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법한 질문입니다. 

“도대체 굴과 석화는 어떻게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굴과 석화는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우리가 먹는 굴은 생물학적 분류상으로 ‘참굴’입니다. 참굴은 우리나라 전 해안가에 고루 자생하지만, 통영과 거제 일대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대표적인 해산물이기도 하지요. 양식, 자연산 할 것 없이 알맹이만 뺀 것을 우리는 ‘굴’이라 부르고, 껍질째 있는 것을 ‘석화’라 부릅니다. 

 

 

자연산 석화 

사진은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을 딴 자연산 석화입니다. 석화는 ‘각굴’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굴의 주 수확시기는 찬바람이 부는 11월경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인데요. 이 시기에 수산시장에 가보면 양식 석화를 주로 판매하지만, 때에 따라선 자연산 석화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석화란 돌 ‘석(石)’자에 꽃 ‘화(花)’로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석화의 모습이 마치 흰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프쉘

싱싱한 굴을 저렴하게 먹겠다면, 망태기나 박스 든 석화를 10kg 혹은 그 이상 단위로 파는 것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만, 굴 껍데기를 일일이 까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하프쉘을 사게 되는 이유입니다. 하프쉘은 먹기 편하게 손질한 석화를 말합니다.

 

 

자연산 참굴 

#. 양식 굴과 자연산 굴의 차이
좀 전에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주로 먹는 굴은 ‘참굴(Crassostrea gigas)’이란 종입니다. 이 굴은 연안의 조간대(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바위에 붙고, 때로는 바닷속 수십 미터 깊이의 진흙바닥에 붙어 살기도 합니다. 이를 채취하여 손으로 일일이 깐 것을 ‘깐굴’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양식 굴에 비해 알맹이는 작은 편입니다. 


자연산 굴은 양식보다 유통량은 많지 않아도 한창 자연산 굴이 맛이 들고 살을 찌울 시기인 12~2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판매됩니다. 주로 서해안 일대(김포 대명포구, 인천 종합어시장) 수산시장에서 볼 수 있으며, 자연산 석화의 경우 전남 고흥, 순천, 장흥 등 전라남도 일대와 경남 사천, 충남 천수만 등지에서 해녀들이 채취한 것이 유통됩니다.  

반면에 양식 굴은 대부분 통영 및 거제 일대에 생산지가 몰려 있습니다. 자연산보다 알이 굵고 크기도 일정하며, 대량 양식에 의한 풍성한 수확량이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아무래도 채취량이 일정하지 않은 자연산 굴이 양식 굴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맛과 향이 뛰어나며, 자연산 굴 특유의 진한 맛과 신선한 풍미는 산지 특성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며, 산지별 개성을 가지기도 합니다.   



#. 굴의 독특한 생태 
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패류입니다. 다른 일반적인 조개 껍데기와 달리 비대칭이며, 서식지 환경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자연산 참굴은 주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조간대 바위에 붙어살며, 암수 한몸인 자웅동체로 수천만 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태어난 유생은 바다를 부유하다 적당히 살만한 장소를 골라서 정착합니다. 먹잇감은 오로지 바닷물에 실려 오는 부유생물 등을 잡아먹으며, 환경 적응력이 강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베트남, 그리고 지중해 연안과 호주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든 서식합니다.

 

게다가 굴은 일정 수준의 오염을 견디기도 합니다. 만약, 어느 한 해역이 오염됐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그 오염물을 축적해두며, 그 오염이 심각해지거나 지속되면, 그때서야 굴 서식지는 파괴됩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오염물을 축적하는 자연산 굴은 섭취에 주의해야 하며, 결국에는 굴 자생지의 환경과 청정바다라는 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됩니다.  



#. 굴의 양식 방식 
지금까지는 자연산 굴의 자생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쯤에서 양식 굴의 생산 방식도 가볍게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밧줄에 어린 굴이 붙은 조개껍데기를 매달아 바다로 내리는 ‘수하식’입니다. 

