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낚시] 할아버지의 낚시하는 모습, 무림고수 뺨치네


    홍콩에서 설레였던 낚시도 잠시, 낚시대를 두동강 내고 주위의 이목(?)을 받았던 그 날이였습니다. 낚시대의 주 재질인 카본 조직이 분열, 속이 빈 공간에서 빡! 하며 경쾌한 파열음이 울려퍼지자 근처를 지나던 관광객과 낚시꾼들은 일제히 저를 쳐다봤고 저는 다급히 짐을 챙겨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낚시대를 해먹어 아까웠다기 보단 간혈적으로 들렸던 웃음소리에 망신살 뻗쳐 살짝 짜증이 난 상태.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전방에 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홍콩 현지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뭔가를 열심히 낚고 계세요. 제가 좀 전에 낚시하면서 손가락만한 쏨뱅이밖에 구경못했기에 홍콩의 바다에선 어떤 고기가 올라오는지, 여기선 어떤 채비를 쓰는지 관심이 많았거든요. 왠지 재밌겠다 싶어 구경해 보는데 왠지 모르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건 왜일까?
     


     

    모자를 푹 뒤집어 쓴 채 낚시에만 열중인 할아버지는 낚시대를 담그기만 하면 기냥 1타1피 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끼를 따로 끼우지도 않는거 같아요,
    고기를 잡으면 언른 통에다 넣고 또 다시 낚시대를 담급니다. 그리고 손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감지되면 바로 낚아채버리는 감각낚시. 꽤 노하우가 필요해 보이는데 얼굴을 가린채 낚시하는 모습이 왠지 무림의 고수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무림고수 연상케 하는 홍콩 할아버지의 낚시, 홍콩 컨벤션센터 앞

    잡은 물고기느 두 종류로 보였습니다. 하나는 독가시치이고 다른 하나는 복어의 일종인데, 독가시치를 잡으면 물통에 넣고 복어가 잡히면 그대로 바닥 던져놓습니다. 아마도 가져가지 않을 셈인데 그렇다고 방생하지도 않는걸로 봐선 아마 복어에 안좋은 감정이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복어는 낚시에서 늘 천덕꾸러기 신세, 대부분의 낚시꾼들이 복어를 싫어합니다. 그런 사정을 잘모르는 어느 구경꾼.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복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손으로 냉큼 집어다 물통에 넣으려고 하자 할아버지께서 안된다며 만류합니다. "걘 안먹어. 그냥 바닥에 던져요" 라고 말하는거 같아요.


    이번엔 1타2피, 무려 쌍걸이를 합니다!!! 오오오 +_+




     

    "거 참 신기하네~"

    신기한듯 구경하는 사람들과 거기에 아랑곳 않고 낚시를 즐기는 할아버지 풍경이 재밌기만 합니다. 이번엔 할아버지 표정이 조금 폈어요. 복어는 식용이 까다롭고 작은건 살점도 얼마 없지만 독가시치는 먹을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독가시치는 우리나라 제주해역 근처에서 많이 나오는 고긴데 싱싱할때 먹으면 맛이 제법 좋은 고깁니다.


    단, 내장을 터트리면 고약한 냄새가 나서 취급에 주의해야 하기도 합니다. 또한 등지느러미에 독이 있어 찔리면 병원가야 할 정도로 아픈 통증이 수반되기도 하는데, 그래서 이 녀석을 취급할 땐 늘 조심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도 이 녀석을 처리할 땐 손대지 않고 플라이어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물통에 넣고 있더군요. ^^ 근데 미끼도 끼우지 않고 어떻게 두마리씩 잡아낼 수 있을까? 할아버지의 채비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요런식의 훌치기 채비를 이용하고 계셨어요. 훌치기 바늘을 매달고 그 위엔 돼지비계 같은 미끼를 고정시켰습니다. 물속에서 풀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는 단단한 미끼를 끼운 후 담그면 고기들이 그걸 쪼아먹는데 이때 툭툭~ 건드리는 진동이 낚시대로 전해질 것입니다. 그때 확 채버리면 한마리에서 잘하면 두마리까지 바늘에 꼽힌채 올라오는 원리. 훌치기라서 배에도 꼽혀 오고 꼬랑지에도 꼽혀옵니다.


    어쨌든 할아버지의 이런 신통방통한 낚시방법이 여기선 잘 먹혀들기에 아무래도 오랫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무시못하겠지요. 괜히 현지인이 아니라는.. ^^  할아버지가 무림고수의 포스를 풍기는덴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입질의 추억이란 작자는 이곳에서 무엇을 했냐..


    다시봐도 민망한 장면이네요. ㅋㅋㅋ


    살림통엔 이름을 알 수 없는 잡어 몇 마리와 제법 씨알이 커보이는 독가시치(오른쪽)를 잡아논 모습이다.


    그렇게 잡은 고기들을 어떤식으로 요리해서 드실지 갠적으로 참 궁금한데요. 어쩌면 이것이 할아버지 내외의 밥벌이 수단 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이분들에게 낚시란 결코 여유있는 취미생활은 아니겠지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입을 굳게 다문채 묵묵히 낚시에만 집중하는 할아버지.


    낚시대를 부려트려 기분이 허무했는데 모처럼 홍콩의 낚시에 대해 볼거리를 선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두분 건강하게 낚시를 즐기면서 오래오래 사셨음 좋겠습니다.^^* 다음 조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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