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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째(세꼬시) 생선회, 아무거나 썰면 안돼! 맛있어지는 필요 충분 조건에 관하여(1부)

 

뼈째(세꼬시) 생선회, 아무거나 썰면 안돼! 맛있어지는 필요 충분 조건에 관하여(1부)

흔히 ‘세꼬시’로 알려진 ‘빼째회’는 예부터 주당들의 인기 안주이자 제철 별미였습니다. 뼈째 썰다 보니 까슬까슬 입에 걸리는 가시 느낌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거친 식감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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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1. 남해 전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듯 가을에는 여느 철보다 지방 함량이 높은 전어가 철을 맞이합니다. 금어기인 5.1~7.15일을 지나면서 여름 전어가 잡히기 시작. 9월과 추석을 거치면서 어른 손바닥 크기로 자라게 됩니다. 때문에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고 소비되는 시즌은 8월 중순경부터 10월 초순까지로 이 시기 전어는 몸길이 15cm 전후로 뼈째 썰어먹기 좋은 크기가 됩니다.

 

 

전어는 대게 이 방향으로 썰었을 때 씹힘이 좋다
뼈를 끊는 방향으로 써는게 포인트
가을에 별미인 전어 뼈째회

다른 뼈째회도 그렇지만 전어를 뼈째 썰 때도 가시를 끊어내는 방향으로 썰어냅니다. 아무렇게나썰어내면 맛이 반감되는데요. 가시 방향과 나란히 썰 경우 그 가시가 온전히 입에 씹히면서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맛의 감흥을 떨어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뼈째회는 가시를 끊어주는 방향으로 썰어야 하며, 입에 넣을 때 적당히 씹히면서 위화감이 적고, 꼬득꼬득한 식감에 고소한 뼈맛이 더해집니다. 뼈째회는 식감이 강해 각종 쌈채에 쌈장과 마늘, 고추 등을 곁들이는 회 쌈 문화와도 곧잘 어울립니다.

 

 

뼈 없이 길게 썬 것도 별미다

전어라고 무조건 뼈째회가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10월을 넘기면 훌쩍 자란 전어(일명 떡전어)가 20cm를 넘기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뼈째회보단 다른 생선처럼 포를 떠서 길쭉하게 썰어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해산 전어

추가로 전어는 산지별 맛 차이가 제법 나는 생선입니다. 동해 중부 이남부터 부산까지는 오히려 봄에 어린 전어가 많이 잡히는데 3~4월에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어린 전어떼가 들어오므로 일부 투망꾼들이 전어 사냥에 나서며, 5월 이후 금어기를 거쳐 8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시즌을 맞이합니다.

 

맛이 좋다고 미식가들로부터 호평받는 산지는 진해만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이며, 그 다음으로 서해산이 선호됩니다. 전어로 유명한 축제는 부산 명지시장의 전어 축제가, 서해안에서는 충남 홍원항을 비롯해 보령 일대에서 전어 축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동해산 가자미들

2. 동해 가자미
겨울부터 봄 사이 제철을 맞는 가자미. 이중 몇몇 종류는 뼈째 썰어먹는 횟감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일명 ‘가자미 세꼬시’로 유명한 대표적인 어종이라면 강원도의 참가자미, 경상북도의 용가자미, 그리고 겨울에 뼈가 연해 뼈째 썰어야 제맛을 느끼는 줄가자미, 3~4월 덜 자란 것을 뼈째 썰어먹는 문치가자미, 가성비 좋고 맛도 좋은 기름가자미가 그것입니다.

 

 

참가자미

1) 강원도 참가자미
앞서 거론한 가자미과 어류 중 평균 크기가 가장 작은 참가자미는 주로 속초일대를 비롯해 강릉, 삼척, 포항에 이르기까지 동해안 전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가자미입니다. 표준명은 참가자미지만, 지역에 따라 노랑가자미, 노랭이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유는 뒤집었을 때 배에 노란 띠가 선명하기 때문인데요.

 

어른 손바닥만한 것은 뼈째 썰어 먹거나 혹은 물회로 이용됩니다. 제철은 겨울에도 잡히지만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돼 여름 내내 이어집니다. 맛은 용가자미와 쌍벽을 이룰 만큼 맛이 좋지만, 용가자미와 제철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습니다. 작지만 씹을수록 달큰하면서 꼬슬꼬슬하게 씹히는 회 맛이 일품입니다.

 

 

용가자미

2) 경북의 용가자미
용가자미의 최대 산지는 경주, 감포 일대로 이 지역은 예부터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불렀기 때문에 혼동할 염려가 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어구가자미라 불리며, 말린 것은 지역명칭을 따서 속초가자미나 포항가자미, 아구다리 정도로 불립니다.

