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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예고한 참치 초밥 만들기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저는 일식 업계에 몸담은 일이 없는 아마추어입니다. 주변에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셰프 분들이 계시지만,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회를 뜨고 초밥을 쥐는 것은 오로지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그러니 전문 기관에서 배운 적이 없는 여러분도 방법만 알고 경험을 습득하면, 얼마든지 가족과 지인에게 대접할 수준의 초밥은 만들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 참치 초밥 재료
해동한 참치 블록, 흰쌀밥, 단촛물, 회 간장, 고추냉이, 다시마 1~2장, 레몬즙
※ 단촛물 만들기
식초와 소금, 설탕 비율은 각각 4 : 1 : 1로 합니다.
먼저 냄비에 식초 8큰술, 소금 2큰술, 설탕 2큰술을 넣고 다시마 2~1장을 깝니다. 약불에 설탕이 녹을 때까지 열심히 저어준 다음 불을 끕니다. 이렇게 만든 단촛물은 밥공기로 2~3그릇에 적당할 것입니다.
※ 주의
단촛물은 끓이면 안 됩니다. 은근한 불에 설탕만 녹이면 됩니다.
흰쌀밥은 30분간 불린 쌀로 고두밥을 지었습니다. 쌀 씻을 때는 박박 문질러 맑은 물이 될 때까지 씻어야 밥에 윤기가 납니다. 밥이 되면 볼에 적당량(여기서는 1공기 반)을 덜어 뜨거울 때 단촛물을 부어줍니다. 단촛물 양은 취향에 맞게 조절하는데요. 너무 많이 부으면 밥이 달고 질어지니 주의합니다.
단촛물을 부은 밥은 주걱으로 재빨리 섞는데 칼로 가르듯 쳐주듯이 해야 밥알이 뭉개지지 않고 잘 섞입니다. 이후 부채질로 김을 날린 다음, 비닐랩을 씌워 보관합니다.
<사진 1> 간장 절임 재료
여기서는 한 가지 참치로 세 가지 초밥을 만들었습니다. 1) 일반적인 참치 초밥, 2) 참치 타다끼 초밥, 3) 참치 간장 절임 초밥입니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내용은 간장 절임을 위한 황금비율이니 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사진 1>은 왼쪽부터 진간장, 맛술(미림), 청주, 우스쿠찌 간장(국간장)입니다. 이들 재료는 각각 1 : 1 : 1 : 0.5로 섞습니다.
여기서는 진간장과 맛술, 청주를 2큰술 넣고, 우스쿠찌 간장을 1큰술 넣었습니다. 우스쿠찌 간장이 없으면 국간장으로 대체합니다.
적당히 썬 참치 조각을 3~5분 정도 담갔다 건집니다. 참치 구입과 해동, 손질법은 일전에 쓴 글을 링크해 두겠습니다.
(관련 글 : 집에서 즐기는 참치회, 구입부터 해동까지 팁)
<사진 2> 사진과 같이 밥 뭉치와 참치를 한 손에 올린다
#. 초밥 쥐기
초밥을 쥐기에 앞서 국그릇에 생수 + 레몬즙 + 소금 1숟가락을 넣고 잘 저어줍니다. 이 물은 초밥을 쥘 때 밥알이 손에 달라붙지 않도록 해줍니다. 초밥 쥐는 손을 물에 살짝 담갔다가 빼고, 손뼉을 치듯 양손을 문질러서 고루 묻도록 합니다. 잔여 물기는 털어내거나 마른행주에 가볍게 닦아주어 초밥 쥐는 손이 늘 촉촉하도록 유지해야 합니다.
먼저 <사진 2>와 같이 밥 뭉치와 참치를 한 손에 올립니다. 밥 뭉치는 손으로 일정 분량을 쥐어 잼잼 하듯이 뭉칩니다. 이때 엄지로 밥알을 살짝살짝 눌러주면 각이 잡히면서 타원형의 밥 뭉치가 됩니다.
참치에 고추냉이를 콕 찍어 바릅니다.
밥 뭉치를 참치에 올린 뒤, 엄지로 가운데를 눌러 움푹 패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초밥 쥘 때 모양 잡기가 수월하고, 밥 한가운데에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입에 들어갔을 때 잘 퍼지게 해줍니다.
초밥을 옆으로 살짝 굴려서 위 사진과 같이 뒤집습니다.
이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초밥의 양 날개를 꾹꾹 눌러 각을 잡아줍니다. 이때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주목하세요.
반대편에서 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엄지손가락으로 밥알을 눌러 각을 잡아줍니다.
이어서 검지와 중지(손이 크신 분은 검지 하나만 사용)를 이용해 왼쪽 날개를 누르고, 초밥을 쥔 손은 오른쪽 날개를 눌러 모양을 잡아줍니다.
초밥을 180도 돌려서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역시 반대편에서 본 장면입니다. 이 동작을 잘 해야 회가 밥을 아치형으로 감싸면서 초밥이 흐트러지지 않게 되며, 입에 넣었을 때 감촉이 좋습니다. 초밥 장인은 물론, 실장들이 초밥 쥐는 걸 보면 이런 작업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집니다. 단순한 동작 같지만, 수십 년간 부단한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이죠.
이렇게 쥔 초밥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일부는 이렇게 토치로 표면을 구워낸 타다끼로 즐깁니다.
※ 주의
타다끼할 때는 도마 위에서 하지 마세요. 도마가 녹지는 않아도 검게 그을려 못 쓰게 됩니다. 불 작업은 이렇게 안 쓰는 팬에 올려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조리용 붓을 이용해 회간장을 발라줍니다.
이것은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일반적인 참치회입니다. 부위는 참다랑어 등살입니다. 간장에 찍어 먹어도 되지만, 붓으로 미리 발라주면 먹을 때 편리합니다.
이것은 좀 전에 간장 절임 한 참치 초밥입니다. 이미 간장 절임을 한 참치 초밥이니 회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은 생략하고 그냥 먹습니다.
제가 만든 참다랑어 등살 초밥 한 접시입니다.
무순과 락교, 초생강을 곁들이면 일식집 부럽지 않은 초밥 한 접시가 완성될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접시를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는데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단연 간장 절임 참치 초밥이었습니다.
타다끼는 좀 더 연습이 필요할 듯. ^^;
사진 찍는 동안 타다끼는 말라버렸다. 과도한 익힘이 문제다 ㅠ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일선에서 일하는 초밥 셰프들과 견줄 수는 없습니다. 하루 수백 개씩 초밥을 쥐는 실장들과 단순히 취미로 만든 것을 비교한다면, 수년 동안 인고의 세월로 초밥을 연마한 그분들의 노력이 헛될 것입니다. 초밥이란 음식은 재료에서 오는 맛이 8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싱싱하고 물 좋은 재료를 적절히 손질한다면, 나머지는 자신의 노력과 정성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 글은 단순 방법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치는 낚시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얼마든지 구입해서 즐길 수 있는 고급 횟감이죠. 본문 중간에 링크한 글과 이글을 더한다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근사한 참치 초밥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준 것이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연습' 만이 살길이지만..
600g짜리 참치 블록 하나면, 4~5인분 참치 초밥이 만들어집니다. 이 글이 가정에서 참치 초밥을 만들어 먹을 때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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