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는 들어봤지만 잿방어는 생소하신 분들, 이 내용을 주목하신다면 남다른 생선회 맛을 챙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세상에는 의외로 맛이 좋은 식재료가 다른 식재료의 유명세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나면,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는데요. 

 

과거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생선, 혹은 아주 못 생긴 생선이 알고 보니 맛이 좋아서 지역 특산화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잿방어는 어떨까요? 해외에선 여러모로 인기 있는 식재료였지만, 국내에선 그 존재감이 최근에서야 나타나고 있는 잿방어. 잿방어는 어떤 물고기이며, 방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봅니다.

 

 

잿방어

#. 전갱이과 어류 중에선 초대형 몸집을 자랑하는 잿방어
등푸른생선의 두 양대 산맥은 바로 고등어와 전갱이! 어류 분류학에서는 최상위 카테고리를 농어목 고등엇과와 농어목 전갱이과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구 상에서 상어나 고래 다음으로 가장 큰 물고기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 농어목 고등어과에서 가장 큰 생선 -> 참다랑어(약 4m)
2) 농어목 전갱이과에서 가장 큰 생선 -> 잿방어(약 2m) 

이들 어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동시에 인간에게는 강렬한 낚시의 손맛과 입맛까지 선사하는 최고의 물고기인 셈입니다. 이 중에서 오늘의 주제인 잿방어는 방어류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자라는 대형 어류인데요. 

 

해외에선 엠버잭(Amberjack)으로 불리면서 최고의 손맛을 선사하는 스포츠 피싱 대상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원래 잿방어는 방어, 부시리보다 더 남방계 어류로 따듯한 난류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아열대 해역에 분포합니다. 

 

 

방어 

1) 방어(최대 전장 약 1.4m)
수온 13~18도 사이를 선호하는 온대성 어류로 주 분포지는 우리나라 동해와, 제주도, 일본 중부 이남입니다.

 

  

부시리 

2) 부시리(최대 전장 약 1.8m)
수온 15~20도 사이를 선호하는 온대 및 난류성 어류로 주 분포지는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일본 남부 지방입니다. 

 

 

잿방어
잿방어

3) 잿방어(최대 전장 약 2m)
수온 17도 이상을 선호하는 아열대성 어류로 주 분포지는 우리나라 남해와 제주도, 일본 남부를 비롯한 전 세계 온대와 아열대 해역입니다. 

 

 

겨울 대방어회 

#. 잿방어가 맛있는 계절은?
겨울하면 방어, 방어하면 대방어가 최근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봄부터 가을 사이는 맛과 가치가 떨어지면서 횟감으로는 잘 선호되지 않는 것이 방어입니다. 물론, 몸길이 60cm 이하인 어린 방어는 산란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산란철과 제철의 경계가 모호한 편입니다. 

 

그래서 활력이 좋은 어린 방어라면 여름에도 충분한 맛을 냅니다만, 보통은 중방어 이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어회라면, 산란을 마치고 지방질을 가득 찌우는 겨울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 부시리회 

방어가 제철을 탄다면, 부시리는 제철인 여름을 중심으로 맛이 좋아지며,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어도 크게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잿방어는 늦여름부터 살이 올라 가을부터 겨울까지 가장 맛이 좋은 횟감입니다.

 

특히, 3~5kg 이상인 잿방어는 숙성이 잘 들어 숙성회로 먹었을 때 최상의 감칠맛을 냅니다. 따라서 잿방어를 정말 맛있게 드시려면 잿방어 회와 초밥을 취급하는 고급 일식집을 추천합니다. 

 

 

가을 잿방어회

#. 잿방어가 맛이 없는 경우

앞서 잿방어는 어느 정도 크기가 큰 잿방어를 숙성해야 제맛이 난다고 언급했습니다. 수산시장에서 종종 보이는 잿방어는 큰 것도 있지만, 대부분 1~2kg 남짓한 크기를 즉석에서 썰어 활어회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 경우 잿방어 특유의 기름짐과 감칠맛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고, 여느 활어회와 마찬가지로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으로 먹는 것에 포인트를 두기 때문에 이 경우는 각종 쌈채와 양념된장, 초고추장 등을 곁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참고로 잿방어는 남해와 제주도에서 낚시로 인기 있는 대상어입니만,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는 잿방어는 대부분 양식으로 그 크기는 30~60cm 사이가 가장 많습니다. 양식이라 년 중 맛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아직은 방어 인지도에 밀려서인지 유통되는 양이 많지 않습니다.

