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불리게 된 새조개

기온의 변화와 함께 가장 먼저 체감하는 봄소식은 아무래도 제철 먹거리일 것입니다. 매스컴과 SNS의 영향에 새조개 찾는 사람도 늘었는데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새조개는 구이나 삶아 먹는 조개처럼 여겼지만, 살짝 데친 샤브샤브가 알려지면서 그 맛을 찾는 미식가들이 늘어났습니다.

새조개는 이름 그대로 '새의 부리'를 닮아서 불린 것으로 추정하지만, 사실 이 조개는 바닷속을 날아다닙니다. 새의 부리처럼 생긴 긴 다리를 이용해 헤엄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물살을 가르는 날개 같기도 합니다. 새조개는 언제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이 있을까요? 오늘은 새조개의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 새조개의 제철
새조개가 가장 맛있는 철은 1~3월입니다. 이후로는 산란을 준비하면서 맛이 떨어집니다. 

※ 국내로 유통되는 새조개는 전량 자연산이며 서해 및 서남해(전남)가 주산지입니다.

보통 새조개 하면 충남 남당항을 떠올립니다. 산지에서 먹는 새조개가 더 싱싱하고 저렴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차이가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닙니다. 산지가 조금 더 저렴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타 지역에서 오게 된다면 교통비와 시간을 따진다면 온라인 택배로 받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새조개가 봄철 별미로 알려진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므로, 여전히 새조개가 생소한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새조개 살 때 유의할 점과 고르는 팁을 알아봅니다.

<사진 1> 싱싱한 새조개는 표면에 윤기가 나고 다리가 검다

#. 손질 새조개 고르는 꿀팁
새조개는 크게 손질 새조개와 통 새조개가 있습니다. 통 새조개는 손질을 하지 않은 원물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먹을 것이라면 통 새조개가 단연 유리합니다. 그러나 껍데기를 일일이 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손질이 미숙한 이들에게는 손질 새조개를 구입하는 편이 낫습니다.

손질 새조개를 구입할 때 눈여겨봐야 할 점은 빛깔입니다. <사진 1>은 방금 새조개를 손질한 것으로 표면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다리가 짙은 초콜릿 색을 띱니다. 오징어도 싱싱한 것은 초콜릿 색이 나듯이 싱싱한 새조개도 다리가 짙은 초콜릿 색이 싱싱한 것입니다.

이런 새조개를 자세히 관찰하면, 비록 손질이 되었어도 여전히 숨이 붙어 있어 꿈틀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는 갓 손질한 것으로 최상의 신선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2> 상대적으로 덜 싱싱한 새조개의 모습

한편, <사진 2>는 죽어버린 새조개를 깠거나 손질 후 시간이 지난 새조개일 확률이 높습니다. 새조개는 죽는 순간 선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숨이 붙어 있더라도 압사나 괴사 직전에 놓여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이미 신선도가 나빠진 상태입니다.

그랬을 때 새조개는 <사진 2>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희고 윤기가 덜하며, 다리 부분도 초콜릿 색이 많이 벗겨진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익혀 먹기에는 문제가 없는 선도이나, 조금 덜 익히거나 횟감으로 쓸 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3> 망에 담긴 새조개

#. 통 새조개 고르는 꿀팁
신선도 면에서는 손질한 것보다 살아있는 통 새조개가 훨씬 좋습니다. 택배로 주문하면, 직접 까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현장에서 구입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손질해주니 이럴 땐 통 새조개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그랬을 때 통 새조개를 잘 고르는 꿀팁을 알아봅니다.

산지에서 채취한 새조개는 망 또는 포대에 담긴 채로 유통됩니다. 이 상태에서도 새조개는 입을 열어 호흡하는데 위에서 꽉꽉 채워 누르기 때문에 밑에 깔린 것들은 입을 제대로 열 수 없어 상당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물건을 받은 상인은 빠른 시간 내에 수조에 풀어 새조개가 호흡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진 3>은 상인이 망에 담긴 새조개 중 일부를 꺼내 바닷물에 풀어 두고 남은 것인데요. 문제는 적잖은 상인이 해수 순환이 되는 수조가 아닌, 스티로폼 박스에 풀어 둔다는 것입니다. 


