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대생에게 한국의 밥상문화 가르치니, 반응이


    얼마전 귀한 손님이 집에 왔습니다.
    저희 집이 홈스테이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외국인 친구들이 놀러와서 하루 이틀 묵고 가기도 하는데요.
    제 동생이 워낙 인간관계가 넓고 외국인 친구들도 곧 잘 사귀다보니 해외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친구
    들에게 괜한 숙박비를 쓰게 하느니 우리집에서 재우는 편입니다.
    그것이 여고생이든 여대생이든 혹은 저보다도 나이 많은 아저씨든 말입니다.
    일본에서 온 여대생에게 한국의 밥상문화를 가르치다~ 그 반응이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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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우리집에 놀러온 일본 여대생은 제 동생과의 인연이 참 독특합니다.(참고로 제 동생은 남동생입니다.)
    어쩌면 문명이 가져다 준 인연이라고 해야할지두요. 이 여대생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게..
    요새 스마트폰 기능 중 "전세계 불특정 유저들과 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이 있다고 하던데(전 사용안해봐서 잘 모릅니다.)
    그것으로 일본 나고야에 살던 어느 여대생과 제 동생이 쪽지를 주고 받다가 인연이 된 케이스입니다. 
    마침 동생은 생활일어를 할 수 있기에 가능했는데요. 그 후 동생은 일 때문에 일본에 갔다가 직접 만난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요코. 나이는 이제 21살(우리나이로 23살)로 대학생이였고 지금은 방학이라 알바를 한다고 합니다.
    제 동생과의 나이차는 거의 띠동갑에 가까운 ^^;(도둑놈이네)

    물론 남녀간에 싹트는 감정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를 떠나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그녀에게 어떻게하면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2박3일 일정을 전적으로 제 동생에게 의지해야 하는 그녀이기에 적잖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첫날은 서울 관광으로(물론 제 동생이 자가용으로 태우고 다니면서 가이드를 전담)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묵게 될 숙소는 바로 우리집입니다.


    한, 일 수교(?) 맺고 있는 요코(좌)와 아내(우)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요코상. 
    무엇보다도 한국의 가정집에서 묵게 된 것이 그녀에겐 색다른 경험이 되겠지만 낮선 환경에서 이틀씩이나 묵어야 하는 건 심적으로 불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동갑내기 친구따라 온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그만큼 저와 제 아내가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줘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그렇게 우리부부와 첫 대면을 한 요코는 인사를 나눈 후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선 선물이라며 우리에게 뭔가를 내미는데..


    예쁜 상자를 열어보니 생전 보지도 못한 과자들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우리 아내. ㅡ.ㅡ; (군것질쟁이같으니..) 
    알고보니 요코상은 이 과자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던데 이렇게 예쁜 과자셋트를 사왔어요.

    다음 날, 아내가 준비한 아침식사는 오므라이스와 미소된장국.
    일본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맛있게 먹은 요코상.
    하지만 이 날 저녁은 좀 더 한국스러운 메뉴를 준비해보기로 합니다. 원래 계획했던 메뉴는 지극히 우리가 먹던 가정식으로 육계장과 밥, 그리고
    여러 반찬들로 준비를 하려다가 요코상이 매운 음식은 잘 못먹는다고 해서 메뉴를 바꾼것이..


    바로 찜닭!
    당근, 감자등과 함께 푹 익힌 찜닭을 준비했어요. 그 위에 당면은 심심하지 않게 ^^
    매운걸 못먹는 요코에게 찜닭은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는 오징어 듬뿍 넣고 지진 부침개.

    "요코상~ 따라해봐요. 이건 부침개라는 음식이예요. 일본에 오코노미야끼가 있다면 한국엔 부침개가 있어요.^^"
    "부..치..음..개?"
    "맞아요. 그리고 부침개 먹을때 빠지면 안되는 술이 있어요. 자 이것도 따라해봐요~ 막.걸.리!"



    "막걸리?"
    "오우 발음이 완벽해.^^ 이건 쌀로 만든거야. 일본에도 쌀로 빚은 술이 많죠? 이거 한번 맛봐요'

    그렇게 시음에 들어간 요코.
    평소 술을 안마신다는 요코상도 한국의 술 맛은 궁금한지 쭉 들이키는데. 생각보다 일본의 술보다 순하다고 합니다.(당연하지 막걸린데 ㅎㅎ)



    "요코상, 첫잔은 원샷이야!"(가르킬게 없어 한국의 술문화를 가르치냐 ㅋㅋ)
    "에~~? 혼또?^^"
    "조담데스(농담이야), 혹시 소주라는거 들어봤어요?"
    "네 들어는 봤어요."
    "그럼 여기까지 왔는데 소주맛은 보고 가야지 ^^ 근데 이건 이름이 특이해요."
    "뭔데요?"
    "새벽에 잎사귀에 맺히는 물방울을 뭐라고 하죠?"
    "쯔유?(이슬)"

    소주를 마신 그녀의 반응.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녀는 결국 신선한(후레쉬 농도) 이슬을 반잔도 못마셨습니다.
    그래도 찜닭은 입맛에 맞았는지 "오이시이!"를 연발하며 맛있게 먹는 모습에 이내 안심이예요. 일본에도 '찜닭'과 같은 음식이 있느냐고 묻자,
    비슷한 음식이 있긴한데 이거와는 많이 다르다며 "찜닭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다"라고 합니다.
    간장 베이스의 소스와 달짝지근함이 일본 양념과 비슷한듯 다르면서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네요. ^^
    특히 '당면'은 그 맛과 질감이 무척 독특하다며 이제껏 보았던 면들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가만보니 김치엔 손을 안대네..
    그러니깐 앞접시에다 덜어서 먹는 찜닭을 제외하곤 부침개나 김치는 젓가락이 가질 않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부침개는 대충 젓가락으로 벅벅~ 찢어서 먹어야 맛있거늘 모양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원형그대로 있으니 손대기 어려웠던 걸까요?
    그래서 제가 먼저 찢어서 한조각 먹어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손을 안대는 요코상.

