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낚시] 하늘에서 물폭탄 쏟아지던 날 아내와 낚시해 보니


    몇 일 전 거제도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동안 낚시했던 시간을 합해보니 공교롭게도 지난
    여수때와 같이 28시간이 나왔습니다. 대신 그때처럼 밥도 안먹고 잠도 줄여가면서 강행군을 펼치지
    는 않았습니다. 저도 지치지만 무엇보다도 함께한 아내가 힘들어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거제도 낚시는 지난 여수 출조 때 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예보에도 없던 물폭탄이 하늘에서 쏟아져"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방으로 장대비가 확대되면서 낚시하던 저희 부부를 괴롭혔습니다.
    평온했던 바다는 갑자기 성난 표정을 지으며 우리를 삼키려 했고 예고에도 없던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저희 부부는 긴급히 조기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신발같은건 이미 찍찍이가 되어버렸고 속옷까지 쫄딱 젖어버리는 그야말로 성난 폭풍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낚시하던 아내의 반응은 실로 의외였습니다. 
    궁금하시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14시간째 낚시중인 아내, 거제도 안경섬에서

    거제도에 도착한 첫날 일정은 난류성 어종의 보고인 '안경섬'에 들어갔습니다.
    해가 저무는 시간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까지 하고 나오는 야영 낚시를 택했는데요. 새벽 때까진 한 두 차례 소나기만 지나갔을 뿐 그런대로 바다는
    평온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침이 오고 해가 뜨자 평온했던 바다는 거짓말같이 변하기 시작.


    위협적인 너울이 갯바위 벽면을 때리면서 상황이 악화되어 갔다. 거제도 안경섬에서


    파도를 흠뻑 뒤집어 쓴 아내

    사진에 보이는 너울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큰 너울이 이따금씩 갯바위를 덮치며 우리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였습니다.
    사진은 낚시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너울에 아내가 흠뻑 뒤집어 쓴 모습인데요. 안그래도 습기 많고 축축한 이곳인데 이때부턴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낚시를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서울서 이 먼데까지 왔는데 낚시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
    이쯤 되면 낚시대를 놓을만 한데 아내는 뭔가 아쉬운지 낚시대를 놓지 않습니다. 다만 자리를 높은 지대로 옮길 뿐입니다.
    갯바위 벽면을 맞고 튀어오른 파도는 옷을 젖게 하며 상당히 성가시게 굴었지만 아직까진 괜찮았기에 낚시는 계속되었습니다.


    독가시치 낚는 장면, 거제 안경섬에서

    몇 일 전에 올렸는데 못보신 분들을 위해 다시 올려봅니다. 발 밑에 독가시치(따치)가 우글거리는데 1타 1피 수준으로 낚이네요.
    아내의 독가시치 낚는 장면입니다. (남쪽에 대마도가 보인다는 장면을 동쪽을 보고 말했네요. 양해를 ^^)


    거제 지세포 갯바위에서

    마지막 날은 지세포의 유명 포인트인 삼각여에서 촬영을 하였습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주의보가 내리기 한시간 전이였지요. 그때의 상황을 담아봤습니다.
    (멘트 중에 거제도를 제주도로 잘못 발음했네요. 양해를 ^^)


    16시간의 낚시 끝에 철수배를 기다리는 아내, 거제도 안경섬에서


    무늬 오징어를 향해 힘찬 캐스팅을 날리는 아내, 거제도 지세포 앞바다에서 

    둘째날 기상은 화창한 편이였지만 오전에는 변덕을 부리면서 몇 차례 소나기를 퍼부었습니다.
    덕분에 이 날도 다 마르지 않은 옷을 입은 채 오후 낚시에 임해야 했습니다.



    2박 3일 거제도 낚시 일정

    총 28시간 낚시를 했지만 그만큼 수면시간도 늘었기에 지난번 여수 출조때와는 달리 여유있는 스케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론 타격이 컸습니다. 
    여수때 보다 많이 들어간 경비. 여기에 안경과 밑밥통을 잃어버렸고, 애지중지했던 뜰채는 너울파도가 휩쓸고 갔습니다.