<사진 4> 산소 공급 여부를 확인한다

이 경우 새조개는 고인 바닷물에서 제대로 호흡하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가 되며, 적응이 되지 못한(속된말로 이끼가 나지 않은) 상태로 판매됩니다. 그러니 산소 공급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TIP

싱싱한 통 새조개를 고를 때는 해수 순환이 되는 수조나 <사진 4>처럼 최소한 기포기로 산소 공급이 되는지를 확인합니다. 

내장을 제거하는 모습

해감이 완벽하게 된 새조개라면 내장의 녹진함까지 맛볼 수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판매되므로 내장을 잘라냅니다. 


내장을 제거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손질한 새조개는 원물에 비해 1/4 정도가 줄게 됩니다. 다시 말해, 원물 1kg을 손질하면 약 250g의 순살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싱싱하고 좋은 통 새조개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합니다.  

1) 알이 굵고 클수록 좋다.
2) 표면이 깨끗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3) 구멍이 나거나 깨지지 않는 것이 좋다. 
4) 입을 '크게' 벌리지 않은 것이 좋다.

<사진 5> 구멍난 새조개(a)와 입구가 까진 새조개(b)

#. 새조개 고를 때 유의할 점
새조개는 기본적으로 표면에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러운 것이 좋지만, 유통 거리가 먼 대도시 수산시장에선 이러한 요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최소한 구멍이 났거나 깨진 것이 없는지 살핍니다.

<사진 5>는 구멍이 난 것과 입구가 깨진 것을 표시했습니다. 그날 구매해 수 시간 내로 먹을 것이라면, 약간의 파열과 구멍은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판매를 목적으로(횟집 등) 수조에 2~3일 이상 둘 경우는 가장 먼저 죽어버리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활)새조개를 취급하는 업자라면 구멍 난 새조개를 피하는 편입니다.


뒤에도 난 구멍

구멍은 뒤쪽에도 날 수 있으니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구멍이 나도 살아만 있다면 그날 먹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새조개를 사다 수조에 며칠을 살려둬야 할 횟집이라면, 미리 골라내거나 죽기 전에 팔아야 할 것입니다.


밑에 깔린 것은 선도를 의심해 본다

수산시장에서 새조개를 고를 때 될 수 있으면 밑에 깔린 것을 고르지 않도록 합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조개는 껍데기가 약해 운반 시 잘 깨집니다. 특히, 밑에 깔린 것은 입을 제대로 열 수 없어 압사당하거나 산소 부족으로 괴사할 확률이 존재합니다.

위의 것을 고르고 나서 아래 것을 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죽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새조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거나, 벌리더라도 살짝 벌려서 그 사이로 살을 빼꼼히 내미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사진 7 참고) 활력이 좋은 새조개는 입 사이로 다리를 쭉 내밀어 헤엄치기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사진 6> 입 주변이 깨끗한 새조개를 고른다(왼쪽 사진은 패각에 붙은 털이고, 오른쪽은 토사물)

새조개는 기본적으로 패각에 잔털이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더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토해낸 토사물이 붙어서 더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 6>의 왼쪽과 오른쪽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여실히 보이는데요. 고인 바닷물에 한동안 두면, 새조개는 안에 있던 온갖 토사물을 뱉어 냅니다. 해수 순환이 되는 수조라면 문제없지만, 수산시장을 둘러보면 스티로폼 박스에 깨끗하지 못한 바닷물로 채워 방치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좁은 공간에 고인 물까지 이중고를 겪다 보면 새조개는 토사물을 뱉어내고 그 토사물이 다시 수질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걸 다시 마시고 뱉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토사물 일부가 입 주변에 붙어 더럽히는데 이는 새조개 보관 환경이 그리 위생적이지 못함을 방증하는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닷물과 기포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 기포기가 있다면 금상첨화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새조개입니다. 보통 1kg을 구입하면 10~13개 내외이나, 이렇게 알이 굵은 것은 10개가 채 안 됩니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낚시용 기포기가 있다면, 바닷물에 보관해 토사물을 자연스럽게 뱉게 할 수 있으며, 먹기 전까지 살려 둘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속칭 '이끼를 낸다.’고 표현하는데요.

