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긴장감과 힐링이 교차하는 겨울 갯바위 낚시

낚시를 모르는 이들은 ‘겨울에도 낚시를 가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낚시 마니아들에게 겨울은 놓쳐선 안 될 절호의 기회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평소보다 큰 씨알(사이즈)을 기대하면서 그로 인한 짜릿한 손맛까지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으면 대물 기록을 경신하기에 많은 낚시인이 겨울을 진정한 낚시의 계절이라며 입을 모읍니다. 그렇다면 겨울 바다낚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 겨울도 다 같은 겨울이 아니야
바다낚시에서 겨울은 우리가 체감하는 겨울과 조금 다릅니다. 바닷속 겨울은 수온이 대략 12도 이하로 내려갈 때를 의미하는데 그 시기가 우리가 체감하는 겨울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바닷속 계절은 늘 육지보다 2달가량 늦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다낚시에서 겨울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초겨울 제주 송악산에서 낚은 70cm급 부시리

1) 전반부
전반부는 12~1월인 두 달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해마다 절기에 따라 일주일에서 보름 이상 차이 나므로 정확한 시기는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이 시기는 수온이 15~12도 사이로 씨알이 부쩍 커지는 여러 대상어를 노릴 수 있고, 날만 잘 만나면 마릿수 조황도 올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삼한사온이 있었듯 지금도 한파가 지속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해가 솟고 날씨가 풀리는 날이 며칠 지속되기도 합니다. 겨울철 바다낚시는 바로 이때를 노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날,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 지방(포항부터 남해를 거쳐 여수, 완도에 이르기까지)에서 낚시하다 보면 아침에 입었던 두꺼운 점퍼를 벗어야 할 만큼 온화한 기후를 보이기도 합니다. 날 선정해서 간다면 더없이 좋은 낚시 여건을 접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2월 영등철 갯바위 풍경

2) 후반부
후반부는 2~3월인 두 달을 의미합니다. 절기상으로는 음력 대보름부터 한달 혹은 한 달 반 사이를 의미하는데요. 이 시기를 영등철 또는 어한기라 부릅니다. 어한기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고, 풍랑도 거세기 때문에 어부들은 그물이나 손질하며 쉬어 가는 시기라고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후반부에 속하는 3월에는 육지에 봄 소식이 들릴 때입니다. 3월 말이면 벚꽃 축제가 열리며 나들이객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하지만 바다낚시는 이 시기가 가장 힘들 때입니다.

 

좀 전에 말했듯 바다의 계절은 육지보다 2달 정도 늦어서, 2~3월이야말로 혹독한 바다의 겨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온은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거의 모든 어류의 활동성을 저하시킵니다. 입 앞에 미끼를 가져다 놓아도 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한 마리 걸면 기록을 경신할 만큼 대물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 때문에 낚시 마니아들은 기록 경신을 위해 일부러 영등철을 노리기도 합니다.

 

저는 솔직한 심정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특히, 초심자 분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환경이 될 수도 있거니와 단 한 마리의 생명체도 보지 못한 채 낚싯대를 접어야 할 확률이 70%는 족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장에서 말한 겨울 낚시는 대부분 전반부에서 끝내야 함을 미리 알립니다. 

 


#. 초심자가 하기에 좋은 겨울 어종 순위
그렇다면 ‘겨울이라야 가능한 버킷 리스트 손맛’은 뭐가 있을까요? 초심자가 공략하기에 쉬운 순서대로 나열해 보았습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빙어

1) 빙어
비록, 바다낚시는 아니지만, 겨울 하면 떠오르는 낚시가 빙어이고, 아이들도 하기에 좋아서 첫 순위로 꼽았습니다. 빙어 시즌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기, 강원도를 기준으로 이르면 12월 중순부터 1월까지 이어집니다.

 

빙어낚시는 크게 축제장에서 방류하는 방식과 자연 저수지에서 하는 방식이 있는데 조과를 원한다면 후자가 좋지만, 낚시 장비를 대여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전자가 좋습니다. 

 

 

쉽고 간단한 빙어 채비

채비는 빙어 전용 낚싯대에 빙어 전용 카드채비를 달아 쓰며, 바늘에는 양식 구더기 미끼를 꿰어 씁니다. 빙어에 관해선 조만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겨울에도 빠짐없이 출항하는 동해 선상낚시

2) 가자미
지금부터 봄까지 동해 속초, 강릉, 주문진, 공현진 일대에서는 가자미 선상낚시가 인기를 끕니다. 채비를 내리고 약간의 고패질만 하면 되니 초심자가 공략하기에도 어려움이 없는데요. 다만, 배낚시다 보니 멀미약을 챙겨드시길 권하며, 풍랑이 센 날은 출조를 삼갑니다. 

 

 

용가자미(어구가자미)

여기서 잡히는 가자미는 참가자미와 용가자미(어구가자미)인데 크기에서 유리한 용가자미를 주로 잡습니다. 낚싯대는 일반적인 우럭 선상대를 써도 좋습니다. 

