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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대문어와 남해 돌문어의 차이 알고 드세요!

★입질의추억★ 2021. 8. 5. 14:18

삶고 나서 물기를 빼고 있는 동해 대문어

집안 대소사 및 반가의 제사상에는 빠지지 않는 문어. 문어의 주 소비 지역은 동해안 일대를 비롯해 안동과 영주 같은 제사 문화가 발달한 곳이 중심이었습니다. 최근 10여 년간 문어 소비량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맛을 아는 이들만 찾아 먹던 문어에 맛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수요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급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수입산 문어가 그 자리를 메꿉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필리핀, 모리타니(모리타니아) 산이 있습니다. 반면, 국산 문어는 해마다 어획량이 감소하고, 가격은 점점 오르는 추세인데요.

 

최근 들어 국산 문어 값이 하락하면서 오히려 수입산 문어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문어 자원을 유지하면서 현명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우리 민족이 즐겨 먹는 ‘문어의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 문어도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문어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아래는 표준명과 지역에서 불리는 방언 등을 정리합니다.

 

 

동해 대문어

1) 표준명 문어(Octopus dofleini)
- 방언 : 대문어, 피문어, 참문어(x)
- 최대 크기 : 약 50kg
- 분포 지역 : 동해안 일대
- 제철 : 겨울~봄
- 금어기 및 금지 체장 : 금어기 없음, 600g

 

 

여수 돌문어

2) 표준명 왜문어(Octopus vulgaris)
- 돌문어, 참문어
- 최대 크기 : 약 5kg
- 분포 지역 : 남해안 일대 및 제주도, 동해, 서해
- 제철 : 여름~가을
- 금어기 및 금지 체장 : 5.16~6.30(단, 도지사 고시로 5.1~9.15 중 46일 이상을 정할 수 있음), 금지 체장은 제한 없음

문어와 왜문어는 각각 대문어(피문어)와 왜문어(돌문어, 참문어)로 불리며 취급됩니다. 동해가 주산지인 대문어는 수명이 3~4년, 다 자라면 20kg에서 최대 50kg까지 자라는 대형 문어입니다.

남해 및 제주도가 주산지인 왜문어 또한 수명이 3년 정도인데 대문어와 다른 점은 다 자라도 3~5kg가 한계 성장이라는 것! 이 문어는 적도 부근의 열대 바다에서 서식하는 아열대성 두족류로 한반도에는 주로 수온이 따듯한 여름~가을에 집중적으로 잡힙니다.

 

어쨌든 문어와 왜문어의 결정적인 차이는 종류가 다른 것도 있지만, 각각 50kg와 5kg의 성장으로 무려 10배가량 차이 납니다.

 

 

동해 대문어의 색과 무늬
여수 돌문어의 색과 무늬

제철은 문어의 주 포획 기간과 겹치는데요. 동해의 대문어는 겨울부터 봄 사이이고, 왜문어는 수온이 따듯해지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입니다. 주 서식지는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지만, 수온이 부쩍 오르는 8월 이후에는 동해와 서해안 일대에서도 잡히고 낚시도 성행합니다.

 

 

일명 총알오징어라 불리는 어린 오징어

#. 총알오징어에 이어 총알 문어 등장
일명 ‘총알오징어’로 알려진 어린 살오징어는 한때 오징어 통찜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어린 오징어의 수요는 남획을 부추기며 결국, 오징어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수년간 이어진 총알오징어의 판매는 금지 체장이 상향 조정되고 몇몇 대형 마트에서의 총알오징어 판매 중단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주춤하는 기세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2021년)부터 기존의 오징어 포획 체장인 12cm(외투막 기준)에서 15cm로 상향 조정해 총알오징어의 유통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총알문어라 불리는 어린 문어

이러한 와중 등장한 것은 뜻밖에도 ‘총알문어’입니다. 작년 초가을 경 반짝 불티나게 팔린 총알문어는 왜문어(돌문어)의 금지 체장이 없다는 점을 이용, 마리 당 100g 전후의 어린 문어를 ‘총알 문어’란 이름으로 판매했습니다.

 

 

왼쪽은 300g 오른쪽은 450g 그러나 총알문어는 이조차도 작다

올해도 왜문어의 금지 체장은 따로 없으니 어린 문어의 포획과 유통은 불법이 아닙니다. 이렇듯 미처 마련되지 못한 법망에서 어린 문어의 유통이 시작되었기에 수산자원관리법의 개정이 시급해 보입니다.