 

수하식은 조류가 거세지 않은 잔잔한 바다에서 하기 알맞은 굴 양식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통영이 있는데요. 통영 앞바다는 많은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연중 바다가 잔잔합니다. 때문에 굴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수산물을 양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집니다. 만약, 통영 앞바다에 흰 스티로폼이 줄지어 있다면 그곳은 굴 양식장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돌을 던져서 굴이 자생하도록 하는 ‘투석식’입니다. 주로 서해 앞바다에서 행해지며, 수하식보다 굴의 알맹이가 작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해 북부(경기, 충남권)에는 백령도나 연평도에서 자생한 굴을 딴 말 그대로의 자연산 굴도 있지만, 투석식으로 수확한 굴도 인위적인 환경 조성이지만, 어쨌든 그 결과는 자연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채취한 알맹이 굴은 작고 어리기 때문에 ‘어리 굴’이라 부르며, 이걸로 담은 젓갈을 어리굴젓이라 부릅니다.  참고로 우리가 마트에서 사먹는 봉지 굴은 대부분 통영산이며 수하식으로 길러진 양식 굴입니다.  

 


#. 굴도 종류가 있다.  
굴은 전 세계적으로 520여 종에 달하고, 한반도 주변에 분포하는 굴만도 30여 종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부분 식용이 가능하나 관건은 생산성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주로 먹는 굴은 생산성이 좋은 ‘참굴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위굴

비록, 소량 채집되지만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바위굴’이 있으며 이 또한 제철 별미입니다. 

 

 

강굴

민물에 서식하는 굴도 있습니다.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주로 만나볼 수 있는 ‘강굴’인데요. 겨울이 제철인 바다 굴과 달리 강굴은 3~4월경 벚꽃이 필 무렵이 제철입니다. 그래서 이 굴을 벚굴이라고 부릅니다. 강굴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에 서식하므로 디스토마와 같은 민물성 기생충 감염에선 비교적 안전한 편입니다. 

 

다만, 굴을 먹고 배탈이 나는 식중독이나 또는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감염률은 다른 바닷굴(특히, 양식 참굴)과 비슷하기 때문에 굴 채취부터 생식하기까지 위생적으로 세척되고 손질돼야 합니다.  

이따금 굴을 생식하고 노로바이러스에 걸린 사례가 있습니다. 주 원인 중 하나는 굴 양식장이 있는 인근 바닷물의 오염, 특히, 양식장 시설물 관리 측면에서 위생적이지 못한 부분 예를 들면, 인분에 의한 오염 등을 통제함으로써 양식장 내 생산되는 수산물의 위생 상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최근 3~5년 사이 급증했다가 굴 생산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수그러드는 양상입니다. 노로바이러스에 걸리는 또 다른 사례는 부적절한 위생관념에 있습니다. 바닷물이 깨끗해 채취 단계에선 문제가 없지만, 세척과 손질 과정에서 오염되거나 갑자기 날씨가 따듯해져서 선도 저하가 오는 경우입니다.

 

강굴(벚굴)을 먹고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이 경우일 확률이 높으므로 구매할 때는 생산지(회사) 이력과 상품평 등을 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갓굴(떡굴) 

흔치는 않지만 갓굴이란 종류도 있습니다. 관자 부분의 식감이 쫀득해 ‘떡굴’이라 불리며 생산성은 매우 낮은 자연산 굴의 일종입니다. 주로 해녀나 어부들에 의해 채집되며 먹어본 자들에 의해 그 맛이 간간이 전파되고 있습니다. 

 


#. 굴을 안전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
노로바이러스 걱정 없이 굴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생식을 금하고 익혀 먹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에서도 살 만큼 낮은 기온에 강합니다. 반대로 4~5월이면 사라질 만큼 높은 온도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지요. 노로바이러스는 끓는 물(100도씨)에 1분간 삶아야 사라지며, 80도에선 3분간 삶아야 사라집니다. 때문에 노로바이러스 걱정 없이 굴을 맛있게 드시려면, 아래와 같은 굴요리를 추천합니다. 

 

 

매생이 굴국
굴밥
굴찜
굴구이

굴국밥, 굴밥, 굴전, 굴튀김, 굴찜, 굴구이

혹자는 ‘굴의 매력은 생굴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생굴은 노로바이러스에서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생굴을 좋아하는 사람이 굴 철에 생굴을 그냥 넘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감염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013 소금 뿌려 살살 주무른다 

1) 반드시 ‘생식용’인지 확인한다. 
2) 소금 뿌려 조물조물 해준 뒤 흐르는 물에 씻는다.


014 흐르는 물에 씻고 염수에 한번 더 헹군다 

3) 소금 1~3%가 들어간 염수에 한번 더 헹군다. (굴을 보관할 때도 소금물에 보관한다.)
4)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땐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럴 때는 생식을 피한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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