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고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참다랑어임에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다랑어의 맛과 가치는 회, 초밥 문화가 없는 서양권에서도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지금은 지중해 연안을 비롯해 멕시코 해안, 호주 연안에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참다랑어 소비량이 가장 많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지만, 참다랑어의 뛰어난 맛은 초밥 형태로써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참치 먹을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 2편으로 한국의 열악한 참치 쿼터제와 부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주로 급랭한 상태로 유통되는 수입산 축양 참치

#. 우리가 먹는 참다랑어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가 평소 먹는 참다랑어는 대부분 냉동이며 ‘축양’입니다. 축양은 길러진다는 의미에서 양식과 비슷하지만, 태생적 의미에선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양식도 인공 종묘를 생산해 길러지는 ‘완전 양식’이 있고, 종묘(치어)를 수입해 기르는 양식이 있습니다.

 

또한, 야생에서 치어를 채집해 기르는 것도 양식이라 표현됩니다. 대표적으로 뱀장어(민물장어)가 그러합니다. 야생에서 치어를 채집해 기르더라도 해상가두리에서 양식하면 축양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축양의 사전적 의미를 살피면, 일정 기간 동안 가두어 기르거나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방어를 축양 한다. 참치를 축양 한다. 에서 축양은 사실상 몸집을 불리기 위해 상업용으로 길러지는 양식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하고 맛보는 냉동 참다랑어는 모두 축양이며, 북방참다랑어의 경우 지중해(스페인산 등)와 멕시코 만에서 길러진 것이 있습니다. 남방참다랑어는 호주에서 길러져 들어옵니다. 

 

 

멕시코산 축양 생참치의 대뱃살 블록

흔히 ‘생참치’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한번도 얼리지 않은 그야말로 생물 참치입니다. 지중해나 멕시코에서 축양 및 출하한 참다랑어를 기절시켜 항공 수송해 가져온 것도 있지만, 국산 참다랑어도 있습니다.

 

국산 참다랑어는 축양과 자연산으로 나뉩니다. 축양은 통영 욕지도 해상 가두리에서 3kg 미만의 어린 참다랑어를 약 22개월간 키워 출하한 것으로 출하 당시 무게는 30kg에 육박합니다. 아직은 출하량이 많지 않기에 참다랑어 양식 기술이 일본만큼 발달해 우리도 질 좋은 양식 참다랑어를 맛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생 참다랑어회

#. 고가의 참다랑어를 잡아도 방류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

자연산의 경우 동해 및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잡힌 것을 말하는데요. 적어도 원양어선이 아닌 근해에서 참다랑어만을 노리는 전문 참치잡이 어선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정치망으로 잡아들입니다. 국내산 참다랑어 조업은 온난화 영향으로 해마다 조금씩 북상하면서 그 빈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해에서 잡히는 참다랑어의 경우 기존에는 일본 동부해안을 거쳐 쯔가루 해협으로 가는 것인데, 최근 해류의 변화로 인해 가고시마 서쪽 해역을 따라 키타큐슈를 통해 올라오는 참다랑어를 어획하게 됩니다.

 

문제는 쿼터제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한해 동안 잡아들일 수 있는 자연산 참다랑어 어획량이 매우 한정적입니다. 외교력으로 풀어야 할 참다랑어의 쿼터제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이 때문에 정치망에 걸려든 참다랑어를 다시 풀어줘야 했습니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는 30~50kg급이며, 이를 생참다랑어로 유통하면 kg당 15,000원을 받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어종입니다. 그러나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서 통보한 한국의 어획량은 671t에 불과, 이를 해양수산부가 국내 어업 현실에 맞게 배정하는데 대형선망어업에는 약 62만 톤, 정지망어업에는 3,355kg으로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정치망으로 잡아들인 참다랑어의 유통량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원도에 배정된 참다랑어 쿼터량을 늘리도록 추진하였고, 고수온에 의한 아열대화로 인해 이제는 한국도 참다랑어의 서식 및 회유지로 그 빈도수가 늘어남에 따라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참다랑어의 어획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기준으로 생물 참다랑어(국산)는 주로 겨울부터 봄 사이 볼 수 있으며, 여름에도 한시적으로 입하되곤 합니다. 아직은 정확한 회유 경로와 출현 시기가 유동적이므로 매일 입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번 잡힐 때 일시적으로 유통량이 늘어났다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식이며, 가격은 kg당 7,000~8,000원에서 15,000원까지 크기와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참치 부위 옆면도