 


#. 동해 대문어도 언젠가는.. 
한편, 최대 50kg 이상 자라는 동해안 대문어는 기존의 포획 금지 체장이 400g으로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그 사이 어린 대문어가 자주 포획되고 유통되었는데요. 동해 대문어의 경우 작으면 작을수록 요리 활용도가 높고 수요가 많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동해안 일대의 한 위판장

사진은 동해안 일대의 한 위판장입니다. 새벽 일찍 경매장을 찾았는데 보시다시피 밤 사이 잡힌 문어가 한가득입니다. 이제는 대문어의 금지체장이 600g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금지체장이 400g이었던 5~6년 전만 해도 낙지보다 약간 커 보이는 대문어가 위판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은 문어의 수요가 줄지 않는 이유는 라면과 해물탕용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작은 문어를 잡아 유통하면 왜 문제가 될까요? 동해 수협에 따르면,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문어(Octopus dofleini)'는 크기와 무게별로 다르게 분류합니다. 

- 소문어 : 400g부터 2kg까지
- 중문어 : 2.1kg부터 15kg까지
- 대문어 : 15kg 초과부터

또, 이러한 분류와 달리 시장에서는 6~7kg만 해도 대문어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책정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동해 대문어는 작을수록 요리 활용도가 높아서 가격도 비싸게 형성됩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는 글 말미에 다시 한번 언급하겠습니다.

어쨌든 현재 대문어의 금지체장은 종전의 400g에서 600g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40kg 이상 성장하는 대문어의 생태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법이요. 어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수산자원관리법이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동해 문어의 성장 그래프

#. 문어 포획금지 '600g' 제한이 문제인 이유
동해 대문어의 성장 그래프를 보면, 600g으로 제한한 수산 자원관리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는 동해 수산연구소 박정호 박사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그렸습니다. 대문어의 수명은 3~4년 정도. 먹는 정도에 따라 개체 별 차이가 나는데 평균적으로 30kg까지는 성장하며, 어떤 개체는 잘 먹고 잘 커서 50kg까지 성장하기도 합니다. 

 

대문어의 생태를 알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문어는 생후 1년생이 될 때까지 별다른 성장이 없습니다. 무게 10~40g 내외로 자라다가 2년생이 되면 1~2kg 내외가 됩니다. 대문어의 폭풍 성장은 이때부터 시작합니다. 2년생부터 3년생 사이 자신의 몸무게를 10배 이상 늘리며, 번식력도 이때 생깁니다. 다시 말해, 2년생 문어를 잡지 말고 1년만 바다에 맡기면 10~15kg짜리 문어가 많이 잡히는 등 상당한 경제효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생후 2~3년차에 접어든 문어
생후 3~4년차에 든 대형 문어

수산연구소 박정호 박사에 의하면 동해 대문어는 무게 10kg 이상 자라야 알을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산란도 일생에서 한 번 뿐입니다. 3년생은 돼야 딱 한 번 알 낳으니 생체 순환기가 느린 겁니다. 이런 문어를 겨우 600g만 넘어도 잡을 수 있게 해 주었으니 과연 이러한 수산자원관리법이 문어 자원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은 즉, 어획된 문어 대부분이 산란도 하기도 전에 잡힌다는 것이며, 해마다 문어 크기가 줄고 어획량이 떨어지는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수년 동안 지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명태처럼 절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동해 대문어의 맛을 후대에도 물려주려면 현재의 포획 금지법을 최소 1kg 이상으로 늘리거나 산란철 포획을 일정 부분 금지하는 금어기 설정이나 하루 어획량 및 위판양을 제한하는 쿼터제의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도 어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동해 대문어는 산란기에 얕은 바다로 돌아옵니다. 그 시기가 1~4월인데요. 이때는 설 명절까지 끼여 있어 문어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문어도 많이 잡히고, 소비량도 활발한 이 시간에 금어기를 실시했다가는 어민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실제로 대문어는 한때 금어기를 한 달간 실시했다가 어민들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대문어의 경제성과 자원 유지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지 현명한 대책과 혜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 수입보다 저렴한 국산 문어, 왜? 
앞서 말했듯 국산 문어는 (동해산 대문어 기준으로) kg당 3~4만원으로, 한우와 비교했을 때 약 50%에 해당할 만큼 값비싼 수산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먹는 양은 이보다 적습니다. Kg당 3~4만 원은 오로지 생물인 경우인데요.

