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최대한 살려두는 것. 낚시인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을 것입니다. 특별히 '캐치 앤 릴리즈'를 하지 않는다면, 바다낚시는 민물낚시와 달리 생선회로 즐기고 반찬감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낚시하는 시간 동안 생선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알아보자. 

 

부력망은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 살려둔다는 장점이 있다

 

#. 방금 낚은 싱싱한 물고기, 아직 낚시가 끝나지 않았는데 보관방법은? 
1. 부력망
생활 낚시꾼이라면 저마다 부력망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낚시 입문하고 처음 몇 년 동안은 부력망을 선호했는데요. 부력망의 최대 장점은 잡은 고기를 '활어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횟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집까지 살려서 가져가지는 못하더라도 낚시를 마치고 기본적인 전처리(횟감 처리를 위한 피와 내장 제거)를 하게 될 때까지 만이라도 살려 둔다면,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 살려 두는 것이므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부력망의 최대 단점은 부실한 내구성이다

그렇다고 부력망이 마냥 최선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내구성입니다. 사진에 보시다시피 부력망은 거친 필드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찢기고 파손됩니다. 때문에 저는 부력망에 케이블 타이를 여러 번 매는 튜닝으로 내구성을 보완하곤 했습니다. 부력망을 쓰면 불리한 상황, 어떤 상황일까요?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케이블 타이를 여러 번 묶기도 한다.

1) 포말 및 너울파도가 치는 험한 갯바위
2) 따개비나 거북손 같은 부착생물이 많이 붙은 갯바위
3) 벵에돔, 학공치, 또는 등푸른생선 같은 마릿수 낚시
4) 수달 출몰 지역

1)번은 부력망이 특별히 훼손되지는 않지만, 그 안에 가두어진 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순간적으로 2~3m씩 오르락 내리는 너울에 고기의 맥이 빠지고 지치죠. 당연히 횟감으로 가져가기에도 불리합니다. 

 

2)번은 낚시를 마치고 부력망을 끌어올릴 때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습니다. 갯바위에 붙은 부착생물로 인해 망이 찢기거나 훼손되기도 합니다. 

 

3)번은 고기를 낚을 때마다 부력망을 끌어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마릿수 낚시에서는  부력망보다 아래에 소개하는 살림통(라이브웰) + 기포기 조합이 낫습니다. 

 

4)번처럼 수달 출몰 지역이 있다. 주로 경남과 전남 일부 도서 지역 갯바위인데 잘 모르고 부력망을 띄웠다간, 어렵게 잡은 고기를 모두 수달에게 헌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부력망을 썼을 때 효율적인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감성돔같이 마릿수 낚시가 아닐 때
2) 환경 적응력이 좋은 락피쉬(우럭) 낚시
3) 방파제 석축 및 테트라포드 낚시
4) 바다가 잔잔한 내만권 갯바위 낚시

 

 

라이브웰의 장점 하나, 사용자와 동선이 가까워 고기를 잡으면 속전속결 뒤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2. 라이브웰 살림통
주로 원도권 갯바위를 다니는 낚시인이라면 부력망보다 라이브웰을 가지고 다닐 것입니다. 라이브웰(살림통)은 말 그대로 물고기를 살려두는 물칸입니다. 제품에 따라 기포기를 한 대에서 두 대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낚싯대 꽂이와 수납공간 같은 부가적인 편의성도 갖춥니다.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와의 동선입니다. 앞서 소개한 부력망은 고기 잡을 때마다 밧줄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라이브웰은 늘 지척에 두고 있어 뒤처리가 빠르고 편리합니다. 

