐 학꽁치 떼를 포위하고 두 척의 배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면서 잡아들이는 방식입니다. 최근 일본 수출량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좋은 품질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고, 나머지는 말려서 건어물로 이용, 일부는 생물 상태로 물회나 회무침 재료로 쓰입니다.


학공치는 흰살생선이지만, 제법 광범위한 회유성을 가졌습니다. 이렇듯 광범위한 회유성을 가진 어류는 흔히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다.’고 비유될 만큼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산채로 유통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산지라 해도 그 지역 재래시장에서는 선어 횟감으로 판매될 때각 많습니다.

문제는 산지를 제외한 지역(서울, 수도권, 내륙지방 등)의 일부 횟집이나 선술집, 초밥집에서 내어오는 학공치회의 신선도입니다.
신선하지 않은 학공치 회는 비린내가 납니다. 학공치 회를 한번 먹어보고 평가절하한다면 대게 신선하지 못한 회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공치는 고등어만큼은 아니지만, 선도 저하가 비교적 빠른 생선이며, 이에 따른 투명감이 제각기 나타납니다. 갓 잡힌 학공치의 살점은 매우 반질반질하며, 희고 투명하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산지에서 판매되는 학공치가 아닌 이상 맛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죽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투명도가 점차 흐려지는 특성을 갖는데요.

<사진1> 갓 잡은 학공치를 뜬 모습 

<사진 1>은 배에서 갓 낚은 학공치를 회로 뜬 것으로 투명 감으로 선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산 학공치를 곧바로 회 뜨면, 투명도가 50%를 넘지 않을 만큼 뒤가 비치는 게 특징입니다.

 

<사진2> 시간은 좀 지났지만 대체로 신선한 학공치 회의 투명도 

<사진 2>는 이날 새벽에 위판 된 학공치로 여전히 선도가 살아있습니다. 그 정도를 투명도로 알 수 있는데 <사진 1>만큼의 투명도는 아니지만, 약 30% 정도의 투명도를 갖고 있으니 역시 신선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3> 서울의 어느 횟집에서 접한 학공치회 

<사진 3>은 서울의 어느 횟집에서 접한 학공치 회입니다. 보다시피 투명도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보관만 잘했다면 이것도 싱싱한 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회로 먹을 수 있는 선도는 여기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입니다.

※ 참고
학공치 회의 투명 감은 사후 경과된 시간과 비례하여 불투명해지니 투명도는 곧 선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학공치에 한해서이며 특별히 숙성회로 즐기는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입니다.


#. 학공치도 종류가 있다?
우리 바다에는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물고기가 많습니다. 대게 화려한 채색을 뽐내면 독이 있을 확률이 높고, 기묘한 모양새를 한다면 맛이 떨어질 것이란 편견이 있지만, 학공치만큼은 예외입니다.


줄공치 

학공치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종류가 많습니다.  국내는 물론, 동남아 국가의 강과 기수역에 서식하는 줄공치. 

항알치

인도양 및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항알치. 

남방 학공치

그리고 남태평양을 비롯한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남방 학공치.

 

동갈치 

그리고 국내 남해와 제주도에 서식하는 동갈치는 모두 동갈치목에 속하는 어류지만 맛은 뛰어나지 않아 높은 상업적 가치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학공치회 

유독 학공치만이 인기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학공치회는 복어처럼 투명한 흰살생선이면서 청초하고 깔끔한 회 맛을 대표하는 흰살생선입니다.

학공치 초밥

낚시꾼들은 학공치를 말할 때 사이즈별로 애칭을 붙여 말합니다. 가령, 몸길이 15cm 내외는 볼펜급, 25cm 내외는 매직급, 그리고 35cm급에 다다르면 그제야 형광등급이라 이름 붙입니다. 가끔 40cm에 이르는 대형 학공치가 잡히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횟감으로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학공치 튀김 

학공치는 클수록 회와 초밥용으로 어울리고, 작은 것을 뼈째 튀기면 별미입니다. 


말린 학공치포 

포항, 속초에서는 학공치를 말린 학공치포를 판매하는데 쥐포처럼 구워 먹으면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학공치 강정
학공치 소금구이 

양념과 함께 볶은 학공치 강정과 소금구이도 별미지만, 매운탕 재료로는 선호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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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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