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국산 낙지는 물론, 중국에서 수입되는 낙지도 ‘낙지’라는 단일종을 일컫습니다. 낙지는 하나인데 이를 가리키는 수많은 명칭을 정리하고, 올바른 섭취 방법까지 알아봅니다.

 

 

#. 낙지 이름 알아두기

- 세발낙지

다리가 세 개가 아닌 가늘 세(細) 자를 쓴 것으로 그해 봄에 태어난 어린 낙지를 말합니다. 아직은 다 자라지 못한 미숙 개체여서 다리가 가늘며,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입니다. 

- 뻘낙지
주로 뻘에 사는 낙지를 말합니다. 서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낙지는 대부분 뻘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바다로 나갑니다. 뻘에서 잡힌 낙지는 완전한 성체에 이르지 못한, 그래서 탕탕이로 먹기 좋은 크기가 많습니다. 

 

 

돌낙지 

- 돌낙지
암초 등 바위 무더기에 서식하는 낙지를 의미합니다. 앞서 설명한 뻘낙지보다 좀 더 자란 성체이며, 바다로 진출한 개체가 많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갯벌에 사는 낙지도 많으니까요. 다만, 동해안에서 잡히는 돌낙지는 서해 낙지와 유전적으로 다른 종이며, 이와 별개로 (종류를 떠나) 단순히 돌이나 바위틈에서 잡힌 낙지를 돌낙지로 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절낙지  

- 기절낙지 
산낙지를 민물(수돗물)에 박박 문질러 물리적인 충격과 화학적인 충격(해수 생물에 담수 주입)을 통해 기절시킨 것을 의미합니다. 기절한 낙지는 한동안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여덟 개 다리가 일자로 뻗습니다. 

 

산낙지 탕탕이와 달리 기절낙지는 육질이 부드러워 씹기 좋은 상태가 되는데 나트륨(간장, 소금)이 포함된 소스에 닿는 순간 전기적 신호로 신경을 자극해 다시 꿈틀거리게 하며 마치 산낙지를 입에 넣는 기분까지 더한 묘미가 무안에서 개발된 무안낙지이자 기절낙지입니다.  

 


- 무안낙지 
낙지의 주산지인 무안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조방낙지

- 조방낙지
조방낙지는 낙지의 한 종류가 아닌 지역에서 유래된 명칭입니다. 그 시초는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시작됩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있었던 조선방직 근방에는 단골인 조선방직 근무자를 비롯해 도시 근로자를 상대로 낙지볶음집이 줄줄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숙회 형태로 제공됐지만, 이후 양념을 해달라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매콤한 낙지볶음 형태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조방낙지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조방낙지는 부산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낙지이자, 전골 스타일로 조리된 일종의 요리 형식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 호롱낙지
전남 무안에서 비롯된 낙지 요리 중 하나입니다. 꼬챙이에 낙지를 돌돌 감은 뒤 양념을 발라 석쇠에 노릇하게 구운 것입니다. 낙지호롱구이라고도 합니다. 

- 꽃낙지
겨울을 앞둔 시점, 즉 가을 낙지가 맛이 뛰어나고 어민의 소득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서 붙은 말입니다. 

-묵은낙지
겨울잠을 자고 산란기에 이른 낙지를 말합니다. 낙지의 제철은 봄, 가을 두 차례인데 봄 낙지를 주로 묵은낙지라 부릅니다.

 

 

#. 세발낙지 남획의 문제점 
낙지는 다른 두족류와 마찬가지로 1년생 즉, 한해살이입니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죽습니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는 한두 달 만에 부쩍 성장하는데 그것이 바로 ‘세발낙지’입니다. 즉, 세발낙지는 어린 낙지로 봄, 가을 할 것 없이 인기가 있지만, 특히 여름이 오기 직전인 5~6월이면 소위 ‘한입거리’ 크기를 잡아다가 판매합니다. 그럴 때마다 과연 어린 낙지를 잡아다 판매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낙지 어획량은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는데 여기에는 일명 세발낙지라 불리는 어린 낙지의 남획도 주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세발낙지는 단지 작다는 이유로 낙지를 좋아하는 식도락가들에게는 선호 대상이었습니다. 몸집이 작고 다리는 얇아 씹기 좋고 부드러우며 한입에 씹어 삼키기에도 좋으니 인기 있는 스태미나 식품으로 주목받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식문화 행태를 부추기는 언론 및 TV 방송 프로그램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느껴 왔으며, 앞으로는 남획과 고갈, 식량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가는 방향으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6.20~7.31일까지 *금어기란 점입니다. 금어기가 있어서 지금껏 자원이 유지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역부족이라면 우리는 세발낙지를 먹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세발낙지를 아예 잡지도 말고 유통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어민들에게 크나큰 손실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세발낙지 잡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최소한 ‘한입 크기’, 또는 ‘한입거리’란 이름을 붙여 판매되는 아주 어린 개체만이라도 보호하고자 최소 포획금지 체장(또는 무게)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 지역별 낙지 금어기
- 경기도 : 6.20~7.20
- 충청도 6.1~6.30
- 전라도 6.21~7.20
- 경상도 6.16~7.31

 

 

연포탕

#. 낙지의 올바른 섭취 방법이 있다?
낙지는 무더운 여름을 나고 가을을 맞이하면서 부쩍 성장합니다. 이때는 월동을 준비하고자 갯벌에서 많은 영양분을 축적합니다. 맛도 이때가 가장 빼어난데 바로 이 점이 가을 낙지가 제철인 이유입니다. 실제로 낙지는 예부터 보양음식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소도 번쩍 일으킬 만큼 스태미나 음식으로써의 효용성은 익히 인정받아 왔습니다. 

 

지방이 거의 없으며,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타우린이 많고,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서 조혈강장, 칼슘의 흡수와 분해를 돕습니다. 

 

 

조방낙지 전골

낙지의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포탕과 낙지전골, 그리고 이와 비슷한 스타일인 조방낙지입니다. 낙지를 넣고 끓인 육수에는 타우린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타우린 섭취에 용이합니다. 가장 좋지 못한 섭취 방법은 숙회입니다.

 

낙지를 삶아 살만 썰어 먹는 것은 국물에 녹아든 진짜배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다만, 낙지 삶은 육수를 다른 요리에 활용하거나, 함께 음용하면 낙지 한 마리를 오롯이 먹은 것과 다름없으니 이 또한 추천합니다. 

 

 

낙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사진은 낙지 해물찜
산낙지를 이용한 탕탕이

흔히 낙지 하면 ‘산낙지’ 즉, ‘탕탕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탕탕이는 작은 낙지라야 식감이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작은 낙지를 찾게 된다면, 결국 세발낙지의 수요가 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식문화는 낙지 자원 보존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기절낙지

차라리 탕탕이(낙지를 회로 먹는 음식)를 반드시 살아있는 낙지로만 할 것이 아닌, 다소 크기가 크고 투박하더라도 기절낙지를 만들면 식감이 야들야들해지기 때문에 산낙지를 이용한 탕탕이도 다양성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막걸리식초와 고춧가루 양파와 배즙 매실청, 간장과 소금을 이용한 특제소스  

기절낙지는 낙지 크기와 상관 없이 부드럽기 때문에 굳이 입 천정에 달라붙는 묘미만 포기할 수 있다면, 기절낙지에 양념소스를 더한 형태로 취향것 선택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굳이 어린 낙지를 고집할 이유도 없어지면서, 어중간한 크기의 질긴 탕탕이가 식상한 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기절낙지 ‘회’가 될 것입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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