 

동해산 대문어는 왜문어(돌문어)와 달리 몸에 수분이 많아 삶으면(자숙) 수분이 많이 빠져나오면서 무게가 많이 줄어듭니다. 대략 생물일 때보다 30~35%가량의 중량 감소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숙 문어를 기준으로 판매한다면 가격은 생물일 때보다 약 1.5~2배가량 올라갑니다. 생물 기준으로 kg에 3.5만 원이었던 문어를 자숙해서 팔면 자숙 문어 1kg의 가격은 약 5.5만 원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국산 문어인 경우 왜문어(돌문어)보다 대문어(피문어)가 비싸고, 그중에서도 산지에서 자숙한 문어가 중량 손실을 반영해 가장 비싼 가격으로 판매됩니다. 문어의 경우 최대한 싱싱할 때 삶아서 보관하는 것이 맛있고 품질도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살아있는 문어를 택배로 받아 직접 삶기보다는 자숙 문어를 구매하는 편이 소비자로서는 이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어가 올 초에는 가격이 떨어졌는데 심지어 수입산 모리타니아산 문어보다 저렴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1)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
문어 소비가 가장 많을 시기는 2월 설명절 기간인데요. 각 대형 마트에서는 설 명절을 대비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미리 비축하는 식으로 수요를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 대비 공급량이 넘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문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가격도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이마트에 따르면 국산 자숙 문어가 100g 기준 2,480원으로 판매되었는데요. 이 가격은 평소 가격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앞서 자숙 문어 1kg이 5~5.5만 원에 판매된다고 하였는데, 올 초에는 kg당 2.5만 원 꼴에 판매됐으니 이 역시 반값인 셈입니다. 이보단 앞선 지난해 12월에는 kg당 1.1만 원으로 떨어지는 등 역대 최저가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 하락은 어디까지나 대형 유통사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산지 거래가가 예년보다 약 10~20% 감소에 그쳤다면, 대형 유통사는 명절 대목을 대비해 40톤(일주일치 판매 분량)을 수매하는 바람에 하락폭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예년보다 약 50%에 가까운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2) 수입산 문어의 어획량 감소
한편, 전세계의 수입산 문어는 전반적을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여기에 모리타니아산의 경우 문어 금어기를 5월에서 4월로 앞당겨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그 결과 모리타니아산 문어는 평소 kg당 1만 원 수준이었으나 같은 기간 약 1.5만 원으로 상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산 문어가 수입산 문어보다 저렴한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현재(4월말)는 국산 문어 가격이 안정기에 들면서 예년의 시세를 회복하는 분위기입니다. 4월 중순 주문진에서 판매되는 동해산 대문어는 kg당 3.5~4만 원 선이었고, 6kg이 넘어가는 것은 kg당 3만 원 선으로 올 초에 비하면 크게 오른 셈입니다.

 

 

자숙 문어

#. 생물 문어보다 자숙 문어를 구입하는 편이 이득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수많은 ‘문어 삶는 법’이 공유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것으로는 완벽하게 문어 삶는 법을 터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는 중량에 따른 삶는 시간이 제각각이기때문입니다. 가령, 1kg짜리 문어를 삶는데 5~6분이면 족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중량과 명확한 시간은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삶아낼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하지만 4~5kg이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최적화된 시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의 온도, 조리 환경에 따라 변수가 많고, 더욱이 동해 피문어는 체내 수분이 많아서 데치고 난 후에도 자체적으로 열을 가두게 됩니다.

 

그 결과 건지고 나서도 한동안은 자체 열로 익어버리기 때문에 빨리 찬물에 담가 열을 식히거나, 반대로 적당히 삶고 건져내 자체 열기로 마저 익히는 식의 옵션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판단은 아무래도 문어를 삶아본 경험이 많아야 하므로 될 수 있으면 산지에서 가장 싱싱할 때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삶아내도록 하는 것이 값비싼 문어를 망치지 않는 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루 숙성후 썰어먹는 문어 숙회의 감칠맛

아시다시피 동해 대문어의 경우 조금만 많이 익혀도 질겨집니다. 문어 삶는 적정 온도와 최적화된 시간은 적잖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한, 문어는 삶고 나서 맛이 드는 것이 아니라 1~2일가량 냉장 숙성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 맛이 나옵니다.

 

그러니 자숙 문어를 받았다면 산소 접촉을 최소화 하는 포장(진공포장, 비닐 랩 포장 등)을 거쳐 1~2일 정도 냉장 숙성하기를 권합니다. 자숙 문어의 냉장 보관은 최대 7일까지 가능하며, 냉동 보관은 6개월 정도 가능합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수산물이 맛있어지는 순간>,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 도감(감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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