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주관적이지 않다.


 

 

면부터 맛보고

 

양념을 비벼서 먹다가

 

찬 육수에 훌훌 말아서 마무리

 

깔끔한 양념통은 그집 위생관념의 척도이다

 

내 앞에 놓인 100% 순면 메밀 막국수. 먼저 양념장을 옆으로 밀고 순면부터 맛보다가 양념을 비벼 먹는다. 70% 정도 먹었을 때 찬 육수를 부어 훌훌 말아먹는다. 누구는 식초와 겨자를 타고 누구는 설탕까지 넣어서 먹지만, 막국수 한 그릇으로 즐기는 세 가지 코스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또 다른 형태의 취향이기도 하다.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는 음식인 만큼 양념통의 청결도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식당에 갈 때 양념통의 주입구가 얼마나 깨끗한지를 보는데 이 집은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 싶을 만큼 완벽하다. 손님이 음식을 시키자 그제야 내어주는 양념통에서 평상시 청결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 것이다.


그나저나 처가식구들과 함께 대가족 단위로 왔는데 이 음식에 만족한 사람은 나뿐이다. 면발이 쫄깃하지 않아서, 새콤달콤하지 않아서, 심지어 조미료 육수 대신 면수가 나와서, 다 먹기는 했는데 맛은 별로여서 다신 가지 말자는 처가 식구들의 의견에 나는 그저 침묵했다. "그래 맛은 주관적인 것이라고들 하지". 그러나 이 한마디로 좋은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정성과 노고가 빛바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가령, 순면을 만들고자 직접 빻아 면을 뽑는 정성은 주관적 입맛 앞에서 부질없게 된다. 그래서 "맛이란 주관적이다."란 말은 식재료가 갖춰야 할 맛의 기준과 그 음식이 지켜나가야 할 특색을 무의미하게 한다. 주관적이란 표현 하나로 맛의 옳고 그름을 손쉽게 정의하려 들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맛의 옳고 그름은 해당 식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과 향이라는 객관적 사실 앞에 판가름난다. 온갖 향신료로 뒤범벅된 음식이라면, 향신료가 주는 맛이 포인트이면 된다. 이 막국수는 식구들에게 익숙지 않은 맛일 뿐 맛없는 음식이 결코 아니다. 이 말을 글로 설명하기는 쉬운데 막상 말로 풀어서 설명하자니 참 어렵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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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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