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다녀온 후 탈바꿈한 우리집 밥상(감성돔과 숭어초밥)


    한겨울에 잡은 감성돔과 숭어는 한창 지방이 올라 맛이 좋을 때 입니다.
    잡은 직후 회로 먹을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비싼 댓가를 치르면서 잡은 이 귀한 횟감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지 나름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바다 근처에 산다면 모를까 수도권에서 남해안쪽으로 낚시
    를 다니다 보면 잡은 생선을 어떻게 처리해서 공수해야 좀 더 신선하게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꾼들마다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얼음을 두개 정도 넣고 잡은 횟감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도록 중간에 부력
    망을 깐다거나 혹은 가져온 신문지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만약 성능이 좋은 기포기가 있다면 차에 싣고 올라
    오면서 계속해서 산소를 공급, 살려가지고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가지고 오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숨만 겨우
    붙어 있을 정도라면 차라리 현장에서 즉살 시킨 후 피를 빼내고 가져오는게 나을 수도 있겠지요.

     


    낚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자정을 가리킵니다.
    먼길을 오가느라 지치고 피곤할만도 하지만 내 몸 씻기 전에 꼭 해둬야 할게 있으니 잡은 것들을 손질하는 것.
    전에는 뱃살을 먹다 비늘이 씹히곤 해서 이번엔 비늘을 꼼꼼하게 쳐줍니다.
    물을 틀어놓고 치는 이유는 비늘이 튀는걸 방지하기 위해. 그래도 튈껀 튀더라구요.
    이럴때 비늘이 설겆이 해 둔 식기쪽으로 튀게 되면 아내의 잔소리가 이어지곤 합니다. 그렇게 손질을 하고 내장까지 빼내고 어쩌고 하다보면
    주방은 그야말로 비린내 작렬! 한번은 수십마리를 그렇게 처리하다 보니 비린내가 몇 일은 가더라구요.


    이렇게 포를 뜨고 껍질을 벗긴 후 키친타올에 잘 싸서 냉장실에다 넣어둡니다.
    뼈는 다른 잡어들과 함께 매운탕 감으로 분류하고 대가리는 잘 펴서 구워 먹으면 훌륭한 반찬이 됩니다.
    오로시(포뜨기)는 여전히 깔끔치가 않네요. ^^;  이럴땐 연장탓을 하곤 합니다. ㅋㅋ


    다음날 점심.
    감성돔 낚시하다 한 두마리씩 올라온 학공치. 예네들은 현장에서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뼈와 살을 분리한 후


    청주와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둡니다. 후추를 좀 과하게 뿌려서 일부 걷어냈구요.


    간만에 학공치 튀김을 해 먹으려고 해요. ^^
    근 3개월간 마트 출입을 금했더니 집안에 없는게 많습니다. 튀김가루가 없어 할 수 없이 밀가루를 썼구요.
    사실 마트는 너무 많은 지출을 하게 해서 이제는 안가려고 노력합니다. 또 재래시장에 발을 붙이다 보니 자연스레 마트는 안가게 되더라구요.
    예전에 마트는 할인마트의 개념이 강했지만 요즘 마트는 돈 쓰는 곳이 된듯 합니다.
    마트에서 사올 목록만 딱 집어오면 되는데 쇼핑을 하다보면 또 그렇게 안되더군요. ^^;


    오랜만에 집안에 짜그랑~ 하며 고소한 냄새를 퍼트려 줍니다.
    학공치 살코기는 한번만 튀겨도 충분하고 뼈는 두번 튀겨서 좀 더 바삭하게 해줍니다.


    그러는 동안 촛물을 만드는데 늘 비율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앞으론 레시피를 정해서 해야 할거 같습니다.
    늘 할때마다 다르니. ㅡ.ㅡ;  이번엔 식초, 설탕, 청주, 소금, 레몬즙을 3 : 2 : 1 : 1 : 1로 해봤습니다. 
    설탕 소금을 녹일땐 아주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조려서 녹여주면 되고 다시마를 깔아 향을 냅니다.


    나무 용기에 갓 지은 밥을 붓고 뜨거울 때 곧바로 촛물을 끼얹어 섞어줍니다.


