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신건물 2층

 

이날 모처럼 참치회를 사러 수산시장에 들렀습니다. 참치회 하면 일반적으로 쇼핑몰에서 구입하지만, 수산시장 갈 때 겸사겸사 들리면 쇼핑몰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산시장의 냉동(참치 및 메로) 코너를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 되겠죠.

 

 

냉동실을 열면 다양한 참치와 부위를 볼 수 있는데요. 주로 참다랑어, 눈다랑어, 황새치, 청새치 정도를 판매합니다. 맛과 가격 순위는 부위마다 다르지만, 대게 참다랑어 > 눈다랑어 > 황새치 > 청새치 정도로 보면 되겠습니다.

 

 

가운데 상단에는 소위 '접대용'에서나 볼 수 있는 참다랑어 배꼽살을 포함한 뱃살 블록도 있는데요. 가격은 저만한 크기(50~600g)가 12만 원 선입니다. 그러니 저 부위는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지갑 열기가 좀 부담스럽겠지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녀석도 보입니다. 똑같은 참다랑어 배꼽살인데 가격은 60% 정도 저렴한 단돈 5만 원. 보기에는 중량도 엇비슷하고 별 차이가 없는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날까요? 12만 원과 5만 원짜리 참다랑어 뱃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동이냐 육동이냐의 차이"

 

선동 → 냉동 장치가 있는 원양어선이 참치를 잡자마자 해체해 배에서 급속냉동한 것.

육동 → 말 그대로 육지로 가져와 냉동한 것.

 

참치는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살아서도 부패할 만큼 선도 저하가 빠른 어류입니다. 잡자마자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깡깡 얼리지 않으면 살이 급격히 물러지면서 제값을 받아야 할 횟감을 망치게 되죠.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육지로 옮겨와 냉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그에 따른 선도 저하를 감안해 가격이 시중가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겉보기에는 선동의 빛깔이 좋습니다. 육동은 저렴하나 빛깔이 살짝 죽어 있죠. 판매상의 말로는 둘 다 해동했을 때 참치 특유의 선홍빛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똑같다고 합니다. 맛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관해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급랭 시점이 이렇게 다른데도 선도와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면, 사람들은 당연히 가격이 저렴한 육동을 선호하겠지요.

 

이 외에 참치 중량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70kg대 참다랑어 뱃살과 40kg대 참다랑어 뱃살은 그 면적도 다를뿐더러 지방의 깊은 맛에서도 차이가 나기 마련입니다. 자연산이냐 축양(해상 가두리에 가두어 사료로 키우는 양식산 참치)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지겠지요. 참고로 이곳에서 취급하는 참치는 대부분 축양입니다.

 

5만 원짜리 참다랑어 뱃살은 어쩌면 싼 게 비지떡일 수도 있고, 잘만 구입한다면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으니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참다랑어 속살(아카미)

 

#. 집에서 참치 해동하는 방법

제가 구입한 것은 참다랑어 속살입니다. 횟집에서는 아카미라 부르는 빨간 살 부위로 맛이 담백하면서 고소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름진 뱃살도 좋지만, 쉬이 물리지 않고 오랫동안 맛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참다랑어 속살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격은 568g에 34,000원. 3~4인이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 참치 블록은 영하 40도 이상에서 급랭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가정집 냉동실(영하 20도)에서 한 달 이상 보관하기에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입한 참치는 한 달 안에 드시길 권합니다.

 

 

참치 블록은 흐르는 물에 한 차례 씻어준다

 

참치 해동은 참치 전문점에서 주로 하는 염수 해동을 하겠습니다. 맨 처음에 할 일은 참치 블럭을 흐르는 물에 씻어 표면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해 줍니다.

 

 

염수에 5분간 담근

 

#. 참치 해동 준비물

물 4리터, 소금 8큰술(밥숟가락으로 수북히 푼다.)

 

"뜨거운 물 X, 차가운 물 X, 따듯한 물 X, 미지근한 물 O"

 

손을 댔을 때 사람 체온(36.5) 도와 최대한 비슷한 물 온도로 맞춥니다. 그리 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물입니다. 여기에 소금은 물 1리터 당 밥숟가락으로 수북이 퍼서 2큰술입니다. 여기서는 4리터에 소금 8큰술을 넣었습니다. 참치 블록을 넣고 5분간 담가뒀다 건집니다.  

 

 

건진 후 키친타월이나 마른행주를 이용해 돌돌 맙니다. 키친타월을 이용할 경우는 꾹꾹 누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겉은 해동이 된 상태지만, 중심부에서는 여전히 냉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잘못했다간 키친타월이 살에 들러붙어 나중에 애를 먹을 수 있으니 살포시 감싸준다는 느낌으로 말아줍니다.

 

 

냉장실에서 1~2시간 정도 숙성한다

 

락앤락 용기가 있으면 거기에 넣어 뚜껑을 닫아주고, 이렇게 큰 블럭이 들어갈 만한 용기가 없다면, 신문지로 감싸서 냉장실에 넣어둡니다. 넣어두는 시간은 1~2시간 정도가 적당합니다.

 

 

1시간 뒤 냉장실에서 꺼냈습니다.

 

 

껍질이나 딱딱한 뼈가 있다면, 잘라냅니다.

 

 

질긴 힘줄이 있다면 역시 잘라냅니다.

 

 

적당한 크기로 이등분합니다. 이등분 할 때는 회나 초밥의 면적을 고려합니다.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드시면 끝.

 

 

남은 자투리는 토치로 그슬려 참치 타다끼를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 도마에 이 작업을 했다간 큰일 나겠지요. 불 작업은 안 쓰는 팬에 올려서 하시기 바랍니다.

 

 

일식에서는 표면을 불로 그슬린 것을 타타끼(발음상으론 타다끼지만) 혹은 아부리라 부릅니다. 아부리가 불에 지지거나 그슬린다는 통상적인 표현이라면, 타다끼는 표면을 구워 만든 음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가정에서 토치를 이용해 아부리를 하면 간편하게 맛있는 타타키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일식은 일본과 달리 아부리와 타다끼의 쓰임새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부리는 한쪽 면만 그슬린 것이고, 타다끼는 모든 표면을 그슬린 것으로 속살을 익히지 않는 것은 같죠. 어쨌든 위 참치는 자투리 면으로 반듯하지가 않아서 썰었을 때 예쁘게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접시에 시소잎을 깔고 양파 슬라이스를 올린 다음, 썰어 둔 참치와 고추냉이를 올리면 완성. 기호에 따라 무순, 락교, 초생강을 곁들이면 됩니다. 시소잎은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팔길래 샀는데 잎이 시들시들하고 품질이 썩 좋지 못하더군요. 락교와 초생강은 냉동 참치 파는 곳에도 있고, 마트 초밥 코너에도 있으니 함께 준비해 두면 예쁘게 세팅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먹는 게 좋더군요. ^^

 

 

다음에는 참치 초밥 만들기에 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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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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