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 하면 지금보다도 어릴 때 더 많이 먹던 생선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고등어와 늘 헷갈렸고, 그러면서도 살집은 고등어보다 크고 푸짐했던 생선 구이의 대명사 격이었지요.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부한 시대에선 삼치 말고도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80~90년대만 해도 우리 집 밥상엔 늘 고등어나 삼치, 어쩌다 부모님 월급날이면 갈치까지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우리네 기억이 아닌가 싶습니다. 겨울 하면 어김없이 삼치구이를 먹어야 하는 이유. 두툼하면서 고소한 살점의 매력인 삼치에 관해 알아봅니다.

 

 

삼치 

#. 삼치를 겨울에 먹어야 하는 이유
삼치는 농어목 고등엇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이자 붉은살 생선입니다. 한반도 해역에서 잡히는 붉은살 생선은 대부분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 지방이 오릅니다. 꽁치가 그렇고, 고등어가 그러하며, 오늘 소개할 삼치를 비롯해 청어, 정어리까지.

 

최근에는 부쩍 높아진 수온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동해를 오가는 참다랑어도 모두 겨울에 지방이 오르는 생선입니다. 특히, 삼치는 찬바람이 부는 11월 무렵, 따듯한 수온을 찾아 제주도 이남으로 남하해 월동을 나는데요. 이렇듯 월동을 준비하고자 먹이 활동을 왕성히 하고, 월동 내내 체내 지방질을 축적하는 생선이 대게 겨울에 맛이 좋은 제철 생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을이면 월동을 준비하는 삼치 낚시가 인기를 끈다 

월동을 난 삼치는 이듬해 봄 연안으로 거슬러 올라와 산란을 준비합니다. 4~6월 사이 무려 9만개 전후의 알을 낳고,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동, 서, 남해 할 것 없이 돌아다니다가 다시 추워지면 남하하는 계절 회유를 합니다. 따라서 늦봄부터 여름 사이에 잡힌 삼치는 기름기가 빠져 맛이 덜하고, 비린내도 다른 생선보다 쉽게 올라오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삼치는 지방이 올라야 비로소 삼치가 가진 최대치의 맛을 끌어올리는데 그때가 바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입니다. 이 시기에 잡힌 삼치 중에서도 몸길이 60cm, 무게 2kg 이상인 삼치는 그 지방의 깊이도 풍미도 작은 삼치보다 뛰어나며, 심지어 고등어보다 깨가 쏟아질 듯한 고소함과 두툼한 살점이 최대 강점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맛있는 삼치 고르는 법
삼치라고 다 같은 삼치는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해마다 가을이면 삼치가 잡히기 시작해 11~12월이면 본격적인 제철 생선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주요 판매처는 대형마트인데요. 간혹 커다란 삼치가 진열되기도 하지만, 평소엔 우리 눈에 익숙한 크기인 즉, 고등어보다 약간 길고 통통한 삼치가 토막 포장되어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제철에 삼치는 크기를 떠나 신선하기만 하다면 맛이 좋지만, 삼치의 진정한 맛은 좀 전에도 언급했듯 최소 2kg 이상인 크기라야 살집이 탄탄하면서 맛과 풍미가 뛰어나게 된다는 점을 착안하여 고르길 권장합니다. 그랬을 때 삼치 가격은 어획량에 따라 다르지만, kg당 가격이 8천 원에서 5kg 이상 나가는 대삼치인 경우 18,000원까지 나가며, 평균 10,000~14,000원 내외로 형성됩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작고 토막 난 삼치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삼치의 양과 질적 가치, 맛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대삼치는 이 계절에 한 번쯤 구매해 볼 만한 버킷리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빙장으로 유통되는 횟감용 대삼치 

신선한 삼치, 특히 대삼치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수산시장 만큼 좋은 곳도 없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에서도 2kg 이상급의 중삼치가 원물로 어물전에 전시되고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손질해주기 때문에 중간 크기의 삼치를 구매하겠다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신선한 선어를 온라인 택배로 배송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평소 애용하는 단골 상회를 뚫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단골 상회가 없다면, 지인의 소개나 온라인 카페 등지에서 품평이 좋은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1번가나 G마켓 같은 오픈마켓보다는 각 산지에서 경매로 낙찰받은 선어를 산지 직송으로 받는 것입니다. 먹갈치와 병어, 민어, 삼치는 목포와 신안, 진도, 나로도가 강세를 보이므로 이 일대 판매처를 이용합니다.