 

 

라이브웰의 장점 둘, 철수 후 도보나 차량 이동 시에도 계속해서 살려둘 수 있다는 점이다

포말이나 너울 파도의 영향도 받지 않으며, 기상 악화를 비롯해 파도 밭에서의 낚시에서도 고기 보관이 용이합니다. 또한, 철수 후 이동 시에도 일정 분량의 해수를 넣어 다닐 수 있어 집이나 숙소까지 살려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라이브웰을 이용해 가거도에서 서울까지 살려간 적도 있었는데요. 라이브웰을 이용할 때는 몇 가지 팁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포기

- 기포기에 맞는 해수 용량이 있으니 이에 맞는 적정 해수만 담는 것이 요령입니다. (해수를 많이 담으면 오히려 산소 부족으로 고기들이 죽을 수 있다.)
- 얼음 생수를 넣어줌으로써 여름에는 수온을 낮추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겨울에는 가사 상태에 빠트려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 품질 좋은 기포기 돌(산소를 발생시키는 장치)을 따로 장착하면, 기포를 좀 더 풍부하게 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활어로 공수해야 할 횟감용이 낚시 대상어라면 살림통이 유리합니다. 반면에 살림통도 단점이 있습니다. 

1) 가격이 비싸다.
시중에 판매되는 라이브웰 살림통은 3~1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합니다. 부력망에 비하면 2~4배 이상의 가격이 지출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기포기를 한 대 값이 3~8만 원으로 추가 비용이 듭니다. 이중 지출을 피하면서 성능 좋은 기포기를 구입하려면 최소 5만 원 이상인 제품이 좋은데, 이 경우 라이브웰과 기포기 한 세트를 구매하는데 10만 원 이상 들어갑니다. 

2) 장시간 낚시에 취약하다.
여름~가을에는 낮 기온으로 인해 수온이 따듯해져서 고기들이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포기를 틀었는데도 고기들이 빌빌거린다면, 그것은 기포기 용량을 초과하는 해수가 담겼거나 혹은 고기가 너무 많이 담겼거나, 수온이 올랐거나 셋 중 하나입니다. 

 

보통은 수온이 오르는 경우로 인해 (덮개를 씌워주었다고 해도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막을 방도는 없습니다.) 고기들이 폐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빈번히 일어납니다. 이 경우는 중간중간 해수를 갈아주거나 얼음 생수를 하나 정도 띄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주로 돌돔 낚시에 사용되는 부력 꿰미

3. 부력 꿰미
부력 꿰미는 좀 전에 보았던 대물 광어, 대물 감성돔, 돌돔 등 많이 잡아야 3~5마리 조과가 예상되는 큰 대상어를 잡을 때 사용합니다. 꿰미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입으로 넣어 아가미로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턱에 구멍을 내어 관통하는 것입니다. 

 

아가미는 물고기의 호흡 기관이기에 그곳에 꿰미를 관통시키면 호흡을 방해하고 상처를 내기 때문에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부력 꿰미는 부력망과 비슷한 원리로 부력재를 이용해 바닷물에 띄우며, 철수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려둘 수 있습니다. 

 

다만, 부력망과 비슷한 단점이 있습니다. 너울 파도 같이 험한 필드 상황과 갯바위 부착생물로 인해 끌어올릴 때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라이브웰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딱 이 정도의 규모와 환경이 고기 보관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4. 갯바위 물칸
앞서 부력망과 라이브웰의 장단점을 소개하였지만, 이 둘의 장점이 모두 발휘되는 공간도 있습니다. 바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갯바위 물칸입니다. 다만, 이 경우는 완전히 고여있거나 오염된 물칸이 아닌, 지속적인 파도로 해수를 공급받거나 또는 물칸에 다양한 수생식물(해초나 이끼 등)이 자생해 산소 공급이 원활한 곳이라야 합니다. 

 

그랬을 때 갯바위 물칸은 부력망과 살림통의 장점을 합친 완벽한 공간이 됩니다. 철수 때까지 활어를 가장 싱싱하게 보관하기에는 이만한 공간도 없을 것입니다. 

 

 

선사에서 제공하는 망 형태의 개인 어창

5. 선상낚시에서 고기 보관법
광어나 돔 종류는 어창(바닷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선상 물칸)에 보관하는 것이 최선인데 한 배에 여럿이 탈 때는 자신이 잡은 고기를 식별하기가 어려워 보통은 케이블 타이로 표시하는 편입니다. 

