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우럭낚시] 여자들이 더 잘 낚아, 아내와 낚시대결(통영 어초낚시)


    # 지난 시간 줄거리
    기상악화로 인해 두번의 취소끝에 얻은 출조기회.
    이 날은 갯바위 낚시만 하던 우리부부가 어초낚시라는 새로운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막상 낚시가 시작되자 밑걸림과 줄엉킴에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어요.
    대신 달근하면서 탱글탱글한 쏨뱅이회를 얻어먹으며 낚시의 참맛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침물때를 보내고 오후물때를 맞이하며 심기일전해보는데..
     






    한동안 입질이 없자 갑판위는 침묵에 휩싸입니다.
    입질이 없으니 그 맛있던 쏨뱅이회도 소화가 제대로 될려나 모르겠어요. 
    이게 얼마만에 잡은 출조기회인데.. 날씨도 좋고 물때도 나쁘지 않은데 어째서일까?
    우리부부야 어초낚시가 처음이니 그렇다치고 같이 온 일행도, 현지꾼들도 입질을 못 받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들어 고기 잡는게 쉽지가 않네. 갯바위가 하도 안되서 선상낚시로 잠시 눈을 돌렸것만 오늘도 결국 이렇게 끝나나.."

    혼자 중얼거리며 있던 찰나 갑자기 선미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돌아보니 드디어 바다향기님이 게시를 했는데..


    잘생긴 우럭을 뽑아드네요. 씨알도 준수합니다.
    깊은 수심에서 올라오니 부레가 부풀어 나와 마치 매롱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요.(신기한건 잔씨알은 안그렇다는 거)
    드디어 포문을 여셨으니 우리들에게도 입질이 올란가요? ^^



    반대편에선 볼락에 열기가 걸려서 올라오는 모습입니다.
    좌우앞뒤로 모두 한 두마리씩 잡은 상황. 왜 우리부부만 입질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본 후 수심과 고패질에 조금 더 신경을 써봅니다.
    잠시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수을 올렸는데..


    에게게게..아가야 쏨뱅이가 내 생애 첫 어초낚시의 첫수로 당첨되다니..할튼 몬살아요. ㅠㅠ
    어쨌든 지금은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게 중요하니깐요.
    첫수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앞쪽에 제 아내가 뭔가를 낚은거 같습니다?(노란 화살표)


    씨알은 잘지만 아주 잘생긴 우럭을 낚았네요.

    "어쩜 스타트도 부부가 동시에 해요? ㅋㅋ"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며 낚시 분위기는 아까보다는 좀 더 좋아지려고 합니다.
    이때 아내가 갑자기 긴급 제안을 하네요.

    "우리 지금 낚은걸로 1:1로 하고 낚시대결을 펼치자"
    "헐.. 당연히 내가 이길텐데 그런거 뭐하러 해?"

    여기까지 말하자 아내는 그 말에 은근 속이 긁혔는지

    "아니 하자 해!"
    "좋아. 뭐 내기 할까?"
    "음.. 이번에 말야 이긴 사람이 소원 한가지 들어주기 어때?"

    결국 그렇게 해서 아내 어복부인과의 낚시대결이 성사되었습니다.
    낚시룰은 어종, 씨알 관계없이 무조건 마릿수로 하기

    제가 이기면 5월 중으로 제주도 낚시를 가는 거고, 만약 아내가 이기면 카메라 없이 1박2일 펜션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해오네요.
    그동안 얼마나 카메라에 치였으면 카메라 없이 여행을 가자고 할까요.
    그도 그럴것이 뭘 해도 카메라를 들이밀며 소재꺼리를 찾는 모습을 잠시라도 잊어보자라는 취지에서 카메라 없는 여행을 생각한 것입니다.
    어쨌든 낚시대결은 제가 이길꺼라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담달에 있을 제주도 낚시만 생각하며 아내의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스코어 1:1에서 낚시대결 시작!"



    잡은 우럭은 맛있는 회로 변신 중이고요.(자연산 우럭이라 회가 아주 투명하죠 ^^)
    그런데 이놈의 혀바닥이 얼마나 간사한지 금새 쏨뱅이의 달짝하면서 탱글한 회맛에 길들여졌을까, 우럭엔 젓가락이 안가네요. ㅋㅋ
    실은 그게 아니고 지금 낚시대결 때문에 회 먹을 시간 없습니다.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간간히 들어오는 상황이거든요.
    지금은 체면 구겨지기 전에 한마리라도 더 잡아야 하는 상황. 그리고 들어온 입질!