#. 참다랑어 부위
참다랑어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횟감은 대가리 쪽에 가까울수록 맛있는 부위가, 꼬리 쪽에 가까울수록 질기거나 맛이 밋밋합니다. 참다랑어를 예로 들면, 같은 뱃살 블록이라도 1번 뱃살, 2번 뱃살… 5번 뱃살까지 등급을 매기는데 여기서 1번은 대가리와 가장 가까운 쪽으로 이 뱃살 블록에는 내장을 감싼 막 즉, 배꼽살을 포함하게 됩니다. 

 

또한, 같은 배꼽살이라도 대가리 방향에 있는 것이 단면적이 넓게 나오고, 꼬릿쪽으로 갈수록 단면적이 좁아지므로 품질과 가격 차이도 벌어지게 됩니다. 세도로라 불리는 등지살도 대가리에 가까울수록 품질이 좋고, 꼬리 쪽은 횟감보다는 회덮밥이나 잘게 다져서 요리에 사용됩니다. 

 

 

참치 부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단면도

좀 더 자세한 부위를 살피려면 단면을 살피는 것이 도움됩니다. 참치 단면을 보면 등에서부터 등지살(세도로), 중뱃살(쥬도로), 대뱃살(오토로)로 나뉘며 안쪽에 속살(아카미)가 자리합니다. 그보다 더 안쪽은 척추뼈를 감싼 혈합육으로 철분과 피가 많이 섞여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보통은 횟감으로 먹지 않습니다. 

 

 

참다랑어 목살(가마살)

뭐니뭐니해도 가장 비싼 부위를 꼽으라면 목살(가맛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가마도로라 불리는 목살은 옆지느러미가 붙은 살로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섬세한 마블링이 싸여 풍부한 지방의 맛을 냅니다.

 

 

 

대뱃살

두 번째로 비싼 부위는 오토로라 불리는 1번 대뱃살이며, 배꼽살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편입니다. 대뱃살은 참다랑어를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별미이자 핵심 부위라 할 수 있습니다.

 

 

참다랑어 배꼽살

세 번째로 비싼 부위는 참다랑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배꼽살입니다.

 

 

생물 참다랑어의 배꼽살

배꼽살은 익히 아는 배꼽과 달리 뱃살 중 가장 아래쪽에 위치, 내장을 감싼 부위로 특유의 결 무늬가 나타납니다. 

 

 

등지살(세도로)

담백하면서 부드러운 맛은 등지살(세도로)

 

 

중뱃살(쥬도로)

적당한 기름기와 담백함을 고루 맛보려면 중뱃살(쥬 도로)

 

 

속살(아카미)로 만든 초밥과 타다키

초밥에 주로 이용되는 속살(아카미)도 참다랑어의 것이라면 충분히 맛있습니다. 

 

 

참다랑어 볼살

뼈에 붙은 살은 숟가락으로 긁어 모아 다짐육을 만들어 요리에 쓰이거나 후토마끼에 얹히고, 대가리는 볼살, 두육살, 눈밑살, 턱살 등 특수부위로 제공되는데 여기서 한 가지 특이점은 일본에서는 참다랑어라도 대가리를 횟감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는 사실. 보통은 구이나 간장 조림으로 이용됩니다.  

 

 

참다랑어 두육살

참다랑어는 대표적인 등푸른 붉은 생선으로 DHA, EPA 등 우리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었습니다. 몸집이 큰 만큼 부위와 용도가 세분되며,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서로 다른 식감과 맛, 진한 풍미까지 느낄 수 있는 고급 어종입니다.

 

다만, 자연산 참다랑어 중에서도 100kg가 넘는 것은 거대 포식자로 먹이사슬에 의한 중금속(수은, 카드뮴 등)이 축적되기도 합니다. 자연산 참다랑어만큼은 아니지만, 고등어나 정어리 같은 분쇄육을 사료로 쓰는 축양 참다랑어 역시 미량의 중금속을 함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세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는 한 달에 2~3회 이상 꾸준히 먹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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