    부시리를 걸고 파이팅하는 아내, 거제도 지세포 갯바위에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출조 비용에 대해 공개를 하겠지만, 요즘 제가 블로그를 운영함에 있어서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이 두가지입니다.

    1) 출조 비용의 부담
    2) 기상 악화에 따른 일정 변경과 체력적 부담


    하늘에서 물폭탄이 쏟아지던 날, 거제도 지세포 갯바위에서

    돈을 벌어도 시원찮을 판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 낚시한 것도 1~2달, 아니 1~2년 이상 되다 보니 경제적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였고, 두번째는
    8월 내내 해상 날씨가 안좋아 좀 처럼 출조기회를 잡지 못했다 겨우 노려서 갔는데 결국은 주의보와 물폭탄에 두손 두발 들고 조기 철수하였습니다.


    주의보가 떨어져 긴급히 조기 철수하는 상황에서

    속옷까지 흠뻑 젖다보니 더 이상 젖을 몸도 없습니다.
    다른 꾼들은 비옷이라도 챙겼지만 저흰 그럴 겨를이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가.. 비옷 입은 꾼들이 아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더이다.
    그래도 아내는 끝까지 저를 믿고 묵묵히 제 길을 따라와 준 게 너무나 대견스러웠고 고마웠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고생을 시켜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날 폭우 속에서 낚시하던 아내의 반응은 저를 약간 어리둥절하게 만들더군요.

    일러스트 조정연

    "이렇게 홀딱 젖을 정도로 비를 맞아 본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생각보다 기분이 좋더라" 는 반응입니다.
    마치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즐기자" 를 보여주려는듯 아내는 늘 매사에 적극적이였죠.
    그것이 비단 낙천적인 성격 때문만은 아닐꺼예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였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 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그간 열심히 운영해 온 제 블로그에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비록 우리는 쌩고생하지만 그래서 이야기꺼리가 풍성해 질 수 있다면 기꺼이 한몸 던져 폭우속에서 낚시하리...(?) ㅋㅋ
    근데요. 솔직히 다시하라면 못하겠습니다. 이 짓을 왜 돈주고 해야 하는지 ^^;


    너울성 파도로 인해 갯바위 접안에 애를 먹고 있는 철수배, 거제도 안경섬에서


    출신은 서울 아가씨지만 멀미 적응력은 뱃사람 수준인 아내, 파도에 울렁거리는 선실에서

    제 아내가 선천적으로 멀미를 잘 안하는 체질이여서 바다낚시가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
    일전에 뉴칼레도니아에서 트롤링 낚시 할 때 3m가 넘는 파도를 타면서 낚시 했었죠. 정말 바이킹이 따로 없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쏠리는데 아내는 그게 재밌었다네요.(....)

    지금까지는 비가 오면 오는대로 맞고, 일부 몰상식한 꾼들의 선실내 흡연과 갯바위 쓰레기 냄새에도 곧 잘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있어서 가장 참기 힘든 게 있다면 "입질 없는 지루한 낚시" 일 꺼예요.

    그래도 낚시란 건 늘 꽝쳐도 한방이란게 있고 의외성이 있기에 "희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희망을 쫒는 낚시꾼이고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거제도에서의 2박 3일 낚시, 물질적으론 잃은 게 많았지만 정신적으론 좀 더 단단해진거 같아요.
    거제도는 여타 지역보다도 낚시 난이도가 어렵고 또 기상까지 안받춰주다 보니 낚시를 즐기다 온 게 아닌 "낚시 훈련"을 하고 온 기분이랍니다.
    그렇게 거제도에서의 낚시 훈련은 먼바다 돌섬인 안경섬에서 야영낚시로 빡시게 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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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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