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 에세이 #7
    내가 낚시를 하면서 가장 후회될 때


    이제 바다낚시 8년차인 입질의 추억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금도 취미이고 앞으로도 취미로 남을 것입니다. 낚시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건
    낚시점을 운영하거나 배를 몰지 않은 이상 힘들다는걸 알고 또 이것이 "업"이되면 그때부터 낚시는
    재밌지 않고 고달프게 될테니깐요.
    그런데 낚시 인생 8년중 5년을 서해권 방파제로 다니고 최근 3년은 남해권 갯바위로 다녔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고기는 잘 잡지 못해도 방파제에서 낚시했을때의 낭만을 요즘엔 못느끼는거 같아요.
    그것은 갯바위 낚시에선 느낄 수 없는 방파제 낚시만의 매력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방파제에서의 즐거운 한때 (모델은 동생커플)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돗자리를 깔고 소풍온 기분을 말이죠. 갯바위에선 소풍을 허락치 않습니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위험하기도 하고, 파도가 넘실거릴 때마다 위협을 느끼며, 특히 아내와 함께 갯바위 낚시를 갈때면 화장실 문제가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지금이야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서 별 문제는 안됩니다만..
    방파제 낚시는 화장실 가고 싶을때 갔다오면 되고 낚시하다 고기 한마리 잡으면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르며 구경도 해주구요 ^^;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유와 낭만이 있었던 이유는



    오래전 동생커플의 발랄깜찍샷 (초상권 문제는 없습니다. ^^;)

    "먹는 재미"
    방파제에서 배달 자장면 시켜서 드셔본적 있으세요? ^^ 
    짠기나는 바닷바람의 향을 맡으며 먹는 자장면 한그릇은 참 맛있더랍니다. 그리고나서 낚시 좀 하다가 해가 지면 준비해온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입니다. 만약 잡은 고기가 있으면 라면에 풍덩~ 그야말로 매운탕 라면에 삼겹살 상추에 넣고 고이접어 나빌레라~




    갯바위 도시락

    반면 갯바위 낚시에서 제공하는 5000원 짜리 도시락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ㅠㅠ
    하지만 방파제에서 그렇게 숱한 꽝을 치면서도 사람이 어느순간부터 욕심이 나더랍니다.
    꽝치는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낚시 방송을 보면 감성돔이니 참돔이니 엄청 큰것들만 잡아다가 번쩍 들어서 촬영하구요.
    그러다보니 저도 눈만 높아졌고 그놈의 감성돔 손맛이 뭔지 한번 느껴보고 싶어 갯바위 낚시를 다니게 되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갯바위 낚시만큼 피곤한 낚시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낚시 자체가 참 피곤하다" 라는 기분이랄까요

    여기 낚시꾼들은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새벽 3시부터 낚시배에 올라타서 저렇게 새우잠을 자면서 1~2시간을 타고가는데 저중엔
    여성분도 계시더군요. 저도 아내를 데리고 낚시를 하지만 꾼들 사이에 부대껴서 누워가게 하고 싶진 않더군요.
    더군다나 낚시배 안에서의 모습들을 보면 가끔 짜증이 밀려올 때가 있는데 그것이 뭐냐면..
    조금만 늦게 탑승해도 저렇게 다들 누워버리니 나머지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선실에 들어가질 못합니다. 저 분들이 눕지말고 그저
    앉아서만 가줘도 대여섯명은 더 들어갈 수 있는데 말예요. 배는 달리고 있고 밖에는 바람과 파도가 막 치는데 선실에 들어가서 제대로 
    앉아보지도 못하고 한두시간을 이러고 가야하니 몸에서 막 어혈이 뭉치는듯 합니다.
    대충 구석에다가 꾸부정하게 앉아서 서로 기대고 가는 겁니다. 
    이런 현상이 왜 자꾸 생기는걸까요? 혹시 정원초과였던 것일까요?
    여기에 또 한가지..

    "선실에서 담배피는 분들"

    담배피우고 싶으면 좀 나가서 피우시지..
    비흡연자들도 생각 좀 해주세요. 더군다나 여성분들도 계신데..




    새벽에 갯바위 하선중

    새벽 4~5시가 되면 갯바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제부턴 그야말로 포인트 전쟁입니다.
    호명하면 갯바위에 내려야하는데 만약 포인트가 맘에 안들게되면 서로 안나가고 눈치만 볼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맘에 안들어 눈치만 보다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미루다보니 젤 마지막에 내린적도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내려보니 차라리 아까 부를때 내릴껄 하고 후회를 합니다.