 

릴은 수심 낮은 곳은 스피닝릴과 장구통 릴, 수심 깊은 곳은 전동릴을 씁니다. 채비는 바늘 여러 개 달린 가자미 전용 카드 채비를 달고 미끼는 갯지렁이를 꿰어 씁니다.

 

 

낚시가 처음이라도 어렵지 않게 손맛 보는 고등어 낚시
3월 영등철에 잡은 고등어

3) 고등어
비록, 한겨울이지만 고등어가 잘 잡히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포항입니다. 포항 구룡포를 비롯한 이 일대에서는 고등어 선상낚시가 출항하는데 먼바다가 아닌 가까운 바다 양식장 근처에서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습니다.

 

채비는 지난 번 ‘초보자를 위한 가을철 바다낚시’에 소개한 것과 동일합니다. 차이는 선상 낚시이므로 짧은 낚싯대가 유리하며, 없으면 원래대로 1-530이나 그보다 얇은 낚싯대를 씁니다. 

 

 

 

고등어에 쓰이는 대표적인 반유동 찌낚시 채비

여기에 원줄 2~2.5호가 감긴 스피닝 릴을 쓰며, 채비는 3B~5B 반유동으로 수심 2~4m를 공략합니다. 미끼는 크릴을 쓰며, 크릴과 파우더를 혼합한 밑밥을 챙기는 것이 유리합니다. 

 

 

외줄낚시로 잡은 열기들

4) 열기, 볼락 외줄낚시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열기와 볼락. 이를 씨알급으로 마릿수를 원한다면 심해 외줄낚시를 추천합니다. 심해 외줄낚시는 주로 포항, 통영, 여수 쪽에서 출항하며 먼바다 깊은 암초대를 노리므로 낮과 밤, 물때 상관없이 씨알 굵은 볼락을 마릿수로 잡는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다만, 먼바다 선상낚시이므로 멀미에 대한 예방책은 충분히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파도가 잔잔한 날을 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쉽고 간편한 외줄낚시 채비
심해를 노리는 만큼 전동릴은 필수(대여도 가능하다)

외줄낚시는 선상 전용대에 외줄낚시 전용 카드채비를 달며, 미끼는 단순히 크릴만 꿰어 내려도 두둑두둑 하며 여러 마리가 동시에 걸려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먼바다 낚시가 부담스럽다면, 완도에서 출항하는 근해 볼락, 쏨뱅이 낚시도 추천할 만합니다. 

 

 

한겨울에서 봄 사이가 시즌인 학공치

5) 학공치
바다낚시의 꽃 ‘릴 찌낚시’로 노리는 어종 중 가장 마릿수 효과가 좋은 어종은 단연 학공치일 것입니다. 날만 잘 만나면 무려 세 자릿수가 가능한 어종이지만, 사실 초심자가 도전하기에는 채비가 복잡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편에도 소개했듯이 학공치는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낚이지만, 겨울 학공치는 남다릅니다. 제철의 중심이라 맛이 가장 좋으며, 포항, 울산 등 동해 남부 지역에 한정된다는 점도 가을 학공치와는 구분됩니다. 

 

 

대표적인 학공치 낚시(이단찌 낚시라고도 한다)

학공치는 주로 1-530 낚싯대에 2500번 내외의 스피닝릴을 쓰며, 원줄은 얇을수록 유리합니다. 여기서는 1.5~2호 사이를 추천합니다. 채비는 학공치 전용 바늘을 쓰는 것이 유리합니다. 

 

낚시점에서 판매되는 학공치 채비 중에 발포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저는 없는 것(목줄과 바늘로만 구성된)을 주로 써왔고, 대신 이단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이단찌는 말 그대로 찌를 두 개 다는 것인데요. 첫 번째 찌는 부력은 상관없으나 무게감이 있는 일반 구멍찌를 원줄에 다는 것이고, 두 번째 찌는 학공치의 약은 어신을 캐치하기 위한 소형 막대찌를 목줄에 끼우는 것입니다. 

 

이때의 부력은 0~g2 사이를 추천합니다. 미끼는 작은 곤쟁이 크릴을 권하며, 그것으로 만든 밑밥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겨울 감성돔 낚시로 모여둔 꾼들
감성돔 낚시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가거도

 

 

필자가 3~4시간 만에 잡은 감성돔

6) 감성돔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 어종 바로 감성돔인데요. 겨울 감성돔은 가을 감성돔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포인트, 채비 어느 것 하나 같지 않기 때문에 이 장에서 다시 소개할까 합니다. 겨울 감성돔은 내만권보다 주로 중거리권 섬과 원도권에 집중됩니다. 