    전날 포를 떠 놓은 것으로 하루 정도 숙성을 시켰어요. 왼쪽에 세점은 숭어이고 오른쪽 세점은 감성돔.
    전날 밤 일부는 회를 떠 먹어서 저리 되었습니다. ^^;
    각각 한마리씩인데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나 많습니다. 낚시하고 오면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늦어 맛배기로 몇 점 집어먹구요.
    남은건 하루 정도 숙성을 시켜다가 이렇게 초밥을 해서 먹으면 딱입니다. ^^


    일선에선 이거 하나 쥐는데 수십년이 걸린다는 초밥.
    내공이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가족들이 먹을꺼니 크게 상관없습니다. ㅎㅎ
    초밥을 쥘 때 어디서 보고 듣은건 있어가지고 되도록이면 밥알이 많지 않게 해서 쥡니다. 그런데 꽉 쥐게 되면 밥알이 뭉쳐 그야말로 Hard한 느낌의
    초밥이 되버리곤 해서 요즘엔 약한 압력으로 쥐어보려고 해봤습니다. 이 차이는 입에 넣었을 때인데 입안에서 스르륵하며 밥알이 풀어지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으로 많은 경험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이때 밥알은 하나하나가 살아 있어야 하고 그 안에 공기가 들어가 젓가락으로 조금만 세게 집어도
    무너지는듯한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참 어렵더라구요. 초밥은 쥐면 쥘 수록 어려운 세계인가 봅니다.
    밥을 지을때 물의 양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등 여러가지로 신경써줘야 할 부분도 많구요.


    초밥쥐는 꾼의 뒷모습. 아름답나요? ^^;


    그리하여 완성된 자연산 감성돔 초밥.
    한창 제철이라 적당히 밴 지방의 맛이 과하지도 않으면서 무척 담백합니다.
    숙성이긴 해도 적당히 씹히는 쫄깃거림도 남아 있구요.
    회를 뜰 때 이런저런 방향으로 테스트를 하다 보니 모양새가 엉망이 되버렸지만 맛 만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


    겨울하면 빠질 수 없는 숭어. 그것으로도 초밥을 만들어 봤습니다.
    감성돔의 아성에 뒤질새라 고소한 지방의 풍미를 내는 숭어초밥.
    확실히 서해산이 아니라서 그런지 잡내도 없고 지방의 맛은 다소 과할 정도로 고소합니다만 약간 느끼했다고나 할까요.
    이 날 부른 시식단은 근처에 사시는 처형.
    감성돔 초밥 vs 숭어 초밥의 승자는 처형과 아내의 만장일치로 감성돔이 승리하였습니다.
    재미삼아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알아맞추며 시간을 보냈구요. ^^


    왼쪽은 학공치 뼈만 발라내 튀긴 것이고 오른쪽은 순살코기.
    살코기는 학공치의 부드럽고 담백한 흰살맛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뼈 튀김은 바삭하니 고소합니다.
    전에 큰 학공치를 잡을 때면 뼈가 억쌜거 같아 버리곤 했는데 이렇게 두번 정도 튀기고나니 별미가 따로 없습니다.



    초밥 한점의 행복. 이게 얼마만인지..


    낚시 다녀온 후 탈바꿈한 우리집 밥상이예요.
    비록 한 두끼 정도에서 끝이 날 그런 밥상이지만 바라만 봐도 흐믓해지는 광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러워 하진 마세요.^^; 한달에 두어번 가량 낚시를 다녀 왔을 때 있을 법한 풍경 뿐..
    그마저도 최근엔 내내 꽝을 치다 한 두마리 잡은걸로 만들어 봤습니다.

    11월 12월은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였어요. 아내도 일이 많아 함께 낚시 할 스케쥴을 잡는게 쉽지 않았고 저 역시 블로그외에 바쁜 일들이
    많았던 달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바다날씨 또한 계속 좋질 못해 낚시일정이 몇 번이고 취소되었거든요.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그냥 집에서 주구장창 일만 하라는 하늘의 계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다보니 우리부부.
    제대로 챙겨 먹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평소처럼 장을 본 후 반찬과 국을 해서 먹는 그런 식탁 대신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부터 켜서 일을 시작하다
    오전 11시쯤 되서야 아점을 먹는데 최근 마트를 안갔더니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고 ^^;
    늘 먹던 라면도 이젠 지겹고. 결국 짜장면이나 시켜 먹곤 합니다. 매일 그렇게 먹고 산건 아니지만 최근엔 자주 시켜 먹은듯 해요.
    맞벌이를 하다보니 늘상 있는 풍경입니다. 똑같이 일하는데 아침밥을 차려야 한다는 부담은 덜어주고 싶기에..
    그렇게 살다가도 연말이 되니 바빴던 아내도 지금은 한층 여유가 생겼습니다. 
    장을 보더니 반찬을 폭풍 제조하기 시작. 갑자기 늘어난 반찬수에 흐믓해하고 있습니다. ^^;
    낚시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귀한 먹거리에 늘 감사해요.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직접 잡아 직접 만들었다는데 의미를 둬 봅니다.
    그런데 초밥에 약이라도 들어간걸까요? 이걸 먹으니 전날의 피로가 샥 가시는 듯 해요.
    낚시를 하고 그것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면서 보람이란 것을 배워나가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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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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