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하고 돌아 거제도 뱅에돔 낚시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던 장마..그 끝자락인 7월 중순에 저는 거제도 해금강으로 여름 벵에돔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선 벵에돔 마릿수 조과가 있다 하여 찾아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1년만에 해보는 벵에돔 낚시라 그런지 오늘 낚시가 잘 풀릴까 하는 염려속에서도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해보는 벵에돔 낚시.
    오늘은 거제도 해금강으로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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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생하고 돌아온 거제도 뱅에돔 낚시



    오늘 첫 표지부터가 영 심상치가 않죠. ㅎㅎ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낚시 블로그' 해먹기 참~~으로 힘든 하루였습니다. ^^;
    낚시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출조하는 꾼들은 기대감에 차 있을 텐데요.

     - 오늘은 무슨 고기가 잡힐까?
     - 오늘 내가 원하는 대물을 잡을 수 있을까?
     - 과연 몇 마리까지 잡을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에 설레임으로 가득찬 아침을 맞이할 것입니다.  마치 수십년 전 소개팅을 하러 나가는 엣띈 소년의 설레임과도 같다랄까요.
    그만큼 꾼들은 그날의 대상어를 만나기 위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잡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즐거운 조우를 기대합니다.
    그것은 피곤함을 억누르며 새벽같이 준비해야 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희생할 정도의 그런 기대감이기 때문입니다.


    출조전 선장님이 꾼들을 모아놓고 현지의 바다상황과 벵에돔 낚시에 대해 브리핑 중이다.
    저 역시 비슷한데요. 여기에 '낚시'라는 소재를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기에 플러스 알파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꾼들이 기대하는 "조과" 와 함께 "오늘은 어떤 해프닝이 벌어질까?" 하는게 가장 큰 화두입니다.
    고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것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포스팅의 소임과 더불어 이왕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터져줘서 낚시 이야기에 활력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램을 늘 가지게 됩니다. 그 에피소드란건 재밌거나 혹은..

    "잔혹하거나'


    새벽 4시 갯바위 포인트에 꾼들을 하선시키고 있다, 거제 해금강
    오늘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ㅠㅠ
    원래 이 날은 월간낚시 기사를 위해 "부부가 함께하는 벵에돔 낚시"란 주제로 낚시를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장마와 비소식으로 인해 이 날은 잡지에 실을 정도의 촬영은 힘들다고 판단.. 결국 똑딱이 카메라만 가지고 홀로
    나섰고 제 아내도 꼭 해보고 싶었던 벵에돔 낚시였지만 비소식에 다음을 기약하며 끄끝내 거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혼자 출조를 감행.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한동안 출조를 가지 못했기 때문에 수중전을 치를 각오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
    .
    .
    .

    한치앞도 안보이는 어두컴컴한 갯바위..
    그 곳에서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처량하게 서 있어야만 했어요. ㅠㅠ
    다행히도 우비는 챙겨 왔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선 우비를 입는 방법말곤 달리 없었기에 일단은 입고서 낚시에 임합니다.
    비오는 와중에 이걸 셀카 찍겠다고 생쇼를 한 결과 겨우 한컷 얻어냈습니다. ㅠㅠ
    그리고 전지찌를 챙겨왔으나 전지가 없는 바람에 앞이 캄캄하여 도무지 낚시를 할 수 없는 상황. 결국은 동이 틀때 까지 한시간 여분을 
    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에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


    어쨌든 동이 서서히 트자 안보였던 갯바위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
    슬슬 낚시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잡어가 많다는 정보에 밑밥은 100% 빵가루만 가지고 벵에돔 낚시를 합니다.
    미끼는 일단 크릴새우로 하겠지만 잡어 때문에 감당이 안 될 경우 요 빵가루를 반죽해서 미끼로 쓰게 될 것입니다.


    이날 기상은 일단 바람이 없어 낚시하기엔 그다지 나쁜 여건은 아니였어요. 비를 뿌려주는건 벵에돔 낚시에선 오히려 플러스 요인인
    될 수 있구요. 다만 가장 큰 관건이 바로 수온과 물색인데 이 부분이 오늘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줄거 같습니다.
    먼저 첫 캐스팅을 하는데..


    아직 민증도 발급받지 못한 고등어가 올라옵니다. 방생..