 

이들 판매처는 100% 온라인 산지 직송만 하는 업체(카페나 네이버 밴드에서 주문 받는 형식)가 있는가 하면, 어부현종 처럼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나로도 직판장처럼 위판된 생선을 현장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경우 별도의 카페나 사이트가 없는 소규모 상회이므로 유선상으로 주문하고 입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나로도 직판장에서 택배로 받은 횟감용 삼치 

이들 생선 업체는 오픈마켓처럼 결제 시스템이 체계화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으며, 별도의 홍보 수단 없이 단골 및 회원제로만 운영된다는 점이 불편하지만, 신선한 생선을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단점을 가릴 만큼 큰 메리트라 할 수 있습니다.

 

배송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물건을 직접 찾아가는 당일 배송이 있고, 일반적인 택배가 있습니다. 택배인 경우 하루가 걸리므로 선도 유지를 위한 아이스 포장을 얼마나 꼼꼼히 하느냐가 주요 관건이며, 여기에 따라 이용자의 평가도 엇갈립니다. 

현장에서 직접 고를 때는 삼치의 눈동자와 아가미를 최우선적으로 확인합니다. 눈동자는 투명할수록 좋으며, 일부 붉게 충혈될 수는 있지만, 눈알 자체가 희게 변한 것은 되도록 피합니다. 두 번째는 아가미를 확인하는 겁니다.

 

생선 아가미는 죽은 직후부터 반나절까지 매우 밝은 선홍색을 띱니다. 하루가 지나면 색이 어두워지며, 그때부터는 진액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어를 횟감으로 쓸 수 있는 상태는 딱 여기까지입니다. 이후로는 조리용이며, 2도 선어가 됩니다.

 

삼치를 조리거나 굽겠다면 다소 어두운 붉은색까지가 좋습니다. 그 이상 검붉거나 아예 검게 변한 것은 피합니다. 마지막으로 삼치를 고르는 팁입니다. 다른 생선도 그렇지만, 특히 삼치는 신선한 것일수록 광택이 납니다. 등은 명료하게 푸르스름하고, 배 쪽은 반질반질 윤기가 나야 하며, 몸통을 손으로 눌렀을 때 적당히 탄력감이 느껴져야 신선한 삼치입니다. 

 


#. 우리가 먹는 삼치는 어떤 물고기일까? 
삼치는 농어목 고등엇과 어류로 같은 과에 속하는 참치, 고등어와 그리 먼 관계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삼치와 가장 가까운 몇몇 종류를 소개합니다.

 

 

재방어(Scomberomorus sinensis) 

- 재방어
방어의 일종인 ‘잿방어’와 달리 ‘재방어’는 국내에서 일 년에 몇 마리 잡히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전설의 물고기입니다. 국내에서 잡히는 전설의 물고기 TOP3 라면 표준명 다금바리와 돗돔을 꼽는데 여기에 재방어가 이들 어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잡히는 양만 따지면 이들 어종보다 더 희귀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재방어는 저 아래 적도의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태국의 안다만, 말레이시아 반도에 이르는 매우 광범위한 해역을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2년 국내에서 잡히 초대형 재방어 

