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도감/루어낚시] 볼락과 근친교배 이종(갈볼락, 청볼락, 금볼락)


    '볼락'이란 어종을 아십니까? 비단 낚시를 하지 않아도 한번쯤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사실 볼락은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대중화된 생선은 아닙니다. 이유는 취급이 까다로워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되며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많지 않다보니 중부지방 사람들에겐 생소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해안가를 낀 지역에서 '볼락'하면 도미를 제쳐두고 먹어야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난 데다 손맛까지 있어 
    낚시인들 사이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받고 있지요.
    그런데요. 이 볼락은 최근들어 알려지지 않은 몇가지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낚시계에선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찬반 논란만 있을 뿐 아직까지는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는데요. 
    오늘은 일반인은 물론 낚시꾼들도 모르는 볼락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제주도에서 볼락 낚시

    사실 저는 '볼락'이란 어종을 주제로 글을 쓰기까지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계속해서 미룰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요 근래에 들어 볼락이 루어낚시로 각광받게 되면서 소위 '볼루(볼락루어)'마니아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내용이기도 하지요.

    볼락도 채색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VS 볼락은 채색과 상관없이 단일종이다?

    여기서 말하는 볼락이란 양볼락과에 속하는 개볼락, 불볼락, 조피볼락을 말하는 게 아닌 표준명 '볼락' 하나만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인데요.
    이전까지는 갑을박론이 펼쳐지고 있지만 저는 확고한 판단이 서지 않아 뒷짐만 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작정하고 일본의 인터넷 자료와 문헌의 내용들을 수집하면서 정리되지 않았던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끼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여기서 저는 볼락을 탐구하면서 우리나라 자료를 제쳐두고 일본 자료를 조사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어류 도감에선 "볼락"이 단일종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볼락의 채색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서식환경에 따른 차이"라고만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깐 낚시인들이 낚고 있는 볼락, 우리가 그동안 먹어왔던 볼락은 단 하나 "단일종"이라는 얘기지요.
    그런데 앞으로 어류도감을 편찬하게 된다면 내용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개볼락과 개볼락 변종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지만 볼락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한 종류"로만 알고 있었던 볼락이 근친교배에 따른 이종이 생겨나면서 서로 다른 종이 발생했는데 여태까지는 서식처의 환경과 먹이,
    회유를 하는 개체와 붙박이 개체에 따른 채색의 차이라고만 치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몇 해전 일본은 이미 DNA 미토콘드리아 염기 분석에 의해 이들 볼락이 제각기 다른 종임을 알아냈으며 가슴 지느러미 배열수에서도 차이를 보여 
    이제는 명실상부 볼락의 이종을 인정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볼락의 종류, 어떻게 나눠질까요? 일단 볼락의 기본적인 사항부터 알아보겠습니다.



      ■ 볼락


    표준명 : 볼락(쏨뱅이목 양볼락과)
    방언 : 뽈락(전국), 뽈라구(경남), 왕사미(큰 볼락을 지칭), 신발짝(25cm이상), 젖볼락(15cm이하)
    영명 : Dark-banded Rocfish
    일명 : メバル(메바루)
    전장 : 40cm
    분포 : 한국의 동해와 남해, 제주도, 일본 훗카이도 이남
    음식 : 회, 초밥, 튀김, 소금구이, 탕
    제철 : 1~5월(겨울에서 봄까지)

    어류의 박식도 : ★★★

    (★★★★★ : 알고 있으면 학자, ★★★★ : 알고 있으면 물고기 마니아, ★★★ : 제법 미식가, ★★ : 이것은 상식 ★ : 모르면 바보)


     