    방금 낚시 여건이 그다지 나쁘진 않다고 했는데 너울파도가 적당히 몰아치고 포말까지 만들어주니 언틋봐선 분위기가 될 듯합니다.
    낚시는 긍정의 힘으로 낚는다라는 제 나름대로의 신념인데요, 너울 파도가 꽤나 성가시게 몰아치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오늘 벵에돔
    낚시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며 나를 위한 무대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불평한다 해서 여건이 나아지는건 아닐테니깐요. 
    가급적이면 좋은 뜻으로 해석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실제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보단 이렇게 파도가 쳐주는 쪽이 벵에돔 낚시엔 좀 더 
    유리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구요.


    하지만 우려했던대로 물색은 진흙탕을 연상케 할 정도로 엉망이였습니다.
    새벽 출조전에 선장님이 말씀하신대로 현재 낙동강 수문을 열어 민물 유입이 많은데다가 물색도 흙탕물을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은
    벵에돔 낚시에서 매우 불리할 것으로 염려되는 상황.
    그나저나 오늘 수중전을 치뤄야 하면서 서울에서 거제까지 내려와야 할 이유가 있었답니다.
    제가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웃 블로거와의 동출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오늘의 스페셜 게스트예요.


    거제도 현지에 살고 계신 '동살풀이'님입니다. ^^
    동살풀이님은 거제도에서 낚시소식을 전해주는 블로거입니다. 이 날 연락을 취해서 낚시방에서 만난 뒤 함께 포인트에 내렸구요.
    아무래도 벵에돔 낚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저에겐 유익한 낚시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또 다시 고등어.. 아니 이건 초등어 수준입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데 현재 온 바다가 고등어로 뒤덮다 시피해서 낚시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사실 출조전부터 잡어에 대해 걱정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망상어나 자리돔이라면 어떻게 밑밥으로 묶어두면서 낚시를 할 수 있지만
    설마 고등어가 설치리란 생각은 미처 못했습니다. 씨알이 크면 반찬용으로나마 챙겨갈텐에 이런것들은 잡어 분리도 소용이 없고 채비를
    던지자마다 닥치는대로 물어재끼니 채비 내림 자체가 힘들 정도라 곤혹입니다.


    계속해서 작은 고등어만 올라오니 낚시바늘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올라오는 녀석을 낚아챌려고 아예 옆에서 대기중인 괭이
    한번은 이러한 장면을 찍어볼려고 했으나 비가 오는 바람에 카메라 꺼내들기가 무서웠습니다.


    "후두두둑"
    또 다시 빗줄기는 강해지고


    새벽에 한차례 비로 축축하게 젖은 저 우비를 또 다시 입습니다. 그리고 이미 반죽해둔 밑밥은 더 이상 물이 들어갔다간
    점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뚜껑을 닫아버리고 낚시중입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란 말이 참 실감나더라구요. ^^;


    거제도 벵에돔 낚시
    옆 포인트에 선 동살풀이님은 따로 우비를 챙기지 않고 방수 잠바를 가져 오셨는데 이미 흠뻑맞은 비에 방수기능은
    끝이 난듯 합니다. ㅠㅠ


    먹구름들은 아주 낮게 깔려 산등성이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계속해서 작은 고등어들이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 날씨는 오락가락.. 슬슬 지쳐갑니다.
    장마철이라 벵에돔의 활성도를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염려한대로 낙동강 수문의 여파로 인해 민물 유입과 흙탕물이
    벵에돔의 입을 닫아버리게 한건지 영 입질이 없습니다. 오늘 아내와 처형식구들에게 벵에돔 회맛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왔는데.. 역시 호언장담을 하면 그 날 낚시가 망한다는 속설이 맞아 떨어지는걸까요. ^^;

    시간은 점점 철수시간을 향해 다가가는 중..
    이제는 벵에돔 회맛은 고사하고 벵에돔 얼굴이나 확인하고 서울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ㅠㅠ
    과연 오늘 벵에돔 얼굴은 볼 수 있을런지..


    그러다 동살풀이님께서 한마리 걸어올린 학공치.
    지금 여름인데도 학공치 씨알이 정말 대박입니다.


