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안도 소부도에서 벵에돔 낚시(2)


    낚시처럼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취미가 또 있을까?
    안잡히면 한없이 지루한게 낚시지만 또 잡히기 시작하면 열시간을 서서 해도 다리 아픈줄 모르고 즐거울
    수 있는 게 낚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자리에서 극과 극의 상황을 모두 격어보니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순수 낚시 시간은 총 6시간. 그 중 처음 세시간은 완전 꽝, 나머지 세시간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낚시했습니다. 이렇듯 벵에돔 낚시는 포인트에서 채비까지 선택하기에 따라 하늘과 땅차
    이를 보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홈통을 선택하게 된 저는 세시간째 잡어들과 노닥거리고 있었고 곶부리를 선택한 현지꾼은 연신 벵에돔을 낚는 등 희비가 완전히
    엇갈리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선 홈통 쪽은 채비가 내리기도 전에 망상어, 인상어가 물고 늘어져 고전했고 여기서 조금만 더 벗어나면 본류대가 스치고
    지나가 찌가 총알입니다. 현지꾼은 "이리와서 낚시하라고" 자리를 열어주셨지만 행여나 민폐를 끼칠까봐 그냥 한자리를 고수하며 낚시하는데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그렇게 한시간을 더 쪼아보지만 이쪽은 더 이상 비전이 보이질 않아요. 할 수 없이 저는 아내를 남겨둔 채 몇 걸음 옮겨 현지꾼에게 양해를 구하고 옆에
    붙어서 낚시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쪽은 밑밥도 안쳤는데 채비 던지기가 무섭게 쭉 빨고 들어가네요.


    낚시 시작, 3시간 만에 첫수를 올린 입질의 추억

    사진은 꼬리가 살짝 돌아가 찍히는 바람에 벵에가 짧고 땅땅해 보이는데요. ^^ㅋ
    씨알은 잘지만 이후 두어수 정도 하고 나니 저만치에 서서 홀로 인상어와 싸우고 있는 아내를 안부를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현지꾼과 저, 아내 이렇게 셋이 나란히 서서 한 포인트를 집중 공략해 봅니다.
    벵에돔이 나오는 자리는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 선 자리라 아무것도 몰랐는데 현지꾼께선 이 자리를 잘 아시는듯 합니다.
    살펴보니 앞쪽에 본류대가 흘러가다가 지류와 만나는 구간이 있었고 합수되는 지점에 다다르면서 찌 흘리기엔 적당한 유속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면 제가 처음 선 자리(홈통)도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거긴 왜 벵에돔이 피어오르지 않았을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은 날물이여서 물골쪽에 벵에가 핀 것 같고, 이후 물때가 들물로 돌아서고 조류방향도 바뀌게 된다면 이쪽 홈통 자리도 매력적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갯바위로 파고드는 벵에돔을 살살 구슬리는 아내

    제가 선 자리에서 벵에돔이 나오자 아내도 제 옆에 바짝 서서 캐스팅을 해봅니다.
    그리곤 두번째 캐스팅만에 벵에돔의 입질을 받습니다.


    현재 벵에돔 활성도가 괜찮습니다. 대신 뜨는 얘들이라 그런지 씨알은 다 고만고만 해요. ^^ 
    작은건 뼘치급 밖에 안되지만 괜찮은 건 27cm까지 나오니 평균 씨알은 23~25c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내가 손맛보기에 나쁘지 않은 사이즈입니다.

    하지만 아내, 뭔가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제가 옆에 있으니 캐스팅하는데 방해된다며 자리를 옯기겠다는 겁니다. (그러게 왼쪽 오른쪽 양방향으로 던지는 연습 좀 해놓지;;)

    "벵에돔은 여기서 나오는데 가긴 어딜가?"

    말을 안듣습니다. 고집불통입니다.
    그리곤 밑밥도 따로 달랍니다. 밑밥 준비한게 이거 뿐인데 뭘 어쩌려고?
    감성돔은 한사람이 품질해도 상관없는데 벵에돔 낚시에서 밑밥통 하나로 두 사람이 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어요.
    결국 두레박을 가지고 오더니 제 밑밥을 퍼갑니다. 그리곤 가방에 예비용 밑밥 주걱을 꺼내더니 각자 플레이를 하잡니다.

    "그래라~니 마음대로 해라! 어디 잡나 보자.."


    근데 잡네요 ^^;


    이번엔 씨알이 조금 나아졌네요. ^^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 벵에돔 낚시, 여수 안도에서 

    "이번껀 손맛 좀 괜찮았겠다?"
    "그런데 벵에돔 손맛이 원래 이런거야?"
    "왜?"
    "왠지 숭어같이 딸려오는 듯한 느낌이야"

    음..아무리 그래도 숭어보단 처박는 느낌이 날텐데 ^^;
    낚시대가 경질대라 그런걸까요? 벵에돔 씨알이 잘아서 그런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떠서 물어서 그런가..


    마릿수 타작을 하고 계신 여수 현지꾼

    지금 상황 같으면 목줄찌를 써도 될 것 같지만 그냥 하던대로 합니다. 이상하게 목줄찌 보단 제로찌가 편하기도 하고..
    우리부부가 벵에돔 한마리 낚으면 그걸로 조지고 볶으며 사진 찍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동안 현지꾼께선 꾸준히 타작하고 계시는데 어쩔때는 1타 1피를
    하십니다. ^^ 아래는 캐스팅부터 낚시까지의 전과정을 찍어봤습니다.