    "옳커니! 아직 한국의 밥상문화를 모를꺼야. 이 참에 알려줘야겠네 ^^"



    "요코상 ^^"
    "하이!'
    "이것은 한국의 김치예요. 일본에선 기무치라고 부르죠?"(김치 = 기무치 아닙니다. 이해하기 쉽게하기 위해 말한거니 오해마세요.)
    "하이. 소오데스까?"
    "한번 먹어봐요, 여기 가운데 놓인 반찬(김치)은 함께 먹는거예요 ^^"

    웃음을 짓는 그녀,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이대봅니다.
    김치가 잘 익어 그리 맵진 않을텐데 역시 어색한건지 이후 다시 먹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입맛에 안맞을 수도 있고 또 공동으로 먹는 반찬이 어색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한 상 다 차려진 밥상에 둘러 앉아 공동의 반찬을 먹는 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밥상문화입니다.
    이것을 일각에선 "비위생적이다. 고쳐야 한다"라고들 하지만 이러한 밥상문화는 먹을때도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결속 시켜주는
    우리 문화의 원형
    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배경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그 윗 부모님들까지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식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형제, 자매들이 많았던 부모세대들은 그렇게 밥상에 둘러 앉아 먹으면서 자라오셨습니다.
    지금은 삶의 질이 높아졌고 세계화다 뭐다 해서 위생관념이 확실히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밥상문화도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개선해가야 않겠나 하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이 글은 우리의 밥상문화가 옳다, 나쁘다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해외에서 온 손님에게 '우리식'을 알리고 접대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만 메인음식은 덜어서 먹고 김치와 같은 반찬은 공동으로 먹는 우리네 식습관을 알렸줬습니다.

    물론 이러한 밥상문화가 개인주의가 많은 서양과 일본에선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또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과는 달리 그렇게 했다간 양반이 아니라며 혼쭐을 냈던 어르신들의 훈계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양국간 판이하게 다른 밥상문화와 식사예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한국의 밥상문화와 식사예절, 그리고 그러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하" 하며 이해하는 모습입니다. ^^
    그 후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요? ㅎㅎ


    한국의 밥상문화로 터득한 디저트 먹기^^

    "요코상, 일본은 이렇게 아이스크림통을 사오면 어떻게 먹어요?"
    "그야 자기 앞접시에 덜어서 먹죠^^"
    "아이스크림도? ㅎㅎ 우린 이렇게 먹어요. ^^"



    "이렇게 먹으니까 어때요?"
    "재밌기도 하지만 색다른 기분이 들어요^^"

    모름지기 음식이란 이렇게 함께 먹어야 제맛 아니겠어용. ^^*
    그렇게 일본에서 온 여대생은 뼈속까지 한국의 밥상문화를 익히고선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2박3일간 짧았던 한국 가정집 방문. 
    아무쪼록 그녀가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갔길 바랍니다.^^

    ※ 또 한번 강조하는데 김치와 아이스크림만 그렇게 먹고 나머진 다 덜어서 먹었습니다. 자꾸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PS : 글이 발행된 이후 몇 몇 분들에게 오해를 받거나 적잖은 질타를 받았는데. 공감이든 반대의견이든 모두 좋았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대부분 지적하신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이스크림통을 함께 먹는것, 그게 왜 한국식인가? 나는 한국인이지만 그리 먹지 않는다.
         2) 국, 찌개를 함께 먹는것, 비위생적 아닌가? 이런걸 가르치다니 부끄럽다.

         여기에 제 소견을 말씀드리면.
         아이스크림통, 물론 덜어서 먹는게 좋고 그리 드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이 분들 베스킨라빈스같은 곳에서도 그렇게 드시나요?
         궁금하시면 직접 베스킨라빈스에 가셔서 손님들이 어떻게 드시는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앞접시에 덜어서 먹고 있나.
         두번째 국, 찌개를 함께 공유하는 비위생적인 식습관을 가르쳤다!
         이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판을 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글 내용을 읽어주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꼼꼼히 봐주셨음 좋겠어요.
         분명 이 글에선 국과 찌개는 무리다. 라고 말을 했고. 메인 음식과 부침개는 앞접시에 덜어서 먹고 있습니다.(사진 보세요)
         공동으로 먹은건 김치 하나뿐. 그래서 분명히 밑반찬(김치)을 함께 먹는 것에 대해 알려준 내용이다라고 볼드체로 강조까지 해놨는데
         비판하신 분들은 볼드체 마져도 읽지 않았단 얘깁니다.
         여러분들은 김치도 앞접시에 덜어서 드시나요? 이 글은 반찬을 공동으로 먹는 것에 대해 말을 하고 있습니다.
         비판하기에 앞서 글쓴이의 의도정도는 파악하시고 해야 하는게 순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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