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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어야 안전하고, 익혀 먹으면 오히려 독 성분에 위험하다는 고둥을 아시나요? 옛말에 “독이 강할수록 맛이 좋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골뱅이, 소라와 차별화된 맛을 가진 고둥류입니다. 바로 촛대고둥!
독을 제거해서 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인데, 반대로 익혀 먹으면 무조건 위험할까요? 오늘은 촛대고둥에 관한 이야기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독 제거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 촛대고둥은 이렇게 생겼어요.
골뱅이를 의미하는 ‘고둥과’에는 다양한 종이 분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동해안 일대에 서식합니다. 촛대고둥은 남해안 일대 특히, 거제도나 삼천포 앞바다에 주로 서식해 이 일대 시장과 횟집에서 맛볼 수 있는데요. 한철에만 나는 제철 별미다 보니 현지에서 소진될 뿐, 서울 수도권 내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둥입니다.
사실 촛대고둥은 긴고둥과에 속한 몇몇 종류를 아울러서 불리는 지역 사투리입니다. 학술적으로는 긴고둥과에 속한 고둥류를 의미하는데요. 여기에는 긴고둥을 비롯해 큰긴뿔고둥, 꼬리긴뿔고둥 등등이 있지만, 워낙 생김새가 비슷해 현지에서는 구분하지 않고 ‘촛대고둥’으로 통합니다.
촛대고둥의 또 다른 말로는 ‘비녀고둥’이 있습니다. 생김새가 마치 머리에 꽂는 비녀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이 외에도 살이 빨개서 빨간고둥, 혹은 고추고둥이라 불립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이 남해안 일대(거제에서 삼천포 등) 수산시장에서 촛대고둥을 보았다면 긴고둥과에 속한 3총사(긴고둥, 큰긴뿔고둥, 꼬리긴뿔고둥)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들 고둥은 모두 날것으로 먹어야 독에서 안전한(?) 고둥이라고 알려졌습니다.
#. 촛대고둥의 독은 무슨 독?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소라나 고둥류(=골뱅이)를 통틀어 ‘권패류’라 부릅니다. 이중에서도 뱃살을 다리처럼 이용하는 권패류를 ‘복족류(腹足類)’라 부르는데요. 이는 복부의 살을 다리처럼 쓰는 연체동물을 의미합니다. 한반도 연안에는 이러한 복족류에 ‘테트라민(Tetramine)’이라는 신경독이 없는 종과 있는 종이 함께 서식합니다.
우선 테트라민 독이 없어서 내장째 먹어도 안전한 고둥은 물레고둥과에 속한 3총사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서 알아봅니다.
독이 없는 종류로는 백골뱅이, 황골뱅이, 그리고 유동 골뱅이 통조림에 사용되는 논골뱅이(똥골뱅이)가 있습니다. 아래 세 종류는 맛이 좋지만 독이 있어 반드시 제거하고 먹어야 하는 고둥류입니다.
테트라민 신경독이 분포한 복족류로 보라골뱅이(전복소라), 나팔골뱅이, 털골뱅이 등등 그 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저는 “아이 손바닥보다 크게 자라면서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꼬인 형태를 가진 고둥류라면 대부분 독이 들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촛대고둥 종류도 포함됩니다. 생김새는 길쭉하지만 아이 손바닥과 같거나 그보다 크며, 나선형으로 말려 있기 때문에 이 고둥의 타액선(귀청)에는 테트라민 신경독이 분포하며, 다른 고둥류보다 농도가 강해 일반적으로 소라나 골뱅이 삶아먹듯 한다면 중독될 수 있는 것입니다.
#. 독을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테트라민 신경 독은 이를 체내에 분해하는 정도 흔히 ‘체질’에 따라 증상이 악화될 수도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 체질에 따라 한두 마리만 섭취해도 증상이 나타나며, 어떤 이들에겐 무증상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졸음 유발, 어지러움이며 심하면 구토, 오한, 설사, 발열, 식은땀이 나타나기도 하다 하루 만에 자연 치유됩니다. 다만, 이러한 독을 다량 섭취할 경우 응급실을 찾을 만큼의 증상도 나타나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해야 합니다.
#. 촛대고둥은 왜 날것으로 먹어야 안전한 걸까?
횟집에서는 ‘회로 먹어야 맛있는’, 더 나아가 ‘반드시 회로만 먹어야 안전’하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촛대고둥의 독이 강하니 조심하자는 의미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익혀 먹는다고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테트라민 신경독은 끓는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집니다. 약 63~70도 사이에 녹기 시작해 끓는점인 100도씨에 도달하면 완전히 녹아 물과 섞이게 됩니다. 따라서 평소 소라, 골뱅이 삶듯 하면 물에 용해된 독 성분이 다시 살에 배고, 이것을 먹으면 신경 독에 중독된다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촛대고둥을 비롯해 테트라민 신경 독이 든 고둥류를 삶아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래 두 가지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독이 든 골뱅이도 삶아 먹을 수 있습니다.
1) 망치로 껍데기를 부수고 속살을 빼낸 뒤 독이 든 타액선(귀청)을 제거하고 삶는다.(아래 설명)
2) 찜기에 올려 증기로 쪄서 먹는다.
#. 테트라민 독성 제거하기
촛대고둥을 굳이 삶아먹지 않는 이유는 통째로 삶았을 때 독성이 물에 녹아 살에 배어들 염려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삶았을 때보다 날것으로 먹었을 때 맛이 좋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촛대고둥을 손질할 때는 망치나 벽돌이 필요합니다.
1) 망치 등을 이용해 껍데기를 부숩니다.
2) 내장을 제거하고(식용 불가), 살만 선별합니다.
3) 살 가운데를 잘라 타액선(검은 지방 덩어리처럼 생김)을 제거합니다.
4) 흐르는 물에 한차례 헹구어 준비합니다.
※ 참고
촛대고둥의 타액선(귀청)은 여타 고둥류의 타액선과 달리 검은색과 짙은 밤색이 섞인 지방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타 고둥류는 희거나 노란 지방 덩어리처럼 보인다.)
#. 촛대고둥의 제철과 맛있게 먹는 방법
촛대고둥은 사철 잡히나 특히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 제철을 맞습니다. 다만, 봄~여름에 잡힌 것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회’ 또는 ‘초무침’입니다. 먼저 위에 소개한 것처럼 껍데기를 깨부수어 살점만 선별합니다.
가운데를 갈라 타액선을 제거한 뒤 물에 씻는데요. 여타 고둥류와 달리 끈적한 액이 많지 않으므로 소금에 문질러 씻을 필요는 없고, 가능한 차가운 물에 헹구거나 얼음물에 담근 채 타액선이 빠져나온 자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씻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채반에 받쳐 물기를 털고 여타 횟감의 수분을 빼듯 해동지로 말아 수분 기를 닦아주면 횟감 장만이 완성됩니다.
기호에 따라 무채, 무순, 와사비, 간장 등을 곁들이는데 처음에는 와사비를 살짝 묻혀 간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꼬득꼬득한 식감과 단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방법이 있으며, 을지로 골뱅이 스타일처럼 파채에 갖은양념과 깨, 참기름 등을 섞어 무쳐 먹는 초무침도 별미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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