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에세이 #8
    [신진도낚시] 악천후 속에서 여자친구가 잡은 학꽁치 


    때는 2005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의 아내와 사귄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였어요. 한창 바다낚시에 재미들려 다녔던 시절..
    모처럼 여자친구와 당일낚시를 다녀오기 위해 충남 태안에 있는 신진도를 찾았답니다.

    "서해전역에 풍랑주의보 발효"

    저는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기상청 예보 한두번 속나? 하면서..
    직장인이였던 저는 평소 낚시할 시간이 안되서 계속해서 미뤘다가 이번 주말엔 꼭 가자고 라고 다짐을
    했거든요. 결국 강행군을 펼쳤던 우리, 하나둘씩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필 이 날이 무슨 날이였냐면..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날, 귀성길 차량으로 고속도로 정체!"

    와~ 정말 죽겠더군요. 낚시한번 가자는데 왜 이렇게 안도와주는지 ^^;
    전 멀리 고향을 가는 것도 아니고 요 앞에 낚시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앞뒤로 꽉꽉 막힌 귀성길 차량 행렬에 옴싹달싹 못한채
    그렇게 끼여 갔습니다 . 평소 2시간이면 도착했던 곳을 4시간 걸려서 도착.




    그런데 신진대교를 건너면서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더랍니다.
    평소 같았으면 낚시꾼과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뤄야 할 신진도가 생명체라곤 하나도 찾아보기 힘든 유령의 섬이 되었더군요.
    일단 차를 세우고 내려봅니다. 

    "우우웅~~!!!" 

    초속 15m 짜리 강풍이 얼굴을 때립니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이른 아침인데도 낚시점과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았고 항구엔 종이박스와 쓰레기가 하늘을 날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해가 떴는데도 너무 어두워서 밤인줄 알았어요.

    "이거 낚시하려다 사람잡겠구만"

    서울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달려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다시 올라가야 하나..
    여기서 낚시를 못하면 다른 여행거리라도 있어야 할텐데 수협공판장도 문을 닫았고 주위를 삥~ 둘러보니 어쩜 사람한명 안보여요?
    진짜 유령의 섬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기록된 사진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서 넘 아쉽습니다.)
    이 상황에서 여자친구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차안에 있는 것 뿐이였어요.
    잠시 차안에서 새우잠을 자고나서 시계를 봤더니 어느새 오전 9시.. 
    기지개를 펴고 나가봤더니 낚시점이 딱 한군데 열려져 있더라구요.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서 미끼를 샀는데 주인아줌마 왈~

    "지금 낚시하시게요?"
    "네"
    "아이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낚시해요"

    전 여기까지와서 이러고 있는게 너무 억울했어요. 어쨌거나 낚시대 한번은 담그고 와야 않겠나 싶어서 다짜고짜 미끼를 달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방파제를 갔더니 초속 15m로 부는 강풍에 엄청난 파도가 테트라포트를 때리고 있었죠.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도 섬짓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낚시를 하는 분들이 몇 분 계셨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갈채를 보내고 싶더랍니다. 그렇게 한동안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가 어느새 바람이 살짝 꺽이더라구요.



    악천후 속에서 낚시를 못하고 발만 동동 굴리다가 기념촬영

    저는 여친에게 물었습니다.

    "어떡해~ 낚시를 해 말어?"
    "흠~ 그냥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은 해보자. 정 안되면 철수하고"

    여친도 이런 상황에 뭇내 아쉬웠나봐요. 결국 낚시를 하기로 결정!!
    일단 외항쪽 테트라포트에선 파도와 바람에 엄두가 안났구요. 내항쪽 석축밑으로 기어 들어갔더니 의외로 바람막이가 되면서 할만하더랍니다.




    방파제 위로는 강풍이 불었고 빨간색 표시가 있는 석축 벽에 기대 바람을 등지고 낚시하였습니다.

