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여행] 나리분지의 삼나물과 통구미 거북바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술 얻어먹은 사연


     

    나리분지의 섬더덕밭
    울릉도를 여행하다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를 적어봅니다.
    이곳은 울릉도 유일의 평지인 나리분지.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생성된 화구원으로 고종때 약 500여명의 개척민들이 들어와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몇 가구 안되지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울릉도 방문을 낚시에 목적을 두고 왔기에 나리분지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현지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선 개인적으론 오기 힘들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낚시일정 때문에 만나게 된 현지 가이드께서 저희부부에게
    무료로 울릉도 버스투어를 시켜주었습니다. 1인 16,000원 가량 하는 관광상품인데 생각도 못했던 울릉도 일주 투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나리분지에 도착했습니다.



    인형을 갖고 노는 나리분지의 애완견

    기침과 가래에 효과가 좋은 마가목 열매


    나리분지에 오면 꼭 맛봐야 할 별미가 있습니다.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나리분지에서 주어진 시간은 고작 25분!
    그 시간안에 화장실에서 일도 보고 맛보고 싶은 별미도 얼른 사드셔야 합니다.


    이곳에 오면 대부분 시켜 드시는 메뉴가 있는데 씨앗동동주(씨껍데기술)와 울릉도 특산물인 삼나물 무침회입니다.
    저도 말로만 듣다 이 먼곳까지 왔는데 맛을 안보고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부부.. 메뉴판을 보고선 급좌절입니다.
    씨앗동동주 + 삼나물 무침회가 25,000원

    문제는 화장실 다녀오고 사진 몇 장 찍었을 뿐인데 벌써 10분이 흘렀습니다. 
    남은 시간은 겨우 15분..
    우리 둘이서 25,000원 주고 15분안에 말도 없이 먹어치워야 한다 생각하니 약간 억울합니다. 
    아무리 촬영을 위해서라지만 좀 그렇잖아요. ^^;
    그렇다고 이 먼곳까지 왔는데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별미를 그냥 지나치기도 그렇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니 꽤나 애간장을 태웁니다. 
    "먹을까? 말까?"

    그렇게 망설이고 서 있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납니다.
    뒤돌아보니 중년부부 한쌍이 우릴보고 손짓합니다.
    "이봐요. 거기 젋은 부부"
    "네? 저희요?"
    "그래요..이리와서 함께 들어요"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거 같은데..망설이고 있었죠?"
    "앗... 그걸 어떻게 ^^;"
    "실은 우리도 둘밖에 없다보니 고민 좀 했거든요"
    "아 그렇군요"
    "괜찮다면 이리와서 함께 들어요. 어차피 양이 많아 둘이선 다 못먹으니 부담갖지 마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생각할 틈도 없이 얼떨결에 앉아버린 우리 부부.
    잠시 뻘쭘하게 있다 얼굴도 모르는 낮선 사람에게서 술잔을 받습니다.
    첨엔 어디서 오셨냐~부터 시작해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더니 결혼기념일로 여행오셨다는 부부.
    어제 조그마한 포구에서 낚시를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낚시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도는 입질의 추억. ^^;
    짧은 시간이였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술잔을 나누면서 훈훈함을 느꼈던 10분이였습니다.


    ;
    얼떨결에 얻어 먹게 된 씨껍데기 술

    흡사 닭고기 맛이 난다는 삼나물, 소문대로 씹는 질감이 독특했다.

    약간 시큼했지만 맛있었던 씨껍데기 술

    식당 앞엔 시원한 약숫물이 나왔는데 물이 나오는 투입구가 재밌습니다.
    "오줌 줄기가 약해..기력 보충해야겠네"
    함께 술잔을 들었던 어르신께서 장난끼 있는 농담을 던집니다. ㅋㅋ


    통구미의 낚시풍경
    돌아오는 길에 통구미에 잠시 들렀습니다.
    가족끼리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은 언제봐도 정겨워요.
    둘러보는 동안 고기를 낚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작은 우유각에는 손가락만한 놀래기가 있었습니다.
    좀 더 큰 물고기가 낚이면 좋으련만 그래도 아이들이 낚시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이렇게 낚시하는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낚시대를 꺼내 드리우고픕니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울릉도, 통구미 거북바위 앞에서

    이따금 우리들은 삶이 주는 혜택을 당연시하게 여긴채 불평불만으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지는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한다곤 하지만 실은 똑같은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일상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떠지는 눈 억지로 떠서 일어나야 했고, 그렇게 만원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업무시간에 상사에게 불려가서 싫은 소리 듣고..
    생각할수록 힘만 빠지는 일들의 연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다람쥐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24시간들이 우릴 지치게 만들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여행과 취미생활이 가져다 주는 행복이 극대화 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낚시를 좋아하다보니 서울을 벗어나 섬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 여러번 했습니다.
    그런데요. 섬으로 이사가서 하고 싶은 낚시나 실컷 하면서 살면 정말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라구요.
    아마도 생각만큼 매력적이진 않을겁니다. 일상속에서 가끔씩 해주는게 정말 재밌잖아요. ^^

    요즘들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닥 많지 않다는걸 세삼 알게 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런지 모르지만 생각치도 못했던 일정으로 인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술잔을 나누었던 좋은 기억.
    그리고 낚시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도움받게 된 여러사람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제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는 분들까지..
    얼굴은 몰라도 그 분들이 있기에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씩 해왔던거 같습니다.

    "제 블방에 오시는 모든 분들, 오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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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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