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에세이 #3
    낚시하던 중 반 강제로 여자친구집에 불려갔던 날


    제가 낚시를 처음 접했던 2003년 여름,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낚시하던 중 사귄지 100일도 안된 여자친구네 집으로 불려가야만 했던 날이였습니다.




    '낚시와 동거한지 7년, 그 첫만남'

    제가 낚시를 처음 접하던 7년전..
    저의 첫 낚시경험은 바다가 아닌 민물에서 붕어낚시였어요.
    신입사원이였던 저는 회사에서 아유회를 따라 송추의 유원지로 가게 됩니다.




    당시에 저의 주된 취미는 다름아닌 '드럼' 
    그런데 회사사람들은 취미가 낚시였고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이때는 '낚시'란 나이드신 분들이 할일이 없을때 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취미라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방갈로 위에서 낚시하는 내내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맘에 든점은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놀 수 있다는 정도.





    그렇게 지루한 시간이 흐르다가 드디어 일행이 붕어를 잡았어요. 그후론 저도 얼떨결에 손바닥만한 떡붕어를
    두마리 잡았는데 별다른 감흥은 없었답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고 앞으로 두시간만 더 하다가 집에
    가기로 하던 찰나 전화가 왔어요. 이제 막 100일도 안사귄 여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낚시는 잘 되가?" 하면서 잠시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옆에 형부가 자꾸 바꿔달래. 잠깐만.."
    저는 여자친구의 가족들과는 뵌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본적도 없었기에 순간 긴장을 하였습니다.

     여친형부 : 음.. 자네가 우리 처제의 남자친군가?
     나 : 넵 맞습니다. 
     여친형부 : 지금 위치가 어디인가?
     나 : 네? 아.. 저기 지금 여기가 송추근방에 있는데요.
     여친형부 : 자네 정말 울 처제가 좋아서 사귀는감?
     나 : 아..그럼요 ^^; 
     여친형부 : 그럼 자네가 울 처제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열가지만 말해보게.
     나 : 네? 아..그게.. 

    저는 긴장도 했고 순간 당황한 나머지 서너가지 얘기하다 더 이상 말을 못 이었습니다.

     여친형부 : 그게 단가? 지금 여기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는데 우리가 술한잔 중이거든
                     그런데 다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네.
     나 : 네?
     여친형부 : 그니깐 말야 가능하면 지금 올 수 있겠니?
     나 : 아..지금 회사사람들이랑 낚시중이라서요.
     여친형부 : 그래 알고 있어. 근데 이제 날도 저물었고 곧 있으면 가야 한다며? 조금 일찍 나올 수 있잖아.
     나 : 아..그게 (어버버버버)
     여친형부 : 내가 5분 뒤에 전화할테니 잘 생각해봐. 근데 아마 오는게 좋을꺼야 
                    지금 울 처제도 자네 얼굴이 보고 싶댔어
                    여기 부모님들도 자네얼굴이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말야. 5분후에 전화할테니 결정해놔.





    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아직은 신입이라 회사에다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기도 참 그런 상황인데
    게다가 여친의 집은 경기도 포천인데 이 어두컴컴한 밤에 송추에서 포천으로 갈 교통수단이라곤
    택시 하나뿐이였어요.
    근데 택시를 잡기도 어려울뿐더러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도 가늠하기 힘든상황이였습니다.
    만약 다시 전화가 온다면 지금의 상황을 잘 얘기해서 어쨌든 공손하게 거절을 해야할거 같았지요.
    그리고 때마침 전화벨이 울립니다.

     여친형부 : 그래 결정은 했어?  왜? 택시비가 걱정되? 그건 내가 내줄테니 걱정하지마
     나 : 그런데요 지금 상황이..
     여친형부 : 자네 군대 갔다왔나?
     나 : 네 다녀왔습니만..
     여친형부 : 그럼 위치로!
     뚝~! 뚜-뚜-뚜-뚜-

    결국 저는 회사사람들에게 지금의 사정을 얘기했더니 다들 웃으면서 빨리 가보라고 합니다. 
    인적이 드물고 어두컴컴한 도로에서 택시를 잡는데 1분에 서너대 정도 다니는 국도에 과연 택시가 잡힐런지 의문이더군요.
    그런데 희한하더군요.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은지 딱 5분 정도 서 있었는데 어둠의 길에서 환한 불빛을 헤치며 오는 택시에
    분명히 "빈차"라고 씌여져 있는게 아닙니까?  저는 일단 탔습니다.
    "포천으로 가주세요"라고 말하자 황당해 하시는 택시기사
    "지금 시간에 여기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단 말예요?"라며 아저씨는 정말 운이 좋다고 하십니다.
    어쨌든 1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여자친구의 동네... 택시문을 열고 나오자 여자친구와 여친의 형부가 마중나와 있더라구요.
    요금은 딱 오만원 나왔는데 계산해주더라구요. 그리곤 숨죽이며 따라갔습니다.
    마침 가족들이 다 모여 있었고 다들 술한잔 얼큰하게 하셨더라구요.
    100일도 안사귄 남친이 등장하자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벌어졌고, 잔뜩 긴장한 저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앉아 술잔만 받아 홀짝홀짝 마시다가 그 날은 여친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갔습니다.
    중간에 무슨 얘기들이 오갔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기억도 안납니다.




    첫해의 크리스마스 파티, 손수 만든 스테이크로 분위기 확 잡았습니다.^^;

    어쨌든 저의 첫 낚시경험은 이상하게 흘러흘러 급작스러운 여친가족과의 상견례로 마무리 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그 해 크리스마스는 따듯하게 보낼 수가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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