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생선회가 맛이 좋은 시즌! 겨울 하면 떠오르는 생선회 뭐가 있을까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횟감 중 절반 이상이 겨울 제철 생선인데 그중에서도 가격 대비 맛이 좋은 일명 가성비 횟감을 꼽으라면 가숭어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가숭어가 뭐냐고요? 오늘은 겨울이면 ‘돔’ 부럽지 않은 회 맛을 자랑하는 가숭어에 관해 알아봅니다.

낚시로 잡힌 가숭어

#. 가숭어? 참숭어? 밀치? 뭐가 맞는 말일까?
가숭어라고 들어보셨나요? 숭어는 숭언데 가숭어는 뭘까? 왠지 어감이 안 좋습니다. 숭어 자체도 고급 횟감이 아니요. 일부 어촌에선 ‘입에 대지도 않는다.’라고 할 만큼 천대받는 것이 숭어인데 거기에다가 가숭어라니! 가숭어는 가짜 숭어란 말인가요?

물론, 이렇게까지 확대 해석하기는 무리지만, 실제로 가숭어에서 ‘가’는 ‘가짜’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숭어라 판매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시장에서는 ‘참숭어’, 또는 ‘밀치’란 이름으로 판매됩니다. 그러니 수산시장 상회나 횟집에 가셔서 ‘이모님 참숭어 있어요?’ 또는 ‘밀치 요즘 kg에 얼마예요?’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밀치나 횟감에 대해 좀 아는 손님처럼 보일 것입니다.

숭어(위), 가숭어(아래)

사실 참숭어니 밀치니 하는 말은 상인들이 부르는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정식 명칭은 ‘가숭어’. 그렇다면 가숭어와 숭어는 다를까요? 물론, 다릅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숭어는 크게 두 종류로 숭어와 가숭어가 있습니다.


숭어

먼저 숭어에 대해 알아볼까요? 숭어를 시장에선 개숭어, 감숭어, 보리숭어라 불립니다. 일부 지역(강화, 동해)에선 이 숭어를 참숭어라 부르며, 옛 문헌인 <우헤이어보>에서도 "눈이 검고 제비 꼬리가 날렵한 이 숭어가 참숭어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숭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중해를 비롯한 전 세계 온대 및 열대 바다에 폭넓게 서식한다는 점이 특징이죠.

반면, 오늘의 주제인 가숭어는 시장에서 참숭어, 밀치, 언구 등으로 불립니다. 그러고보니 숭어와 가숭어 모두 참숭어로 불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만큼 자기 고장에서 각별히 여기는 것에 '참'자를 붙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가숭어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의 서해와 서남해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입니다. 바로 옆 일본만 하더라도 가숭어를 보기란 쉽지 않을 정도로 한정된 서식지를 가졌습니다.


웃는 얼굴상으로 보이는 가숭어

반면, 오늘의 주제인 가숭어는 시장에서 참숭어, 밀치, 언구 등으로 불립니다. 그러고보니 숭어와 가숭어 모두 참숭어로 불리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만큼 자기 고장에서 각별히 여기는 것에 '참'자를 붙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가숭어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의 서해와 서남해에서만 서식하는 특산종입니다. 바로 옆 일본만 하더라도 가숭어를 보기란 쉽지 않을 정도로 한정된 서식지를 가집니다.


눈이 검은 숭어

#. 숭어와 가숭어 구별법
숭어와 가숭어(밀치)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숭어는 눈이 검은데 비해 


눈이&nbsp;노란&nbsp;가숭어

가승어는 눈 주변이 노란색을 띱니다. 숭어는 겨울에 기름 눈꺼풀이 발달해 하얀 막이 눈동자를 덮고 있지만, 가숭어는 여전히 노란색을 띱니다.

숭어

숭어는 먼바다를 회유하는 계절 회유성 어류로 세찬 조류를 타고 다니기 적합한 몸 구조를 가집니다. 때문에 숭어의 꼬리지느러미는 제비 꼬리처럼 갈라진 것이 특징입니다.



가숭어

반면, 가숭어는 강 하구와 연안을 오가며 세찬 물살보다는 잔잔한 내해를 좋아하기 때문에 몸체가 날렵하게 빠지지 않았으며, 꼬리지느러미 역시 일자로 밋밋한 형태를 가집니다. 

