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연산에 의존해야만 하는 대하

특별히 갑각류 알레르기가 없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것이 새우일 것입니다. 생선 비린내가 싫어서 해산물을 꺼려도 담백하고 잡내 없는 새우만큼은 어디서도 환영받는 식재료이자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해산물이죠. 물론, 어른 팔뚝만한 킹타이거 새우나 산채로 먹는 독도새우는 상당한 지출을 각오해야 할 만큼 고급 식재료입니다.

일명 독도새우라 불리는 도화새우

이를 중식 코스나 고급 일식당에서 셰프의 손을 거치면 수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요리로 탈바꿈되지만, 이 와중에 새우가 대량 양식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사실 우리가 먹는 새우 중 상당수는 수입산(주로 베트남,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이고 양식이자 냉동이 대부분입니다. 

대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을 내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죠. 이는 양식이 주는 이점이자 또 하나의 문명 혜택이라고 보는데요. 여전히 양식이 어려워 오로지 자연산으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새우, 여기에 여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새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보리새우’입니다.  

동해와 독도 근해에 주로 서식하는 물렁가시붉은새우(일명 꽃새우)

#. 보리새우? 오도리? 구루마애비? 
사실 보리새우는 이름 지명도에서 그리 유명한 편은 아닙니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새우라면 가을이 제철인 ‘대하’가 빠질 수 없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청와대 만찬에 쓰인 ‘도화새우(일명 독도새우)’가, 동해로 여행가면 한 번쯤 맛보는 ‘물렁가시붉은새우(일명 꽃새우)’가 고급 새우로 알려졌습니다. 

보리새우는 주로 ‘오도리’란 이름으로 통합니다. 보리새우는 몰라도 오도리하면 ‘아~ 그 새우’하며 알아보는 것이 못내 씁쓸할 만큼 '국명' 인지도가 약한 현실. 이쯤에서 보리새우는 정확히 어떤 새우인지 짚어봅니다.

  

보리새우

보리새우는 과거 80~90년대만 하더라도 ‘차새우’란 이름이 쓰였습니다. 우리나라 전 해역에 서식하지만, 종 차제가 난류성이기에 일본 남부 지방이 주산지입니다. 일본에 더 많은 자원이 있으니 예부터 초밥뿐 아니라 각종 고급 요리에 활용되었고, 인지도 면에서도 한국보다는 일본에 대중화된 새우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생활 곳곳에 침투한 일제의 잔재로 '보리새우'란 말 대신 ‘오도리’로 통하는데 심지어 시장과 쇼핑몰에서도 사실상 오도리란 단어를 내세우며 판촉을 벌입니다. 여기서 오도리는 ‘춤추다.’란 뜻의 일본말로 살아있는 보리새우가 펄떡펄떡 뛰는 형상에서 유례 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전반적으로 누런 빛깔과 무늬가 특징인 보리새우

이 오도리란 말은 일본에서도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정식 명은 ‘구루마애비’. 이는 보리새우가 활처럼 구부러질 때 특유의 호랑이 줄무늬가 방사형이 되면서 마치 수레바퀴(구루마)를 연상시키기에 붙은 이름입니다.

국명인 보리새우는 그 자체가 누런 빛이 돌면서 줄무늬가 마치 보리싹을 닮아서 붙었다는 설이 있고
, 보리숭어와 마찬가지로 보리싹을 틔우는 봄부터 연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명 보리새우라 불리는 자주새우

#. 보리새우에 대한 오해 
지금까지는 보리새우에 대한 어원과 실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보리새우는 호텔 및 고급 식당에서나 제공할 만큼 값비싼 식재료이면서 최고급 횟감이란 인식에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어업인들의 기억 속에는 전혀 다른 새우가 보리새우로 통용됩니다.

특히, 서해권 어부가 말하는 보리새우는 김장용 생새우, 주낙의 미끼로 이용됩니다. 튀기면 원조 새우깡 부럽지 않고, 탕에 넣으면 원조 새우탕이 되기도 하는 자주새우과에 속한 몸길이 3~5cm 남짓한 새우를 예부터 보리새우라 불렀던 것입니다. 

농어와 간재미를 비롯한 각종 주낙 미끼로 쓰이지만 이 역시 훌륭한 식재료로 활용된다

원래 이름은 자주새우과에 속한 몇몇 종류로 일일이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서해 일부 지역에서는 뭉뚱그려 참새우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진짜 참새우나 보리새우와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보리새우와는 구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보리새우는 언제가 제철?
앞서 언급했듯 보리새우는 전량 자연산이다 보니 잡히는 철에만 한정 판매됩니다. 보리새우의 주산지는 거제, 남해, 사천 앞바다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이고, 서해는 영광 및 칠산 앞바다가 유명합니다. 보리새우는 6~9월 사이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중 따듯한 수온을 유지하는 일본 남부 지방에서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잡히기에 이때를 제철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반면, 국내 주변 해역은 겨울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5~6월이 돼서야 15~18도 이상 오르기 때문에 수온이 가장 높은 7~9월 사이 어획량이 집중됩니다.

그러므로 보리새우의 맛은 여타 어류처럼 산란기를 고려하거나 지방 함량이 최고조에 달할 시기가 아닌, 어획량이 많은 철이 곧 제철입니다. 


11월의 보리새우

국내에서 보리새우가 가장 많이 잡힐 시기는 7~9월 사이, 초겨울까지 이어집니다. 가격은 그날 조업량에 따라 시세가 결정되고, 여기에 크기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납니다. 활 보리새우 기준으로 작은 것은 3~4마리당 만 원 선. 하지만, 이것이 어른 손가락 굵기만 되어도 1마리 당 7~8천 원을 호가할 만큼 비싸집니다.

그나마 한창 잡힐 때인 8~9월이 가격적인 면에선 경제적이고, 산지(거제, 여수, 사천, 영광 등)에서 먹는다면 조금이나마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거제에서 택배로 배송 온 활 보리새우

최근에는 포장 기술이 발달한 탓에 서울, 수도권에서도 활보리새우를 산채로 배송받게 되었습니다. 0도에 가까운 바닷물에 살아있는 보리새우를 넣으면 빈사 상태가 되면서 하루 걸리는 배송시간 동안은 생존하게 됩니다.

빈사 상태에 놓인 새우는 처음 몇 분 동안 움직임이 없지만, 실온에서 점차 회복되어 움직임이 살아납니다. 급기야 손바닥에서 퉁겨지며 펄떡거리기도 합니다. 산지에서 잡힌 보리새우가 서울, 수도권의 한 가정집에서 생새우 회로 이용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보리새우 초밥

#. 싱싱한 것은 회와 초밥으로 
살아있는 보리새우는 예부터 초밥 재료로 이용됐습니다. 산 보리새우를 이용하되, 청주가 들어간 끓는 물에 한차례 데치고 얼음물에 담갔다 건지면 탱글탱글한 육질을 살리게 됩니다. 이를 반으로 갈라 넓게 펼쳐 초밥을 쥐면, 커다란 보리새우 한 마리가 밥 뭉치(샤리)를 완전히 감싸면서 먹음직스러운 초밥 형태를 갖춥니다. 기호에 따라 라임즙이나 소금을 뿌려먹기도 하며, 어떤 곳에서는 식욕을 돋우기 위해 달걀노른자 보풀을 채에 걸러 뿌리기도 합니다.  


보리새우회

국내에서는 살아있는 보리새우의 대가리를 따고 껍질을 벗겨 간장이든 초고추장이든 찍어먹는 회문화가 강세입니다. 남은 대가리는 바싹하게 굽거나 튀겨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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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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