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선은 눈망울이 얼굴의 반을 덮을 정도로 큽니다. 이 때문인지 정식 명칭은 ‘눈볼대’, 시장에선 보통 ‘금태’로 통하는 고급 생선입니다. 사실 눈볼대나 금태나 생소하기는 마찬가집니다. 그렇다면, 빨간고기는 어떨까요? 

 

어릴 적 종종 구워 먹던 ‘빨간고기’라면 무릎을 탁 칠지도 모릅니다. 빨간고기에 익숙하다면 대부분 경상도나 부산 출신일 확률도 높습니다. 왜냐하면, 빨간고기의 주산지가 부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빨간고기를 아시나요? 어떤 맛으로 기억되나요?

 

어쩌면 빨간고기 맛에 대한 추억이 제각각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맛있었던 생선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고기는 하나인데 맛의 기억은 제각각일까요? 오늘은 빨간고기에 대한 여러분의 추억을 소환해 그때 그 맛이 왜 그랬는지 실마리를 풀어드릴까 합니다. 

 

 

법 큰 씨알의 눈볼대(금태)

#. 눈볼대는 한국에서 가장 비싼 물고기
지금도 제철을 맞은 빨간고기들이 매일 새벽 부산 공동어시장이나 자갈치 위판장에서 경매가 되고 있습니다. 흔히 제사상과 차례상에 올리기 좋은 생선이라면 도미나 민어, 조기를 떠올리지만, 유독 부산에만 가면 이 빨간고기를 관혼상제에 올려지곤 합니다. 그만큼 빨간고기는 조상님께 바칠 만큼 값나가고 맛있는 생선이란 증거겠지요.

 

흰살생선이지만 등푸른생선 못지않게 지방이 가득해 주로 굽거나 튀겨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그렇다고 고등어나 방어와 비슷한 맛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눈볼대의 지방은 차디찬 심해에서 축적된 것으로 일반적인 등푸른생선과는 전혀 다른 고소함을 선사하니까요.

 

눈볼대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지방의 고소함으로 인해 일본식 간장 조림과도 어울리지만, 매콤한 한국식 조림에도 어울릴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매콤한 양념이 눈볼대 특유의 풍미를 헤칠 것이란 걱정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빨간고기를 맛본 이들은 생선이 한우만큼 기름지고 농후한 풍미를 가졌음을 기억할 텐데요.

 

가격은 사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눈볼대는 전량 자연산으로 어획량에 따라 시세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마리당 1~3만 원 내외입니다. 이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두 마리가 7만원이라면 믿겨지시겠는가?

한 예로 저는 얼마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눈볼대(이하 금태)를 구매했는데 두 마리를 7만 원에 사야 했습니다. 무게를 재보니 마리당 530~550g였습니다. 금태가 이 정도면 특대급까진 아니더라도 제법 큰 씨알입니다. 결국, 550g 정도 되는 선어 한 마리가 35,000원인 셈입니다. 다른 가게를 둘러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작은 씨알은 마리 당 10,000원, 조금 크면 18,000~30,000원이니 금태란 이름값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회는 물론, 전반적인 수산물 가격이 떨어졌다고 합니다만, 이 빨간고기 만큼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생선 한 마리가 35,000원이면, 100g당 7천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며, 이는 호주산 소고기와도 맞먹는 가격입니다. 참고로 활어나 횟감을 사 온 것이 아닙니다.

 

빨간고기는 수심 100m 이하에서 잡히는 준심해성 어류입니다. 뱃전에 오르면 얼마 못 가서 수압차로 죽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어 횟감으로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렇게 죽은 선어인데도 마리 당 작으면 1~2만 원, 큰 것이 3만 원이 넘는다면, 대한민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선어(죽은 물고기) 중 가장 비싸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 맛있는 빨간고기는 따로 있어
빨간고기가 비싸고 맛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쯤에서 우리의 추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빨간고기가 그렇게 맛있는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물론, 지방의 농후한 맛을 느끼하게 여기거나 취향상 맞지 않는다면 일면 이해가 가지만, 이와 상관없이 맛이 퍽퍽했고 고소함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생선구이집에서 흔히 보는 것이 빨간고기라며 저렴하고 맛없는 생선이라며 일축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혹시 여러분이 드신 빨간고기와 제가 소개한 빨간고기가 다른 것은 아닐까요? 사실 빨간고기는 한두 종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붉은빛이 나는 생선을 빨간고기로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중에는 생선 종류를 잘 모르고 판매하는 상인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립니다. 이 장에서 소개한 값나가고 맛 좋은 빨간고기는 ‘눈볼대’를 말합니다. 