 

중거리권 섬은 거제 서이말, 지심도, 국도, 욕지도, 매물도, 두미도, 손죽도, 금오열도 일대, 청산도, 소안도 등이 있고, 원도권은 추자도, 거문도, 가거도, 여서도 등이 있습니다. 이들 포인트는 영등철이 되어도 감성돔 낚시가 가능하나 포인트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일부 자리다툼이 있기도 합니다. 

 

 

겨울 감성돔의 대표 채비

감성돔 채비는 지난 시간에 소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씨알이 굵기 때문에 채비는 다소 튼튼히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은 1-530이지만, 원도권에서 낚시할 경우 1.2~1.5호 낚싯대를 쓰고, 원줄은 3호, 목줄 2.5호까지 쓰기도 하며, 찌는 아무래도 바람이 많이 부는 계절 특성상 1~2호 사이 고부력 반유동을 권합니다. 미끼는 기존처럼 크릴을 쓰며, 밑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대물을 얻는다는 한겨울 바다낚시

#. 겨울 바다낚시, 따듯하고 안전하게 즐겨야
즐겁자고 시작한 낚시가 고행이 되면 안 되는데 겨울철 바다낚시는 뜻하지 않게 고행이 되기도 합니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서 왔는데 생명체 하나 구경하지 못한다면 내가 왜 이 추위에 벌벌 떨며 낚시를 하는가 싶기도 합니다.

 

춥고, 배고프고, 집에 가고 싶고, 돈은 돈 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면서 간 낚시가 고행이 되지 않으려면 아래의 사항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계용 낚시 복장의 예
동계용 낚시 복장의 예 2

1) 방한 대책 세우기
겨울 바다낚시에서 보온 및 방수, 투습 효과로 가장 좋은 복장은 ‘고어텍스 방한 슈트’가 정답이지만, 가격이 고가라 일일이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방한 슈트 대용품으로 적합한 의류가 많은데 아웃도어 의류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방한용 패딩 고소모는 머리와 얼굴, 귀까지 덮어주는 완소 아이템으로 겨울철 보온 효과가 뛰어납니다. 

 

 

넥워머를 착용한 모습

전문적인 복장을 갖추기 어려워도 걱정하지 마세요. 귀마개와 군밤 모자, 넥워머는 겨울철 바다낚시에 활용도가 뛰어납니다. 낚시복은 방수, 투습이 기본으로 전제돼야 하는데 꼭 고가의 낚시복이 아니더라도 내복이나 레깅스(남성용도 있음)를 껴 입고 아웃도어용 등산용 바지를 입는 것도 좋습니다.

 

점퍼는 거위나 오리털 점퍼가 좋습니다. 여러 겹을 껴입으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불편하기 때문에 일상복에 단 하나의 점퍼를 입더라도 따듯하고 보온성이 좋은 점퍼가 낫습니다. 또한, 핫팩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핫팩은 흔들거나 주물러 쓰는 방식과 붙이는 방식이 있습니다. 낚시에서는 주로 붙이는 방식을 쓰지만, 상황과 용도에 따라 포켓형과 파스형, 발난로 등 다양한 유형을 모두 갖춘 제품이 유리하다. 특히, 포켓형 핫팩은 사용 중 온도가 내려갈 때 주무르거나 흔들어 온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겨울철 낚시의 성패는 기상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날씨를 보며 출조 일을 정하기
겨울 날씨는 항상 급변합니다. 예측 가능한 범위가 고작 3~4일. 때문에 일주일 이상 미리 계획했어도 출조 당일 혹은 하루 이틀 전부터 한파가 닥치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출조를 포기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하늘의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데 주말 혹은 하루 휴가에 기대야 하는 직장인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짜 선택이 좀 더 자유롭다면, 출조하기 3~4일 전 기상의 유동 상황을 체크하면서 정하길 권합니다.

 

이럴 때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다 날씨 즉, 풍향과 풍속, 파고입니다. 먼저 기온 체크부터 하는데 영상 2~3도 이하면 바다 날씨는 그보다 훨씬 기온이 떨어진다는 것이므로 출조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풍향은 주로 북풍 계열이 부는데 북서-북은 추천, 북동-동은 출조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겨울철 한창 낚시가 성행하는 동해, 남해, 제주도를 기준으로 든 것입니다. 특히, 남해와 제주도는 동풍 계열을 샛바람이라고 부르는데 수온을 떨어트리고 풍랑을 몰고 올 확률이 높으므로 기온과 상관없이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해 가자미 낚시의 경우 풍속이 강하지만 않는다면 예외적으로 북동-동을 권합니다. 

풍속은 기본적으로 8~12m/s 이상일 때 출조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 8~12m/s라 하더라도 갯바위 낚시의 경우 지형이 바람을 가로막아줄 수 있다면 제한적인 출조가 가능합니다. 파고는 보통 1~2m 내외로 표기되는데 2~2.5m는 배낚시 출조를 삼가고, 2.5m 이상이면 갯바위나 방파제 낚시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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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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