 

 

용가자미회(현지에선 참가자미회라 부른다)

 

 

 

용가자미 물회

부산을 비롯해 경상남북도에서 참가자미회를 주문해 먹는다면 대부분 용가자미가 나오니 이점은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용가자미는 겨울에서 봄 사이 제철 횟감으로 이용되며, 적당한 크기를 뼈째 썰어 마치 붕장어처럼 포슬포슬하게 해서 먹거나 물회 재료로 쓰입니다. 맛은 지방기가 적으면서 포슬포슬 씹히는 식감이 좋아 쌈채와 쌈장과 함께 곁들이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줄가자미
줄가자미회가 완성되는 순간

3) 삼천포의 줄가자미
흔히 ‘이시가리’란 이름으로 취급되며, 동해 고성에서 포항, 부산을 거쳐 남해안 전지역에서 잡히는 등 꽤 광범위한 서식지를 가집니다. 주요 산지는 속초에서 포항 사이, 특히 남해 삼천포 산이 유명합니다. 내륙 지방에서는 특이하게도 대구가 줄가자미 회로 유명합니다.

 

대구는 동해와 남해 모두 접근성이 좋아 신선한 활어를 공수하기에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대구에 줄가자미 전문점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철은 겨울에서 3월까지인데 이 시기 뼈가 연해 뼈째회로 즐기며, 5월 이후에는 뼈가 단단해 포 떠서 먹곤 합니다.

 

한국에선 다금바리와 견줄 만큼 값비싼 생선회이며, 썰고 남은 뼈뭉치나 부산물도 버리지 않고 다져서 뼈다짐쌈이나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이는데 그 맛이 독특합니다.

 

 

줄가자미 뼈째회 단면

뼈째 썰면 방향에 따라 특유의 뽁뽁이 모양이 나타나며, 심해성 가자미의 지방질이 붉게 나타나면서 독특한 향과 식감을 선사하기로 유명합니다. 줄가자미 자체도 기름기가 많으면서 연골뼈가 상상되는 뼈 식감에 즙의 맛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집니다.

 

 

써는 방식을 달리한 두 가지 줄가자미 회

써는 방향에 따라 뼈 식감을 살릴수도, 반대로 즙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칼질에 따라 변화무쌍한 맛을 즐기는 고급 생선회라 할 수 있습니다.

 

 

문치가자미

4) 통영의 문치가자미
3~4월은 도다리가 맛이 좋은 철로 알려졌지만, 이 시기에는 도다리의 살이 완전히 차지 않아 쑥국으로 즐기곤 합니다. 즉, 3~4월에 나는 해쑥은 줄기가 여리고 향이 강해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토속 음식으로 발전한 것.

 

 

표준명 도다리(방언 담배도다리)

참고로 남해안 일대에서 취급하는 도다리는 표준명 문치가자미입니다. 표준명 도다리가 따로 있지만 개체수와 유통량이 적어 현지에서는 ‘담배도다리’란 말로 별도 취급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씨알의 문치가자미는 뼈째회로 이용된다
봄 도다리회

문치가자미는 참도다리로 통용, 큰 것은 쑥국에 활용되고 작은 것은 뼈째 썰어 이용됩니다. 그러다가 5월 이후에는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서 뼈가 억세지기에 뼈째회보다는 통으로 포 떠서 썰어먹는 회나 탕감으로 이용됩니다.

 

 

기름가자미(일명 미주구리)

5) 기름가자미
강원도 고성에서 포항에 이르는 등 동해 전지역에서 볼 수 있는 가자미과 어류입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가자미보다 풍족한 어족자원을 자랑하는데요. 일부는 건어물로, 일부는 활어 횟감으로, 일부는 가자미식해로도 이용됩니다. 기름가자미를 현지에서는 물가자미 또는 미주구리로 잘못 불려지니 이점은 혼동하지 않아야 하며, 여기서 물가자미는 따로 있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살아있는 기름가자미
기름가자미회

속초 부근의 인접한 시장이나 포구에선 기름가자미를 서비스나 모둠회에 껴서 파는데 뼈가 약해 잘 씹히며, 감칠맛이 좋은 횟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저렴해 동해에서 챙겨먹어야 할 가성비 횟감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제철은 겨울에서 봄 사이지만, 먼바다 깊은 수심대에 일년 내내 잡히니 언제든 맛볼 수 있는 횟감이기도 합니다.

 

※ 다음 편 계속!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tvN <난리났네 난리났어>,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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