    제주도에서 낚은 청볼락

    ■ 형태적 특징과 생태
    볼락은 망상어와 같이 배속에서 알을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며 산란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1월을 전후로 합니다.
    볼락은 종에 따라 서식환경에 차이를 두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연안의 해조류, 몰밭, 수중 암초가 적당히 혼합되어진 곳에 삽니다.
    주로 야행성으로 작은 갑각류등을 먹고 자라는데 볼락도 도다리와 마찬가지로 성장속도가 매우 느린 편에 속합니다.
    이는 맛이 좋은 생선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지요. ^^
    볼락의 성장속도는 3년이면 15~16cm까지 자라며 20cm까지 성장하려면 무려 6~7년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낚시로 잡는 볼락의 평균 씨알은 17~18cm 가량이며 손바닥 크기인 22cm를 넘어서면 씨알이 굵다고들 표현합니다.
    하물며 30cm가 넘어가는 대물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볼락의 최대 전장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35cm까지 나오며 심지어 40cm까지도 나온적이 있다고 합니다. 


    ■ 볼락은 단일종이 아니다. 
    몇 해전 일본은 이들 볼락에 대해 DNA 미토콘드리아 염기 서열을 조사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종에 대해 "유전학적으로 다른 종"임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핵 DNA 같은 물질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 AFLP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3종을 고유 식별할 수 있는 염기 배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방법에 따르면 볼락은 채색과 가슴 지느러미의 배열 수에 따라 세가지 종으로 분류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채색으로 종을 구분하는 것은 볼락이 '살아있을 때'에만 한정됩니다.
    그 이유는 볼락이란 어종이 활어일 때와 죽었을 때 채색의 변화가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DNA검사로 밝혀낸 볼락의 이종들

    아래 거론하는 이름은 '표준명'이 아닙니다.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현재까지 정해진 표준명이 없어 꾼들 사이에서 주로 부르는 애칭을 갖고 설명하는데
    아마 표준명이 정해지게 되면 이대로 확정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이 장에선 A, B, B 타입의 볼락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해쳐 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kawadeasobou.blog109.fc2.com/blog-entry-121.html

    A형 금볼락
    학명 : Sebastes inermis
    최대전장 : 35cm
    가슴지느러미 배열수 : 15개
    살아있을 때 채색 : 적색, 금색 (가로 줄무늬는 희미)
    죽었을 때 채색 : 적색 (가로 줄무늬 사라짐)
    맛 평가 : A, B, C중 최상
    포인트 및 습성 : 조류가 빠르지 않고 수심이 얕은 여밭, 몰밭에서 잘 잡힌다

    금볼락은 어류도감판에 '볼락'으로 소개되어 있는 표준형 볼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체적으로 금빛과 붉은 빛을 띄기 때문에 한국에선 금볼락, 일본에선 빨간볼락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것이 크게 성장하면서 채색이 짙어지기
    때문에 씨알이 큰 개체들은 현지에서 먹볼락, 흑볼락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금볼락과 먹볼락을 다른 종으로 보기도 하지만 실은 회유 없이 암초지대에서 머물면서 크게 성장했을 때 나타나는 빛깔이므로
    금볼락과 먹볼락은 동일 종이며 서식환경 및 성장에 따른 채색의 차이로 구분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추자도에서 잡힌 청볼락

    B형 청볼락
    학명 : Sebastes cheni
    최대전장 : 30cm
    가슴지느러미 배열수 : 16개
    살아있을 때 채색 : 등쪽은 청색빛이 돌며 배 부분은 흰색을 띄지만 지역에 따라 적색을 띄기도 한다. (가로 줄무늬가 뚜렷)
    죽었을 때 채색 : 검정 (가로 줄무늬가 사라짐)
    맛 평가 : A, B, C중 최하

