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이 없으면.." 최악으로 취급받는 바닷물고기 BEST!(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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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이 없으면.." 최악으로 취급받는 바닷물고기 BEST!(상편)
"먹을 게 많은데 굳이?"
맛 없다, 돈 안 된다, 낚시를 방해한다 등등 여러 이유로 버려지거나 외면받는 바닷물고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편에 이어 오늘은 남은 BEST 4가지를 알아봅니다.
6. 동갈치, 물동갈치
언뜻 보면 학공치를 닮은 듯하나 더 크고 길며, 통통한 몸통을 가졌습니다.
학공치의 경우 아래턱이 길게 뻗어 마치 학부리를 닮았는가 하면, 동갈치는 위아래 턱이 모두 길게 나와 새의 부리를 연상케 하고 학공치에선 볼 수 없는 날카로운 이빨은 위협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동갈치는 성질이 온순한 학공치와 달리 포악한 육식성 어류로 사람이 손을 대면 몸통을 휙 돌려 물려고 하는 것이 꼭 성질 더러운 붕장어를 닮았습니다.
뼈가 파란색을 띠는 것이 독특하며, 살은 적은 편이며, 맛도 여타 횟감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실 동갈치가 많이 잡히는 시기는 해수온이 높은 여름~가을입니다.
정작 맛이 좋아지는 봄에는 조업량이 적은데요. 이 시기에 맛본 동갈치는 확실히 산란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살에 지방기가 느껴져 한결 먹기가 좋았습니다. 동갈치의 경우 지방이 오르는 봄철에 회로 먹는 것이 아니라면 맛이 맹하기 때문에 튀겨서 소스 발라 구운 동갈치 강정을 추천합니다.
7. 만새기
해외에선 마히마히라 부르며 스테이크 재료로 인기가 높은 만새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만큼은 철저히 외면당해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한국은 만새기가 많이 서식하는 나라도 아니거니와 이따금 혼획된 만새기를 맛볼 때면 급 후회가 밀려올 정도로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갈치낚시에서는 채비를 휘감아 버리는 천덕꾸러기. 그 와중에도 몸길이 80cm급 이상인 만새기가 낚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두곤 하는데요.
하루는 낚시로 잡은 만새기로 어떻게 하면 맛있는 요리가 될까 고민하다가 어지간해선 맛이 없을 생선가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만새기 가스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텁텁한 흙내와 비린 맛에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됩니다. 이따금 만새기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한국의 낚시인들로부터의 평가는 혹독할 정도. 서식 환경에 따라 맛과 향미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만새기가 무조건 맛이 없다고 속단하기는 금물!
하루는 베트남에서 만새기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역시 흙내가 났다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어쩌면 만새기에서 나는 특유의 향은 스테이크를 먹는 특정 나라나 문화권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추론해 봅니다.
8. 황줄깜정이
황줄깜정이는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하지만 벵에돔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거나 낚아봤을 것입니다. 주 서식지로는 수온이 높은 경남 일대와 남해안 먼 섬, 제주도 등입니다. 벵에돔과 비슷한 수온대를 공유하기에 벵에돔을 노리다 황줄깜정이가 곧잘 걸려들면 아쉬운 탄식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황줄깜정이는 최대 60cm 혹은 그 이상 자라는 대형 돔류로 같은 크기로 비교했을 때 벵에돔보다 더 파워풀한 힘을 뽐내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황줄깜정이가 걸려들면 벵에돔보다 힘이 센 긴꼬리벵에돔인 줄 알고 화색이 돌다가 이내 실망감으로 돌아선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게다가 황줄깜정이는 독가시치처럼 초식 위주의 식성을 가지기에 내장에는 소화되다 만 해조류로 악취가 납니다.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말끔히 제거하지 못한다면 흡사 지옥의 회맛을 볼 수 있는 것. 하루는 황줄깜정이회에 도전하고자 낚시로 잡은 황줄깜정이로 회를 쳤습니다.
물론, 살아있을 때 피와 내장을 말끔히 제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맛은 무미 무취에 가까웠으며, 식감은 탄탄했으나 여러 점을 먹으면서 누적되는 철분 맛과 비린맛은 악명 높은 황줄깜정이란 말에 확신을 갖기엔 충분하였습니다. 이후 황줄깜정이를 맛있게 먹어보고자 회와 조림, 구이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그때마다 후회를 안겨준 녀석이었죠.
9. 점다랑어
다랑어 하면 참치, 참다랑어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만 앞에 점이 들어가면 상황은 180도로 바뀝니다. 점다랑어는 해수온이 상승하는 여름~가을 남해안 먼 섬을 비롯해 제주도 연안으로 들어와 낚시꾼의 채비를 물고 늘어져 낚싯줄을 상하게 하는 훼방꾼입니다.
현지에선 ‘홍까스’라 부르는데 잡히면 곧바로 파르르 떨며 10초 안에 숨을 거둡니다. 이후 광속에 가까운 부패 속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직결하는 사례 또한 낚시꾼의 뒷담화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점다랑어는 다랑어 특유의 스피드와 파워로 인해 아주 짜릿한 손맛을 선사해주지만, 잡히자마자 곧바로 죽어버리는 탓에 산채로 방생 또한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즉석에서 피를 빼고 뱃살만 도려내 먹는다면 흡사 신선한 참치회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이후 내장까지 제거한 상태에서 얼음에 파묻어 둔다면 선도 저하를 늦추기 때문에 숙성회의 풍미까지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시야에 종종 선보이는 가다랑어회나 초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공수와 관리는 좀 더 까다로운 존재입니다. 그러고 보니 점다랑어도 삼치나 가다랑어처럼 훈제를 하면 지방의 풍미와 기름기를 끌어올리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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