    "2타수로 쏨뱅이 당첨! 현재 스코어 2:1로 입질의 추억이 리드"



    "어복부인도 그에 질새라 쏨뱅이 낚고 현재 스코어 2:2 동점"


    허허 좀 따라오는데..?
    아침엔 밑걸림에 채비 엉킴에 꽤 당황스런 상황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되었다고 할까요.
    이것으로 어초낚시를 전부 알 순 없겠지만 지금은 선장이 삐~하고 신호를 보내기가 무섭게 추를 날리며 채비를 하강시키는 어복부인입니다.
    그리고 두어 번의 고패질이 있었을까? 아직 채비 올리란 신호도 안떨어졌는데 윙~ 하며 전동릴을 감아드네요.

    "입질이 온거야?"
    "(어복부인 피식 웃으며) 끄덕끄덕"



    "쏨뱅이 한마리 추가! 2:3으로 어복부인 리드"

    어쮸.. 좀 하는데?
    여전히 씨알면에선 아쉽지만 그래도 아까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뒷쪽에서 또다시 술렁이는 소리가 나서 봤더니 바다향기님이 뭔가를 끌어올리는데 대가 춤을 추네요..허걱.


    오오~ 이번엔 제대로 개우럭 포스가 작렬합니다!
    사진상으로 보니 무슨 바다에서 소 끌어올리는거 같아요.
    왠지 으럇챠챠~~ 하면서 힘겹게 올려야 할 것 같은 개우럭. 씨알 지대롭니다.



    "메롱~"

    부푼 부레를 내밀며 파닥거리는 개우럭. 저거 한마리 떠 먹으면 그 힘찬 생명력이 그대로 몸 속에 전해지겠지요.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저 아래 60m 바닥에서 유유히 유영했을텐데 차라리 미끼를 못보고 지나쳤더라면 저 꼴을 안당했으련만 ^^;
    하여간 우람한 우럭, 실로 오래간만에 봅니다. 반면 우리의 어복부인은 잘 하고 있을까..


    그새 또 한마리 했네.

    "이것으로 현재 스코어 2:4로 어복부인 리드. 헉 ㅠㅠ"

    점수가 점점 더 벌어지네..이러면 곤란한데.
    그리고 저한테도 올라온 이상한 생명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산호? 해면동물?
    갯바위 낚시만 하다보니 이런걸 낚아봤어야죠. 신기하게도 저게요 막 움직여요.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신기합니다. 어쨌든 이건 고기가 아니니 무효.


    그러다 때깔좋은 우럭 한마리를 추가하며 추격의지를 불태워봅니다.

    "현재 스코어 3:4로 여전히 어복부인 리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서둘러 점심을 먹습니다. 메뉴는 해물된장찌개에 4찬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이런데서 먹는 밥은 아주 그냥 꿀맛. ^^ 하지만 마음이 급하다보니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릅니다.
    빨리 먹고 낚시하고픈 생각만 굴뚝같아요.


    그렇게 배는 통영 연안에서 시작해 매물도 근해까지 왔습니다.
    가는 동안 여러 군데의 어초를 들렸고 입질이 있으면 다시 더듬고, 입질이 없으면 다음 어초로 진입해서 더듬어보고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던거 같습니다.
    지금은 어초 공략에 대해 약간은 개념이 섰지만 당시엔 뭐가 뭔지 몰랐죠.
    처음에 어초를 타고 넘을 땐 조류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선장은 바닥 수심과 어초의 높이를 말해줬던거 같아요.
    우럭의 경우 무조건 바닥층에서만 있는게 아니라 어초가 쌓여져 있다면 그 높아만큼 유영층을 갖기 때문에 띄워서도 잡더군요.
    물론 유영층은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변하니깐. 중요한건 배의 선미부터 진입하거나 혹은 좌측부터 진입합니다. 라는 멘트를 선장이 하면 우리는 거기에 맞춰서 추를 바닥에 찍다가도 어초에 진입하게 되면 어초가 쌓인 높이만큼 채비를 올려서 타고 넘겨야 밑걸림도 덜하고 대물을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류가 멈춘 상태예요. 그래서 배는 아예 어초 위에다 띄우고 직공으로 채비를 내려서 거의 구멍치기 하듯이 공략합니다.
    이때는 어초의 높이가 몇 미터란 게 의미가 없으므로 굳이 멘트를 하지 않으셨던거 같아요. 당시엔 갸우뚱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스코어는 3:4로 어복부인이 앞서는 가운데 제가 빨리 한 두마리 해서 따라잡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아내가 쏨뱅이 한마리를 추가할 때 저도 입질이 왔습니다.
    제 낚시대에도 뭔가 걸려서 탈탈거리는 손맛이 전해지는 상황이거든요. 부부가 동시에 입질을 받았기에 요걸 동영상으로 찍어보려고 했죠. 
    일단 촬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동시에 감아들이는 상황이라 일단은 제가 낚은 고기를 수심 60m에서 30m까지 감아놓은 후 아내가 잡아들이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아저씨"라고 불러서 봤더니 그 분과 제 채비가 엉켰더라구요. 보시면 세마리가 보이실 겁니다.
    그 분은 쌍걸이를 하셨고 거기엔 제 고기도 함께 엉켜 있으니 말입니다.