    여친에겐 학꽁치 채비를 쥐어줬고, 저는 여러가지 어종을 노려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봅니다.
    그렇게 낚시를 시작한지 수분이 지났는데 악천후라서 그런지 입질이 전혀 없네요.




    당시의 사진입니다. 바람을 등지고 쭈구리고 앉아 채비를 만드는 사진을 찍어주었어요.

    바다에 생명체라곤 한마리도 보이지 않더랍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도저히 할 맘이 나질 않아 낚시대를 접으려는 순간
    여자친구가 드디어 학꽁치를 낚아 올리더랍니다. 수면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내항쪽엔 그나마 파도가 잔잔해 학꽁치떼가 붙었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 쏟아지는데..

    "비가 옵니다.(...)"
    참..가지가지 합니다 ㅠㅠ

    이제 막 학꽁치가 올라오고 있는데 하늘도 참말로 무심합니다.
    윗쪽엔 강풍에에 파도까지 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기는 그래도 할만한데 이대로 철수해야 하나요.
    "후두두둑~~!!" 하고 떨어지는 빗방울은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저는 물끄러미 여자친구의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저와 눈을 맞춘 여자친구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더니 계속하자는 신호를 줍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하더군요.
    보통같았으면 "집에 가자, 이게 뭔 고생이냐"라고 했을텐데 이 날 따라 여자친구는 아쉬움이 역력했던 제 표정을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의 취미생활을 위해 이렇게 배려를 해주니 고맙기 그지 없었어요. 하지만 비는 내리고 옷이 젖으려고 합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근처 낚시점으로 뛰어갔습니다.

    "아저씨 우비 두벌 주세요!"

    이 날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우비를 입히고 낚시를 하였습니다. 당시 현장사진이 없어 다른 사진으로 대체해봅니다.




    왕등도에서 낚시도중 비를 만나 우비입고 낚시하는 아내, 그래도 웃고 있네요 ㅠㅠ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다 못해 한동안 서서 구경하더랍니다. (속으로 비맞고 낚시하는거 첨보나 씩씩)
    이런 날씨속에 두 젊은커플이 저러고 있으니 아무렴 신기하기도 했나봐요.
    이 날 낚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라지 마세요.

    결국 저는 한마리도 잡지 못했고 이 날 여자친구는 고등어 한마리에 학꽁치를 무려 50여마리를 낚아내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당시 여자친구가 혼자 잡은 학꽁치예요.






    "그래서 탄생하게된 낚시만화가 있었습니다. 제자와 스승편 ^^*"






    그 당시 이 얘기를 낚시 동호회에 올렸더니 어떤 분께서 우릴 목격하셨다고 하더라구요 ^^;





    악천후 속에서 비바람 맞아가며 잡은 학꽁치들..
    이 얘기는 우리만의 "낚시 영웅담"으로 늘 도마위에 오르며 화재꺼리가 되었어요.





    그렇게해서 만든 학꽁치회
    씨알은 크지 않다보니 통으로 회를 떴습니다.
    고생해가며 잡아 온 것이기에 회맛은 마치 "꿀맛"과도 같았어요. 이런게 회맛이였나? 싶을 정도였어요.
    횟집에선 절대 이 맛 못느껴요 ^^*





    그리고 남은건 내장과 지느러미, 대가리만 제거해서 뼈째로 튀겨냈어요.
    뼈조차 아주 바싹하게 튀겨져서 맥주로 회포를 풀기엔 최고의 안주였답니다.
    참.. 그 여자친구요? 지금의 제 아내죠. ^^;
    학꽁치 낚시로 시작된 낚시커플, 지금도 낚시라는 취미를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봄이 오면 또 다시 함께 달려야죠 ^^*

    PS : 지금 알아차렸는데 오늘 제 생일이자 블로그 1주년이랍니다. 생일빵은 이사가고 치뤄야할꺼 같습니다 ^^
    요즘 댓글의 답글을 잘 못달고 있는데 너그러운 맘으로 이해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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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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