 

 

갑오징어와 주꾸미는 잡은 즉시 쿨러로 직행하기도 하지만, 횟감을 염두해 철수 때까지 살려 두고 싶다면 선사에서 제공하는 망태기 형태의 개인 어창에 살려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선상낚시에서 주로 쓰는 살림통 형태의 개인 어창

망에 살려 두다가도 먹물을 빼야 하는 갑오징어의 경우는 <사진 7>과 같이 통에 담아 30분에서  1시간가량 담아서 먹물을 뺄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횟거리 장만을 염두한 두족류(무늬오징어, 갑오징어, 한치)는 잡은 즉시 오징어 신경 마비(이까시메)를 해서 쿨러에 보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쿨러를 사용, 이 경우 싱싱한 선어 횟감으로 가져올 수 있다.

6. 쿨러에 보관
한치와 갈치, 볼락, 열기, 우럭, 가자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어종을 선상낚시로 잡습니다. 이럴 때 쿨러만큼 편리한 방법도 없지만, 쿨러는 횟감용보다 반찬용으로 잡을 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꼭 선상이 아니더라도 학공치, 고등어, 임연수어 등 활어 공수가 어렵거나 오래 살지 못하는 어종을 낚을 때는 쿨러가 유리합니다.


#. 집까지 싱싱하게 가져가고 싶다면? 어떻게 운반하지?
반찬감이야 쿨러에 얼음을 충분히 넣어서 가져오면 되지만, 횟감용은 거리에 따라 어떻게 운송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1) 운송 거리가 3시간 이내라면
만약, 여러분이 살림통과 기포기를 가져왔고 집까지 3시간 이내 거리라면, 활어로 충분히 살려올 수 있습니다. 겨울~봄 사이는 기포기만으로 충분하며, 이때 바닷물은 자작할 만큼만 담아야 산소량이 충분해 물고기가 산소부족으로 폐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지요. 

 

반면에 한낮 기온이 오르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기포기만으로 살려오기 어렵습니다. 살림통을 운송하는 환경이 대부분 자가용 트렁크라면 더욱 수온 관리가 필요합니다. 좀 전에도 썼지만, 얼음 생수 한통을 준비해 바닷물에 담가 두면 수온도 유지되면서 물고기들에게도 쾌적한 환경이 제공되니 적극 추천합니다.

 

 

애초에 반찬감은 쿨러로 시작해 쿨러로 끝내는 방법이 좋다

2) 운송 거리가 3시간 이상이라면
운송거리가 길면 길수록 활어로 운송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가까스로 살려왔다고 해도 기진맥진한 활어가 맛있을 리 없지요. 기진맥진하거나 그렇게 고생하다 산소 부족으로 폐사하게 되면, 피도 제때 빼지 못할뿐더러 육이 금방 물러져 회 맛을 그르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집으로 살려갈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항에 도착하자마자 피를 빼서 쿨러에 담아오기를 권합니다. 여름에는 살에 고래회충이 박힐 수도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항에서 피를 뺄 때 내장까지 제거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비늘까지 치면 싱크대 개수대가 막힐 일도 없거니와 집에 비린내도 풍기지 않아서 일석이조입니다. 

쿨러에 횟감을 담을 때는 살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게 하되, 냉기 순환이 잘 돼야 합니다. 즉, 비닐에 밀봉된 얼음이라면 비닐을 뜯어 얼음을 부어주고, 생수통 얼음을 쓸 때는 1.5리터짜리 두 개는 넣어주는 것이 냉기 보존에 유리합니다. 

 

이때 횟감을 그대로 얼음에 노출시키면 나중에 얼음이 녹았을 때 횟감이 물에 닿으면서 수용성 맛 성분이 빠질 수 있으니 적당히 커다란 비닐(김장용 봉투도 좋다.)에 감싸는 것도 요령입니다. 

 

 

대마도에서 스티로폼으로 공수한 횟감용 선어

3)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
스티로폼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해외 원정 낚시에서 즐겨 쓰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4) 한겨울에 운송 팁
겨울에 운송은 그나마 덜 까다롭습니다. 저는 겨울에 굳이 쿨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요. 기온 자체가 낮으므로 트렁크에 넣었을 때 횟감이 물러질 염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한파로 인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면, 그 자체가 숙성 온도이기 때문에 별다른 쿨러도 얼음도 없이 깨끗이 씻은 밑밥통이나 라이브웰에 담아옵니다. 기온이 영상이면, 각얼음 하나 정도 넣어주고 지퍼를 닫아 최대한 냉기가 새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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