2월경&nbsp;먼바다&nbsp;대마도에서&nbsp;잡힌&nbsp;숭어(알이&nbsp;없었다)

#. 숭어와 가숭어의 생태적 차이
숭어는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산란기에 접어듭니다. 이 시기 숭어는 먼바다로 나가 산란하는데 정확한 산란장 위치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듬해 3~4월경 산란을 마친 숭어가 북상하면서 잡히는데 보리싹이 날 때 잡힌다고 하여 ‘보리숭어’라 불립니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최대 80cm까지 성장합니다. 제철은 겨울부터 봄 사이이며, 거제 및 통영 등 남해안 일대에서 잡힌 숭어가 맛이 좋고, 상업적 양식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유통되는 숭어는 100% 자연산입니다.

겨울철&nbsp;시장에서&nbsp;흔히&nbsp;판매되는&nbsp;가숭어

한편, 가숭어는 숭어보다 크게 자라며 최대 전장 1m에 이릅니다. 이듬해 봄이면 산란을 위해 서해 연안으로 몰려들며 3~4월경 알을 낳습니다. 이 시기 먼바다에서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가숭어를 잡아다 배를 가르면 알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알을 채취해 간장 양념을 발라 말린 것이 그 유명한 영암 어란입니다.

과거에는 임금님 수랏상에 진상할 만큼 귀한 음식인데 지금도 그 명맥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쇼핑몰에선 가숭어 한 마리에서 나온 알집 하나가 무려 25만 원에 판매되기도 합니다. 

이 가숭어는 경남 하동에서 대량으로 양식하는데요. 11~3월 사이 횟집 수조를 빼곡히 들어찬 '눈 노란 숭어'는 모두 가숭어(밀치)이며, 이 시기 양식으로 살을 찌운 지방의 맛과 고소함이 돔보다 빼어날 만큼 훌륭합니다. 

가숭어에 붙어 사는 등각류

#. 숭어에도 기생충이 있을까?
자연산 숭어를 회로 먹을 때 기생충이 염려된다는 질문을 곧잘 받습니다. 아무래도 저렴한 횟감이라 기생충이 많을 것 같다는 인식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조심해야 할 바다 기생충은 고래회충입니다. 고래회충은 먹이사슬에 의해 감염됩니다.

예를 들면, 바닷속을 부유하는 물벼룩이나 고래회충을 보유한 몇몇 갑각류를 먹고 자라는 어류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숭어나 가숭어는 바닥의 갯벌을 흡입해 유기물을 걸러 먹는 방식이므로 고래회충의 생활사에서는 비교적 거리가 먼 편입니다.

숭어회를 먹고 고래회충증에 걸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인데요. 숭어회를 드실 때는 고래회충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주로&nbsp;지느러미에&nbsp;붙어&nbsp;산다

대신 숭어에는 등각류의 일종인 "Nerocila acuminata"가 붙어 살기도 합니다. '우오노코반'으로 불리는 이것은 기생충이라기보다는 느리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표적으로 삼아 피를 빨아먹는 흡혈 절지동물인 것이죠.

주로 숭어의 지느러미, 꼬리, 몸통에 붙어 기생하며, 피를 빨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접지 부분에 상처를 냅니다. 이 때문에 숭어는 곧잘 수면 위로 점프를 시도하는데 공중으로 솟았다 떨어질 때 수면과의 마찰력을 이용해 기생 벌레를 떨쳐내려고 합니다.

등각류이자 기생벌레의 일종인 우오노코반
상처는&nbsp;오우노코반의&nbsp;소행으로&nbsp;추정된다

사진은 숭어 몸에 난 상처로 이는 등각류의 일종인 우오노코반(학명 : Nerocila acuminata)이 붙은 자리로 추정됩니다. 이 벌레는 숭어에 상처를 주며 발육을 저해하나 인간에는 별다른 해를 주지 않습니다. 

4월경&nbsp;충남에서&nbsp;잡은&nbsp;자연산&nbsp;가숭어회는&nbsp;특유의&nbsp;냄새로&nbsp;먹기&nbsp;힘들었다

#. 어촌가에서는 먹지 않는 ‘가숭어’가 겨울 제철 생선회로 즐기게 된 이유
가숭어는 전 세계에서도 한국의 서해 및 서남해에만 분포하는 매우 제한된 서식 영역을 가집니다. 그러다 보니 서해안 일대 어촌 마을에서는 숭어나 가숭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북부의 일부 섬사람들은 안 그래도 맛있는 제철 생선이 흔한데 굳이 숭어까지 잡아다 먹을 이유는 없었던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맛없다며 평가절하한 것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서해안에 서식하는 숭어 및 가숭어는 뻘의 유기물을 흡입해 그 안에서 영양소를 취합니다. 

