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집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지난 시간에는 '초밥을 먹을 때 똑바로 집으면 안 되는 이유'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초밥을 먹는 방법에는 개인차가 있으나, 초밥이란 음식 특성상 좀 더 섬세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입니다. (관련 글 : 초밥 먹을 때 똑바로 집으면 안 되는 이유)
오늘은 초밥집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즉 매너에 관해 제가 아는 상식선에서 짤막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밥집에서의 매너는 비단 고급 스시집에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고급 스시집을 제외한 미들급 스시집과 일반 초밥집의 경계가 허무는 추세입니다. 그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맛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지금은 고급 스시집이 아니더라도 오마카세(주방장이 추천하는 코스)를 맛볼 수 있고, 카운터 석에 앉아 셰프가 즉석에서 만든 초밥을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습니다. 카운터 석은 단순히 초밥을 먹는 테이블을 넘어 셰프(실장)와 소통하는 창구이기도 합니다. 초밥을 맛보며 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맛을 교감하는 일종의 무대인 셈이죠.
셰프가 연기자라면 손님은 관객이 됩니다. '손님은 왕’이라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청산해야 할 과거의 잔재일 것입니다. 손님도 손님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함을 당연시해야겠지요. 그런 점에서 이 글은 초밥집에만 국한한 것은 아닙니다. 비단 테이블 석이 아니어도 초밥집에는 섬세하고 다양한 맛을 즐기려는 손님들과 한 공간에 놓이게 됩니다. 그럴수록 매너의 중요성이 필요할 테니 이 기회에 알아두신다면 좋을 것입니다.
1. 강한 향수 사용은 금물
초밥은 재료의 성질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지만, 눈으로 자세히 뜯어보고 입으로 맛보면서 코로 내쉴 때의 향을 음미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정확히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초밥의 주재료인 밥도 단촛물의 은은한 향을 배고, 재료 또한 각기 다른 향을 품는데 옆 사람의 향수 냄새가 강하면, 드실 때 그 향이 코를 자극하여 무엇을 먹고 있는지 제대로 음미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옆 사람이 인지할 만큼의 강한 향을 내는 과도한 향수와 파스 냄새, 화장품 등의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소음 및 시끄러운 잡담은 자제
초밥집은 특성에 따라 가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시끌벅적해도 이상하지 않은 프랜차이즈나 저렴한 초밥집이라면 적당히 현장 분위기에 맞추지만, 조용히 초밥을 즐기는 가게라면 휴대폰 소음 및 통화 소음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 옆 사람에 대한 배려일 것입니다. 통화는 짧게, 말소리는 평소보다 작게 내기를 권합니다.
3. 외부 음식 반입 자제
얼마 전, 어린 자녀를 데리고 초밥집에 갔다가 마음만 상하고 돌아왔다는 어느 누리꾼의 사연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주로 어린 자녀를 대동한 부모에게 이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데요. 저도 4살짜리 딸을 둔 아빠로서 초밥집에 함께 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초밥집에는 어린 자녀가 먹을만한 음식이 별로 없다는 점으로 인해 일부 엄마들이 햄버거 등의 외부 음식을 사와서 초밥과 함께 먹다가 직원의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영유아 등을 배제하는 노키즈 존이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하지만, 노키즈 존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의 원인 제공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 음식 반입은 비단 초밥집뿐 아니라, 다른 식당에서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입니다. 곳에 따라 허용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용인하기도 하지만, 초밥집 경우는 외부에서 가져온 자극적인 음식 냄새가 초밥을 먹는 손님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맞겠지요. 자녀가 어리다는 이유로 초밥집에서 햄버거 등을 먹는 행위가 합당한 '내 중심적인 행동'보다는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적인 생각'이 먼저 따랐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4. 노쇼 금지
노쇼는 사전에 예약해 놓고 통보 없이 취소하는 비매너로 자제해야 할 행동이지만, 지금도 이러한 행태가 꽤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입니다. 초밥집은 그날 사용할 생선과 재료를 미리 확보하고 손질해 둡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약이 갑작스럽게 취소되면, 정성껏 준비한 재료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취소한 좌석만큼 사전 예약을 받지 못하므로 금전적 손실이 큽니다. 취소는 최소한 하루 이틀 전에 미리 통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초밥 맛은 소통에서 나온다
초밥은 크게 샤리(밥)와 네타(재료)로 구성됩니다. 샤리는 사람 체온에 근접할수록 적당한 맛을 냅니다. 차거나 냉장실에 보관된 초밥은 밥이 딱딱하고 샤리에서 느껴져야 할 적당한 산미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지양하는 것이 맞으나, 만드는 과정과 유통 여건상 지켜지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주로 마트 초밥)
하지만 갓 만든 따끈따끈한 초밥을 먹는 곳이라면,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만들고 나서 시간을 많이 지체하면 맛에도 반감이 생기지만, 맛에 자부심을 가진 셰프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잘 모르는 재료에 관해 물어보는 것은 손님의 권리입니다. 물어보는 것을 불편해하지 말고, 답변해주는 것을 꺼리지 않은 것 또한 손님과 셰프와의 소통에서 포인트라고 봅니다. 재료를 알고 먹으면 모르고 먹는 것보다 초밥 맛이 배가 된다는 사실!
마찬가지로 테이블 석에서 손님과 교감하는 셰프라면, 사전에 손님 취향과 알레르기 등을 물어서 파악하고, 손님이 원하는 밥(샤리)양에 맞추어 초밥을 쥐는 배려도 필요할 것입니다. 섬세한 음식일수록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초밥. 개인마다 초밥을 즐기는 취향은 다양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서로가 지켜져야 할 매너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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