    포인트 및 습성 : 조류 소통이 좋은 중상층에서 입질하며 낮에도 잘 잡히며 대체적으로 씨알이 고른 편이다

    청볼락은 이미 루어낚시계에서 많이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이종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학계에서 이들 어종의 판별에 대해 묵묵무답이지만 볼락낚시를 즐기고 있는 현지인들은 볼락의 채색 차이가 단순히
    서식지역과 먹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도 벌써 서로 다른 종의 볼락들이 낚여 오고 있으니 기존의 어류도감에서 기술된 "채색이 다른건 서식환경에 의해 달라진다"라는
    문구가 앞으로는 바뀌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청볼락은 동해와 남해 일부, 그리고 제주권에서 자주 출몰합니다. 저 역시 제주도와 추자도에서 이러한 청볼락을 여러마리 잡아 본적이 있는데
    자료에 소개 했듯 청볼락은 낮에도 입질이 활발하며 다른 종에 비해 잡아내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하지만 맛적인 부분에선 다른 볼락종에 비해 떨어지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며 실제로 과거에 임금님의 수라상에 볼락이 자주 올랐지만
    청볼락 만큼은 제외되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청산도에서 잡은 갈볼락

    C형 갈볼락
    학명 : Sebastes ventricosus
    최대전장 : 35cm이상까지 성장
    가슴지느러미 배열수 : 17개
    살아있을 때 채색 : 갈색, 성장하면서 흑색(이것을 먹볼락이라 부르지만 갈볼락과 동일 종) (가로 줄무늬가 매우 뚜렷)
    죽었을 때 채색 : 갈색 (가로 줄무늬가 희미해짐)
    맛 평가 : A, B, C중 상급
    포인트 및 습성 : 포인트를 회유하는 습성이 있고 주위 환경에 매우 민감해 입질 수심층이 자주 바뀐다.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잡아내기가 까다롭고 청볼락과는 달리 좀 더 깊은 수심층에서 입질 빈도수가 잦은 편이다.

    갈볼락은 A, B, C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으로 서해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 서식합니다.
    이들 볼락 이종 중에선 가장 크게 성장하지만 그런 개체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 20cm를 전후해서 낚입니다.
    한번 낚이기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입질을 받아 마릿수 행진을 할 수 있지만 한번 입을 닫기 시작하면 입 앞에 미끼를 갖다줘도 먹지 않는
    주위 환경에 매우 민감한 습성을 갖고 있으며 주간보단 야간에 입질 빈도가 높습니다.
    맛은 금볼락과 함께 좋게 평가되고 있으며 남해권에서 볼락이라고 하면 대부분 '갈볼락'을 지칭합니다.


    20~24cm의 볼락을 마릿수로 타작했을 때 가장 재미가 있다.

    도미와도 바꾸지 않는 볼락 튀김과 구이

    제주도에서 갓 잡아 올린 청볼락회(왼쪽)

    아직까지 인간이 풀지 못한 바다의 신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오죽하면 인간에 의해 밝혀낸 지구상의 바다 생물이 30% 밖에 안된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단일종으로 알아왔던 '볼락', DNA 염기분석에 의해 이제는 엄연히 종의 구분이 확실해진 만큼 국내에서도 볼락에 대한 재조명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시점입니다.

    한가지 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고 있는 감성돔 역시 단일종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듭니다.
    이미 홍콩 앞바다와 일본의 남부지방에선 여러 종의 감성돔들이 잡히고 있고 이들 어종에 대해 정확하게 구분을 해 놓았지만 한국엔 이러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낚시를 할 때 꾼들이 잡아온 감성돔을 보고 있노라면 단지 서식환경의 차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지느러미 배열수라던가 측선의 갯수를 세어 과연 이것들이 동종인지 이종인지를 밝히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오늘 볼락 이야기는 그동안 볼락회를 드시며 볼락을 잡아온 분들에게 적잖은 흥미꺼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도 재밌는 어류도감 이야기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글 내용을 잘못 이해하실까봐 사족들 적자면 오늘 이야기는 볼락의 종류는 이러이러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왔던 표준명 "볼락"이 단일종이 아닌 유전학적인 이종으로 구분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학술적으로 재고를 해서 어류도감에 반영해야 함을 시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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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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