양식&nbsp;가숭어(밀치)회

다시 말해, 갯벌의 품질이 숭어 맛을 좌우한다는 것인데요. 일부 갯벌이 오염되었거나, 뻘질이 좋지 못할 경우 그 영향이 숭어 맛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서해안 일부에서는 갯내나 기름내, 쩐내, 개흙내 같은 좋지 못한 향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일부 어촌가에서는 숭어의 식용을 꺼리는 것이며, 우리가 먹는 양식 가숭어는 양질의 사료로 키운 것이므로 자연산의 맛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4월경&nbsp;진도에서&nbsp;잡힌&nbsp;숭어(보리숭어)&nbsp;회(맛있었다)

#. 입질의 추억이 추천하는 숭어회
1) 숭어
자연산으로만 잡히는 숭어는 11~4월까지 맛이 좋습니다. 이 시기 거제, 통영, 여수, 고흥, 진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숭어가 맛있고,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40~60cm가 적당합니다.

1월경에&nbsp;맛본&nbsp;양식&nbsp;가숭어회(역시&nbsp;맛있었다)

2) 가숭어(밀치)
주로 서해 및 서남해에 서식하는 가숭어는 참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3월까지 맛이 좋습니다. 이 시기 자연산이라면 한 번쯤 맛 볼만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잡히는 개체는 비육 상태가 불안정한데 특히 체고가 날씬한 것, 지방기가 덜한 것 등등 개체 별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가숭어만큼은 안정적으로 키워낸 양식을 권합니다. 양식은 크기가 일정하며 주로 30~40cm 크기를 선호합니다.

서해산 가숭어는 산란을 마칠 무렵인 4~5월경, 서해안 일대에 무리지어 다니는데 특히, 연안산과 기수역, 하천 등지에 서식하는 것은 특유의 흙내나 잡내가 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기름내, 쩐내도 나기 때문에 봄~여름 서해산 가숭어보단 겨울에 길러진 양식 가숭어(밀치)를 권합니다.

또한, 가숭어는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회로 즐기는 것이 좋고, 구이나 탕은 특유의 향이 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합니다.

 

진한 적색육이 선명한 숭어

#. 회를 떴을 때 구별하는 방법
숭어는 피빛에 가까울 만큼 진한 적색육을 가지는데 이는 혈합육에 미오글로빈 함량이 많아서입니다. 미오글로빈이 많다는 것은 회유 반경이 크다는 것이며, 활동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숭어&nbsp;초밥

숭어를 회 뜰 때 껍질을 바짝 깎으면 검푸른 껍질 막이 붙어 나오는데 이것도 숭어의 특징입니다. 

살이&nbsp;노랄수록&nbsp;맛이&nbsp;있는&nbsp;숭어회

살(근육)은 산란 직전 맛이 오를수록 현미색을 띄며, 살이 노랗게 물들수록 단맛이 들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양식&nbsp;가숭어회

한편, 가숭어는 숭어보다 색이 엷으며 선홍색에 가깝습니다. 살(근육)은 흰색에 가까우며, 숭어보다 섬유질이 덜 발달해 식감은 질기지 않으며, 역으로 숙성했을 때는 숭어보다 빨리 물러집니다. 



#. 저렴하지만 맛이 좋은 가숭어(밀치) 회
겨울 가숭어회는 일반 숭어와 달리 붉은색이 진하지 않으며, 엷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숭어의 경우 잘근잘근 씹히는 차진 식감과 단맛이 좋다면, 가숭어는 적당히 쫄깃거리는 식감에 지방의 고소함이 좋습니다.

눈을 가리고 먹는다면 마치 참돔 뱃살을 먹는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키는데 이렇듯 겨울에는 지방기가 많이 오르기 때문에 겨울 한철에만 소비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가격은 숭어와 가숭어 모두 kg당 만 원에서 이만 원 정도이며, 어지간해선 2만 원 이상 웃돌지 않는 가성비 좋은 횟감입니다. 사실 숭어 종류는 오랜 숙성보다 활어회가 맛이 있고, 숙성을 하더라도 2~3시간 이내 짧은 숙성이 좋습니다.

쌈싸먹어도&nbsp;맛있는&nbsp;가숭어회

추천하는 소스는 간장과 와사비로 시작해 회 고유의 맛을 즐기다가 입안에서 점차 기름기가 쌓여 느끼해질 때쯤, 각종 쌈채에 마늘, 고추, 쌈장 또는 초고추장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식사 마무리로 매운탕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숭어류는 자연산이든 양식이든 가열 조리했을 때 특유의 향이 올라오므로 탕감에 즐겨 쓰이지는 않습니다. 그때는 다른 생선의 뼈를 이용해 탕을 끓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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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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