    또 가끔은 부아아앙~~! 하고 다른 낚시배가 먼저 섬을 돌면서 두명씩 내려줘야 할 포인트를 한명씩만 내려주면서 자리찜을 합니다.
    포인트 선수치는데는 선수인가 봅니다. 갯바위낚시를 하면서 느낀거 하나는

    "달밤에 이게 뭐하는 짓인교~"





    위의 사진..좋게 말하면 생동감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좀 자극적이죠?
    사진찍는데 하도 펄떡거려서 저도 모르게 표정에서 본능을 숨길 수가 없었답니다. ^^;
    사진에 나온 어종은 "쥐노래미" 인데 우리가 동네 횟집에서 놀래미라고 파는 흔한 횟감이랍니다.

    그런데 이 노래미를 잡으면 챙겨가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잡자마자 놔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낚시어종마다 대하는 의식" 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가령 이제 낚시에 입문한지 3개월차에 막 재미가 붙었을 때 저렇게 씨알이 준수한 노래미를 낚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좋다고 챙겨갔을거예요. 집으로 가져가서 노래미 양념구이도 해먹고 매운탕도 끓여먹고..
    노래미 살 자체가 보슬보슬하니 매운탕감으로 아주 좋잖아요.
    그런데 낚시 8년차인 제가 노래미를 잡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바로 위의 사진과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걍 웃자고 하는 말이구요. ^^;
    저 역시 노래미라도 씨알이 굵으면 좋아합니다. 여름에서 가을사이엔 회를 떠먹기가 좀 깨름직하지만 저 정도 씨알만되어도
    나름 앙탈을 부리며 올라오기 때문에 손맛도 괜찮구요. 무엇보다 우리 어머니께서 좋아하십니다. 노래미로 조림을 해묵으면 아주 맛납니다.




    물칸에 버려진 생명들

    하지만 베테랑 낚시꾼들에게 노래미는 대상어가 아닌 그저 잡어일 뿐 입니다.
    게중엔 천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일부 낚시꾼의 얘기지만 감성돔인줄 알았다가 노래미가 올라오니 괜한 화풀이를 하며 갯바위에다 대고
    패대기를 치시던데 그러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상어가 아니더라도 귀한 생명입니다. 또 먹지 않을꺼면 바다로 돌려보내야 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낚시란게 자기가 원하는 대상어를 잡는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이미 얽매이는 낚시를 하고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제가 처음 갯바위 낚시를 하면서 적응이 안되었던건 다들 대상어종을 잡는데에만 혈안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낚시란게 원래 자연을 상대로 즐기는게 아니겠어요. 자연을 상대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이잖아요.





    "오늘의 대상어는 감성돔"

    감성돔 물론 좋습니다. 손맛 좋고 입맛도 좋은 고기에다가 어체가 아름다워 눈맛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성돔이야말로
    눈맛, 손맛, 입맛까지 3대 맛을 모두 충족시키는 고기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감성돔만 고기고 나머지는 감성돔을 잡는데 방해만 된다고 
    치부하고 함부로 대한다면 자연을 상대로 어리광섞인 짜증이지 아닐까 싶어요.
    감성돔 잡을땐 노래미가 곧잘 올라오고 돌돔을 잡을땐 맛없는 혹돔이 올라오기도 하고, 벵에돔 낚시를 할때면 자리돔이 방해를 하겠지만
    알고보면 같은 물에서 노는 얘덜이니 그런게 아니겠어요. 자연에 섭리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잡어가 올라와도 너스레 웃으면서 바다로
    돌려보내줄 수 있는 미덕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런말도 있잖아요.

    "낚아내는 손맛, 놓아주는 미덕"

    그래도 갯바위 낚시가 중독성이 깊은 이유는 "고급어종"과 함께 언제나 "대물" 에 대한 유혹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직 이렇다할 큰 성과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앞으로의 낚시가 더 기대되는건 아닌가 싶어요.
    이것참.. 낚시가 주는 매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Posted by ★입질의추억★
    :

    카테고리

    전체보기 (3974)
    유튜브(입질의추억tv) (583)
    수산물 (635)
    조행기 (486)
    낚시팁 (322)
    꾼의 레시피 (238)
    생활 정보 (743)
    여행 (426)
    월간지 칼럼 (484)
    모집 공고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03-29 08:44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