 

 

눈망울이 매우 크고 귀엽게 생긴 금태

바로 이 사진이 눈볼대인데 이름처럼 눈망울이 아주 큰 생선입니다. 흔히 금태나 빨간고기라고 부르지만, 어떤 이들은 일본명인 ‘아까무쯔’나 아까모찌, 아까무츠로도 부릅니다. 그렇다면 맛이 없는 빨간고기도 있을까요? 맛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거나 신선도가 덜해 맛이 반감되는 빨간고기도 있습니다. 

 

 

긴따루 장문볼락(적어)

대표적인 생선이 장문볼락(긴따루)입니다. 붉을 ‘적(赤)’에 물고기 ‘어(魚)’를 써서 ‘적어’ 라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긴따루’라며 각별히 여기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긴따루는 대부분 아이슬란드 같은 고위도 해역에서 잡힌 것이며 국내에서는 주로 냉동 수입되고 있습니다.

 

장문볼락도 장문볼락 나름이고, 선도에 따라 맛과 품질에 차이가 납니다만, 아무래도 수입산 냉동을 눈볼대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대신 가격은 저렴해 생선구이 백반집은 물론, 군부대 납품도 했습니다.

 

 

불볼락(열기)

 

쏨뱅이
홍감펭
살살치(솔치우럭)

이 밖에도 빨간고기라면, 불볼락(열기), 쏨뱅이, 홍감펭, 살살치(솔치우럭) 등등이 있습니다. 이들 생선은 엄연히 다른 종이지만, 가끔 시장에서는 구분 없이 ‘빨간고기’라 취급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저마다 맛본 빨간고기가 장문볼락(긴따루)이나 열기였다면 각기 다른 맛을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돗돔(사진은 어린 개체)

#. 눈볼대(금태)가 돗돔의 사촌?
눈볼대는 생물학적으로 특이한 분류에 속합니다. 바로 ‘농어목 반딧불게르치과’ 라는 생소한 분류에 속하는데요. 같은 반딧불게르치과로 전설의 물고기 돗돔이 포진해 있습니다. 돗돔과 금태를 비교하면 어디가 공통점이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닮은꼴이 없습니다.

 

공통점이라면 두 어종 모두 150m 이하 깊은 수심대에 서식하는 준심해성 어류란 점입니다. 서식지도 일부 겹칩니다. 돗돔은 부산 앞바다부터 가거도에 이르기까지 포획되었던 사례가 있었고, 금태는 부산 앞바다는 물론, 대한해협과 동해 6광구 부근에 주로 서식합니다. 

성장 크기는 차이가 납니다. 돗돔은 전장 2m 가깝게 자라는 대형 어종인 반면, 금태는 다 자라도 40~50cm 정도에 머뭅니다. 금태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성장하면서 암수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금태는 태어나서 성어로 성장하기까지 3~4년이 걸립니다. 처음 1년생까지는 수컷을 유지하다가 3~4년부터는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며, 5년생부터는 모두 암컷으로 전환됩니다. 최대 수명은 약 10년 정도로 보고되며 40cm 내외로 성장합니다. 

산란기를 제하면 대부분 차고 깊은 수심대에 머물기 때문에 일년 내내 많은 지방을 품고 있으며, 금태에 열을 가하면 기름이 지글지글 끓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금태솥밥

#. 비싼 만큼 고급스러운 맛 
앞서 말했듯, 눈볼대는 매우 값비싼 생선입니다. 일반적인 생선구이 백반집에서는 같은 빨간고기라도 수입산 적어(긴따루)를 선호하고, 호텔과 고급 일식집에서는 금태를 선호하는데 때가 맞으면 회와 초밥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구이, 탕, 조림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생선이지만, 저는 특히 금태 솥밥과 비늘 통구이를 추천합니다.  

 

 

누룽지와 쪽파 표고버섯과의 조화가 좋다

금태솥밥은 도미 솥밥과 비슷한 형태의 영양밥으로 돌솥의 누룽지를 만들고 표고버섯과의 조화가 매우 훌륭합니다. 

 

 

끓는 기름을 부어 비늘만 익히고 오븐에서 완성시키는 금태 통구이

비늘 통구이는 끓는 기름을 비늘에 부어 표면만 익히고 나머지는 오븐에서 굽는 요리입니다. 금태 비늘은 매우 얇아서 바싹하게 구워지고, 속은 육즙을 한껏 머금어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상태가 됩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고소한 금태 구이

금태는 산란기인 여름을 제하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가 제철입니다. 큰 것은 수산시장에서도 볼 수 있고, 중치급은 마트에서도 판매하니 눈볼대나 금태로 표기된 생선을 발견한다면 한 번쯤 맛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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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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