    일단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는것 보단 그냥 먼저가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부터 했습니다.
    그랬더니 "채비 끊습니다" 라며 제 채비를 끊어버리는 거예요. 거기까진 좋았습니다. 엉킨 줄 푸는것 보단 채비를 끊는게 더 빠르니깐요.
    누구 땜에 엉킨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때는 조류도 미약해서 흘러가다 엉킨건 아닌거 같고, 또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선상에선 흔히 있는 일이니 서로
    괜찮습니다.하며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제 채비를 끊으세요"라며 배려해주면 되는 것니깐요. 
    그런데 내 고기는 왜 챙길까? 채비를 끊어버리고 그 바늘에 걸린 고기까지 몰수해가시네.. 
    선상낚시 문화를 잘 몰라서 그런데 저런 상황에선 채비 끊고 남의 바늘에 걸린 고기도 몰수해가나요?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저 분은 다른 사람과 채비 엉켰을때도 남의 채비를 싹뚝 잘라버린다고 하데요.
    거기에 채비 입수도 한템포 늦고 그러다 엉키면 남의꺼 끊어버리고..현지꾼으로 보이는데 낚시매너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제 고기는 압수당해서(?) 무효처리되고 아내는 고기 낚아서 스코어가 더 벌어집니다.

    "현재 스코어 3:5 어복부인 리드"


    입질받은 아내, 또 신나게 감아 올리는데 산호라서 다행? ^^
    삽질하는 모습에 저는 안도의 한숨을 ㅋㅋ


    그런데 이번엔 심상찮은 입질을 받아버린 어복부인.
    낚시대를 보니 씨알이 좀 되나요.


    입 벌리고 올라온 것은




    빵이 쬐금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개우럭 ^^
    아무래도 무거운 추를 달아서 하니 이 정도 씨알은 되야 앙칼진 손맛을 느낄 수 있다며 "아직 걸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 하고 살살 약올리네요. ㅠ

    "현재 스코어 3:6 어복부인 강하게 리드 ㅠㅠ"

    제주도 낚시의 꿈은 날아가나요.
    나는 어복부인하고 낚시하면 왤케 어복이 없는거야.


    바다향기님도 한수 거두시는데 선상낚시 꿈의 대상어인 참우럭이 올라오네요.
    씨알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참우럭은 참우럭. 표준명은 누루시볼락으로 알려져 있지만 띄볼락과 차이가 없어 이 점은 논쟁거리가 될듯 싶습니다.
    하여간 이 문제에 대해선 제가 일본의 학술자료를 뒤져서 낸 결론을 바탕으로 고찰을 해보도록 하겠구요.
    참우럭은 일반 우럭(조피볼락)에 비해 지방이 2~3배 가량 많아서 회맛이 다금바리 부럽지 않다고 해요.(어디까지나 어초낚시꾼들의 얘기 ^^)
    저는 직접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나중에 먹어보고 말씀드려볼께요.


    스코어 3:6으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도 제가 연속으로 입질을 받아냈습니다.

    "현재까지 스코어 4:6"


    막판에 올라온 녀석은 그나마 준수한 씨알의 쏨뱅이로

    "현재 스코어 5:6으로 여전히 어복부인이 앞서고 있는 상황"



    잡은 고기로 물칸을 채우면 피를 빼서 아이스박스로 넣기를 반복합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느즈막히 입질이 이어져서 마릿수 조과가 나오고 있지만 씨알은 어초낚시 치곤 다소 부진한 상황.
    이는 우리뿐 아니라 배 전반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간간히 이어지는 입질에 지루할 틈은 없었는데 문제는 아내와의 낚시대결에서 1점차로 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낚시시간을 30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입니다.
    배는 기수를 돌려 어느새 육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턴 돌아오는 길목에서 어초를 몇 번 타보고 낚시가 종료될 것 같아요.

    "현재 스코어 5:6으로 어복부인이 리드, 남은 시간 30분"

    이제는 몇 번의 고패질로 승부가 판가름날텐데 과연 입질의 추억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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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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