    "저도 벵에돔 한마리 했습니다! 이 맛에 낚시합니다. ^^*"

    그래도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감성돔 낚시만 하다 몇 개월만에 해서 그런지 감도 떨어져 있고요.
    포인트는 20m 전방에 형성되어 있다 보니 무엇보다도 밑밥 품질의 정확도가 관건인데 이 부분이 살짝 발목을 잡네요. ^^;
    특히 아내는 품질 연습을 좀 더 해야 할듯 합니다. 정확히 찌에다 맞추는 제구력을 구사하려면요.(안그래도 이날 많이 던지고 연습했지요.)
    캐스팅 거리가 20m 이상 넘어가면 방향에 따라 찌 보기도 고약하고 그러다 잠시 한눈 팔면 찌 들어가는 것도 놓치기 일쑤고..
    뒷줄 관리부터 시작해 조작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였죠.
    그나마 다행인건 찌를 놓쳐도 얘네들이 쭉쭉 빨고 들어가는 바람에 가끔씩 초릿대를 끌고 가는 짜릿한 손맛을 봅니다.

    감성돔 낚시땐 그래도 여유가 있었는데(하도 안잡히다보니 ㅋ)
    벵에돔 낚시는 캐스팅하고 품질하고 다시 걷고, 던지고 무한 반복에 촬영까지 하려니 진짜 정신없습니다.
    이렇게 정신없는 낚시 실로 얼마만에 해보던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물어줄 것만 같았던 벵에돔은 소강상태를 보이는지 아니면 입질이 약아진건지 아슬아슬하게 입술에 걸려서 올라오는가 하면..
    한동안 입질을 받지 못한 채 밑밥만 축내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발 앞쪽엔 엄청난 무리의 잡어떼가 성화를 부려 캐스팅은 20m 정도로 다소 멀리 치고 밑밥도 멀리 칩니다.
    찌가 어디로 가는지 잘 보이지도 않네요. 아내의 밑밥 원투력은 한계가 있고 잡어 분리가 안되자 또 다시 인상어가 물고 늘어집니다.


    반면 현지꾼의 밑밥 품질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합니다.
    거리가 20m가 넘지만 단단히 뭉쳐진 밑밥 한덩어리는 백발백중 찌 언저리에 떨어지니 밑밥 동조가 안될래야 안될 수 없네요.^^
    그 결과..


    던지는 족족 올라옵니다. 괜히 현지꾼이 아니라는 ^^
    그런데 철수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대를 미리 접어버리네요.


    그 분의 쿨러를 보니 이미 꽉 차서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던 것입니다.
    마릿수로 따지면 50마리는 훌쩍 넘을 듯 싶습니다.
    너무 잘 낚으신다. ^^


    반면 우리는 위기입니다.
    아직 낚시 시간이 꽤 남았는데 밑밥이 벌써 떨어졌어요. 앞으로 철수시간까지 밑밥없이 낚시해야 하는데 조금 먹먹합니다.
    이렇게 되면 거의 멘탈붕괴입니다. 각자 품질할 줄 알았다면 밑밥을 많이 준비해 올껄.
    앞으로 벵에돔 낚시를 할 땐 밑밥을 따로 준비해서 각자 플레이 해야겠습니다.


    최후의 한주걱, 어디로 던져야 할까?

    아내의 채비가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아 교환할까 하다 그냥 대를 접었습니다. 그리곤 제 낚시대를 건내서 계속 낚시를 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밑밥 한 주걱. 다소 질척해져 있는 이것을 어디에 뿌릴까 고민합니다.
    잡어 분리용으로 뿌려야 하나 찌에다 뿌려야 하나.. 선택은 아내의 몫입니다.
    아내는 결국 마지막 남은 밑밥 한 주걱을 잡어 분리용으로 발 앞에다 뿌리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후 채비를 회수하나 싶더니 갑자기 챔질하는 아내..


    다소 깊이 들어간 채비가 이내 정적을 깨고 물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고꾸라지는 낚시대의 휨새를 보니 아내가 제법 손맛을 느끼는 것 처럼 보입니다. ^^



    "으랏차차차~!!!"


    오~! 요번엔 씨알이 제법 됩니다. ^^



    철수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입질은 꾸준히 들어옵니다.


    저희는 실력도 실력이고 촬영도 해야 하기에 많이 못잡았습니다. 총 14수 정도 잡았고요.
    대회 예선전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대회 규정 사이즈인 23cm 이상되는 걸로 추려보니 7마리 정도 나왔고 최대어는 27cm까지 나왔습니다.


    출조길은 언제나 아쉬운 맘이 가득하다, 전남 여수 안도에서


    마냥 좋았던 벵에돔 낚시, 전남 여수에서

    처음 낚시를 시작했을 땐 인상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이렇게 뒤 늦게나마 제 포인트로 진입해 불행중 다행으로 낚시를 마쳤습니다.
    씨알이 기대만큼은 아니였지만 이 날은 수개월만에 시도한 벵에돔 낚시인만큼 즐겁게 워밍업했지요
    이제 숙소로 돌아가 담날 새벽 3시에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싣기 위해 서둘러 잠을 청해봅니다.

    얼마나 잤을까? 일어나 보니 새벽 두시.  잠을 잘 못잤는지 두통이 옵니다.
    그렇게 띵한 머리를 어루만지며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나선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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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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