 

주로 여름부터 가을 사이, 혹은 겨울에도 종종 들어오나 그 양과 기간이 일정치 않기 때문에 몇몇 횟집과 수산시장에서 잿방어가 보인다면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숙성 잿방어회

#. 잿방어는 방어보다 맛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국내에서는 방어의 인기와 인지도에 밀려 잿방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잿방어 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일본은 사정이 다릅니다. 원래 잿방어의 분포지는 아열대 해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산지가 국내가 아닌 일본 남부지방 즉, 규슈를 비롯해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일대에서 오키나와에 이르는 해역은 잿방어가 다량 서식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잡힌 잿방어를 횟감으로 손질(전처리)해 일본 전국으로 유통되는데 그 품질이 최상에 이릅니다. 또한, 일본은 방어와 부시리만큼 잿방어 소비량도 많을 뿐 아니라 그 인기가 방어를 능가할 만큼 인지도가 높습니다. 

 

그러니 방어와 함께 대량 양식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있지만, 맛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 및 가격은 근소하게나마 잿방어 > 부시리 > 방어로 이어집니다. 그만큼 잿방어가 모든 방어류 중 최고급 횟감으로 인식된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맛과 식감입니다. 잿방어는 흰살생선에 비할 만큼 쫀득하고 탄력있는 ‘식감’을 자랑합니다. 두 번째는 잿방어 자체가 워낙 큰 생선이어서 숙성에 용이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세 번째는 잿방어란 어종의 특징으로 숙성을 해도 방어보다 살이 덜 물러진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적당한 기름기(겨울 방어는 자칫 과한 기름기와 느끼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적당한 탄력과 식감이 호불호를 줄이는 요소로 꼽습니다. 마지막으로 잿방어는 방어보다 제철을 덜 타는 편입니다. 여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봄을 제외한다면 크게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접근성을 키웁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생산국(양식이든 자연산이든)이란 이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여름 가을 사이 종종 잡히는 잿방어

국내에선 잿방어가 계절 회유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가을에만 남해 및 제주를 중심으로 잡힐 뿐이며, 그 마저도 일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기가 빈약합니다.

 

주로 잡히는 자연산 잿방어는 40~60cm가 대부분. 최근에는 온난화 여파인지 해마다 수온이 오르는 탓에 국내로 회유하는 잿방어 크기도 조금씩 커지는 추세라 이를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반대로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야 할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잿방어는 잡히는 즉시 피와 내장을 제거해 횟감용으로 포장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만 활어 횟감으로 유통하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조업 과정에서 죽어버리므로 횟감으로는 쓸 수 없는 선어 유통이 많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금은 잿방어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탓에 유통량도 적고, 이마저도 일본산 양식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국내산 잿방어의 저변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조업 기법과 어장을 개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조 속 잿방어의 모습

#. 잿방어를 알아보는 방법
잿방어는 2m 가까이 성장하는 대형 어류지만, 우리가 시중에서 접하게 되는 활 잿방어는 대부분30cm에서 커야 60~70cm 수준입니다. 잿방어는 등이 푸른 방어 및 부시리와 달리 멀리서 봐도 ‘잿빛’이 날 만큼 색 차이가 있습니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방어지만, 등은 푸르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희고 반질반질한 몸통에 살짝 붉은기가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잿방어를 구별하는 핵심 포인트는 대가리에 있습니다. 대가리를 유심히 보면 양 눈을 가로지르는 검은 줄무늬가 선명합니다. 이 줄무늬는 마치 하록선장의 애꾸눈을 연상케 하는데요. 어릴 땐 선명하다가 성체가 되면서 점차 사라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식집에서 맛본 숙성 잿방어회(오른쪽에서 두 번째) 

#. 잿방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
시장과 횟집에서 잿방어를 고를 때는 되도록 큰 것을 고르는 것이 맛에서 유리합니다. 클수록 기름기가 많고, 살집도 크고 단단해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잿방어(몸길이 40cm 이하)는 잿방어 특유의 감칠맛을 느끼기 어려우니 막회 스타일로 썰어서 물회나 회덮밥에 이용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잿방어 회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잿방어를 취급하는 고급 일식집을 권합니다. 잿방어는 일정 크기를 넘어야 제맛을 내는데 국내에서는 1m 이상인 잿방어 맛보기가 쉽지 않지만, 간혹 자연산 횟감을 공수하여 취급하는 가게가 특별히 공수해 오기도 합니다.

 

양식이라도 몸길이 60cm가 넘으면 숙성했을 때 굉장히 고급스러운 감칠맛을 내므로 숙성 잿방어 회를 취급하는 곳이라면 좋은 식재료 공수와 맛을 내는데 노력하는 가게라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잿방어 가스

만약, 시장에서 죽은 잿방어(선어)를 보게 된다면, 그 크기는 대부분 30~50cm 사이일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물(정치망) 혼획물로 잡힌 잿방어는 선어로 유통되는데 이 경우 간단하게 소금구이나 조림을 만들어 먹으면 고등어, 삼치와 다른 두툼한 살점에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잿방어 대가리구이

몸길이 40cm가 넘는 제법 두툼한 잿방어라면 포를 뜨고 잔가시를 제거해 생선가스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잿방어 가스는 어느 식당이든 쉽게 맛볼 수 없는 제철 별미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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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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