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낚시] 추위에 떨며 낚시하는 아내의 모습에 결심한 것

     

    남일대항, 경남 삼천포

    예고한대로 지난주 화요일, 아내와 함께 삼천포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한겨울이지만 감성돔이 곧 잘 잡힌다는 소문에 혹해서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동안 포근했던 날씨가 하필 이 날부터 수은주가 고꾸라지기 시작, 경남 지방에선 좀 처럼 찍기 어렵다는
    영하 10도를 기록했다던데 이 날이 한파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제 아내 옷 단디 무장시키고 동반출조를 나서는데 생각보다 춥다보니 조금 걱정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보온대책을 잘 해놔도 겨울의 바닷바람을 막기는 어려울 터. 이날 해상날씨도 7~9m/s에 파고 1m로 점점 안좋아지는 상황입니다.
    좀 무리하게 출조한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진다면 겨울에 출조할 수 있는 날은 거의 남아나지 않고 또 담주부턴 아내가 많이 
    바빠져서 한동안 낚시를 못간다고 하니 강행군을 펼쳐봤습니다.


    향촌마을 방파제, 경남 삼천포

    배를 타고 가다 중간에 현지꾼을 내려주는 모습.

    멀리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에서 풍향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

    삼천포 화력발전소 방파제

    우리부부가 향하는 포인트는 이곳에선 매우 유명한 곳으로 "삼천포 화력발전소 방파제"라고 합니다.
    화력발전소 방파제는 도보로 진입이 금지되어 있어 이렇게 배를 타고 나가야만 진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원래 겨울에는 내만권에서 감성돔 낚시가
    잘 안되지만 이곳은 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온수의 영향으로 주변의 수온이 유독 높아 겨울에도 감성돔 낚시터로 각광 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모처럼 방파제에서의 낚시인데다 이곳에서 4짜 이상의 감성돔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 늘 갯바위에 익숙하다보니 테트라포트에서의 낚시가 어떨지 그것이 오늘의 변수일거 같습니다.
    물론 아내가 테트라포트 낚시 경험은 있지만 한겨울에 이런 불편을 감수해가며 낚시한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부담일거 같아요.
    갯바위보다는 테트라포트가 아무래도 발판이 편치 않구요. 저 역시 촬영까지 고려해야 하다보니 테트라포트에서의 낚시는 늘 부담입니다.
    (카메라 둘 곳이 마땅찮아요.)

    일단 오늘 낚시는 내일 아침을 위한 워밍업정도로 할껀데 지금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2시간 후면 해가 지기 때문에 주어진 2시간 동안 바짝 낚시해서 감성돔을 사냥을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막상 포인트에 들어와서 낚시를 시작한지 한시간.

    "생각보다 낚시가 힘드네.."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서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아내는 그저 묵묵히 낚시를 하고 있을 뿐..


    "추위에 떨며 낚시하는 아내, 흐르는건 눈물이 아니였네"
    주르륵~하며 흘러내리는 것은 맑은 콧물.
    해가 떨어지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의 추위가 엄습해 오기 시작합니다.
    저나 아내나 흐르는 콧물 훔치기 바빴고 그러면서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는 찌를 아내는 계속 주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추위에 열악한 낚시 장갑.  그 사이로 나온 아내의 손가락이 어찌나 추워 보이던지.
    낚시대를 잡은 손이 반대로 되어 있네요. 원래 왼손으로 잡고 있어야 할 낚시대를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걸로 봐선 손이 시려운 겁니다.
    왼손이 너무 시려워 주머니속에 넣었는데 어쨌든 한손으론 낚시대를 잡고 있어야 하니 계속 저런 식으로 손을 번갈아가며 잡고 있는 모습이예요.
    저도 손가락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시렵습니다. 이러다 동상 걸릴것만 같아요. 저도 그런데 아내는 오죽할까.
    영하의 날씨에 무리도 아니지요. 아무리 옷을 충분하게 입었다고 해도 얼굴과 손가락은 칼바람에 무방비입니다. 


    배에서 내린 후 간신히 자리를 정하고 낚시를 시작했지만 역시 테트라포트라 불안합니다.
    차라리 갯바위였음 안전했을텐데. 낚시하는 모습이 어째 위태해 보입니다.
    게다가 굳이 갯바위용 단화를 안신어도 되는데 평소에 갯바위 낚시를 위주로 하다보니 이젠 버릇이 됐어요. 
    저도 갯바위 단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비록 펠트화라 미끌림은 덜 하겠지만 그래도 운동화를 신는 편이 더 나을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듭니다.


    나한테 올라온 아가야 볼락. 방생


    삼천포의 일몰

    영하의 날씨속에 저렇게 고생하는 아내를 보니 "이건 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싫은 내색 없이 감성돔을 잡겠다는 일념하에 낚시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저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한 맘이 내내 가시질 않습니다. 아무리 낚시도 좋고 고기 잡는것도 좋지만 손가락을 줬다 폈다, 
    콧물을 훔쳐가면서 이런 고생시켜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낚시도 다 즐거우라고 하는건데 이건 칼바람에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하니
    "고통"이 따로 없습니다. 부부가 함께 취미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 날 아내의 낚시 모습을 보면서 결심했던 건.

    "앞으로 겨울엔 낚시때문에 고생시키는 일은 없도록 하자"

    사실 이번에도 가기 싫다는 아내, 졸라서 간 것도 없잖아 있습니다.
    아내도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기다리는 낚시를 싫어하거든요. 그러한 이유로 아내는 감성돔 낚시가 재미없다고 합니다.
    마릿수로 올라오는 볼락과 벵에돔 낚시를 더 좋아해요. 봄 보단 여름, 여름보단 가을 낚시를 좋아하구요.
    이 날은 정말 "집나오면 개고생"을 실감했던 날이였어요. 지금 글 쓰면서도 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내한테 미안해집니다.

    "우리 날 풀리면 그때는 재밌게 낚시하자^^"

    그래도 이 날, 새해 첫 고기를 낚긴 낚았습니다. 누가 낚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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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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