    그러다가 제 찌가 자물자물 잠기기 시작합니다. 이건 분명 고등어 입질은 아닌거 같아요.
    이런식으로 자물자물해서 몇 차례 챔질을 했더니 자꾸 헛챔질을 하게 되고..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입질이 상당히 약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카메라를 꺼내 잠겨드는 찌를 촬영할 정도로 충분한 여유를 두고나서 챔질!


    아이구 이눔아~! 어디갔다 이제 오니 ㅠㅠ
    낚시 시작 무려 8시간 만에 보는 첫 벵에돔입니다. 비록 등록도 마치지 않은 아가야 벵에돔이지만..
    너무 이쁘죠 ^^ 빨리 살려보내주고요.


    새벽 4시부터 시작된 낚시가 이제 정오를 넘기고 곧 철수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때는 끝날물이예요. 곧 전문조행기를 통해 이번 벵에돔 낚시에서 느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적어보겠지만
    생각보다 물이 가주지 않은 탓에 고등어의 성화에 시달리다 어느순간 고등어의 입질이 끊기고 나니 찌 잠김이 달라집니다.
    이번에도 스믈스믈하고 들어가는데 또 다시 챔질!


    그 씨알이 그 씨알이지만 이번에도 벵에돔이 반갑게 얼굴을 내밀어 줍니다.
    한 25cm만 넘어도 집으로 챙겨가겠는데 손바닥 사이즈 남짓한 얘는 차마 챙기기가 미안한..
    집으로 가라~! 가서 많이 묵고 많이 자라 있어라. 그땐 많이 크고 나서 걸려줘~!
    흠..오히려 이게 매정한 문구가 될려나요.


    거제도 해금강


    그렇게 비와 흙탕물 속에서 9시간의 낚시를 마치고 허무하게 철수를 하였습니다.
    동살풀이님의 학공치 사이즈가 40cm를 넘깁니다. 이것외에도 잘지만 뼈째썰어 먹음 맛좋은 자리돔도 몇 마리 챙기셨어요.
    저도 집이 가까우면 좋을텐데 이럴때 마다 현지인들이 늘 부럽기만 합니다. 암튼 이 날 함께 해주신 동살풀이님 수고 많으셨고,
    담에 또 만나면 그땐 재밌는 낚시 하자구요. ^^


    그나저나 앞으로 수시간을 달려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좀 먹먹합니다.
    안그래도 습도가 높은 바닷가인데 비까지 흠뻑 맞고나니 몸이 축~ 늘어지고 찝찝해요.
    젖은 낚시가방들은 이렇게 수레에 실어 타고 온 버스로 이동합니다. 버스에서 선착장까지 거리가 있다는게 좀 불편합니다.


    오늘 8명 출조객 중 저를 포함하여 손바닥만한 벵에돔은 꽤 나왔다고 해요.
    하지만 전부 방생 사이즈라 조황엔 의미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씨알이 25cm 정도인데 이미 몇 분들은 썰어 드셨다고 해요.
    지금 벵에돔이 한창 맛이 좋을 때입니다. 담엔 반드시 잡아 오겠다고 기약을 하며 이렇듯 조과가 없는 날엔 수족관 속 고기들이
    부러운지 자꾸 쳐다보게 되는..


    우럭 회덥밥과 뜨고 남은 서더리로 끓인 우럭탕으로 점심을 먹구요. 곧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합니다.



    처음부터 수중전을 예상했기에 여분의 양말과 티셧츠 한장을 가져 와서 갈아 입었어요.
    하지만 젖은 바지 만큼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냥 축축하지만 꼼짝없이 차 안에 있어야만 해요.
    오늘은 또 인원이 적어 우등고속이 아니고 8인승짜리 승합차량으로 왔기에 더 눅눅하기만 합니다. ㅠㅠ
    아내는 어떻게 된건지 이 시간까지 전화 한통도 안하더군요. 보통 같으면 얼마나 잡았냐고 전화라도 왔을텐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건지 아님 뻔히 예상하고 있는건지..
    저녁에 젓가락 들고 오겠다던 처형 식구들에게 "오늘은 해산"이라는 슬픈 선포를 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ㅠㅠ
    벵에돔 낚시에 대해 무쟈게 할말이 많지만 그 이야긴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며 거제에서의 진흙탕 낚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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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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