엄밀히 말하자면, 2~3일이 소요됩니다. 가정에서는 기포기만으로 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포기는 새조개의 숨통을 틔우고 토사물을 일부 뱉게 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하며, 이것 만으로도 싱싱한 새조개를 먹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살을 내밀고 호흡 중인 새조개

기포기를 튼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굳게 다물던 새조개가 조금씩 입을 열더니 살을 내놓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촉수 같은 기관은 조류에 떠밀려 온 플랑크톤을 걸러 먹거나, 온도를 감지하며, 산소를 공급받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렇게 살을 내밀고 있어야 제대로 호흡하는 것인데 이때 젓가락을 입 주변에 갖다 댈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싱싱한 새조개입니다. 

산채로 보관 중인 새조개

기포기를 튼지 3~4시간이 지나면서 새조개들이 토사물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그 토사물에 바닥도 지저분해졌습니다. 그래서 통 새조개를 구입할 때는 해수 한 봉지 정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꼭 토사물을 토해내기 위함이기보단 손질 새조개를 씻을 때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다에서 온 것은 바닷물로 씻거나 담가놔야 선도가 오래 보존됩니다. 때문에 씻을 용도를 위해서라도 해수 한 봉지 정도는 챙기길 권합니다. 

속살이게

#. 새조개에서 나온 게의 정체는?
새조개를 손질할 때 속살이게가 나오면 싱싱하고 좋은 새조개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속살이게는 멍게에서 주로 발견되는 옆새우와 함께 대표적인 공생 생물입니다. 수산물을 손질하다 이렇게 공생 생물이 자주 발견되면 반갑습니다.


#. 새조개의 가격과 수율
새조개의 시세는 전적으로 어획량을 따릅니다. 최근 새조개 어획량이 급감함에 따라 가격은 매년 상승 중입니다. 자연산이라 시세 변동이 크다는 점도 유념해 둡니다. 하지만 올해(2021)년은 코로나 여파로 새조개 축제가 취소됐고, 대부분은 온라인 판매나 시장에 의존해야 합니다. 여기에 횟집 수요도 줄었기에 가격도 다소 저렴하게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올해야 말로 새조개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 통 새조개 1kg 기준 : 18,000~20,000원

새조개 수율은 약 33% 정도입니다. 새조개 1kg을 작업하면, 300~330g 정도의 속살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다시 내장을 제거하면, 250g로 줄어듭니다. 다시 말해, 내장까지 제거된 손질 새조개의 순수율은 약 25%가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손질 새조개라 하면,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새조개 1kg 작업한 순살(약 250g)

한 예로 수산시장에서는 통 새조개 1kg 가격이 손질 새조개 1근 가격과 비슷합니다. 한 상인의 말에 의하면 새조개 1kg을 작업하면 순살 1근(400g)을 얻으니 결국 같은 가격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중량을 살짝 부풀린 감도 있습니다. 좀 전에도 썼듯이 새조개 실제 수율은 40%도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포장 시 알게 모르게 물까지 손으로 훔쳐 넣어 저울에 달면 400g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새우나 조개 등을 계측할 때는 물이나 얼음 코팅을 제하고 다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샤브샤브용으로 손질된 새조개와 흰다리새우
새조개 샤브샤브

새조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샤브샤브입니다. 일부 스시야에선 초밥 재료로 내기도 하지만, 보통의 소비자들은 샤브샤브로 먹는 편이 조리도 간편하면서 새조개의 달달한 맛을 느끼기 좋을 것입니다. 그랬을 때 개인적으로 합을 맞추는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 만큼은 꼭 함께 했으면 하는 식재료가 있습니다.

냉이
향긋한 냉이와 함께 먹는 새조개 샤브샤브

그것은 다름 아닌 ‘냉이’입니다. 새조개와 냉이는 모두 차디찬 겨울을 견디고 자란 대표적인 제철 식재료이자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기도 합니다. 육지의 냉이와 바다의 새조개가 만났을 때 어우러지는 향긋함은 그 어떤 샤브샤브도 압도할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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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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