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한그루의 재발견, 인간 캣타워?


    여행사진을 정리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찍었던 컷들이 더러 발견됩니다. 딱히 의식하고 찍은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어서 찍은것도 아닌데 한참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한 사진들. 그 속에 의도하지 않았던 피사체들이 들어 있어 가끔씩은 공허해 보이는 사진에 작은 생기를 불러일으키는거 같습니다. ^^


     

    세부 막탄의 한 도로.. 촬영할 땐 몰랐다가 지금와서 보니 '편의점'이 있네요. 열대 야자나무 사이로 보이는 한국어 간판이 왠지 어울릴듯 안어울릴듯 합니다. 생각해보니 당시 편의점이라는 한국어 간판이 있었던거 같아요. 워낙 푹푹 찌는 날씨다 보니 생수라도 한통 사려고 두리번 거리다가 저 간판을 보고 막상 가보니 아쉽게도 폐업된 상태. 어떤 사연인지 알 순 없었지만 덩그라니 홀로 남겨진 '편의점'이란 간판이 먼 이국땅에서 쓸쓸히 보였습니다.


    이곳 막탄 슈라임은 BE리조트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인데 우린 그냥 걸어왔어요. 걸어오는 동안 어찌나 빈 택시들이 빵빵 대던지.. "안타요~안타~!"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ㅠㅠ


    그렇게 택시의 호객행위에 시달리다 꿋꿋히 버티면서 걸어온 어시장인 슈라임입니다. 세부에선 어디를 가든 생수는 충분히 가지고 다녀야 겠더라구요. 이곳은 덥기도 덥지만 습도까지 높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마치 한증막 속에 있는듯 갈증이 납니다. 마침 가게가 있어 콜라를 사다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사람마다 탄산수를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제각각인데..


    저는 평소에 탄산음료를 거의 안마시지만 이 날은 너무 목마른 나머지 콜라 한병을 "원샷"해 버렸습니다. 콜라 원샷.. 이거 얼마나 힘든지 아시죠? ^^;;  그렇게 마시고 나니 목구멍이 타는듯한 느낌에 눈물이 날 정도로 짜릿하더라구요.


    원랜 물만 마시고 말았어야 했는데 이걸보니 갑자기 콜라가 땡기는 기이한 현상이... 보시는대로 콜라 한트럭. 이 나라는 콜라 소비량이 엄청난거 같더라구요. 여기저기 집집마다 콜라를 한짝씩 사다먹는거 같은..


    그러다 쌩뚱맞게 등장한 잠자리.. 저는 잠자리 잡기 선수입니다. 날아다니는 것도 손으로 획~ ^^


    한번은 무더운 여름날, 왠만하면 앉지 않고 계속 빙빙 날라다니는 잠자리떼를 보신 적 있죠? 된장잠자리 습성이 그런데 가만 서 있다 한녀석이 날라오면 왼손을 듭니다. 순간 오른쪽으로 획~ 방향을 튼 녀석을 오른손으로 낚아챈적이 있었는데 그거보고 옆에 있던 사람이 경악하기도 했어요. ㅎㅎ


    날으는 잠자리를 낚아 챈다는 거.. 사실 운빨도 따라줘야 하지만 가만히 집중하면서 잠자리의 궤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순간 타이밍이 보입니다. 바로 귀 옆으로 지나가는 그때~!!  손으로 낚아 채는 겁니다. 아..이걸 말로는 설명 안되요. 담엔 동영상으로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아니다.. 젓가락으로 잡아볼까요? ㅎㅎ 암튼 얘는 방생하구요~


    농구게임이 한창인 마을 청년들..1초후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 사실 특이할것도 없지만 가만보니 농구골대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한그루의 나무였다는..



    발걸음을 옮겼더니 이번엔 한그루의 나무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캣타워를 연상시키는 느낌이랄까요. 이름하여 인간 캣타워 ^^ 아마 어른들이 못질을 하여 발판을 층층마다 만들어 준거 같아요. 그래도 맨 위에 있는 아이는 늘 조심해야 할거 같습니다. 바로 밑에 박혀있는 나뭇가지가 왠지 위협스러워 보이는..

     

    지난번엔 현대판 허클베리핀, 그리고 오늘은 인간 캣타워. 이곳에서 나무 한그루의 소소한 재발견은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 아무쪼록 이곳의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고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이 왔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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