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이색 크랩 한번 맛보실까요

일반적으로 크랩이라면 가격이 비싸 특별한 날에 먹는 고급 해산물로 여깁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닷게는 꽃게, 킹크랩, 대게 등이 1순위로 꼽힙니다. 그 외에 홍게, 참게(민물), 돌게(박하지) 등도 이용됩니다. 그렇다면 미식가들이 손꼽는 이색 크랩은 뭐가 있을까요?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크랩을 소개합니다. 

 왕밤송이게

1. 왕밤송이게 
털게과에는 왕밤송이게와 털게가 있는데 이중에서도 왕밤송이게는 경남 일대에 자생하는 독특한 바닷게입니다. 경남에선 일명 ‘썸 번게’로 불리며, 시장에선 흔히 ‘털게’로 불리니다. 하지만 학술적 명칭의 *털게는 따로 있기 때문에 털게와는 구분됩니다.

왕밤송이게
털게

※ 왕밤송이게와 털게의 차이
이 둘은 같은 털게과에 속하면서도 형태적으로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왕밤송이게(Telmessus acutidens)는 주로 경남에서 전남에 이르는 남해안 일대에 서식하며, 털게보다는 조금 작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털게(Erimacrus isenbeckii)가 나는 지역은 강원도 북부로 제한적입니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의 특산물로 유명합니다. 모양과 채색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두 종 모두 털이 났지만, 왕밤송이게는 뾰족뾰족 불꽃 모양으로 억세며, 등껍데기에도 억센 돌기가 많이 나 있습니다. 반면에 털게는 원형에 가까운 몸통에 분홍빛이 난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왕밤송이게에 관한 생태학적 연구가 부족해 정확히 언제 산란이 이뤄진다는 자료는 없지만, 2~3월경이면 난소가 꽉 찬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4~5월경에 포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고로 왕밤송이게는 이렇다 할 금어기가 없는 반면, 털게는 산란기인 4~5월 두 달간 금어기입니다.

2~3월경에 판매되는 왕밤송이게는 암컷이 인기가 있다

왕밤송이게는 한겨울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 늦어도 4월 안에는 시즌이 끝나기 때문에 일 년 중 고작 3~4개월에만 만나볼 수 있는 제철 별미입니다. 부산을 비롯해 진해 일대 수산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또 이때가 한창 살이 올라 제맛을 냅니다.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크고 수율이 좋으나, 암컷의 난소도 인기가 있습니다.

겨우내 난소를 한껏 부풀린 암컷은 4~5월부터 포란기에 들어가며 이때의 난소는 알집이 잡히면서 서서히 알배기의 모습을 갖춥니다. 산란을 마친 왕밤송이게는 한여름 무더위를 깊은 바다의 해저 바닥에서 보내는데 이때 모래를 파묻고 여름잠을 잡니다. 그러다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번식기를 맞아 활동하며, 일부는 통발과 그물에 잡혀 판매됩니다.

왕밤송이게 찜
왕밤송이게 찜 손질 완성된 모습

꽃게 찜처럼 찜용으로 이용되며, 일부 지역에선 된장국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왕밤송이게의 난소와 황장

살은 꽃게보다 탄력이 있고 달달한 즙이 나옵니다. 암컷의 난소는 흡사 찐밤 맛이 나는 듯 고소합니다. 2012년 경에는 경남도 수산자원연구소에서 왕밤송이게의 인공종묘생산에 성공했으며, 일부 어린 게는 바다에 방류했고, 일부는 대량 양식화를 추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깨다시꽃게

2. 깨다시꽃게
국내에 서식하는 꽃겟과에는 꽃게를 비롯해 민꽃게(박하지), 톱날꽃게(청게), 깨다시꽃게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맛이 좋고 상업적 가치를 가진 것이 꽃게이지만, 꽃게가 나지 않는 겨울을 비롯해 봄까지는 깨다시꽃게가 제철을 맞습니다. 시장에서는 깨다시꽃게를 황게, 방게, 금게 등으로 불리는데 여기서 금게는 따로 있으니 구분해야 하며, 주로 황게나 방게 정도로 통용됩니다.

가운데 H자가 선명한게 특징인 깨다시꽃게

꽃게보다는 약간 작고 등 껍데기에는 흰색의 H 무늬가 특징입니다. 서식지는 우리나라 서해와 동해 북부를 제외한 전 연안이지만, 주요 산지는 부산을 비롯한 경남과 경북 지역입니다. 이 지역 일대 해변가에는 일명 게그물 낚시라는 특이한 방법으로 깨다시꽃게를 포획하기도 합니다.

깨다시꽃게 수컷

깨다시꽃게 또한 꽃게와 마찬가지로 봄이면 포란기에 접어드는데 이때가 알(실제로는 난소)이 차서 별미로 여기지만, 꽃게와 달리 아직은 대량으로 이용되는 수산물이 아니므로 따로 금어기가 마련되지는 못했습니다.

꽃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며, 앞서 소개한 왕밤송이게와 달리 어획량이 많을 때는 현지에서만 소진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서울, 수도권 마트에도 한시적으로 판매되기도 합니다. 꽃게보다 껍데기가 얇아 작은 것은 대충 토막 내 튀겨먹기도 하며, 주로 찜과 탕감으로 쓰입니다.