동북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출몰하며, 이보다 북쪽으로 회유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남단인 추자도와 제주도에 포획된 기록이 있을 뿐이며, 몇 년에 한두 마리 꼴로 잡힐 만큼 희귀한 어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방어는 제주말로 ‘저립’, 또는 ‘제립’이라 불립니다. 최대 몸길이는 2.5m에 육박, 삼치속 어류 중에선 가장 큰 초대형 어류라 할 수 있습니다. 재방어를 맛볼 수 있는 경로는 어쩌다 낚시로 잡혀 해체된 것을 운 좋게 접하거나, 혹은 재방어를 잡은 해당 낚시인과 지인들에 의해서만 ‘마치 소고기 육회를 먹는 듯하다.’와 같은 느낌으로 구전되고 있어 그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뉴칼레도니아 지깅 낚시에서 잡은 꼬치삼치(와후피시)

 

 

뉴칼레도니아 원정 낚시에서 필자가 잡은 1.5m 꼬치삼치 

- 꼬치삼치
일명 ‘와후피시’라 불리는 꼬치삼치는 삼치보다 좀 더 남방계이자 아열대 해역에 서식하는 대형 삼치 속 어류입니다. 지깅 및 트롤 낚시로 인기가 있으며, 국내에는 동해 왕돌초 인근이 주요 서식지이고, 해외로 눈을 돌리면 전 세계 대양에 널리 퍼져 있어 그곳에서도 스포츠 피싱으로 각광받는 대상어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의 한 어시장에서 판매 중인 동갈삼치

- 동갈삼치
동갈삼치는 몸길이 1.8m 정도로 알려진 꼬치삼치와 거의 비슷한 크기이거나 혹은 그보다 약간 크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초대형 삼치 속 어류입니다. 원래는 국내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었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에 의한 고수온 여파 때문인지 동해 왕돌초 인근에서 간간이 포획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베트남 및 태국을 끼고 있는 남중국해에 서식하는 남방계 대형 삼치과 어류입니다. 베트남에서는 고급 어종으로 여기며, 어묵과 구이, 조림 용으로 쓰입니다. 

 

 

흔히 가다랑어로 오인 되는 줄삼치

- 줄삼치
줄삼치는 몸통에 여러 줄이 나서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출몰하며, 수온이 높은 여름부터 가을에 특히, 갈치 낚시에 종종 낚입니다. 삼치만큼 풍미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평균 크기가 크고 살집이 통통하여 생선 가스용으로 적당합니다. 

 

 

삼치 소금구이

#. 삼치 맛있게 먹는 법
삼치하면 구이, 여기서는 일반적인 소금구이를 비롯해 유자 소스나 된장 소스, 데리야끼 소스를 바른 구이가 인기 있습니다. 삼치는 튀김을 한 강정도 곧잘 어울리는데 유독 찜과 매운탕에는 인색합니다. 삼치는 고등어와 비슷한 등푸른생선으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식중독을 유발하는 물질(히스타민)이 증가하며, 비린내를 유발하는 물질(트리메틸아민)도 불어납니다.

 

게다가 살이 무르고 잘 부서지기 때문에 수분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탕이나 증기를 이용한 찜으로는 잘 이용되지 않습니다. (단, 일본에서는 신선한 삼치를 맑은 탕과 된장국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삼치는 바삭하게 구워 낸 소금구이가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전분가루에 카레가루를 섞어 삼치 양면에 고루 묻혀 구워 낸 무니엘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생선입니다. 

 

 

삼치회
농후한 지방감이 느껴지는 겨울 삼치회 

또한, 삼치는 횟감으로도 매력이 있습니다. 잡히면 곧바로 죽어버리는 탓에 활어 공수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을이면 몸길이 70cm 이상인 일명 대(大)삼치를 얼음에 재어 유통한 선어 횟감이 여수와 고흥, 목포를 중심으로 유통됩니다.

 

워낙 살이 물러서 신선 횟감으로 먹기 보다는 반나절 가량 냉동한 삼치회를 썰어낸 다음, 양념간장과 된장, 마늘, 고추, 김 등을 곁들여 먹습니다. 최근에는 선어회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관대해졌고, 다루는 전문점도 늘어남에 따라 서울, 수도권에서도 삼치 회를 맛볼 기회가 늘고 있습니다.

※ 글, 사진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한국 민속박물관이 주관한 한국의식주 생활사전을 집필했고 그의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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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질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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