톱날꽃게

3. 톱날꽃게
톱날꽃게는 원래 열대성 바닷게로 주요 서식지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톱날꽃게를 대량 양식했고, 싱가포르에선 그 유명한 칠리크랩과 페퍼크랩의 원조 격인 식재료이기도 합니다. 불리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사진은 태국 강하류의 맹그로브숲

필리핀에서는 ‘알리망오’로 불리며, 베트남에선 ‘벽돌게’, 주로 열대 바다와 맹그로브 숲에 산다고 해서 ‘맹그로브 크랩’, 또는 진흙에 산다고 하여 ‘머드크랩’이라고도 합니다.

국내에 톱날꽃게가 발견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30~40년 전인데요. 정확히 언제 유입되었는지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한창 산업혁명이 있었던 60~70년대에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무역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목조선의 평형수를 통해 유생이 유입되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지금은 한반도 여기저기 정착해 토착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주산지로는 경남 낙동강과 부산을 비롯해 삼천포, 통영, 진해 등 경상남도 일대이며, 완도와 목포, 신안 쪽에서도 발견이 되고 있습니다.

청게 머드크랩 등으로 불리는 톱날꽃게

국내에서는 톱날꽃게를 ‘청게’로 불리며 판매됩니다. 베트남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양식 벽돌게와 같은 종(학명 Scylla serrata)인데 다만, 국내로 유통되는 청게는 전량 자연산입니다. 바다와 만나는 강 하류에 서식처를 두기 때문에 이 일대 통발잡이 혹은 그물로만 잡아들입니다.

제철은 바닷물 수온이 오르는 8월 말경부터 10월까지 두 달 정도이며, 지역에 따라 12월까지 잡히기도 합니다. 어획량은 많지 않아 대부분 현지에서 소진되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주문할 수 있지만, 그날그날 잡히는 것만 판매되기에 잡혀야 보낼 수 있다는 점. 택배로 받게 될 날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습니다.

약 450g 정도 나가는 수컷 톱날꽃게

톱날꽃게(청게)는 앞서 거론한 크랩류 중 가장 크게 자라는 대형 꽃겟과로 큰 것은 한 마리에 1kg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리 당 400~500g 안팎으로 보통 1kg을 주문하면 두 마리 혹은 작은 크기로 세 마리일 때가 많습니다.

껍데기가 단단해 튀김보다 찜이 좋다
집게발 살
싱가포르식 칠리크랩

껍데기가 단단해 튀김으로는 이용하기 어려우나 대신, 찜 아니면 싱가폴식 칠리크랩이나 페퍼크랩이 어울리는 식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살은 부드러운 편이며 약간의 단맛도 있지만, 감칠맛은 꽃게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반적인 크기와 수율은 꽃게를 넘어서며 그만큼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배딱지가 시커멓거나 지저분한 크랩은 괜찮을까

※ 배딱지가 시커멓다면 먹어도 될까?
비단, 톱날꽃게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든 크랩류는 1년에 1~2회식 탈피를 하면서 성장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입음으로써 나이를 먹게 되며, 그만큼 살도 찌는데요. 

가끔 등이나 배딱지 부분이 검거나 지저분한 것, 다양한 부착생물이 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일수록 묵은 게일 확률이 높습니다. 묵은 게는 탈피 후 오랜 시간이 지난 게로 살이 많이 찼을 확률 또한 높습니다.

톱날꽃게 찜
톱날꽃게의 녹장과 살
톱날꽃게로 만드는 최고 별미인 칠리크랩
칠리크랩으로 했을 때 가장 맛이 나는 톱날꽃게

앞서 언급했든 톱날꽃게는 가을에만 한시적으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크랩입니다. 찜도 좋지만 칠리크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온 크랩인 만큼 동남아식 요리풍으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던지니스 크랩

4. 던지니스 크랩
비록, 한반도에 서식하는 토착 종은 아니지만, 맛이 좋은 이색 크랩류로 손색이 없어 소개합니다. 한국에 국민 크랩으로 꽃게가 있다면, 미국에는 던지니스 크랩이 있습니다. 국명은 ‘대짜은행게’이나 흔히 던지니스 크랩 또는 하트 모양을 닮았다 하여 ‘하트게’로 통용됩니다.



하트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하트게라 불린다

주요 서식지는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서부 해안을 지나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해역에 서식하는 경제적 가치가 높은 바닷게입니다.

강력한 집게발을 가져 묶어논 상태로 유통되는 던지니스 크랩

이름에서 던지니스라 붙여진 유래는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인 던지니스(Dungeness)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던지니스 크랩'은 이 지역에서 처음 잡혀 자연스럽게 붙은 이름으로 인근의 포트 엔젤레스에서는 매년 성대하게 던지니스 크랩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던지니스 크랩찜
던지니스 크랩과 잘 어울리는 버터소스
던지니스 크랩의 몸통살

북미권 서부 연안에 인접한 도시들 이를 테면 벤쿠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국민 크랩으로 버터 소스나 칠리소스를 곁들인 찜과 지중해식 해산물 스튜인 치오피노, 살만 발라 만든 게살 샐러드, 케이준 소스에 버무려 볶아낸 요리가 인기 있습니다. 다만, 북미권에서는 게장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살만 이용되며, 그렇기 때문에 찌지 않고 삶아서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던지니스 크랩의 황장
던지니스 게장 비빔밥

국내에서는 오늘 소개한 이색 크랩류 중 평균 크기가 가장 크며, 그만큼 높은 살수율과 고소한 장맛으로 호응받는데요. 살은 부드러우면서 버터를 넣은 듯한 고소한 풍미가 나고, 장은 황장으로 녹진한 풍미가 일품입니다.

참고로 살아있는 상태로 항공 직송됩니다. 전량 수입산이므로 특별히 한정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봄을 최고의 제철로 꼽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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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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